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238
살기 따위는 한 점도 느껴지지 않 는다. 칼끝도 어느 부위를 노리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공백이야말로 암살자의 무서움이라, 에반스는 한 치의 여유
도 없이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언제, 어디에서 오든 대응할 수 있도록.
두 사람은 수십 초를 고요하게 대 치 했다.
식은땀마저 홀리는 에반스와 달리 카렌은 은은하게 미소를 흘리고 있 어, 더더욱 수상하기 그지없었다.
그들 주변에서 나머지 마스터들이 요란하게 싸우고 있어도, 먼저 움직 이는 쪽이 질 거라고 예감하기라도 한 것처럼 둘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침묵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수십 초에서 분 단위로.
그렇게 3분이 더 경과했을 때.
“큭 ”
뒤쪽에서 두 사람의 대치를 구경하 던 세드릭이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 트리고 말았다. 그의 발치에는 마시 고 버린 포션병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머저리 같은 놈! 제대로 낚였구나!”
그 비웃음소리를 듣고 나서야 에반 스는 깨달았다.
카렌의 자세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은, 정말로 아무 생각도 없 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녀가 무리해서 에반 스와 사생결단을 낼 이유가 없었다. 세드릭의 부상은 깊지만, 10분이면 다시 전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수준 이었으니 말이다. 그때까지 시간만 끌면,〈오러블레이드〉가 발각된 에반 스만 큰 손해를 본 셈이었다.
에반스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카 렌을 보았다.
블러핑(Bluffing)도 그 정도가 있 지, 이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대담한
수를 꺼내들었다고?
“이런, 다 들켜버렸네.”
그제서야 애매모호한 자세를 평소 처럼 되돌린 카렌이 혀를빼물면서 웃어보였다.
카렌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그의 분 노를 부채질했다.
“시답잖은 수작만 부려대다니! 적 당히 좀 해라!”
에반스가 이를 악물고 정면으로 달 려들었다.
무슨 수작을 부려오더라도 돌파하 고 벨 생각이었다.
암살자와 기사의 상성관계는 명확 했다.
풀플레이트 메일의 방어력은 암기 를 쉽게 막아내고, 사방이 탁 트여 있는 개활지에서 암살자의 기척차단 과 암습능력은 큰 폭으로 제한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칠혹무도(漆 黑舞路)
에반스의 그림자에서 몇 개의 손이 튀어나와, 그 발목을 콱 붙잡으면서
송곳을 찔러댔다.
그리브 때문에 상처입는 일은 없었 지만, 에반스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 한 기습이었다. 분노로 흐려졌던 정신 이 경각심을 되찾으려는, 그 찰나에.
암뢰 1 식(暗’큐一式)
소리도 없이 급가속한 카렌이 오른 손으로 쥔 단검을 그대로 내질렀다. 네카토르의〈삭월〉은 뚫지 못했으나, 갑옷 따위에 막히거나 할 위력도 아 니었다.
그 관통력을 짐작한 에반스가 반사 적으로 몸을 비틀고,
콰직!
갑작스럽게 2미터도 넘게 길어진 단검에 꿰뚫렸다.
초승달 형상으로 휜 칼날은 그 길 이가 늘어날수록 찌르기의 타격점이 크게 달라진다.
유겐트스틸 No. 139 ‘초승달’을 이 용한 암격.
상처 자체는 깊지 않으나, 묻어있 는 독이 치명적이다.
“교활한…!”
“암살자한테 따지려고 한 말은 아 니지?”
오러마스터의 저항력은 특제 합성 독마저 막거나 해독할 수 있다. 그 러나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힘과 시 간이 크며, 카렌은 그를 가만히 내 버려둘 생각이 없었다.
칠흑무도(漆黑舞 路)
조영 3식 (操影三式)
육영환 (A 影幻)
카렌이 만들어낸 분신 6체가 사방 에서 그를 덮쳤다.
분신체가 소멸한다고 본체에 돌아 오는 타격은 없다. 그래서 분신체들 은 본체라면 할 수 없는, 과감하기 까지 한 선택지를 마음껏 고를 수 있었다.
목을 노리고 도약하는 1체.
정강이를 노리고 기어들어가는 1체.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서 양 팔에 매달리는 2체.
그리고.
조영 4식(操影四 式)
임 페 일러(Impaler)
2체의 분신이 인간에서 송곳의 형 상으로 변해, 양팔을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 에반스의 배를 들이받았 다.
충차보다 더 강맹한 힘이 풀플레이 트를 후려갈긴다.
꽈과아아앙!
폭음과 함께 에반스의 몸이 후방으 로 쭉 밀려나, 바닥에 두 줄의 스키 드마크를 남겼다.
풀플레이트 메일의 겉부분에 쩍 하 고 균열이 내달린다.
〈임페일러〉의 층격을 다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임페리얼 가디언처럼 자체수 복 기능은 없는지, 갑옷이 복구되지 도 않았다. 네 기의 분신을 미끼삼 아서 한 방. 소모한 힘에 비하자면 조촐한 성과였지만, 틀림없이 유효타 였다.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던 건가? 내가 흥분해서 달려들 걸 예상하고 서?”
“설마? 즉흥적으로 한 번 맞춰본 것뿐인데.”
카렌은 제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대 답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수 싸움은 특기분 야가 아니다. 몇 초만에 수백 합을 나누는 소드마스터의 영역에서 싸워 줬다간, 잠깐도 못 버티고 몇 토막 으로 썰릴 분이다.
따라서 이 결과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하면.
“아무래도 우리 둘은 상성이 꽤 좋 은 모양이야. 아, 물론 내 쪽에서 그
런 거니까. 당신한테는 정반대이려 나.”
두 마스터의〈오러블레이드〉가 극 상성이기 때문이었다.
에반스의 〈발리사르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강력하지만, 그 효용은 철저하게 격검(擊劍)에 치우쳐있다. 검의 사정거리에서 멀어지면 방어를 투과하는 힘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 는가?
그런데 카렌의〈칠흑무도〉는 수십, 수백 미터 밖에서도 제 형상을 빌린 분신체들을 생성해서 다룰 수 있었 다.
방어력은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소멸해도 본체에 데미지가 돌아가지 않고, 공격력만은 본체와 엇비슷한 수준. 속도 역시 그림자다보니 물리 적인 한계를 크게 뛰어넘는다.
칠흑무도(漆黑舞 路) 투영 5식(投影五式)
카렌이 먼저 움직였다.
에반스가 진퇴양난에 빠진 틈을 타, 그의 배후로부터 크고 굵직한 그림자가 몇 가닥이나 솟구쳤다. 이
전에 하이브워커도 사로잡았던 오의 가 인간 한 명에게 쓰인 것이다.
“토라치리(免羅維 W.”
포박하려는 게 아니다. 으깨버릴 셈으로 꺼낸 그림자가 네 방위를 점 거하면서 온 사방에서 조여들었다.
에반스도 그냥 당해주지는 않았다.
발리 사르도 (Balisarda)
갑식 (辨式)
에반스가 결투의 예를 취하듯이 제
검을 세우자, 그의 주변 공간이 순 간적으로 일렁거렸다.
그 의도가 드러나기도 전에 그림자 가 덮쳐들었다.
질량도 없는 주제에 미스릴조차 뭉 개버릴 수 있는, 막대한 폭력이 한 명을 으깨고자 휘몰아친다. 중심지에 서 휘말린다면 풀플레이트고 뭐고 조그마한 공처럼 압축되리라.
하지만.
“인정하지. 그대는 정말 내 천적일 지도 모르겠군.”
그림자의 폭풍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온 에반스가, 카렌을 직 시하면서 그 칼날을 겨누었다.
〈투과〉를 제 몸에 덮어씌워서 공격 을 회피하는, 개념방어의 영역. 백악 궁의 보조를 받으면서도 몇 초밖에 유지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이 방 어를 직접 돌파하려면 공간째로 벨 수 있는 권능이 필요해진다.
비장의 패를 한 장 뒤집은 에반스 가 몸을 가라앉혔다.
당장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짐승과 도 같이.
발리 사르도 (Balisarda)
층식 (衝式)
기수식을 취하자마자 뒷발을 힘껏 걷어차면서 돌진했다.
썩어넘치는 오러를 전부 기폭제로 사용해, 두 걸음에 음속돌파를 성공 시킨 에반스가 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검극이 일그러지면서 사정 거리를 몇 배로 늘린다.
〈발리사르도〉는 그저 투과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공간을 굴절시켜서 그 표면의 힘을 홀리거나, 물질의 부피, 면적을 자유 자재로 왜곡하는 것도 가능했다.
칠흑무도(漆黑 舞路)
그 궤도에서 몸을 빼낸 카렌이 신 속하게 수인을 맺었다.
사정거리를 크게 늘리는 것쯤이야, 레온의 〈프로미넌스〉를 몇 번이고 상대하면서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또다시 여섯 명의 분신이 일어난 다.
그때 였다.
발리 사르도 (Balisarda)
광식 (廣式)
에반스의 칼날이 일순간 어마어마 한 면적으로 늘어나, 여섯 분신 모 두를 벼락처럼 베고 지나갔다.
〈육영환〉이 파훼당하면서 간격을 한 걸음 잃었다.
카렌이 물러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에반스가 전진했다.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숨을 돌려야 하는 오의를, 백악궁의 힘 덕분에 연사하는 게 가능한 그다.〈발리사르 도〉처럼 파괴력이 부족한〈오러블레 이드〉로도 1대1 상황을 압도하는 것 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발리사르도 (Balisarda)
옥식 (獄式)
불과 10미터의 간격을 남겨놓았을 때, 에반스는 카렌이 더 도망다니지 못하게 검을 휘둘렀다.
검격 자체는 평범하기까지 한 사선 베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참격은 카렌 을 중심으로 반경 5미터 정도를 둥 그스름하게 도려내, 공간 자체를 차 폐막으로 삼아서 도주할 수 있는 여 지를 차단했다.
굴절된 공간은 몇 초 후에 원상태 로 돌아오지만, 그 사이에 에반스는 카렌의 지근거리를 점거했다.
소드마스터의 영역, 격검으로 싸워 야하는 간격에.
“여기까지다.”
그 직후, 〈발리사르도〉의 감옥이 해제되었다.
에반스는 한 마디의 사형선고와 함 께 참격을 내리쳤다. 이 거리에서 피할 방도는 없고, 막아봤자 방어를 통과한 칼날이 정수리부터 사타구니 까지 쪼개버릴 뿐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촤악
단검 두 자루를 통과해버린 칼날이 두개골을 쪼개고, 심장 아래쪽까지 찢어발긴 후에 튀어나왔다.
오러마스터라도 즉사할 수밖에 없
는 상처였다.
그러나 에반스의 낯은 사납게 일그 러졌다.
왜냐하면 두 동강이 난 카렌의 몸 뚱이에서, 한 방울의 피도 흘러나오 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 까, 카렌의 시체는 곧 실루엣처럼 변하면서 그림자로 녹아내렸다.
“도대체 언제부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에반스 가 뒤돌아서지 못했다.
“그게 본체라고 생각했었어?”
에반스는 스스로가 벤 것이 분신임
을 알고서, 이번에야말로 치명적인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발리사르도〉를 발동시킬 틈조차 없이 다리를 붙잡혔다.
그림자밟기.
카렌이 〈칠흑무도〉를 터득하기도 전부터 제 나름의 특기로 수련해온, 적의 그림자를 밟아서 움직임을 봉 하는 기술이었다. 오러마스터를 상대 로는 두 다리를 잠깐 굳히는 게 한 계였으나 그걸로 충분했다.
풀플레이트의 등판에 손바닥을 댄 카렌이 소곤거렸다.
“그쪽을 한 방에 쓰러트릴 순 없어 도, 반칙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줄 순 있거든.”
“ 뭣…?”
에반스가 그 말뜻을 이해하기도 전 에.
칠흑무도(漆黑舞路)
허영 1식(虛影一式)
유상무상(有象無象)
카렌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그림
자가 은회색 갑옷을 빠른 속도로 물 들였다. 물리공격이 아니다보니 아다 만티움의 강도 역시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갑옷 표면에 새겨져있는 마법진이 모두 정지한다.
백악궁에서 흘러들어오던 힘도 경 로를 잘못 든 것처럼, 그 충만한 흐 름이 뚝 끊어졌다.
에반스의 전신에 넘쳐흐르던 오러 도 그러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네. 근위대나 임
페리얼 가디언과는 달라. 너희들은 그 갑옷으로 힘을 공급받고, 축적하 고 있었지? 그걸 무력화하면 맨몸으 로 돌아을 수밖에 없어.”
몇 초만에 ‘그림자밟기’를 떨친 에 반스가 검을 휘둘렀지만, 카렌은 이 미 수 미터나 물러서있었다.
겨우 좁혔던 거리가 순식간에 다시 벌어져간다.
“이제부터는 내 차례, 라고 할까 싶었는데 말이지.”
카렌은 제 손아귀에 꺼내들었던 유 겐트스틸 두 자루를 전부 집어넣었
다. 적을 눈앞에 내버려두고 무장해 제라니?
그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벌써 10분이 흘러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잘 싸우더군. 나중 에 한 판 붙어보자고.”
“난 싫은데.”
몸 상태를 회복한 세드릭이 살기등 등한 표정으로 에반스를 향해서 검 을 치켜세웠다.〈발리사르도〉를 알게 된 이상, 아까 전처럼 허무하게 당 할 일은 없었다.
카렌으로 인해서 갑옷의 기능이 전
부 먹통이 된 순간, 힘의 천칭은 세 드릭에게 기울었다.
제대로 망신당한〈검귀〉의 프라이 드가 살의를 부풀렸다.
“토막쳐주마, 망국의 개!”
2차전의 시작이었다.
한편, 카렌이 세드릭을 구해내러간 탓에 세 명의 마스터는 더욱 큰 부 담을 짊어져야했다.
90여명의 황실기사와 세 명의 마 스터.
단순계산으로 30대1의 승부였다.
근위병과 달리 대여섯만 모여도 위 협적인데, 30명을 동시에 상대한다 면 크게 낭패를 볼 뿐이었다. 그래 서 레온, 엘라한과 발테르는 서로의 등을 맞댈 수밖에 없었다.
“엘라한! 크게 한 방 날려!”
“네!”
레온의 지시대로 한 걸음 나아간 엘라한이 성철쇄를 힘차게 내리찍자, 그 충격파가 황실기사들을 튕겨내면
서 공간을 조금 확보했다.
그 미미한 틈을 노리고 발테르의 〈용형검〉이 불을 뿜었다.
오러파이어를 뒤덮은 풀플레이트로 도 몇 초 견디지 못하는 화염. 죽음 을 두려워하지 않으나, 개죽음을 피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황실기사 들은 몇 걸음 물러서서〈용형검〉의 불길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칠성검(Grand Chariot)
뒤이어 그 대응을 이끌어낸 레온이
연식오의를 시전했다.
지극성십자(指極星十字)
빛의 십자가가 작렬하면서 예닐곱 명의 황실기사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태양검〉과 함께 쓴 게 아니라지만 겨우 6, 7명.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해치우다간 그들의 오러가 먼저 바 닥이 날 지경이었다.
그렇게라도 반격을 성공시킨 레온 이 뒤를 돌아보았다.
때마침 몸을 다 회복한 세드릭이
에반스를 밀어붙이고, 할 일을 끝마 친 카렌이 돌아오고 있었다.
‘좋아, 한 번 해볼까?’
소모전을 계속해봤자 그들만 손해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