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90
90. 니플헤임(2)
특유의 부유감과 함께 눈앞이 빛 으로 뒤덮였다.
‘니를헤임.’
근 2년간 내가 열과 성을 다해 구 축한 성(域).
구조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작달막 한 핸드폰 액정으로 보는 것과 실제
맨눈으로 보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겠지. 시야를 가린 빛이 점차 희미해졌다.
<기항 완료됐습니다!〉
리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떴다. 풍경보다 먼저 느
껴지는 것은 소리였다.
“란드그리드07, 3층 격납고의 5번
으로 들어가십쇼!”
“알겠습니다!”
“흐리스트14는 8번으로, 흐리스 트09는 11번으로!”
웅성웅성.
비공정의 가동음와 사람들의 목소
리가 섞여서 울린다.
제나가 눈을 크게 떴다.
“사람이…… 엄청 많네요?” “어마어마하군요.”
아론이 중얼거렸다.
이곳은 니플헤임에 5층에 있는 차
원의 틈. 다만 타오니어의 시설과는 격이 달랐다. 수백 미터 높이의 천 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천 미터 는 훌쩍 넘길 넓이에 수많은 비공정 과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다.
철컥철컥.
난간으로부터 솟아난 계단이 아래 로 뻗어 나갔다.
탑승객들은 좌우를 정신없이 둘러 보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중에는 제 나를 비웃던 두 명도 섞여 있었다. 나도 계단을 내려갔다.
<전 여기까지입니다. 곧 다음 출 항이 있거든요. 이 함을 이용해주신 교육생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 것이오?”
한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통로 바깥으로 나가면 안내를 맡은 교관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따 라가시면 됩니다.〉
마지막 인원이 바닥에 발을 딛자 계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뒤이어 란드그리드07호는 방향을 틀더니 벽 한쪽에 있는 격납고로 움 직였다. 저기서 정비를 끝마치고 연 료를 보급받은 뒤 다음 비행을 시작 할 것이다.
“통로 바깔이면…… 어디지?”
가죽 갑옷을 입은 곱슬머리 여자 가 머리를 긁었다.
주위의 사람도 비슷한 반응이다. 생도 20명은 한 자리에서 서성거리 며 근처를 둘러보기만 했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발을 움직였다. 남자
가 물었다.
“길을 아는 거요?”
“저기 보이잖나.”
나는 저 멀리 뻗은 원형의 통로를 가리켰다.
구경에만 정신이 팔려 나 말고는 아무도 찾지 못한 것 같다.
일행은 통로를 향해 걷기 시작했 다. 나는 바로 옆의 제나에게 말했 다.
“한눈팔지 마. 길이라도 잃으면 골 치 아파지니까.”
“당연하죠!”
“아론,너도.”
“예.”
우리 말고도 최소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
원정과 파견을 나가는 전투직과 보조직, 그리고 비공정 담당 기술 자. 검은 제복을 입고 있다. 니플헤 임의 정복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소 닭 보듯 쳐다보며 지나갔다. 타 대 기실에서의 파견이 딱히 드문 일은 아닐 테니까.
차원의 틈을 빠져나오자 광장이 나왔다.
시설의 규모도 화려함도 차이가 심하다. 아래층이 보이는 난간 앞에
서 있던 중년인이 우리를 돌아봤다.
”제군들이 7기 모집생이군.”
남자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 다.
짧은 머리가 희끗희끗했고 검은 제복에는 금색 메달이 걸려 있다. 교관을 상징하는 증표였다. 액정으 로 보는 것과는 인상이 다르지만, 기억이 난다.
나는 남자의 정보를 떠올렸다.
‘엘더킨. 서열 114위.’
사내의 입이 열렸다.
“나는 엘더킨 브라흐. 니플헤임 소 속의 상급 교관이다. 따라오도록.”
엘더킨은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 나갔다.
벙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정신 을 차렸다. 일렬로 긴 줄이 생겨났 다.
‘별다른 일은 없나.’
나는 후열에서 걸으며 생각을 이 어갔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이들은 나의 정체를 모르는 것 같다.
기분은 나쁘지 않다. 오자마자 팡 파레를 터뜨리며 맞이해주기라도 했다면 꽤 착잡했을 것이다. 옆에는 제나와 아론도 있다. 요란한 환영은
사양이 었다.
‘흐음……;
위를 올려보았다.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타오니어
에서는 하늘의 반짝임으로 마스터 의 접속을 알 수 있었지만,여기는 아닌 듯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대기실의 층수만 해도 13층에 달하 니까.
돌아가기까지는 약 한 달이 남았 다
내가 사라진 뒤, 어떤 일이 있었는 지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빠,저거 봐요. 저 이상한 기
계.”
제나가 내 옷깃을 붙잡았다.
검지 끝을 따라가자 유리로 감싸
진 사각형의 물체가 보였다. 그것은 위에 달린 줄을 따라 하강하는 중이 었다.
“승강기로군.”
“승강기?”
“사람을 싣고 위아래로 오르내리 는 물건이야.”
“여긴 별별 신기한 게 다 있네요.” 옆의 통로에서 다른 교육생이 모
여들고 있다.
그들은 선두의 교관을 따라 우리
가 걷는 길에 합류했다. 줄이 점차 길어졌다. 아론이 난간 아래를 바라 보며 중얼거렸다.
“여 긴 대체 얼마나 큰 겁니까?” “너희가 거친 차원의 틈은 네 동이
더 존재한다. 이곳은 니플헤임의 아 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아.”
옆에서 걷던 여자 교관이 웃었다. 아론이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승강기 앞의 넓은 홀에 생도와 교 관이 모였다.
교관이 벽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 자 승강기의 문이 일제히 열렸다.
엘더킨이 말했다.
“한 번에 한 명씩. 오와 열을 맞춰 서 탑승하도록.”
”이 기계는 뭐지? 어디로 가는 거 요?”
“나중에 설명해주겠다.’’
“노인네가 불친절……
퍽!
엘더킨의 신형이 흐릿해진다 싶더 니,남자의 안면에서 피와 부러진 이빨이 튀었다.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고 꾸라졌다. 엘더킨은 바닥에서 꿈틀 거리는 남자를 무감정한 눈으로 쳐
다봤다.
‘……빠르다.,
심안을 가지고도 보지 못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상급 교관이
라면 최소 레벨 70 이상. 엘더킨 곁 에 선 네 명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있는 백 명이 전부 달려들어도 못 이긴다.
제나가 미간을 좁혔다.
“못 봤어요. 저 아저씨, 무지 강하
네요.”
“나보다 강해.”
“오빠보다요?”
“당연하지 않겠냐.”
타오니어에서는 먹어줬을지 몰라 도,나는 고작 3성에 레벨 20인 애 송이에 불과했다.
그저 가능성이 있을 뿐인.
“그러니까 나대지 말고 쭈그려 있 어.”
“그래야겠네요. 무서운 사람들이 에요.”
엘더킨은 발끝으로 남자를 걷어차 승강기에 집어넣었다.
모집생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한 명씩 탑승한다.”
준비된 승강기는 다섯 대.
우리 셋은 가운데의 승강기에 올 라탔다. 마지막으로 엘더킨이 탑승 하자 문이 닫혔다. 나는 꼿꼿이 서 있는 엘더킨을 향해 중얼거렸다.
‘상태창.’
[삐벅!] [해당 영웅의 상태창은 볼 수 없 습니다.]아니나 다를까,보호 대책이 되어 있다.
뭐,못 본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스펙은 대충 꿰고 있으니.
나는 승강기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승강기 뒤편,유리벽 사이로 니플 헤임의 정경이 비쳤다.
수십 개의 다종다양한 시설들. 벽 돌이 깔린 거리와 도로. 연령도 성 별도 가지각색인 영웅들. 내가 직접 꾸민 광장에서 무수한 사람들이 오 가고 있었다.
5층 광장에 있는 영웅의 숫자만 수백 명.
나는 기억을 되짚어 떠오르는 인 상과 이름을 읊었다.
‘모르겠구만.’
결국에는 웃고 말았다.
니플헤임에 소속된 영웅만 2만 명
이 넘어간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전부 외울 수 는 없었다.
승강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층 광장의 풍경이 위로 멀어졌
다.
승강기는 2층에 도착해서야 기동 을 멈췄다.
우리는 엘더킨의 안내에 따라 벽 돌이 깔린 길을 걸었다.
‘니플헤임의 2층.’
이곳에는 소환소와 훈련소가 위치
해 있다.
나는 도로 좌우를 둘러싼 벽 너머 를 바라봤다. 고층 건물 여러 채가 높게 뻗어 있었다. 제나와 아론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두 명이 놀라는 모습에도 슬슬 질려갈 때쯤, 드넓은 연병장이 나타났다.
“오와 열을 맞춰 연병장에 선다. 소장님이 곧 오실 테니 정숙하도 록 ”
“그놈의 오와 열…… 으앗!”
불평을 하던 여자가 주저앉았다.
여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어 나려고 했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위압인가.’
엘더킨이 보유하고 있는, 살기의 상위 스킬이었다.
엘더킨은 여자를 내려보고는 연병 장 바깥의 건물으로 들어갔다. 그가 사라지자 불량한 인상의 청년이 침 을 퉤 뱉었다.
“이보쇼. 정말 당신네들 말을 따르 면 강해질 수 있나?”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만 잘 따른다면.”
여교관이 빙그레 웃었다.
“엘더킨님은 오와 열을 맞추라고
했지만,그분도 완벽은 바라지 않 아. 정숙을 유지한 채 편하게 있어 도 좋다.”
네 명의 교관이 연병장 후방으로 물러났다.
나는 앞에 있는 높은 연단에 시선 을 향했다.
‘지구를 벗어나서도 이 런 짓을 하 게 되다니.’
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미 학교와 군대에서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반갑다,제군.〉
연병장 전체에 목소리가 울려 퍼 졌다.
연단 위에는 제 복을 걸친 한 여자 가 기척도 없이 올라와 있었다.
<본관은 니플헤임의 모든 교육을 담당하는 훈련소장,에클레 파르디 사라고 한다.〉
청흑색 머리를 묶어내린 여자는 검은 제복 위에 금색 외투를 걸치고 있다. 허리에는 푸른 칼을 차고 있 었다. 인상으로 따지면 20대 후반이 지만, 영웅은 나이를 먹 지 않으므로 정확한 연령은 알 수 없다.
‘저 녀석은……;
서열 9위.
13계층인 다섯 명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12계층 소속의 고급 인력 이었다.
<이제부터 제군들은 우리에게 임 무 수행을 위한 합당한 교육을 받게 된다.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아. 아 무것도 하지 않은 채 돌아가도 좋 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교 육을 받을지 말지는 제군들이 선택 한다.〉
제나가 머리를 갸웃거렸다.
에클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 다.
<제군들은 손님에 불과한 것이 다. 한때의 나와 같이.〉
“저 언니는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요?”
“글쎄다.”
대충 예상은 간다만.
에클레는 맨 앞에 있는 남자를 가
리켰다.
< 너.〉
“나 말이오?”
<그대의 영지에는 비공정이 얼마 나 있지?>
“2대가 있소만……
<니플헤임에는 총 427대의 비공
정이 있다. 210배 정도 차이 나는 군.〉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 다.
“무슨 뜻이오! 나를 놀리는 거요?” <전력을 상세히 비교한다면
에클레의 입가가 휘어졌다.
<약 3,000배의 격차가 난다.〉
<알다시피,제군들은 마스터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에클레는 말했다.
<제군들의 기대를 마스터는 충족
정이 있다. 210배 정도 차이 나는 군.〉
남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 다.
“무슨 뜻이오! 나를 놀리는 거요?” <전력을 상세히 비교한다면
••….>
에클레의 입가가 휘어졌다.
<약 3,000배의 격차가 난다.〉
”. ”
<알다시피,제군들은 마스터의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에클레는 말했다.
<제군들의 기대를 마스터는 충족
하고 있는가? 기꺼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제군들의 마스터는 우수한 가?〉
“무슨….”
<그대들의 마스터를 로키 님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런 식이었군.’
왠지 잘 넘어온다 했다.
<이곳에서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
는 그대들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 고 있는가?〉
에클레는 말을 이었다.
<그대들 100명 중에서 80명은 장
기 말이 되어 헛되이 죽는다. 그리
고 남은 10명은 그보다 못해, 일개 제물이 되어 사라지겠지. 이것이 제 군들의 운명이다. 그대들은 갖고 노 는 장난감이 되어,아무런 명예도 없이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것이 다.〉
사람들은 수군거리기만 할 뿐,제 대로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면 그분은 합당한 보상을 내려주시지.〉
에클레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대들이 누구였건,어디에 있 었건, 그분은 상관하지 않으신다.
한때 니플헤임의 적이었던 내가 지 금은 여기에 있는 것처럼.〉
저 녀석은 본래 니플헤임 출신이 아니다.
내가 80층 공략에 실패하고 전력 을 대거 잃자, 협력 관계에 있었으 면서 바로 뒤통수를 쳐온 놈의 영웅 이었다. 그것도 선봉이었지. 물론 놈의 대기실은 산산조각내주었다.
그리고 생포된 게 에클레.
시리스는 처형을 요구했지만,마 침 전력 충원이 필요한 터라 살려서 받아들였다.
<여기에 모인 100명 중 상위 3
명. 그들에게는 니플헤임의 영주권 을 부여하겠다.〉
에클레가 외투를 펄럭이며 말했 다.
<물론,모든 책임은 우리 니플헤 임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