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케헤헷! 죽어라! 이얍이얍!”
“도, 도련님! 흐아악!”
길레트 백작가의 망나니, 롬디오가 검술 대련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스승이 바뀐 후부터였다.
새 스승은 실전 위주의 교육 방침을 내세웠다. 덕분에 롬디오는 목검을 들고서 하인들을 흠씬 두드려 패는 ‘훈련’을 하는 중이었다.
줄지어 선 놈들을 하나씩 격파하는 기분이란 이미 대륙 최강의 기사가 된 것만 같았다.
“으헤헤헤! 이것이 나의 검이다! 어디 받아봐라!”
“아이고, 도련님! 살려주세요! 아이고, 아이고!”
“이런 조무래기 같으니! 너도 내 상대는 아니구나! 다음 와라, 다음!”
“에휴, 끝났다…….”
어린 하인들은 한껏 죽는 시늉을 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서 도망쳤다.
정정당당을 명목으로 소년들에게도 목검을 쥐여주기는 했지만, 감히 사용인의 신분으로 어찌 귀족 영식을 공격하랴.
그저 실감나게 패배자를 연기하여 도련님의 기를 세워주고 후다닥 자기 차례를 끝낼 따름이었다.
롬디오는 헉헉거리며 마실 것을 찾았다.
간이 테이블에는 물 대신 온갖 종류의 보약 포션이 비치되어 있었다.
“퉤퉷, 아우, 써!”
롬디오가 다시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자 했다.
“다음…… 뭐야, 너냐?”
“도, 도련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프린츠 로델라인. 쭈뼛거리는 꽃분홍 머리 미소년을 본 순간 롬디오의 목검에 힘이 들어갔다.
롬디오는 전부터 프린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매 맞는 시종 주제에 자기보다 머리도 좋고 얼굴도 잘생긴 게 아닌가.
심지어 이름도 프린츠! 소백작인 자기보다 더 고급스러운 것 같았다.
“간다아아!”
“도, 도련님! 앗!”
악의에 가득 찬 롬디오가 목검을 힘껏 휘둘렀다.
프린츠는 본능적으로 피했다.
콰직!
포션을 마신 직후라서 그런지 파괴력이 엄청났다.
‘이, 이런 걸 맞으면 큰일 날 거야!’
다른 하인들처럼 적당히 맞아주려던 계획은 철회되었다.
그렇다고 공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프린츠는 소극적으로 막거나 피하기만 했다.
약이 오른 롬디오는 제 부실한 팔 근육도 생각지 않고 목검을 더욱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지켜보던 하인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말려야 할 새 스승이라는 작자는 의무를 방기한 채 딴짓 중이었고 말이다.
롬디오가 씩씩거리면서 신경질을 냈다.
“쥐새끼 같은 놈! 피하는 것밖에 모르냐!”
“예? 그, 그렇지만, 제가 도련님을 공격할 수는…….”
“야! 누가 너더러 나 공격하래? 맞으라고! 왜 이렇게 안 맞아? 맞아야 끝날 것 아니야!”
눈빛의 살기를 보건대 프린츠는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새끼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도, 도련님.”
그 순간 롬디오의 비열함이 빛을 발했다.
“헉! 저기 네 여동생이 난간에!”
“네? 어디……!”
“키히힛! 걸렸다!”
“헉!”
퍽퍽! 퍼억! 퍽퍽퍽!
저급한 계략 앞에서 순진한 프린츠는 무너지고 말았다.
한 번 맞기 시작하자 고통 때문에 몸이 마비되어서 피하지 못하고 또 맞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으, 으윽……!”
마구잡이로 구타를 당하면서도 프린츠는 검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시종들이 안절부절못하며 스승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나 스승은 여전히 관심이 없었다.
대신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키힛! 죽어! 죽으란……!”
“이게 무슨 품위 없는 행동인가요, 오라버니!”
“힉! 비, 비안카!”
롬디오의 손에서 미끄러져 날아간 목검이 땅바닥에 박혔다.
아일렛의 발치였다.
아일렛은 등을 잔뜩 웅크린 채 겨우 숨만 쉬고 있는 프린츠에게 조심스레 손을 댔다.
“오빠, 괜찮아?”
“……아, 아이?”
“늦어서 미안해.”
“…….”
네가 왜 미안하냐고 말해야 하는데, 울컥한 마음을 꾹꾹 눌러 참는 듯한 동생의 음성에 놀라서 프린츠는 타이밍을 놓쳤다.
그 무렵 비안카는 로델라인 남매를 보호하듯 막아서며 롬디오와 검술 스승을 상대했다.
“오라버니는 언제까지 천지 분간 못 하는 어린애처럼 구실 건가요?”
“내, 내가 뭐! 이거 다 검술 수련이거든!”
“수련? 새 검술 스승께서 말씀해 보시죠. 위계 서열이 명백한데 시종에게 일방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 방침인가요?”
“아, 아가씨. 이, 이것은…… 도련님께 검술에 흥미를 붙여드리려는 것으로……!”
“사람을 해치는 검술에는 흥미가 안 붙는 게 낫습니다. 이번 일은 어머니께 말씀드리겠어요.”
“야, 비안카!”
“아, 아가씨!”
롬디오와 검술 스승은 비안카의 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늘어질 기세였다.
“아이, 먼저 프린츠를 데리고 가서 치료해.”
“네, 아가씨. ……오빠, 걸을 수 있겠어?”
“으, 으응.”
프린츠의 다리는 후들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움직여주었다.
아일렛은 프린츠를 부축해서 지나가며 롬디오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눈이 마주친 롬디오는 당황하더니 버럭 성을 냈다.
“뭐, 뭐야! 정정당당한 대련이었잖아! 내가 뭘 잘못했는데?!”
“…….”
“야, 왜 말도 없이 그냥 가! 야! 우씨, 너 내가 부하로 삼아주려고 했는데 취소야!”
아일렛은 개소리를 무시하고 프린츠와 함께 자리에서 멀어졌다.✠화가 났다. 애들 싸움이라고 할 수준을 넘어선 폭력이었다.
역시 망나니는 사회의 해악이었다.
“아, 아이.”
“왜?”
“나, 나 이제 혼자 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 은근히 맷집이 좋아서 별로 안 아프…… 아욱.”
“그냥 이대로 걷자, 오빠.”
“으응…….”
“…….”
“호, 혹시 나한테 화난 거 아니지?”
“뭐?”
“아까부터 말이 없어서…….”
“……오빠한테 화난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애써서 말 걸지 마. 대답하다가 또 울컥할 것 같잖아.
내가 프린츠를 부축해서 데리고 간 곳은 아빠의 연구실이었다. 가깝기도 했고 연금술사는 어지간한 주치의 못지않은 의료인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니, 애가 아픈데 어딜 가신 거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빠는 무능한 약초 상단이 또 문제를 일으킨 바람에 외근 중이었다고 한다.
“아빠 안 계시네? 걱정 끼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헤헤.”
“…….”
다친 얼굴로 해맑게 웃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기다려 봐.”
나는 곧장 분노의 연금술을 시작했다. 온몸이 퍼렇게 멍든 프린츠에게 완효성 연고 따위를 처방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마침 던전 농장에서 수확해 온 약초도 있었으니 포션 재료는 충분했다.
“먹는 약 만들어? 나 쓴 거 싫은데…….”
“약 먹어야 빨리 낫지. 투덜투덜하지 말자, 오빠.”
“네에…….”
내 실력이면 일반 힐링 포션쯤은 라면 끓이듯 간단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팍팍 넣어서 볶고 찌고 짜낸 끝에 플라스크 한가득 액체가 찼다.[ ‘혀를 마비시킬 정도로 쓴 고농축 힐링 포션’이 완성되었습니다.]재료를 너무 많이 넣고 정제했더니 약간의 역효과가 발생했다.[ 축하합니다! 레벨 업에 필요한 숙련도를 달성하여 연금술 Lv.8을 각성합니다. ‘연금술 효능 대폭 증대 Lv.5(패시브)’, ‘창조적인 영감 Lv.1(패시브)’를 깨닫습니다.]이 와중에 레벨 업까지 했다. 창조적 영감? 이건 또 뭐람.
‘일단 프린츠에게 포션부터 먹인 후 천천히 살펴봐야겠……. 아니, 잠깐.’
불현듯 아빠의 책상 위에 있는 사탕 유리병이 눈에 들어왔다.
쓴 걸 못 먹는다는 프린츠에게 포션을 그냥 주지 않고 약간의 조치를 취한 뒤 마시게 하고 싶어졌다.
나는 순간 떠오른 발상에 사탕 몇 개를 꺼내고, 연구실에 굴러다니던 잡초나 마찬가지인 마른 약초도 챙겨왔다.
중탕과 증류를 반복해 만든 보라색 액체를 포션에 섞었다.
펑!
“아이! 괜찮아?!”
“콜록콜록, 괜찮아. 그보다 완성됐으니까 마셔.”
“이, 이거 약이야? 새, 색이 까만 게 수상…….”
“내 노력의 결실이니까 사양 말고 마셔.”
“우웁!”
플라스크의 주둥이와 뽀뽀한 프린츠가 울상을 지었다. 쓴 게 어지간히도 싫은지 숨을 참고 벌컥벌컥 들이켜는 게 보였다.
하지만 포션을 반쯤 삼켰을 때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 이거 맛있어!”
“그래?”
“응! 포도 맛이 나! 주스 같아!”
멍과 붓기가 빠지고 상처가 아무는 것으로 보아 포션의 본래 기능도 모자람 없이 훌륭했다.
“와아, 맛있는 약이라니, 이거 팔면 엄청 잘 팔릴 거야!”
“그래? 이걸로 오빠 사관학교 등록금 대면 되겠네.”
“응?”
고개를 갸우뚱하는 프린츠의 손을 덥석 쥐었다.
“오빠, 내가 포션을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어, 어?”
“역시 복수는 스스로 해야 맞는 것 같아.”
“……복수?”
스산한 단어에 프린츠가 흠칫하며 나를 살폈다.
그러나 나는 프린츠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프린츠의 머리 위에 뜬 역삼각형 아이콘이었다.[ ‘프린츠 로델라인’
오러를 깨우칠 만한 검술 잠재력을 지녔다. 대륙의 우러름을 받는 소드 마스터로서 활약할 미래가 당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성공이 보장된 투자가 단돈 천백만 캐시!
11,000,000캐시를 사용해서 .]고민할 것도 없었다.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