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96
9 화
질리언은북경에서 런던으로 돌아가 기 전에 서울을 경유하는 중이었다. 차량을 타고 이동 중인 그에게 한 통 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제시카: 아이는 건강히 자라고 있대
요.」
SNS 메시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아
내의 밝아진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싶 었다.
아내를 지탱하고 있는 건 배 속의 아 이였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내는 실수를 저질렀던 본인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 했을 것이다.
질리언은 아내의 프로필 사진을 확 대시 켰다.
사생활을 그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자가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삼은 점만 봐도 그녀의 심적 변화는 꽤 컸던 모양이 었다.
아내라고 세계의 진실을 모르지 않
을 텐데도.
「질리언: 내일 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네.」
사실 질리언은 하루하루가 아슬한 기분이었다. 그건 진실을 알고 있는 자가 짊어져야 할 무게였다.
차창 밖.
평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서울 시민 들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그분께서 공들여 만들어 놓은 모습 임에도 위화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 다.
외계에서는 종말이 한창 진행 중이 지 않은가.
지구보다 더 큰 행성 전체가 과학적 으로 설명될 수 없는 온갖 재해에 직 면했다.
그리고 또 그것은 과학적으로 설명 될 수 없는 존재들에 의해 설명될 일 이었다.
둠 카오스,올드 원이라는 이름이 붙 은존재…….
감히 그 존재를 상상할 수 없는 신격 (神格)들에 의해서 말이다.
그때 앞좌석과 뒷좌석을 가로막고 있던 프라이빗 막이 내려갔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내가 질리언 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본부에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염마왕이 영상을 공개한 이래로 각 성자들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반전되 었다지만,사내가 구원자들의 도시민 중 일원이라고 해도 각성자 전체는 지 옥에서 기어 나온 자들임이 틀림없었 다.
질리언은 사내의 시선에서 그걸 또 다시 느꼈다.
“예전에 말씀드렸던 그 마루카 일족 이 원인……
그런데 갑자기였다.
사내의 목소리만 흩어진 게 아니었 다.
거기에 앉아 있던 사내는 보는 앞에 서 증발했다.
놀란 건 질리언뿐만 아니라 그 옆에 서 운전하고 있던 운전수도 마찬가지 였다.
차는 잠깐 비틀거렸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질리언은 바로 자세를 낮췄 다.
비등록 각성자에 의한 습격을 의식 해서였다. 경호를 담당하고 있던 사내 가 갑자기 사라진 까닭으로썬 당장 그 경우부터 생각나는 것이었다.
특수 부대 출신의 운전수가 사태를 빠르게 확인했다.
“다른 차량 쪽도 동일합니다. 각성자 들이 증발했습니다. 정확한 원인이 파 악되기 전까지 안전 지역으로 모시겠 습니다.”
차가 급격히 회전하면서 질리언의 몸도 옆으로 기울었다.
소수의 비등록 각성자가 아직도 붙 잡히지 않은 채 문제를 일으키고 돌아 다닌다는 정황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 다.
백미러에 비친 운전수의 눈알에 실 핏줄들이 도드라져 있는 걸 보게 되었
을 때,그 역시 품 안에서 작은 약통 하나를 끄집어 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았다. 그 안의 알 약을 물 없이 삼켜 넘겼다.
왜 각성제에 스파이더웹이라는 이름 이 붙었는지 그는 깨닫게 되었다.
혈관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느껴진 다.
거기들을 빠르게 돌아 대는 핏물의 전체적인 움직임이야말로,거미줄을 연상케 하는 것이 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은 엄청난 활력.
브론즈 각성자들이 사는 세상에 들
어간 질리언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각성자들은 각 구간의 간극을 뛰어 넘지 못한다. 브론즈는 실버를 실버는 골드를.
그러니 골드 구간의 각성자들이 사 는 세상은 또 어떻겠는가. 하물며 그 골드들마저도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하등 계급인 것이다.
그런 초인(超人)들이 사는 세상에서 도 그분은 유일한 존재라고 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분의 위에 있는 존재들은 대체 어떤 것들이란 말인가.
또한 그분은 그러한 존재들로부터
이 세계를 어떻게 지켜 내고 있단 말 인가.
이윽고.
“비등록 각성자의 습격이 있었던 게 아니 었습니다. 남아 있던 모든 각성자 들이 동시간 대에 증발되었다는 소식 입니다.”
질리언은 운전수에게서 핸드폰을 건 네 받았다.
그가 직접 확인하기에도 동일한 대 답이 들려왔다.
원래는 이 나라의 막후(幕後)인 박충 식이라는 한국인을 면담할 예정이었 다.
“본부로 가시오. 이 나라 정부에도 우리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런 다음 질리언은 염마왕에게 연 락을 시도했다. 비로소 통화 연결음이 끊기며 염마왕의 무거운 음성이 바로 들어왔다.
이를 갈 듯이 혹은 위협하듯이 뱉어 진목소리였다.
질리언이 더 물을 새도 없이 통화가 끊겼다.
그는 클럽의 권좌에 앉은 자신의 모 습을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 다.
염마왕이 앉아 있는 모습을 지금에 서도 실감할 수 없듯이 거기는 단 한 분을 위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제시카: 어디예요?」
그때 아내의 다급한 메시지가 들어 왔다.
질리언은 본부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답문을 보내 려다가 도중에 멈 췄다.
지금 이 시국에서 현명한 아내가 궁 금한 것은 자신의 행방이 아닐 테니 까.
아내는 긴급 클럽 회의가 개최될 장 소를 묻고 있는 것이다.
「질리언: 지금의 클럽이 탄생된 곳.」
클럽의 정체가 지금까지 세간에 제 대로 알려지지 않은 건 소수로 이뤄진 결사(結社) 조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장이 시작되었다는 사실,그러니까 세계에 남아 있던 각
성자들이 일시에 사라졌다는 사실은 달랐다.
너무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어 있다.
주류 언론에 통제를 가해도 임시방 편일 뿐이다.
손에 쥔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 나가듯이 바로 그런 틈으로.
상황이 세간에 홀러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최후의 장.
최후라 명명된 그것을 기점으로 시 작될 수 있는 최악들을 가정하여 사회 를 최대한 유지시키는 게 자신의 책무 가되었다.
질리언은 권좌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꼈지만,그것이 현실이었 다.
그는 백미러로 운전수와 시선을 부 딪치며 말했다.
“지금부턴 더더욱이 내 안전에 각별 히 신경 쓰시게.”
고속 도로 한쪽이 비워지고 있었다. 한국 경찰청 마크가 찍힌 차량들이 확성기까지 틀어 대며 민간 차량들을 남은 도로로 유도하고 있었다.
질리언은 각성제를 연쇄적으로 복용 할 때마다 힘이 더 증가한다면 차후의 부작용을 각오하고라도 그러고 싶었 다.
차를 버리고 달려 나가고 싶은 심정 이었다.
한국 정부에 강력히 주문했어도 속 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헬기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들어왔 을 때는 구태여 헬기로 갈아타 봐야, 그것이 주는 이점도 사라진 시점이었 다.
끼이이익 一!
그때 갑자기 차가 멈췄다.
질 리 언은 운전수를 나무라기 보단 창 밖부터 확인했다.
고속도로 한쪽에 정차되어 있는 차 량들 대부분에서 사람들이 나와 있었 다.
달리고 있는 차가 없었다. 고속도로 의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올려 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옆모습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들 한국인들 중에서 몇몇이 지르 는 소리는 너무나 커서 차량의 방음 설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백미러로 본 운전수의 얼굴도 다르
지 않았다.
각성제 때문에 확장된 운전수의 동 공이 보다 뚜렷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본인의 책무를 잊으면서까지 말이 다.
질리언은 창밖의 하늘을 황급히 쳐 다보았다.
처음엔 태양에 이상 징조가 생긴 줄 알았다.
그러나 선팅이 짙은 창을 내리며 그 것을 제대로 올려다볼 수 있게 되었을 때는,질리언 또한 머릿속이 새하얘지 고 말았다.
오한이 등줄기를 훑고 올라온다.
틀림없었다.
그것은 거시(巨視) 세계에 머무는 어 느 신격의 눈알이 었다.
태양이 아니라 눈알이다!
이계를 말세로 치닫게 만든 그것들 중에 하나가 도래한 것이다!
그 순간 질리언은 공포에 몸이 떨렸 다.
하지만 더 큰 공포는 저 눈알에 있지 않았다.
태양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있게끔 자리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자신이 보고 있는 걸 전 인류가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눈알은 무슨 까닭에선지 실력 행 사 없이 지켜만 보고 있지만,그것만 으로도 핵 이상의 위협이리라.
먼 후방에서 들려온 연쇄 충돌음들 이 질리언에게는 사회 질서가 무너지 는 신호탄으로 들렸다.
그때 정신이 들었다.
질리언은 브라이언 김에게 빠르게 문자를 보내 놓고 운전수의 어깨를 잡 았다.
“운전할 수 있겠나? 힘들다면 내가 하지. 아니지. 이대론어림도 없겠군.”
그의 말은 예언처럼 작용했다.
도로로 나와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제 차량에 미친 듯이 들어가더니 경적 을 울려 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질리언을 위해 터진 길로 난입하는 차량도 많았다.
질리언은 네비게이션에 찍힌 좌표를 협회로 전송한 다음 운전수와 함께 차 밖으로 나왔다.
앞뒤의 경호 차량에서도 그를 보좌 해야 하는 인력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사고를 피해 갓길 너머로 자리 를 옮겼다.
그때 문득.
질리언은 신격의 눈알이 하늘에서 사라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에게만큼은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직전까지 천공에 자리했던 눈이 이제는 뇌리에 박혀 있 는 느낌이다.
악신(惡神)의 실체가 온 세상에 목격 되고 만 이상,혼란은 불가피해졌다. 그걸 어디까지 최소화시킬 수 있는지 가 남았을 뿐.
질리언은 클럽 회원들을 마주할 때 까지를 기다릴 수 없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았다.
「질리언: 계엄령을 발동하시오. 우리 의 영향이 닿는 모든 국가에.」
그는 클럽 회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런 다음 그의 아내에게 따로 메시 지를 전송할 때까지도 손끝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질리언: 어서 와 줘. 자네가 필요해.」
질리언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량에서 빠져나올 때 가지고 나왔던 랩탑을 펼쳐 놓고 경호 인력들을 벽처 럼 세웠다.
헬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해야 할 일
은분명했다.
자신과 브라이언 김.
그리고 금융 제국의 휘하에 속하는 전 세계 수만의 직원들과 함께 공조를 이루는 것. 그분께서 이룩해 두신 업 적들이 없었다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작업 말이다.
「속보: 정체불명의 초자연적인 현상이 전 세계에서 목격됨. J 「속보: 세계 각성자 협회 “최후의 장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