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1
11. 살고 싶으면 줄을 잘 타라(3)
다음 날도 훈련은 이어졌다.
지난 3일간의 트레이닝으로 스케
줄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였다. 아침에는 구보나 팔굽혀펴기, 윗
몸일으키기 같은 기초 운동을 한다. 제나는 내가 하는 운동들을 그대로 따라 했다. 나도 굳이 말리진 않았
다.
기초 운동이 끝나면 무기술 훈련 이 시작된다.
무기술 훈련이라고 해봐야 나는 목검을 휘두르고 제나는 허수아비 에 활을 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게을리하지 않았다.
휘두르면서 점차 힘의 배분이나 적절한 자세 등 기초 테크닉이 잡히 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상태 창에 생긴 기술,하급 검술이나 방 패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 봤자 정식 검술을 배운 기사 한테는 한참 모자랄 것이다.
옆에서 지도해줄 전문가가 있으면 모른다. 하다못해 대련이라도 하면 뭔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러나 나 혼자였다. 제나는 활으로 메인 장비를 굳힌 상태였으므로 대 련을 요구할 수도 없다.
다른 세 명은 훈련소에 찾아오지 않았다.
가끔 광장 구석에서 출구를 찾느 니 탈출하겠다느니 혼잣말을 하는 건 볼 수 있었다.
물론 출구는 없었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났다.
나와 제나는 훈련소 양쪽에서 마
주 보고 있었다.
“정말 괜찮은 거죠?”
“괜찮아.”
나는 목검으로 방패를 두드렸다. 제나는 활을 들고 있었다.
나도 제나도 좀 더 실전적인 훈련
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했다.
검과 검으로 싸우는 것은 힘들지
만,다른 방식이 있었다.
“다칠지도 몰라요?”
“죽지만 않으면 돼.”
검을 무리하게 휘둘러 손목이 나
간 적이 몇 번 있다.
다친 손목은 곧 원상 복구됐다. 이
대기실 자체가 치유의 효과가 있는 듯했다. 몰몬트처럼 단칼에 죽지만 않는다면 자연 치유될 것이다.
내가 간밤에 구성한 훈련 방법 중 하나.
“쏴!’,
”원망하지 마요!”
제나가 화살을 쏘았다.
오른쪽 어깨. 왼팔을 움직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방패 에 꽂혔다. 나는 화살을 뽑아서 제 나에게 던져주었다. 연습용 화살이 라 그런지 쑥 뽑혔다.
“다시.”
사격은 계속되었다.
제나에 게는 살아있는 상대에게 하 는 사격 훈련.
나는 날아오는 화살을 막는 방패 술 훈련.
여기서 한 가지 조건을 더 추가했 다. 옆의 허수아비를 공격하면서 방 패로 화살을 막는 것. 공격과 방어 를 동시에 하는 훈련이다.
공격 위치도 의식하면서 바꿨다.
처음에는 머리. 다음에는 가슴. 그 다음으로는 다리.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오른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왼손으로 네 모를 그리는 일과 비슷하다. 집중력 을 둘로 쪼개야 되는 것이다.
If.f If
종아리에 파고드는 알싸한 고통에 나는 주저앉았다.
화살이 박힌 건 아니지만 스쳐 가 면서 살을 한 뭉텅이 훔쳐갔다.
“괘,괜찮아요?”
“신경 쓰지 말라니까.”
잠시 꿇어 있자니 상처 부위에 새
살이 돋아났다. 나는 일어서 오른발 을 특특 털었다. 아무렇지 않다. 움 직일 수 있었다.
“너도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 적들 은 나처럼 멈춰있지도 않을 거고 너 를 공격하기도 할 건데,가만히 서 서 쏘기만 할래?”
내 말에 제나는 훈련 방법을 추가 했다.
걸으면서 쏘기.
이동 사격이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화살을 맞는 빈도가 점점 늘어 갔다.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상처는 치유된다고 하 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이렇게까지 미친 짓을 해야 돼?’
부정적인 생각이 꾸물꾸물 올라왔
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프다면 좋 다.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아직 충분하지 않다. 나는 탑을 올 라간다. 살아남는다.
그리고…….
[’한(★)’의 ‘하급 검술’이 Lv.2로 상승했습니다!] [’한(★)’의 ‘하급 방패술’이 Lv.2 로 상승했습니다!] [‘한(★)’이 ‘고통 내성’ 스킬을 습 득했습니다!],역시.’
전사 계열의 필수 패시브라 일컬 어지는 고통 내성을 얻었다.
고통 내성을 레벨 10까지 올리면 전투 속행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영웅의 전투력 을 유지 시켜주는 A급 스킬이다.
남은 것은,
‘침착성.’
전투 논리의 하위 스킬이다.
침착성을 레벨 10까지 올리면 전 투 논리를,전투 논리를 10까지 올 리면 궁극 스킬인 명경지수를 얻는 다. 명경지수까지 오른다면 어떤 정
신계 상태이상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반대되는 스킬인 광폭성,전
투 광기,광폭화로 가는 것도 좋겠 지만, 나의 강점은 픽 미 업에 대한 폭넓은 정보력에 있다. 전투력을 끌 어올리는 대신 이성을 상실하는 광 폭화는 내게 독이었다.
어떤 상황이든 흥분하지 않는 것. 냉정하게 전황을 관찰하는 것.
튜토리얼과 첫 번째 전투에서 나
는 그러지 못했다. 이 상태가 이어 지면 꼼짝없이 광폭화 테크트리를 타야 할 것이다. 침착성과 광폭성은 공존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명심하자.’
픽 미 업의 수천 가지의 스킬들 중 시너지는 분명 존재한다.
나는 어떤 스킬이 어떻게 조합되 어야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알고 있 다.
그렇게 며칠이 더 지났다.
암케나는 한동안 접속하지 않았 다. 바쁜 모양이었다. 접었을 가능 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만약 접었다 고 해도 다른 선택지가 존재한다. 내 예상대로라면 그렇게 될 것이다.
목검으로 허수아비를 벤다.
방패로 화살을 막는다.
베는 것과 막는 것. 이를 두 가지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하나 의 행동으로 묶어야 한다.
화살이 날아온다.
이젠 끝까지 볼 필요도 없다. 나는 방패를 화살이 들어올 장소에 올린 다음 검으로 허수아비의 목을 찔렀 다.
그래, 검과 방패는 하나다.
나는 검과 방패를 ‘한 무기’로 인 식 했다.
[따라란!] [스킬 각성!] [영웅 ‘한(★)’의 ‘하급 검술’과 ‘하급 방패술’이 합쳐져 새로운 스킬이 탄생합니다.] [’한(★)’이 ’하급 검방술(Lv.3)’ 을 습득했습니다!]상쾌한 감각이 전신에 파고들었 다.
검과 방패가 몸의 일부가 된 둣 기 묘한 일체감이 느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방패를 내렸다.
나무 방패는 수십 개의 화살로 고 슴도치가 되어 있었다.
기술이 발전한 것은 나뿐만이 아 니었다. 제나도 점차 사격에 조건을 부여해갔다. 걸으면서 쏘기,뛰면서 쏘기, 2연사 등. 제나의 하급 궁술도 어느덧 레벨 4가 되어 있었다.
제나가 활을 무기통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런데 마스터가 안 오는 것 같네 요. 이대로 안 돌아오면 어쩌죠? 계 속 이곳에 갇혀 있어야 하나요?”
제나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엿보였 다.
나는 피식 웃었다.
“만약 한 달 동안 오지 않으면
“오지 않으면요?’_
“뭐, 두고 보면 알아.”
나는 검과 방패를 제자리에 돌려
놓았다.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마침 왔군.
“잘됐네요. 훈련만 하느라 근질근 질했는데.”
“어째 나보다 적응을 잘하는 거 같 다,너?”
“제가 좀 당차거든요.”
휴식 때 들은 얘기로는 제나는 외
딴 숲에서 혼자 살아왔다고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돌아오던
그녀의 아버지는 1년 전 몬스터와 의 싸움에서 죽었다고 한다.
광장으로 나오자 이셀이 세 명을 숙소에서 끌고 나오는 중이었다.
[좀 와, 오라니까! 마스터가 오면 광장으로 나오라구. 왜 말을 안 들
어. 혼나고 싶어?]
나는 천장을 올려보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대기실에는 천장
이 없다. 대신 희끄무레한 회색의 하늘이 떠올라 있었다. 이 하늘은 마스터가 입장하면 무지갯빛으로 빛나게 된다. 메시지 말고도 이런 표시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싸우게 하려는 거지? 난 싫어, 싫다고!”
“도,돈이라면 주겠소. 집에 돈이 있단 말이오! 돌려보내 주시오! 감 자만 먹는 것도 지쳤소!”
[아,진짜 미치겠네!]참다 못한 이셀이 폭발했다.
앙증맞은 손에서 불꽃 같은 스트 레이트 펀치가 작렬했다.
“쿠엑!”
[야,내가 드러워서 시말서 쓰고 만다! 이리 와! 안 와? 오늘 너희들 다 뒤졌어!] [Loading..]잠시 후,세 명은 광장에 섰다. 저 마다 코 아래에 피가 눌어붙어 있었 다.
[열려라, 시공의 틈!] [Tips/말 안 듣는 영웅들은 뺑뺑이를 돌려보세요. 반응성이 높아집 니다.]
이셀,아주 작정을 했네.
시공의 틈과 무기고가 열렸다. 각
각 방패와 활을 챙긴 후 시공의 틈 에 들어서자 곧장 거울이 빛나기 시 작했다.
[탑을 등반,세상을 구원하라!] [메인 던전 : 현 등반 충수 – 2]빛이 걷혔다.
[플로어3
[임무 유형 – 토벌]
[목표 一 적을 전멸시켜라!] [고블린 Lv.5 X 4]
필드 타입,평원.
이번에 상대할 적은 고블린 네 마 리였다.
“케 르르르!”
세 마리는 칼과 방패로 무장했다. 뒤의 한 놈은 투석구가 아닌 석궁
을 들고 있었다.
검방을 든 고블린들은 각각 오른 쪽,왼쪽,가운데에서 우리에게 다 가왔다. 석궁 고블린은 볼트를 장전 하는 중이었다.
‘무장도,전술도 좋아졌군.’
층이 올라간 만큼 당연한 변화다.
장전을 마친 고블린이 내게 석궁 을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이었다.
쐐애애액!
뒤에서 날아온 화살이 고블린의 이마를 꿰뚫었다.
“캭!”
고블린은 과장된 동작으로 넘어지
더니 죽었다.
,,어 쭈
“말했죠. 저도 쓸모 있다구요.”
나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합공을 받기 전 이쪽에서 치고 들 어간다. 먼저 한 마리. 고블린은 상 체를 웅크리며 방패를 들었다. 하지 만 틈이 있다. 나는 어깨를 비틀어 검을 찔러넣었다.
두 마리. 방패를 앞세운 채 돌진해 왔다. 마주쳐 방패로 날려버렸다. 신장도 체중도 힘도 내가 우위에 있 다. 빈틈을 노려 목을 벴다.
마지막 한 마리.
겁이라도 먹었는지 놈은 뒷걸음쳤 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화살 한 발이 고블린의 정강이를 꿰뚫었다. 방패로 막기 어려운 하체 부분이다. 심장에 검을 박았다.
[스테이지 클리어!] [‘제나(★)’, 레벨업!] [보상 – 7,000G,가죽(C) X 1, 철광석 (C) X 1] [MVP – ‘제나(★)’]전투의 MVP로 선정되면 보너스 경험치를 받는다.
이번에는 제나가 MVP였다. 아무 래도 처음에 죽인 석궁 고블린이 포 인트가 높았던 거 같다.
‘재들은 아직도 싸울 생각이 없나.*
세 명은 불안한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뭐,상관없다. 나도 저런 놈들과 경험치를 나누고 싶지는 않다. 전투 에 기여하지 않으면 경험치를 받지 못한다.
시공의 틈으로 돌아왔다.
“어라,벌써?”
“이번이 좀 시시하긴 했지.”
적들이 시시하다기보다,우리가
강해진 것이다.
실감할 수 있다. 훈련은 헛된 짓이 아니었다. 검과 방패는 좀 더 매끄 럽게 움직였고,동작에 틈이 없어졌 다.
“다 끝난 겨? 그럼 우린……
토비가 나가려다가 안색을 굳혔 다.
광장으로 통하는 문은 여전히 닫 혀 있었다.
왼편의 거울이 빛났다.
[선택 층수,플로어1재도전하시 겠습니까?] [Yes(선택) / No]“아직 안 끝났군요.”
제나가 굳은 표정으로 활을 다잡
았다.
“뺑뺑이를 돌리려나 보군.”
이셀의 팁에 영향을 받은 모양이다. 이미 클리어한 층수를 재도전하면
받을 수 있는 경험치나 보상이 줄어 들지만 암케나는 한 층 더 올라가는 것보단 안전성을 중시하기로 판단 한 듯했다.
[플로어1[임무 유형 一 토벌]
[목표 一 적을 전멸시켜라!]
[고블린 Lv.2 X 3]
”케르특!”
쐐애액!
“캭! ”
한 마리가 바로 머리가 꿰뚫려 죽 었다.
제나는 곧장 두 번째 화살을 먹이 더니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동료의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던 고블린의 가슴에 박혔다.
그리고 제나가 세 번째 시위를 당
겼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 -100G] [MVP – ‘제나(★)’]“헤 햇.”
거울이 다시 빛났다.
[플로어1 [임무 유형 – 토벌] [목표 – 적을 전멸시켜라!] [고블린 Lv.4 X 2]나는 장소가 바뀌자마자 바로 달 려 갔다.
뒤에서 화살이 바람을 가르는 파 공성이 들렸다. 나는 방패로 날아오 는 화살을 후려쳤다.
“뭐하는 거예요!”
“시끄러,임마!”
감히 혼자 경험치를 다 처먹어?
나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고블린 두 마리를 도륙했다.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 – 1,_G] [MVP – ‘한(★)’]그렇게 두 번의 전투를 더 반복하 자 우리는 광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
“끝난 거지?”
“저도 몰라요.”
다른 파티원의 물음에 제나는 고 개를 홱 돌렸다.
총 다섯 번의 전투가 이어질 동안 저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리 가 몬스터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 자 뒤에서 한담을 나누는 여유까지 보였다.
입을 삐죽거린 제나가 말했다.
“진짜 암 걸리겠네. 언제까지 저 사람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돼요?”
“오늘로 끝이야.”
“끝이라뇨. 바뀔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식충이들을 먹여 살릴 정도로 마 스터가 여유 있는 것 같지 않거든.”
[마스터,합성을 시작합니다.] [합성하고자 하는 영웅에게 제물로 바칠 영웅을 드래그 앤 드롭! 제 물이 된 영웅은 소멸합니다.]
합성소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