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341)
리드와 손잡고 세계 멸망이라니!
저러라고 그 고생을 해가며 천지창조로 특수 시간선을 만들어서 리드를 보낸 게 아니란 말이다!
“……!”
동요로 내 낫 끝이 흔들렸다. 아마 내 눈빛도 이렇게 떨리고 있겠지.
다행히 위기의 순간에 신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신의 계시가 내려왔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캐릭터 해석이 완전히 틀렸으니 안심하라고 말합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캐릭터 붕괴여도 재미만 있으면 된다며 계속 자신만의 망상을 즐깁니다.]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옆에서 같이 즐깁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참신하게 원작을 파괴하며 깽판을 치고 있긴 하다고 빈정거립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세계멸망만 아니면 된 것 아니냐며 당신을 맹목적으로 두둔합니다.]나의 움직임이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래, 내가 세계멸망 같은 걸 목표로 할 리가 없지.
나라면……. 그러니까 내가 리드를 선택했다면…….
“아.”
답이 너무 쉽게 나왔다.
순간 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걸렸다. 내가 낸 답은 고스란히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계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나와 막상막하이거나 나보다 세 보이는 적을 상대하는 유구한 방법이 있지!’
그것은 바로……!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인신공격이냐고 묻습니다.]‘정신 공격이거든요!’
흥분은 고스란히 공격에 더해져 속도와 힘을 강화시켰다.
내 참격을 흘리지 못하고 정면에 받아낸 최종보스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반동이 만들어내는 추진력보다 더 빠르게 따라붙은 내가 다시 그녀를 내려 벴다. 물론 이번에도 그녀는 능히 받아냈지만 상관없었다.
하얀 낫과 검은 낫을 교차한 상태로 우리는 대치했다.
콰드드득! 콰드득!
시간이 흐를수록 최종 보스가 선 바닥이 점진적으로 함몰되며 크레이터가 넓어진다.
버텨내는 그녀의 무릎이 살짝 굽혀지며 경련하는 것이 보였다.
저런 다리로는 어디로도 갈 수 없겠지. 이제 필승 전략을 쓸 때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말이야. 가짜라서 그런지 리드에 대한 사랑도 가짜네.”
응. 넌 귀담아 들을 수밖에 없을걸.
“리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세계멸망 같은 걸 목표로 잡을 리가 없지.”
이거 봐. 듣잖아.
“잘 생각해봐. 그를 미워하는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해 봐야, 온 세상 사람들이 그를 더 미워할 뿐이라고.”
그런 건 하책(下策)이다. 상책은 따로 있다.
역시나 나를 보는 적안에 당황과 혼란이 차오른다. 결국 그녀는 의문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래, 이 질문을 기다렸다.
“세계를 멸망시키는 게 아니라 정복해야지!”
“그를 사랑하지 않는 세상을 정복해서! 그를 사랑하게 만들어야지! 아예 법으로 테실리드를 사랑하도록 제정하는 거야!”
[‘만상의 혼돈을 감시하는 눈동자’가 당신의 눈이 지금 광기로 빛나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의 현명함에 박수를 칩니다.]그때부터였다. 최종 보스의 움직임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내게서 벗어나서 자세를 가다듬는 듯했으나 시선 닿는 모든 곳이 빈틈투성이였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설정 오류로 인한 버그가 발생했다며 슬퍼합니다.]‘슬퍼하실 시간에 기를 모아주세요, 솜방울님.’
소울 펫을 쥐어짬과 동시에 내 몸에 걸린 버프들을 갱신했다.
“가짜에게 질 수야 없지.”
내 사랑이 이길 거다.
전투가 재개되었다. 끊임없는 굉음이 마지막 전장을 뒤흔들었다.
✠
그때였다.
[ ‘익명의 빙의자’가 시련의 탑 최상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 현재 시각부터 모든 빙의자들은 시련의 탑에서 자유로운 퇴장이 가능합니다.] [폭군의딸5] : !!!!! [랭킹1위헌터의딸] : 떴다ㅏㅏㅏㅏ딱히 의도치는 않았으나 그건 좋은 어그로였다.
[킬힐] : . [폭군의딸5] : 우와 진짜 나타나셨다!✠
숲의 일족인 루미나는 요즘 들어 아련한 기분 속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많았다.
매일같이 이상한 꿈을 꾸었던 탓이다.
꿈속에서는 구릿빛 거구를 가진 흑발의 인간 청년이 나왔다.
탄탄한 근육으로 벌크업된 우람한 몸에 비해 얼굴은 상당히 앳되었고, 특히 초록색 눈은 굉장히 순수해 보였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그 사슴 같은 눈망울을 반짝이며 미소 지을 때면 꿈속인데도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것을 느꼈으니까.
일면식도 없는 남자인데 대체 왜 자꾸 꿈에 나타나는 것일까.
무려 일주일간 고민했던 문제다. 오늘이라고 갑자기 답이 나올 리는 없었다.
‘에이, 꿈일 뿐이야.’
몽롱한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