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53
154. 예전도, 지금도,앞으로도(6)
우르카는 당황한 둣이 시오하의 시체를 내려보았다.
그러나 몇 초가 지나도 꿈쩍하지 않는다. 피가 바닥을 적실 뿐이었 다.
“이보게! 자,장난을 치는 겐가?”
니하쿠의 번개에는 각종 관통과
저주가 덕지덕지 달려 있다.
80층 이상에 서식하는 괴물들을
상대하려면 당연한 조치였다.
“뒈진 거야.”
나는 나른하게 웃었다.
“웃기는 소리! 시오하는 수백 조
각으로 갈가리 찢겨도 되살아날 수 있단 말일세!”
“마스터, 말을 섞지 않으셔도 됩 니 다.”
유르넷이 걸어 나왔다.
살기 어린 시선이 시체로 향했다. “감히 누구한테 꼬리를 쳐.”
유르넷이 손짓하자 시오하의 다리
가 입자 단위로 분해되어 없어졌다. 완전한 소멸. 우르카는 멍한 표정
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유르넷이 미소 지었다.
“그래서,단결회의 진짜 전력은 언
제 보여줄 거지?”
우르카가 입술을 깨물다가,발악
하듯 외쳤다.
“어차피 이 년은 단결회의 얼굴마 담일 뿐이다. 내 진짜 힘을 보여주 마!”
우르카의 품에서 책이 튀어나왔 다.
두껍기 짝이 없는 그 책의 표지는
인간의 피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책 으로부터 피 냄새가 시큰하게 퍼졌 다.
’흐음.’
마도서인가.
어떤 직업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 다.
사령 술사겠지.
“일어나라!”
우르카의 몸에서 보랏빛 마력이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함교에 널브러져 있 던 시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흐흐흐…… 너희들을 내 콜렉션에
수집해주마. 네 명의 시체를 하나로 합쳐 쓰면 아주 딱이겠구나. 가라, 불사의 군대여! 저들을 양껏 먹어 치……
<사라져라.〉
유르넷이 손을 내저었다.
함교를 가득 채웠던 시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제히 쓰러졌다.
“……엉?”
우르카가 주춤거렸다.
“일어나! 일어나라고! 무, 무
슨…… 시벌,뭐야! 어떤 사술을 부 리는 것이냐!”
“딱히.”
“에잇,뒈져라!”
우르카의 손끝에서 검은빛이 피어 났다.
마법이 발사되기도 전,검광이 번 뜩이더니 놈의 오른팔이 핏물과 함 께 떨어졌다.
“꺽,어헉, 허어억!”
우르카는 잘린 팔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처음 폼을 잔뜩 잡은 것에 비하면 비참할 정도의 결말이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두 명의 피로 범벅이 된 뒤편, 청 년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우
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노르드 Lv.?]이름 태그에 물음표가 붙어 있다.
가능성은 둘 중 하나였다.
레벨을 감추는 스킬을 갖고 있거 나,혹은…….
‘7성 후보자라고 했었나.1
저 자식이었다.
단결회 맹주의 서브 마스터이자, 바츠 연합의 수뇌부에 홀로 침투해 서 수백 명을 몰살시킨 주범. 목격 담에 의하면 고위 영웅들의 저항을
아기 손 비틀듯 엎으면서 학살을 벌 였다고 한다.
“이, 이보게! 자네라면••••••
피투성이가 된 우르카가 청년에게
다가갔다.
뒤이어 절박한 표정으로 옷깃을 잡았다.
“저들을 다 죽여주게. 단결회의 힘
을…..”
청년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 다.
창백한 손이 우르카의 옷깃을 붙 잡았다. 그리고 청년의 등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놈을 통 째로 집어삼켰다.
으적으적.
퉤.
그림자에서 뼈다귀 몇 개가 튀어 나왔다.
“……확실하군요.”
유르넷이 희미하게 웃었다.
“저 영웅은 평범한 6성이 아닙니
다. 마스터는 보지 못하셨겠지만,7 성은 자체적으로 합성을 할 수 있습 니다.”
“방금 잡아먹은 게 합성이란 말이 냐?”
리디기온이 앞으로 나오면서 말을 이었다.
“물러서 계십시오. 조금 격할 수도
있으므로.”
과연.
평범한 영웅으로 보이진 않는다.
7성.
픽 미 업을 하면서 내가 그토록 얻 기를 바랐던 영웅 등급이었다.
역천의 서라는 전용 아이템이 필 요했다. 모든 정보 사이트를 뒤졌고 섹터 곳곳을 쥐 잡듯이 수색했지만, 끝끝내 얻지 못했다.
내가 이곳에 온 원인이기도 했다.
초절급 강림 던전과 연관되어 있 으니.
그러나 이 녀석은,내가 알던 7성 들과 느낌이 다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7성 같지는 않은데.”
“아직 불완전한 것 같습니다.” 유르넷이 답했다.
나는 시야 우측을 보았다.
원인치 TV는 진작에 종료됐다. 채
널 채팅에서는 단결회의 맹주를 제 외한 모든 마스터가 퇴장한 상태였 다.
카이 저32.
맹주의 닉네임이었다.
나는 손을 움직여 가상 키보드를
꺼낸 뒤 타자를 두드렸다.
로키〉이 영웅은 어디서 났냐? 카이저 32〉알 거 없어 .
로키〉안 알려주면 죽인다.
채팅을 입력하기 무섭게 노르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푸른 입술이 열렸다.
“큭,나를 죽인다고?”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였다. 무감정했던 청년의 표정이 다채롭
게 변했다.
“머저리 같은 것들이 나를 죽인 다? 한낱 데이터에 불과한 놈들이? 아하하핫!”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거 아닌가? 무한의 힘을 손에 넣은 이 나를 죽 이겠다고!”
청년의 얼굴에 모멸과 냉소가 깃 들었다.
뒤이어 청년이 발을 디뎠다. 검붉 은 기운이 놈의 전신에서 뿜어졌다.
노르드의 오른쪽 팔이 꿈틀거리더 니,악마의 입으로 변했다.
놈의 얼굴에 광소가 피어났다.
“먹어치워 주마!”
쾅!
녀석이 발을 구르는 것만으로 지 축이 흔들렸다.
다음 순간,놈의 신형이 리디기온 앞에 도달했다. 악마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일단 한 마……
서걱.
노르드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놈은 음흉한 웃음을 이어갔다. 몇
초도 안 되어 재생된 악마의 오른팔 이 리디기온을 뒤쫓았다.
“이야,이거 완전 바퀴벌레 삼총사 아님 까?”
니하쿠가 활에 황금빛 화살을 메 겼다.
“벌레 퇴치엔 찌리킬라가 직빵임 다.”
“기다려 봐.”
나는 니하쿠를 가로막았다.
불사의 마녀인가 뭐시기. 시체를
다루는 사령술사 노인. 악마 청년까
지.
특정 취 향이 돋보이는 조합이기는 했다.
“조금 더 지켜보자. 정보를 얻을 수도 있잖냐.”
“동감입니다.”
“예에? 재미없슴다만……
니하쿠는 마지 못해 화살을 없앴 다.
“크흑,하핫! 뭐가 그리 여유로운 가! 곧 다 같이 내 뱃속에서 소화될 것을!”
전신이 난도질당하면서도 노르드 는 광소를 이어갔다.
녀석의 몸은 절단과 재생을 반복 하고 있었다.
“그래, 더 베어라! 더 죽여라! 나 는 그럴수록 강해진다. 죽을수록 완 전해지는 것이다!”
“마스터,따뜻한 차와 과자를 가져 왔습니다. 커피? 홍차?”
“커피.”
“분부대로.”
소형 테이블과 의자가 생겨났다.
나는 의자에 앉아 유르넷이 따라 주는 커피를 들이켰다.
”보거라! 나는 더욱 강해진다. 결 국에는 모든 세상을 내 무릎 아래에
꿇어 앉힐 것이다!”
[노르드 Lv.164]나는 커피를 음미하면서 녀석을 살폈다.
몸이 회복될 때마다 레벨이 오르 고 있다.
신기한 특성이었다.
“그뿐만이 아니군요. 절단 내성이
붙고 있습니다.”
“오호.”
“이 똥물, 맛없슴다.”
“그건 똥물이 아니라 커피라고 하
는 겁니다. 지구의 신문물이지요.” “퉤퉤, 쓰기만 하네. 왜 먹는지 모
르겠슴다.”
나는 쿠키를 갉아먹으며 지켜봤 다.
재생될수록 증가하는 레벨과 내 성.
과연, 혼자서 한 길드를 전멸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맛은 어떠신지요. 손수 구웠습니 다만.”
“너무 달아.”
“그러십니까. 앞으로는 ”크아아악! 이 새끼들! 남의 앞에
서 무슨 파티를 벌이고 있는 거냐!” 노르드가 붉은 눈을 번뜩이면서
이쪽으로 달려왔다.
리디기온의 검광과 함께 놈의 사
지가 토막 났다. 1초도 안 되어 재생 을 끝마친 노르드가 악마의 팔을 내 밀었다.
“전부 죽여……!”
“방해하지 마라.”
순간, 노르드의 몸이 수십 미터를
튕겨 나가 뒹굴었다.
유르넷은 부드럽게 웃었다. “계속하세요,리디기온. 마스터가
만족하실 때까지.”
“그럴 예정이다.”
리디기온은 흥 웃더니 검을 늘어 뜨렸다.
“이 자식들,반드시 죽여 버리겠 다.”
노르드의 눈에 짙은 살기가 떠올 랐다.
녀석이 손을 내뻗자, 웅덩이를 이 루고 있던 핏물이 놈의 그림자로 모 여들기 시작했다.
[노르드 Lv.176]녀석의 레벨이 한층 상승했다.
시체의 정기를 흡수한 것 같았다. “재밌는 능력이군요. 인턴!”
[예, 예?]“뭐합니까. 어서 기록하지 않고. 훌륭한 데이터가 아닙니까.”
[아,예에!]이셀이 허둥지둥 메모지를 펼치고 는 글자를 적어나갔다.
“크아아아아!,’
노르드가 울부짖었다.
오른팔뿐만 아니라,놈의 사지에
서 다리,가슴에 이르기까지,신체 의 전 부위가 악마로 바뀌기 시작했 다.
“변신도 가능하다.”
[아, 변신도 가능하다. 메모!],,이 자시이익들!”
얼굴을 제외한 모든 신체가 괴물
로 변한 청년이 포효했다.
키는 약 3m. 근육으로 덮인 울긋
불긋한 피부가 씰룩거 렸다. 마치 쥐 가 사자를 마주하는 듯한,막대한 압력이 느껴졌다.
“……추하군.”
리디 기온은 무표정하게 검을 바로 잡을 뿐이었다.
노르드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충 격파가 튀어 오르며, 주위의 사물을
짓누르고 박살 냈다. 그에 맞서는 리디기온은 깃털처럼 움직이면서 놈의 강철 같은 피부에 참격을 새겨 넣었다.
“실험체의 참격 내성이 한계까지 오른 것 같군요. 약 90%의 저항입 니다.”
[90%의 저항? 무처럼 숭덩숭덩 자르는데?]나는 가상 키보드를 두드렸다.
로키〉이 자식은 어디서 났지?
카이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하기 싫다 이건가. 아니면……. ‘대답할 수 없는 상태인 거냐.’ 나는 노르드를 살폈다.
박력 넘치게 리디기온을 몰아붙이
는 것 같지만,실상은 전혀 달랐다. 처음부터 그랬다.
노르드의 공격은 리디기온에게 데
미지는 커녕 옷깃 한 번을 스치지도 못했다. 재생을 반복하며 레벨과 내 성이 높아진다지만,수십 번의 회복 에도 전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야, 엄청 봐주고 있으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니플헤임에서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 녀석들과 같이 있으면 힘에 대
한 기준이 이상해진다.
[노르드 Lv.185]“이쯤이 한계인 것 같습니다.”
유르넷이 입을 열었다.
그 말대로,더 이상 레벨이 오르지 않고 있다.
“마스터,데이터는 충분히 수집했 습니다. 돌아가서 분석한다면, 유의 미한 결과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 다.”
“그만 놓아줘. 불쌍하잖냐.” “분부대로. 리디기온!”
“말 안 해도 들었다.”
노르드와 어울려 싸우던 리디기온
이 한 걸음 물러섰다.
노르드가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뛰어들었다. lm에 가까운 강철 손 톱이 섬뜩하게 빛났다.
그리고.
서걱, 일격에 노르드의 전신이 수 십 조각으로 썰려 나갔다.
“놀아주는 것도 지겨웠다.”
리디 기온이 감흥없는 목소리로 말
했다.
믹서기에 갈리듯,채 썰린 고깃덩 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한 방에 끝난 것이다. “끝났습니다,마스터.”
납도한 리디기온이 내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했어.”
“마스터 앞이라 폼 잡는 검다.” “별로 그렇진 않았다.”
리디기온은 내 뒤로 돌아가 기립
했다.
나는 남은 커피를 모두 들이켰다. “다른 쪽의 전황은?”
”현재 1함대,3함대, 7함대가 단결
회의 거점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전 황은 순조. 저항하는 무리들이 있으 나 사상자는 없습니다.”
시야 우측의 조작창.
푸른 점들이 붉은 점을 포위한 채 공격하고 있다.
나는 전술 도구를 터치한 뒤 함대 를 재배치했다. 뒤이어 공격 진형을 살짝 손봐주면 끝.
‘전략이라 할 것도 없군.’
어차피 그냥 붙어도 박살을 내는 데,특이한 전술을 짤 필요가 어디 있다는 거지.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독특한 전술
에는 그만큼의 리스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전술들이 정석이 아닌 이유 가 있었다.
손자도 그랬잖아.
이겨놓고 싸우라고.
‘거리를 벌리면서 사거리 우위로
제압.’
기술적 격차.
쌍방의 포격 거리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난다.
적들이 다가오면 후퇴 명령을, 도 망치면 전진 명령을.
아주 기본적인 전술이지만, 그만 큼 효과적이다.
‘비대칭 전력에선 무조건 이기고.’ 영웅의 질은 압도적이다.
마스터의 화면에서는, 창을 타고
날아오른 뮤덴이 상대의 주요 비공 정들을 연달아 격파하는 중이었다. 그 옆에는…….
익숙한 녀석이 뮤덴 옆에서 창을 휘두르고 있다.
나는 웃고 말았다.
‘역시 살아있었네.’
어쨌든,다른 쪽에서 벌어진 전투
도 압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