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powered Sword RAW novel - chapter 51
레온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의 아했지만, 카렌은 이렇게 될 줄 알 았기에 먼저 말을 꺼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이 사람이 랑 동행하려고 온 거니까, 보수는 B 랭크와 같은 수준으로 책정해도 좋 아요.”
아놀드는 그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 서 말했다.
“끙,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상단의 재정에 여유가 없다보니, 카렌님의 배려에 기대야겠군요. 다음부터는 같은 일이 있어도 꼭 A랭크에 상응 하는 대우를 해드리겠습니다.”
“뭘요. 갑자기 끼어들어온 제가 더 죄송하죠.”
A랭크의 몸값은 비싸다.
그냥 비싼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비싸다. 한 번 고용하는데 최소 백 단위의 금화가 소모되는 게 기본이 었고, 생명수당이 더해지면 몇 배로
불어나는 경우도 흔했다.
갑자기 지출하기에는 부담되는 금 액이 아닐 수 없었다. 카렌이 먼저 배려해주지 않았다면 난처한 상황이 되었으리라.
‘그렇구나. A랭크 모험가를 면전에 서 거절하기도 좀 그렇고, 그냥 고 용하기에는 지출이 부담되니까….’
레온으로서는 본의 아니게 그를 압 박한 셈이었다.
그래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 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상단주는 A 랭크의 호위를 저렴하게 고용한 것 이고, 두 사람은 그의 편애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아놀드는 가장 편안한 마차를 그들 에게 배정한 것도 모자라 상행 도중 의 소모품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게 호위인지 호위대상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고? A랭크니 까.”
카렌은 그와 다르게 태연했다. A랭 크가 된 지 제법 시간이 경과한 그 녀다보니 이런 대접도 익숙했던 것 이다.
마지막까지 정중하게 구는 아놀드 와 헤어진 후, 두 사람은 상단 내부
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마구간에서 갈기를 다듬고 있는 말, 수레바퀴를 교체하고 있는 사람, 모닥불 위에 냄비를 올려놓고 끓이는 사람….
레온에게는 그 어느 것이나 낯선 풍경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짚이는 게 있었 다. 레온이 발을 멈추자, 그 시선을 따라가본 카렌이 피식 웃었다.
“뭐야, 용병들은 또 처음 봐?”
“멀리서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 다.
사악토벌전 당시에는 그 임무가 다 르다보니 한 마디도 나눌 여지가 없 었고. 그 이전에도 모험가로서 의뢰 를 수행하다보니 용병들과 교류할 만한 일이 없었다.
레온의 두 눈이 호기심을 머금은 채로 두리번거렸다.
모험가와 달리 몇 종류의 무기를 휴대하며, 중갑과 방패도 적극적으 로 사용하는 직종이 바로 용병이었 다.
‘하나같이 꽤 강해보이는데.’
상단주 아놀드의 말에 따르면 B 랭 크 용병은 넷. 그러나 그 이외에도
만만히 볼 만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듯한 분위기가 절로 풍겨나왔다.
적어도 실력 면에서는 믿어볼 만한 수준이었다.
“ o ”
하지만 레온은 알 수 없는 거부감 을 느꼈다.
그가 그들에게 느낀 게 아니라, 그 들이 그에게 향하는 것이 문제였다. 친근감이 전혀 없었다. 살의나 악의 는 안 느껴져도 호의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
같은 의뢰를 받았으니 상단주에게
들은 말도 있었을 텐데, 레온을 달 가워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용병들 은 모험가에 대한 편견이 좀 있다더 니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뭐, 상관없겠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레온은 그 이유를 추측하면서 발걸 음을 돌렸다.
동료라고 해도 서로의 발목만 안 잡으면 된다.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 에게 먼저 다가갈 만큼 붙임성이 좋 은 편도 아니니, 각자 할 일만 잘하 면 될 분이었다.
카렌과 함께 스톰상단의 거주지를
떠나. 이제 곧 작별하게 될 블레인 의 시내로 걸어들어간다.
‘언젠가 다시 올 일이 있으려나?’
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새장을 떠나, 처음으로 날개를 펼쳤던 땅이 이곳 블레인이다. 다른 장소는 잊더라도 이 도시를 잊는 것은 어려울 게 분 명했다.
허리춤에 걸린 엘시드가 덜렁거리 며 허벅지를 때렸다.
그 모습이 마치 청승떨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레온은 저도 모 르게 실소하고 말았다.
‘깨어나려면 아직 일주일은 남았는
데 말이지.’
가능하면 엘시드가 깨어난 후에 떠 나고 싶었지만, 이 의뢰를 놓친다면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 몰랐다.
타이탄 산맥으로 직행하는 의뢰는 그토록 드물었다.
무엇보다 엘시드에게 의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토벌전 막바지에 있었던 일은 어쩔 수 없었다해도, 엘시드가 없다고 소극적으로 움직이 는 태도는 용사에게 어울리지 않았 다.
“…내일인가.”
서쪽 지평선으로 저무는 해를 보면
서, 레온은 내일부터 또 시작될 모 험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신탁의 그날까지 약 7개월을 남겨 놓은 시점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
레온과 카렌은 아직 해도 안 떠오 른 새벽부터 길을 나섰다. 두 사람 의 차림새는 언제나와 별 차이가 없었다. 아공간팔찌 덕분에 짐을 따 로 챙겨야할 필요도 없고, 식료품 등을 상단이 부담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정문까지 두 사람을 배웅하러온 체자레가 손을 모았다.
“여신께서 두 분의 여정을 보우하 시길. 낮에는 해가, 밤에는 달이 여 러분을 지켜봐주실 겁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주교 님.”
레온은 그 말에 화답하듯이 정중 하게 예를 표했다. 체자레와의 만남 은 그에게 있어서도 큰 행운이었다.
이 인연이 없었다면 〈도시 삼키 기〉를 사전에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 을 터다. 그야말로 여신의 인도라고 말할 수 있겠지. 신앙심이 얕은 레
온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
“용사님.”
“이건?”
수수한 장식의 목걸이였다.
해와 달.
노끈으로 된 줄에 신성교단을 상 징하는 표식이 매달려있다. 생김새 만 보면 평범한 물건이었으나, 피부 에 닿으니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힘 이 느껴졌다.
마법이 깃들어있는 물건은 ‘마도 구’, ‘아티팩트’라고 지칭한다. 그렇 다면 성법이 깃들어있는 물건은 어 떠 할까?
“‘성물(聖物 y•••이군요.”
“예.”
레온이 한 말에 체자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회복계의 성법을 쓸 수 있는 물건 입니다. 성검을 드러내기 힘든 상황 일 때에 사용하십시오.”
성검을 지닌 용사에게는 큰 의미 가 없는 물건이나, 지금의 레온에게 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성직자도 아닌 레온이 아무렇지도 않게 성법을 사용하면 그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이 나올 테니까. 그때 의 변명거리로 쓸 만한 성물을 건
넨 셈이다.
“그리고 이 성물에는 숨겨져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체자레는 그렇게 말하면서 해와 달 표식을 뒤집어, 그 뒤에 새겨져 있는 글자들을 보였다.
시각으로 읽는 글씨가 아니다.
점자(點字).
손가락으로 더듬어야 그 뜻을 알 수 있고, 배우지 않았다면 해독할 수 없다. 이 목걸이에 새겨져있는 것은 성철쇄기사단 내부에서만 사용 되는 암호용 점자였다.
“교단의 상층부에 전달하시면 그
인근의 성철쇄기사를 모두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아닌 인물이 사용한다면 한 번밖에 쓸 수 없으 니 신중하게 활용하시길.”
“네, 감사히 받겠습니다.”
성철쇄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권 한이라니?
레온은 그 손바닥에 올려진 목걸 이가 한층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마 저 받았다. 정당한 일이 아니라면 협력해주지 않겠지만, 대륙 최강의 무력집단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다.
1회용이라고 해도 그 값어치는 환 산하기가 어렵다.
‘이번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마지막까지 도움을 준 체자레를 뒤로 한 채, 그들은 한 달 가까이 머물렀던 교단을 떠났다.
새벽녘의 시내는 낯설 정도로 적 막했다.
아무도 없는 길거리를 지나, 두 사 람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스톰상단 의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다. 레온 은 어제 본 마차를 찾아내서 카렌 과 함께 탑승했고, 거의 동시에 수 하물의 점검을 끝낸 마차들이 전진 하기 시작했다.
타이탄 산맥으로의 긴 여정이 막 을 올린 순간이다.
“좋은 아침입니다, 카렌님. 그리고 레온님.”
그들의 마차 옆으로 온 상단주, 아 놀드가 살갑게 말했다.
“아침식사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둘 다 아직입니다만.”
아침 좀 거른다고 어떻게 될 몸도 아니다. 레온분만 아니라 카렌 또한 위장을 비우는 쪽을 선호했다.
그런데 아놀드는 그 말에 흥겹게 웃어젖혔다.
“하하, 그럴까봐 이렇게 직접 가져 왔답니다.”
흰빵과 과일, 말린 고기가 담겨있 는 바구니였다.
상단주가 직접 올 만한 용건은 아 니었는데, 역시 A랭크라는 게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그 나름대로의 배려라는 거겠지.
노골적인 호의를 마냥 거절할 수 도 없어, 레온은 그 음식을 받아들 였다. 모험가의 생리에 제법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A랭크 의 이름값을 좀 얕본 듯했다.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지 않아도
될 텐데….”
그가 사양하는 모습을 어떻게 받 아들였는지, 아놀드는 괜히 손사래 까지 쳐가면서 별 거 아니라고 말 했다.
레온으로서는 그 태도가 부담스러 울 정도였다.
결국, 아놀드가 다른 마차로 멀어 지고 난 후에야 숨을 돌릴 수 있었 는데, 옆에서 그가 응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렌이 키득거리면서 웃었 다.
“아하하하, 이런 식으로 대접받는 건 처음인가봐? 불편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이야, 용사님.”
“너 때문이잖아.”
한숨을 내쉰 레온이 그 말에 퉁명 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종류의 의뢰를 수행하는 건 처음이지만, 지금과 같은 취급이 평 범하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바구니에 담긴 음식만 살펴봐도 알 수 있었다.
신선한 과일과 부드러운 빵, 훈제 한 것도 모자라서 짭짤한 양념까지 된 고기. 그야말로 귀빈대접이 따로 없었다 .
‘뭐, 나쁜 기분은 아니다만.’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레온은 먼저 식사하기 시작한 카 렌을 따라서 사과를 한 입 베어물 었다. ‘아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과즙 이 넘친다. 신선도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과일은커녕 딱딱한 빵을 우물대고 있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같은 식사를 할 마음은 들지 않았다. 힘든 상황을 피해가려 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불필요한 고난을 자처하려는 것도 우스운 일 이었으니까.
“거슬려하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 은데.”
“응‘?”
빵을 조금씩 뜯어먹던 카렌이 그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레온과 달 리 그녀에게는 느껴지는 게 없었으 니까.
하지만 곧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미소지었다.
“아항, 서열정리가 좀 필요하겠구 만?”
모험가로서 한참 더 선배인 그녀 였다.
레온이 설명할 것도 없이 다 꿰뚫 어보고, 간단한 해결법도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 •••과연.”
카렌의 조언을 새겨들은 그가 고 개를 끄덕거렸다.
모험가나 용병이나 다 똑같은 놈 들이었다.
판이 한 번 깔리면 철저하게 현실 을 가르쳐주면 된다.
그 와증에 바퀴가 돌부리를 밟았 는지, 레온의 허리에 걸린 엘시드가 검집 안에서 덜컥거렸다. 순간적으 로 새어나온 검의 반사광이 날카롭
게 번뜩였다.
* * *
스톰상단의 여정은 생각 이상으로 순탄했다.
이른 아침부터 길을 서두른 덕택 인지, 블레인에서 빠져나온 마차들 은 텅 빈 대로를 거침없이 달려나 갔다. 스무 대 가량의 마차들이 일 제히 달려나가니 그 뒤쪽으로 먼지 구름이 자욱이 피어올랐지만, 바람 에 금방 잦아들었다.
처음에는 마차 양옆에 뚫린 창문
으로 바깥을 살피던 레온도 얼마 안 가서 평소처럼 태연해졌다.
“어때, 특별할 거 없지?”
카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 했다.
도시 바깥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 도 잠깐분이지, 계속 보면 질리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그 시야가 다 른 사람들보다 넓은 레온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 위화감을 입 에 담았다.
“생각보다 빠르네.”
“마차?”
“ O ”
흐 •
카렌이 그 말에 시큰둥하게 대답 했다.
“평상시에 도시 안에서 돌아다니는 것만 봤으니까 그렇지. 장거리의 상 행은 마차 속도가 곧 생명이라고? 경량화 마법이 새겨져있는 차체를 준마 두 마리가 끌어당기니까 당연 히 바를 수밖에.”
“마법이 걸려있다고? 모든 마차 에?”
“그래. 경량화는 가장 흔하면서도 유용한 마법 중 하나거든. 마력소모 도 적어서 싼 값으로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무관계한 사람들이 잘 모를 분이 지, 마법 자체는 이미 문명 곳곳에 침투해있는 상태였다.
식료품을 보관해두는 창고의 온도 유지마법.
마차나 수레 등에 새겨져있는 경 량화마법.
건축자재의 운반에 사용되는 부유 마법까지.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다. 마법사들의 상술이라 해도 좋 았다. 마법의 편리함을 학습한 사람 들은 적당한 값에 편의를 사들였고,
마법사들은 항상 쪼들리던 연구비를 손쉽게 벌어들이는 길을 마련했다.
그 순환이 수십 년, 백 년도 넘게 이어져온 결과가 지금과 같은 마도 구의 상용화였다.
“만능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여러 모로 편리하지.”
과연 그 말대로였다.
경량화 마법 덕분에 말들은 탈진 하는 일 없이 계속 내달릴 수 있었 다. 물을 마시거나 이따금 숨을 돌 릴 때를 제외한다면, 마차는 문자 그대로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하루종일 달려나가니 그 이동속도
가 엄청 빠르다.
도보와 비교하면 수십 배 차이다. 레온은 새삼스럽게 그가 블레인까지 걸었던 게 바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경량화가 꼭 좋은 방향으 로만 적용되는 건 아냐.”
카렌은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차 분하게 말했다.
“차체가 가벼워지니 지형이 조금 험해지면 그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말들이 한 번 넘어지기라도 하면 대참사야. 그래서 험한 지역으로 들 어선다면 경량화 마법은 해제해야 해.”
“아, 그러면 그때부터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느려지겠지.”
그제서야 경량화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한 레온이었다.
타이탄 산맥까지 적어도 두 달은 걸린다더니, 이 속도로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궁금해하던 참이다.
경험부족으로 생긴 의문이 싹 해 소되 었다.
‘•••그러고 보니 지도를 한 장 받았 었지.’
상단주가 준 지도를 펴서 블레인 을 찾는다.
레온은 그 위치를 손가락으로 찍 고, 타이탄 산맥이 그려진 곳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았다.
국경 하나와 다섯 영지, 세 개의 산을 가로질러야했다.
도보로 주파하려면 연 단위의 시 간이 걸릴 거리였다.
“어디 보자.”
어느샌가 옆으로 온 카렌이 그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앞으로 사흘 정도는 계속 평야지 대고, 그 다음부터는 숲에 들어가 네. 이 시기면 날벌레가 많을 텐 데….”
“방충마법은 없어?”
“옛날에 한 번 유행했었는데, 자이 언트 맨티스 같은 마물을 자극할 수도 있어서 안 쓴다더라.’’
농담 삼아서 한 말에 진지한 말이 돌아오자, 레온은 그녀가 진심으로 날벌레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