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59
권능 획득 (4)
“당신이 들어오니 몸과 마음이 안정되네요. 애를 낳을 때까지 그냥 제 옆에 있으라고 할 걸.”
사이먼은 마가렛이 그렇게 말하자 손을 들어서 마가렛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다듬어 주었다. 곧 이어서 강보에 쌓인 아이를 보았다. 사이먼은 잠시 아이를 살피면서 바른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기를 기원했다.
“수고했어요.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라 마음이 아파도 그저 보기만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웠소.”
“그런 마음만으로 고마워요.”
마가렛은 사이먼이 항상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것이 고마워서 그렇게 마음을 표현했다.
사이먼이 정화를 했지만 아직 그런 사실을 다른 사람은 모르기에 어른들이 산실에서 바로 물러나왔다. 아이에게 함부로 축복을 해주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그저 마음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부작용이라도 발생할 수가 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조용히 산실을 나와서 수련실로 갔다. 그곳에 가서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인간의 본성을 억제하면서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괴롭기까지 했다.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기뻐해야 하는데 그것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 지금의 내 상태는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노력해 온 시간의 결과물이지. 적응을 하면 되는 문제야. 신이 되기를 원한다면 당연히 이런 정도는 극복해야지. 이걸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세의 마왕이 되고 마는 것이지.’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로 했다. 물론 괴롭지만 약해서 당하는 괴로움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아이의 이름은 세론, 간단한 이름을 붙여서 부르기로 했다. 아이가 태어나자 그 사실 하나로 전에 비해 영지가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사이먼의 후계자가 탄생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영지에 후계자가 없으면 가장 괴로운 것이 바로 영지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이먼은 시간이 날 때마다 권능을 사용하면서 정확히 통제하는 훈련을 했다. 경작지에 가서 심어진 경작물들을 향해 흔히 대지의 축복이라는 것도 시험해 보았다.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가 신성력을 이용하여 대지의 축복을 내리는 것은 표가 바로 났지만 사이먼이 축복을 내려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사이먼이 경작지를 돌아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순시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농작물에 권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잘 아는 작물에는 구체적으로, 작물의 경작법을 모를 경우에는 잘 자라라는 식의 축원을 했다.
그 덕분에 사이먼의 영지에서는 다른 어떤 곳보다도 풍성한 수확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런 사실이 소문나자 사이먼의 영지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증가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보면서 터득한 것이 지식과 상상력의 중요함이었다. 알고 있는 것을 상상할 경우에 권능이 훨씬 적게 필요했다. 어떤 작물의 경우에는 경작과정을 잘 알았고 그럴 경우 권능이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르는 작물의 경우에는 모든 것을 상상력으로 채워야 했다. 그럴 경우 그저 막연히 잘 자랐으면 한다는 축복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농부들이 기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이라도 하면 그 권능이 그나마 적게 소모가 되었다.
‘권능은 마법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다르다. 마나가 아닌 스스로 창출하는 신성력 같은 것이다. 물론 크로이엘 교단의 사제가 사용하는 신성력은 아니지만.’
자신이 데미갓의 경지에 도달했기에 그런 것 같았다. 그렇기에 용언마법을 자세히 살폈다. 뭔가 알 것도 같았다. 왜 용언마법이 마법의 정점에 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신언과 유사하면서도 달랐다.
‘하지만 용언마법은 권능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마나를 기반으로 하여 권능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신계의 신성력이나 마계의 마력, 그리고 인간이 사는 중간계의 마나는 어떤 면에서 각 세계의 특성에 적응한 것인지도 모른다.’
사이먼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권능이 신성력과 같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 형식은 신이 가진 힘의 총화였고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도 가능했다.
‘권능은 어쩌면 각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기운을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권능도 마나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이먼은 자신의 권능이 드래곤의 권능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수한 마나만이 아니라 음의 마나와 신성력까지 포괄하는 권능, 거기에 검술을 익힌 덕분에 오러까지 포괄하는 권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기운으로 특정을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다 권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더 강해지는 길일 것이다.’
사이먼은 권능이 그가 가진 모든 기운의 총화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운을 다 모아서 최종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권능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신의 권능이 마침내 느껴지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그런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 동안 실험을 하였다. 항상 조심하면서 권능을 발현시켰고 그러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사이먼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시하면서 일상을 소화해 나갔다. 데미갓에 도달하니 모든 것이 시시해 지려고 했지만 그런 마음을 다잡고 매사에 충실하려고 했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의 터전이 될 영지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영지민, 나아가서는 왕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신앙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런 믿음이 나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
사이먼은 새롭게 종교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굳이 종교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종교의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크로이엘 교단과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 궁극적으로 크로이엘의 신성을 범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니.’
그것은 사이먼이 강해지고 중간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필연적으로 벌어질 일이었다. 다른 차원의 주신인 크로이엘이 언제까지나 중간계의 주신일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사이먼이 주신의 자리를 차지하거나 진정한 주신을 찾아서 권능을 회복하도록 하려면 중간계에서 크로이엘 교도를 축출하는 과정은 필연이었다.
사이먼은 전부터 계획했던 것을 구체화했다. 전신 시몬의 흉상을 작게 축소하여 만든 목걸이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물론 그 목걸이에는 역시 사이먼의 권능을 약간 담았다. 약간 담았다고 해도 수호자의 징표에 버금가는 권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목걸이를 하고 있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사기나 악기에 침습이 되지 않으며 몸에 활기를 주도록 했다.
“이게 뭡니까?”
“내가 아는 장인에게 말해 목걸이를 만든 것이네. 우리 조직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리는 증표로 삼으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전신 시몬을 증표로 삼는 조직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사이먼은 자신을 만나는 자들에게 목걸이를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목걸이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무려 1,000개에 달하는 숫자가 뿌려졌고 중간 간부들 이상에게 배포가 되었다.
대신 각 조직에서는 목걸이를 받지 못한 하급 간부와 조직원들에게 배포할 별도의 목걸이를 제작하여 배포하기로 했고 2만 개에 달하는 목걸이가 제작되자 그것을 가져오게 하여 역시 권능을 부여해 주었다.
그러나 전신 시몬의 목걸이는 각 나라마다 약간씩 모양을 달리 하여 같은 계열이지만 하나의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냈다. 이는 이적 조직이라는 공격을 받을 경우에 크로이엘 교단처럼 중립성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로 다름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사이먼은 권능이 부여된 목걸이를 매개체로 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퍼지게 하였다. 사실 매개체가 없이 권능을 부여했다면 신전이나 크로이엘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정확히 목걸이를 매개체로 하여 권능을 사용했기에 아주 고위신관이 아니고서는 알지 못했고 신관들도 그리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목걸이를 접한 신관들은 그 권능을 느끼기도 했지만 악기나 사기가 없으니 달리 문제 삼을 수는 없었다.
이런 각국의 소식이 영지에 알려지자 영지에서도 사이먼의 흉상을 제작하여 바치는 자가 생겼고 그것을 받아 권능을 부여하여 자신이 머무는 집무실 입구에 전시를 했다.
그런 것이 알려지자 영지의 관리나 기사들이 너도 나도 흉상을 제작하여 자신의 집무실 앞에 놔두기 시작했다. 일종의 우상숭배나 마찬가지였다. 사이먼은 영지 곳곳에 위치한 흉상을 보면 권능을 부여하여 주었다. 사이먼은 영지에서만은 신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신의 법도에서야 이단도 이런 이단이 없겠지만 인세의 법도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사 이단으로 지정을 하더라도 신도를 파문하여 교단에서 축출하는 것이 전부이다. 직접적으로 처벌을 하려면 인륜이나 천륜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야 하지만 그저 우상을 숭배하는 정도로 단죄를 하지는 못한다. 더구나 이곳은 나의 영지이니.’
사이먼은 신전에서 설사 이단으로 지정하여 압박을 하더라도 실제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에 아예 노골적으로 반대되는 행동을 하여 세력을 확장시킬 계획이었다.
“전신 시몬의 가호가 있어서 그런지 이 목걸이를 하고 난 이후부터 몸이 개운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신의 가호가 있어서 그런지 수련을 하면 더욱 집중이 잘 됩니다.”
그런 사실이 차츰 소문처럼 떠돌았고 너도나도 전신 시몬의 흉상을 본떠 목걸이를 만들었지만 초기에 만든 것이 아니면 효과가 없어 근거 없는 소문이 되고 말았다.
“내가 전신 시몬의 사도이기에 특별히 시몬의 권능을 목걸이에 담은 것이야. 일반 목걸이는 그런 효과가 없다.”
제국에서 호세 마리아노로 변한 사이먼이 그렇게 말하고 휘하의 사람들이 목걸이를 더 제작하면 권능을 부여해 주기로 했다. 사이먼이 제작한 모든 목걸이를 가져오라고 한 것이 전신 시몬의 사도로서 권능을 부여해 주기 위해서라고 밝히자 제국에서 한꺼번에 10만 개에 달하는 목걸이를 제작하게 되었다.
구리를 녹여 주물로 흉상을 만드는 것이기에 원가는 그리 높지가 않으니 제작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구리는 상당히 흔한 광물이니 손가락만한 흉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사비올라나 로칸시티에서도 동일하게 진행이 되었고 결국 십만 개에서 수만 개에 달하는 목걸이가 전신 시몬을 추종하는 자들에게 배포가 되었다.
물론 공짜로 그냥 뿌리면 값어치가 없어지기에 최소 원가의 다섯 배인 50브론즈는 내야 목걸이를 배부해 주었다. 이를 통하여 믿음의 정도를 대략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었고 그 결과 상당수의 사람들이 신앙에 가까운 믿음으로 전환이 되어갔다.
이제 종교는 아니지만 종교에 버금가는 정도로 추종자들의 믿음이 높아지게 되었고 사이먼은 언제 종교로 전환을 해야 할지 시기를 가늠했다.
애쉴리아는 우연한 기회에 구리로 된 흉상이 달려 있는 목걸이를 하나 구할 수가 있었다. 전신 시몬의 가호가 깃들어 있는 목걸이라고 했다.
남자의 흉상이라 보기에 조금 흉측한 것도 같지만 왠지 느낌이 좋아서 목에 걸어 보았다. 애를 낳은 후에 산후 조리가 잘못되었는지 산후통이 있었는데 그 목걸이를 걸자 산후통이 사라진 느낌이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려고 하는데 아이가 그 목걸이를 붙잡더니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아 결국 아이의 목에 걸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 목걸이를 아이에게 주고 나자 산후통이 다시 도지는 느낌이어서 결국 목걸이를 구했던 곳에 가서 다시 하나를 더 구하였다. 그러다가 남편 길리안이 생각나서 하나 더 구하기도 했다.
조금만 늦게 갔다면 다 떨어질 뻔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목걸이를 다시 목에 걸자 산후통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이도 상당히 예민한 것 같았는데 그 목걸이를 착용한 후부터 잠도 잘 자고 칭얼거리지도 않았다.
그것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했다.
“전신 시몬님, 산후통도 다 낫게 해주시고 우리 아이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애쉴리아는 자기 전에 목걸이를 보면서 그렇게 기원을 하였다. 그러자 목걸이에서 따스한 기운이 퍼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아기의 목걸이에서도 역시 그런 기운이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목걸이를 붙잡았고 그 목걸이에서 나오는 기운에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그 목걸이가 전신 시몬의 목걸이야?”
“그래요. 당신도 하면 달라질 거예요.”
기사인 길리안은 아내인 애쉴리아가 건네는 목걸이를 받아서 목에 걸었다. 미신을 믿는 것 같아서 못마땅했지만 그 목걸이를 건 후부터 아내의 산후통이나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기에 그냥 두고 보는 중이었다. 효험이 좋다고 하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그러나 목걸이를 거는 순간 뭔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하루 종일 훈련을 하느라 피로가 잔뜩 쌓여 있었는데 그 목걸이를 거는 순간 활기가 감돌기 시작했고 훈련을 하다가 생긴 자잘한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이래서 최근에 스티렌이나 엔도린이 활기가 넘쳤던 것인가?’
최근에 기사단에서 같이 근무하던 몇몇 기사의 실력이 갑자기 좋아진 느낌이 들었었다. 그 이유를 몰랐는데 목걸이를 착용한 후에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목걸이를 착용한 세 가족은 전신 시몬을 믿는 신도가 되어서 매일 축원을 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