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98
498화. 그중에서도
“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청룡학관에서, 그것도 일 학년이 우리를 도발한 건가?”
“어처구니가 없으려니까 진짜…….”
“하하하! 나름대로 귀엽네. 일 학년이면 아직 현실을 모르고 치기 어리게 굴 때지.”
위지천의 도발을 지켜본 주작학관 학생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위지천을 노려보거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청룡학관 일 학년.
한눈에 봐도 작고 왜소한 소년이었다.
극히 일부의 학생들과 주작학관 강사들은 위지천이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갖췄음을 눈치챘지만, 주율상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위지천의 도발을 만용으로 여길 뿐이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 너, 방금 네가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나?”
“물론이죠.”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용서해 주겠다. 나도 겨우 일 학년과 드잡이질을 하고 싶진 않아.”
애써 화를 삭이며 검을 집어넣으려는 주율상의 모습에,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과를 하라고?
지금 사과를 해야 할 쪽은 먼저 청룡학관을 무시하는 말을 한 주작학관이 아닌가?
소년은 순진무구한 얼굴로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물었다.
“혹시…… 쫄리시나요?”
“이 자식이 진짜!”
주율상은 집어넣으려던 검을 다시 벼락처럼 뽑아서 위지천을 겨눴다.
“…….”
위지천은 눈앞에 있는 검을 보고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검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한 것이었지만, 주율상은 반응조차 제대로 못 하고 몸이 굳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위지천에게 신경 쓰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까 전부터, 청룡학관 학생들 대부분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흐흐. 불쌍한 자식. 제 발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구나.”
어느새 화가 가라앉은 헌원강은 팔짱을 낀 채 돌아가는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싸움 구경을 할 생각에 소년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등짝을 찰싹 때린 여민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냐? 천이 쟤 진짜로 화났어. 오죽하면 충권을 하는데 일부러 늦게 냈다니까?”
“정말?”
헌원강이 돌아보자 거상웅과 야수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벌점이 아슬아슬한 헌원강을 제외한 넷 중에서 누가 나설 것인지를 두고 충권을 할 때, 위지천은 일부러 수를 늦게 내서 이겼다.
명백한 반칙이었다.
그럼에도 다들 군말 없이 위지천이 나가는 것에 찬성한 이유는, 평소에는 얌전하기만 한 소년의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저렇게까지 흥분을…….”
걱정이 담긴 독고준의 중얼거림에, 거상웅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들이야 다른 학관한테 무시당하는 게 꽤 익숙하지만…… 천이는 일 학년이잖아. 이렇게 대놓고 무시당하는 건 처음이니까.”
그 옆에서 야수혁도 표정을 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일 학년으로서 위지천의 기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지천이 저 자식. 청룡학관을 진짜 좋아하거든. 졸업 후 진로 희망이 청룡학관 강사인 녀석이니 오죽하겠수?”
그러니까 이번엔 양보해 줘야지. 야수혁의 투덜거림에 선배들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 바닥을 기어 다니게 될 주작학관의 아무개에게 짧은 애도를 표했다.
두 학생을 중심으로 주변에 공터가 만들어졌다. 주율상은 자존심이 상한 듯 붉어진 얼굴로 내뱉었다.
“끝내 벌주를 마시겠다면 어쩔 수 없지! 네가 자초한 일이니 다치더라도 원망은…….”
“저는 원래 술 안 마시는데요?”
정말 순수하게 묻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모를 표정에, 주율상은 이를 악물었다.
“큭! 어쨌든 강호의 선배로서 삼초식을 양보해 주지.”
“그래 주신다면야, 저야 감사하죠.”
어깨를 으쓱한 위지천이 싱긋 웃더니, 가볍게 검혼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그 맑은소리와, 깔끔한 동작에 주율상은 어깨를 살짝 떨었다. 삼초를 양보해 주겠다는 말을 한 것이 속으로 조금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그만! 주율상! 더 이상의 소란을 피우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조금 전, 주율상을 말렸던 반듯한 인상의 소년이었다.
둘 사이에 끼어든 소년은 위지천, 그리고 청룡학관 학생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주작학관 학생회장 사마현입니다. 후배의 가벼운 언행으로 청룡학관 학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점,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생긴 것만큼이나 반듯하고 정중한 사과였다.
어쨌든 주작학관에서 먼저 사과를 한 만큼, 청룡학관에서도 독고준이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은 구면이었지만,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서로에게 존대를 했다.
“청룡학관 학생회장 독고준입니다. 저희 후배 또한 흥분이 과했습니다. 앞으로 며칠간 일정을 함께할 텐데, 오늘처럼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제가 단단히 주의를 주겠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학생회장들끼리 좋게좋게 이야기해서 넘어가려는 순간.
“왜 말리느냐? 한참 재밌어지려는데.”
주작학관 쪽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염왕이 한마디 하고 나서자, 사마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조부를 바라봤다.
“과, 관주님?”
청룡학관 쪽에서도 노군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허허. 젊은 무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데는 대련만큼 좋은 것이 없지.”
“관주님까지……!”
독고준도 몹시 당황한 표정으로 노군상을 바라봤다.
생각이 일치한 두 노인은 꺼져 가던 싸움판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염왕이 주율상에게 말했다.
“다만, 삼초식을 양보하느니 따위의 말은 하지 말거라. 서로 최선을 다해도 후회를 남기지 않기가 어려울 터, 온 힘을 다해 네 실력을 보여 주거라. 알겠느냐?”
“예!”
그 모습을 지켜본 노군상은 위지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청룡학관의 미래에게 굳이 여러 말은 필요 없었다.
“가서 본때를 보여 주거라.”
“예!”
위지천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관주의 승인하에, 청룡학관과 주작학관의 첫 번째 공식 비무가 시작되었다.
“이거 재미있겠는걸요?”
백수룡 옆에 선 사마영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결국 천무제에서 겨루어야 할 경쟁자였다.
서로의 역량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
천무학관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모범생답게, 사마영은 필첩을 꺼내 놓고 위지천의 움직임을 살폈다.
백수룡은 조용히 당소소에게 눈짓을 보낸 후에 말했다.
“별로 분석할 것도 없을걸?”
“……어째서죠?”
백수룡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상대가 돼야 분석이 되지.”
“하?”
사마영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순간, 주율상이 먼저 움직였다.
탓!
직선적인 보법을 밟으며 과감하게 거리를 좁히는 선택. 웬만큼 자신 있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주율상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현실을 깨닫게 해 주마!’
천무학관을 상대로 천무제 우승을 논할 수 있는 곳은 주작학관뿐이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청룡학관이라는 이름이 자꾸만 언급되기 시작했다.
주율상은 그 사실이 불쾌했다.
십 년 연속 최하위,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한 청룡학관이 우승을 논하다니?
그 사실 자체로 주작학관의 가치조차 폄하당하는 기분이었다.
‘고작해야 운이 좋았을 뿐이면서!’
굳이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관주님도 최선을 다하라고 했으니, 단숨에 중심을 무너뜨린 후 검을 놓치게 만들 계획이었다.
수치심에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말이다.
‘보여 주마. 십 년 동안 넘지 못한 격차를!’
쐐애액!
바람을 가르는 주율상의 검이 날카로운 궤적을 그렸다. 그 깔끔한 일검에 관중들이 작게 감탄했다.
“오오!”
“율상 저 녀석. 실력이 더 늘었는걸?”
주작학관은 물론이고, 청룡학관 측에서도 순수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지켜보던 백수룡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쁘지 않네. 입만 산 녀석은 아니었군.”
“이 학년 주율상. 가끔 앞뒤 못 가리고 욱하는 성격과 언행이 문제긴 하지만, 실력은 출중한 학생이에요. 상당한 노력파이기도 하고요.”
사마영의 표정에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났다.
다소 모난 성격을 비롯해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원석이지만, 주율상은 분명히 머지않아 주작학관을 빛낼 학생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자신의 학생을 지나, 차분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리는 위지천을 향했다.
‘위지천. 천재라는 소문은 들었어.’
검재(劍才)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고 했다.
사마영은 주율상이 높은 확률로 패배할 것도 예상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율상이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을 알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얻는 것이 많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망신은 잠깐이야. 패배하더라도 많은 걸 얻는 것이 중요해.’
마음속으로 제자에게 조언을 건네며, 사마영은 위지천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곧 그녀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말도 안 돼.”
순식간에 다가온 주율상의 검을 향해, 위지천은 가볍게 검을 들어서 찔러넣었다. 정확히 검봉(劍鋒)을 노리고.
툭.
검봉과 검봉이 맞닿는 순간, 주율상의 신형이 무너질 듯 휘청거렸다. 보법이 한순간에 깨지고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큽……!”
간신히 중심을 잡은 주율상은 뒤로 물러나며 보법을 밟았다. 검을 바짝 끌어당겨 이어질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동시에 반격초를 준비했다.
그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지만.
“어깨가 비었네요.”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검면이 주율상의 어깨를 강하게 때렸다.
쩌억!
“큽……!”
주율상은 절로 눈이 부릅떠지는 충격에 이를 악물고 뒤로 물러났다.
그만큼 위지천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산보라도 나온 듯 가벼운 걸음이었다.
“하단.”
짜악!
“머리.”
짜악!
“배.”
짜악!
“다시 어깨.”
위지천이 걸어가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김없이 주율상의 빈틈에 검혼이 적중했다. 검면에 살에 닿을 때마다 회초리에 맞는 듯 찰진 소리가 났다.
“저건…… 비무가 아니라 지도대련이잖아.”
“주율상이 저렇게 맥없이 당한다고?”
“지금 장난하는 거지? 놀리려고 일부러 봐주는 거지?”
“너 같으면 저렇게 맞아 가면서 봐줄 수 있겠냐?”
“…….”
주작학관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주작학관 학생들은 넋을 놓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짜악! 짜악! 짜악!
멈추지 않고 반복되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도 서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를.
겉모습이 작고 왜소하다며 무시했던 청룡학관의 일 학년이, 천재적인 재능의 검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교관 위지천…….”
“여름에 저 녀석한테 맞은 팔다리가 저려 오는 기분이야.”
“으으으…….”
여름방학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상검연 학생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점점 넝마가 되어 가는 주율상에게 애도를 표했다.
“으아아아!”
주율상의 간헐적인 반격은 모조리 무력화되고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칭찬해 줄 만했지만, 점점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검은 허무하게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이만 끝낼까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위지천이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주율상은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도 먼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끝내! 아직 안 끝났다!”
근성 하나는 알아줘야겠네. 피식 웃은 위지천이 다시 검을 들었다.
“물론 제 마음대로죠.”
화아아악!
흙먼지가 나선으로 피어오르며 위지천의 몸을 휘감았다. 무형의 검기가 대기를 할퀴며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청룡학관에 저런 재능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고?”
“저 정도 수준은 천무학관의 검절이나, 본관의…….”
주작학관 강사들의 표정에도 경악이 번지고 있었다.
염왕조차도 수염을 쓸어내리다가 멈춘 자세 그대로 중얼거렸다.
“검존. 검성. 검왕. 검제.”
“음?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다 알아들었으면서 굳이 물어보는 노군상에게, 염왕은 못마땅한 듯 표정을 구기면서도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평생 살면서 본 검의 천재들이 떠오르는 재능이다. 그중에서도…… 검존과 닮았어.”
무림의 수많은 고수들과 직접 겨뤄 본 전설적인 고수의 입에서 나온 극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