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1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15화
여기까지다, 이 사기꾼아 (1)
“이제는 빛을 믿겠습니까?”
찬란한 빛이 내려앉은 방 안.
눈부신 광휘에 휩싸인 청년이 나지막이 물었다.
“예, 예!!”
“믿습니다!!”
그의 물음에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추기경들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얼굴은 공포와 고통으로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청년은 그의 어깨에 올라타 있는 검은 덩어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검은 덩어리가 크게 입을 벌리며 군침을 흘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에게서 ‘신앙’이 느껴진다는 증거.
“하하.”
강우는 밝게 웃었다.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제 목소리가 여러분의 마음에 닿은 것 같군요.”
자신을 올려다보는 추기경들에게서 이게까지 느낄 수 없었던 선명한 신앙이 느껴졌다.
자신의 가르침이, 빛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그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생각하시죠, 미하일 추기경님?”
“아, 아으.”
강우의 느긋한 목소리에 미하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미하일은 고장 난 기계처럼 덜덜덜 고개를 끄덕였다.
강우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이제까지 저를 대신해서 신도님들을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과, 광휘의 신도로서 다, 다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미하일은 절박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우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러고 보니 미하일 추기경님은 원래 평화의 신 루메리아 님을 믿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예. 예. 그, 그렇습니다.”
“아무리 계시 때문이라고 해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빛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주시다니… 정말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아, 하, 하하. 가,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명교의 세력을 지금보다 더욱 크게… 아르난 제국에 국한되지 않고 대륙 전체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겠습니까?”
천천히 손을 뻗어 미하일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말에 감격한 탓일까, 덜덜 떨고 있는 미하일의 손을 굳게 쥐었다.
“히익!!”
미하일은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처럼 눈을 뒤집어 깠다.
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미하일 님?”
“아, 아닙니다! 광휘의 신의 말씀이 대륙 전체에 퍼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처절할 정도로 굳은 의지가 서린 외침이 강우의 귓가에 들렸다.
강우는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일 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신격을 얻은 지 이제 막 한 달이 넘어가는 자신을 위해 이 정도로 헌신해주다니.
밀려오는 감동에 절로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다.
아마 오늘 이후로는 광명교의 교세가 확장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럼 미하일 추기경님. 잠시 광명교의 신도를 모아주실 수 있으십니까?”
광명교의 교세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는 역시 강우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신앙심을 품는 게 쉽다는 것은 깊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었으니까.
“무, 물론입니다!”
미하일은 고개가 끊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끄덕였다.
추기경들이 다급히 몸을 돌려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는 넓은 기도실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강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걸로 신앙 문제도 해결됐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리리스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마왕님, 정말 이런 거로 괜찮으시겠어요?”
강압적이어도 지나치게 강압적인 방법이었다.
만약 추기경들이 그의 ‘설교’에 대해 떠들기 시작하면 곤란에 처하는 것은 강우였다.
“괜찮아.”
강우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권능을 걸어뒀거든.”
설교에 대한 내용이 퍼져나가면 곤란한 것은 강우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 있던 일들을 함부로 발설하지 못하도록 ‘설교’ 도중 공포의 권능을 통해 금제를 걸어뒀다.
“호호. 이런 식으로도 신앙을 품게 하는 게 가능하다니, 신기하네요.”
“정확히 말하면 신앙은 아닐 거야.”
공포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발산하는 일종의 자기보호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신앙과는 명백히 종류가 다르다.
‘큰 상관은 없지.’
어차피 자신의 주 신앙 수급처는 추기경들이 아닌 일반 신도들이다.
그들이 신앙을 품건, 공포를 품건 자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기만 해주면 상관없었다.
“어디 그럼 두 번째 설교를 하러 가보자고.”
강우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는 추기경들이 아닌 일반 신도들에게 광휘의 신의 말을 전해줘야 할 때였다.
-웅성웅성.
“오, 오강우 님이 직접 현신하셨다고?”
“그게 사실이야?”
“아, 아아.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자신의 벽화가 그려진 기도실로 향하자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기경들에게 사람을 모으라고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도실 안에는 아까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 같은 것을 통해 도시의 사람들을 있는 대로 끌어 모은 모양.
‘아이리스가 결혼 발표할 때랑 비슷한 인파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 전원이 모인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인파였다.
“꾸륵! 꾸륵!”
질퍽이가 환희에 찬 표정으로 통통 몸을 튀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서 짙게 풍겨 나오는 신앙에 감격한 모양.
강우는 단상 위로 올라가기에 앞서 거대한 기도실에 모인 사람들을 쫙 훑어보았다.
분명 엄청난 숫자의 신도들이었지만.
‘아직 부족해.’
최상(最上)격에 도달한 신격을 지닌 강우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애초에 신앙이라는 비물질적인 감정을 신성으로 변환하는 것 자체가 효율이 몹시 좋지 않다.
포식의 권능이 원자력 발전소라면 신앙을 신성으로 만드는 것은 태양열 발전기와 비슷한 상황.
효율이 좋지 않은 만큼 많은 양의 신앙이 필요했다.
‘이 도시에 있는 사람만으로는 안 되지.’
광명교의 본단이 위치한 도시기 때문에 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일 뿐, 실제 다른 도시에 가면 이 정도의 반응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이 아니라 질도 모자라.’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 광명교가 만들어진 계기는 악의 성좌와의 전쟁 당시 강우가 보여줬던 기적 같은 힘 덕분이었다.
바꿔 말하면, 그것 외에는 없다.
그전까지 사람들은 광휘의 신은커녕 강우에 대해서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름을 알고 있긴 했다.
‘예전에 아이리스가 헛짓한 것 때문에 이상하게 전해졌지.’
아이리스가 결혼의 대상으로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았을 때,
김시훈을 시켜 궁색한 변명으로 내세운 것이 ‘오강우라는 이름은 둘만 있을 때 따로 부르는 이름이다’였다.
그때 둘의 결혼 소식에 묻혀 큰 파장 없이 지나갔던 일이었지만, 강우가 본격적으로 광휘의 신으로서 알려지면서 상황이 변하게 됐다.
‘어떻게 변명을 하긴 했지만.’
애초에 사람들이 큰 신경을 안 쓰던 일이기도 하고, 김시훈이 직접 나서서 사람들에게 사실 오강우는 자신의 형의 이름이었다고 전하면서 어느 정도 혼란이 줄어들기는 했다.
물론,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때 아이리스의 발언이 재조명되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륙을 어둠에서 구원할 빛의 탄생이었지 황녀가 누구랑 결혼하는지가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강우의 이름이 퍼진 것에 비해서 그가 제대로 ‘기적’을 보여준 것은 전쟁 때 마물들을 쓸어버린 것 외에는 없었다.
‘좀 더 증거를 보여줘야지.’
자신이 대륙을 구원할 빛임을, 믿고 받들어야 할 신이라는 증거를 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강우는 단상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우우우웅!
발걸음을 옮기는 강우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흘러나왔다.
웅성거리던 신도들이 숨을 죽였다.
좌중을 압도하는, 찬란한 광휘(光輝).
“아, 아아.”
“빛이다….”
“빛이 현신했어….”
신도들은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제까지 소문으로만 무성히 들어온, 어둠을 멸하는 광휘의 빛.
그 빛을 눈앞에서 목도한 이들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반갑습니다, 빛의 신도들이여.”
단상에 올라선 강우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거대한 기도실에 눈부신 광휘가 넓게 퍼져 나갔다.
“광휘(光輝)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인 그대들을 축복하겠습니다.”
빛을 뿌리는 것과 동시에 활력의 권능을 사용했다.
넓게 퍼져나간 마기가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몸에 힘을 불어 넣었다.
한설아의 버프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의 버프였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오, 오오!”
“몸에서 힘이….”
기도실에 모인 광명교의 신도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찬란한 광휘에 몸이 닿는 순간 피로가 싹 사라지며 푹 자다가 일어난 것처럼 몸 전체에 힘이 솟았다.
“광휘의 신이시여!”
“우리를 어둠에서 구원하소서!”
신도들이 짜기라도 한 것처럼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들 중에서는 감정에 벅차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도들도 있었다.
‘자 그럼.’
강우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무언가를 찾았다.
광역 버프로 인해 일단 첫 단추는 나쁘지 않게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고작 몸에서 피로가 가시고 힘이 솟는 것만으로는 ‘신의 기적’이라 부를 순 없었다.
‘역시 이런 자리에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효과적인 법.
자신에 대해 불신을 품고 있던 추기경들도 그의 ‘설교’를 들은 이후에 열렬한 신앙심을 가지게 됐지 않았는가.
“빛을 따르는 어린 양이여.”
주변을 둘러보던 강우는 어렵지 않게 목표물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는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끌어안은 채 필사적으로 기도를 올리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아이는 몸이 좋지 않은 듯, 활력의 권능을 받았음에도 거친 기침을 내뱉으며 창백하게 얼굴이 질려 있었다.
“예, 예? 저, 저 말씀이십니까?”
강우가 다가가자, 아이를 끌어안고 있던 중년 여인이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습니다.”
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중년 여인의 눈에 희망과 공포가 교차했다.
“아이가 아픈 모양이군요.”
“그, 그렇습니다! 며칠 전부터 갑자기… 부, 부디 이 불쌍한 아이를 보살펴 주세요!”
여인이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강우는 검지를 살짝 깨물어 피를 냈다.
선명한 붉은색 피에서는 은은한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강우가 손을 깨물어 피를 내자, 여인은 흠칫 몸을 떨었다.
강우는 그런 그녀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아이를 향해 손가락 끝에 맺힌 핏방울을 내밀었다.
“나의 육신이, 어린 양들을 빛으로 인도하리라.”
아이의 입안으로 핏방울이 떨어졌다.
그러자 거친 기침을 토해내던 아이의 얼굴이 눈에 띄는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 아아.”
“이, 이럴 수가.”
신도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뜨며 탄성을 흘렸다.
눈앞에서 기적을 목도한 신도들은 서로 앞다투어 단상 쪽으로 달려들었다.
“과, 광휘의 신이시여!”
“제 아내에게도 부디 빛의 축복을!”
“나, 남편이 얼마 전에 광산에서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부디….”
눈앞에서 순식간에 병이 치유되는 모습에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신도들은 서로를 밀치며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순식간에 기도실이 혼란에 휩싸였다.
“정숙하십시오.”
나지막한 강우의 말에, 혼란에 휩싸인 기도실에 정적이 흘렀다.
강우의 몸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힘이 서로를 밀치며 달려들고 있는 신도들을 압박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빛의 신도들이여.”
강우는 흥분에 빠진 신도들을 타이르듯 말했다.
“그대들 모두에게 빛의 축복이 함께 할 겁니다.”
“아, 아아.”
신도들의 입에서 감격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강우를 향해 두 손을 모았다.
“리리스 사제님.”
“예, 광휘의 신이시여.”
리리스가 타이밍 좋게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추기경들에게 ‘설교’를 하는 도중 쓰였던 포션을 꺼내 들었다.
추기경들에게 신앙심을 심어주기 위해 꽤나 많은 양이 소모됐지만, 광명교의 본단에 오기 전에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뒀기 때문에 그 양은 충분했다.
“신도들에게 성수를 나눠주세요.”
“빛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리리스는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역시 리리스를 데려오길 잘했네.’
대략적인 계획만 짰을 뿐 거의 대부분 에드립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자신이 봐도 놀랄 정도로 완벽하게 손발을 맞춰주고 있었다.
아마 설아나 다른 파티원이었다면 이 정도로 손발이 맞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으리라.
‘나중에 뭐라도 선물해줘야겠네.’
강우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신도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아. 광휘의 신이시여.”
“빛을 따르겠습니다!”
그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제 단순히 ‘신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있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광기에 가까운 신앙.
사이비 종교에서나 보일 법한 이 모습이야 말로 강우가 기대한 광명교의 모습이었다.
‘이 정도로 심해지면 나중에 다른 종교랑 트러블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알 바 아니었다.
그들끼리 종교 전쟁을 일으키건, 이단을 심문하건 뭔 상관이란 말인가.
‘나를 위해 신앙만 쥐어짜면 되는 거야.’
강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어깨에 올라탄 질퍽이가 신도들에게서 느껴지는 광기에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이 보였다.
‘좋아, 이 정도면 일단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콰앙!
폭발하듯 기도실의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성큼성큼 단상 위로 올라왔다.
신도들이 시선이 갑작스럽게 단상 위로 난입한 사내에게 향했다.
“이안 추기경님?”
검은 머리칼에 퀭한 눈을 지닌 사내는 이를 악문 채 강우를 향해 외쳤다.
“여기까지다… 이 사기꾼아!”
그는 강우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고개를 돌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신도들을 돌아보았다.
“빛의 신도들이여, 여러분들은 모두 속고 있는 겁니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절규했다.
“저놈은 광휘의 신이 아닙니다! 놈은, 놈의 정체는….”
이를 갈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강우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타오를 듯 뜨거웠다.
“마(魔)의… 악에 물든 자들의 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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