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erences for possessed people RAW novel - Chapter (52)
52화
[ 오러 전직 미션을 완료하지 않아 코어가 생성되지 않았습니다. 축적량이 임시 저장됩니다.]뭐? 임시 저장이 된다고?[ 임시 저장된 축적량에 따라 오러를 각성한 후 코어의 크기가 결정됩니다.]오오! 대박!신성력과 마찬가지였다.
각성만 하면 추기경급이 약속된 신성력처럼, 오러도 선행학습으로 미리 늘려놓고 각성 때 한 방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시스템 최고!
“네!”
안 그래도 신성력보다 오러를 먼저 각성하면 안 되어서 무기술 레벨을 49레벨로 맞추고 난 후 시간이 남을 걸 걱정하던 판국이었다.
그런데 마침 심법이라는 답이 생겼다.
아그네스의 격려에 나는 방긋 웃기만 했다.
스무 살이면 10년이다. 10년이라니, 그럴 리가.
3년이면 충분하다.
신성력을 각성하는 나이가 바로 오러를 각성하는 나이가 될 테니까.
“열심히 할게요!”✠한편, 느티나무 꼭대기에서 철인 장애물 경기장의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흐음…….”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작은 동물 같은 여자아이가 보인다.
분홍색 머리칼을 가진 아이는 허공을 보며 열렬히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이따금 혼자 중얼중얼 말을 하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봤다면 이상하게 여겼을 상황. 그러나 지금 여자아이를 몰래 지켜보는 여성은 달랐다.
‘내 딸의 스승은 좀 특이한 존재인 것 같네.’
엘테아는 흥미롭게 눈을 빛냈다.
프린츠도 아일렛도 각자 열심히 수련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제 아이들과 검을 겨룰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대감에 엘테아는 흐뭇이 미소 지었다.✠평화로운 일상이 쭉 계속되는 가운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아빠와 함께하는 연금술 사업은 새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성공을 거듭하여 엄청난 돈을 벌었다.
꾸준하게 반복된 훈련에 힘입어 강체 레벨은 진작 50레벨을 훌쩍 넘었고, 검술 레벨도 49레벨을 달성했다.
그 후로는 다른 무기를 익힌다거나, 보법을 훈련한다거나, 심법에 전념하는 것으로 검술의 레벨을 조정했다.
검술 수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밝힌 뒤부터는 오빠, 엄마와 함께 대련을 하기도 했다.
오빠는 항상 내가 이겼고, 엄마는 항상 내가 졌다.
그때마다 승부욕이 강한 아그네스가 훈련량을 두 배로 올려서 힘들었다.
신성력 각성을 위해 새벽마다 예배당 출석도 열심히 했다.
‘검은 소금 사막’ 던전을 다녀온 것을 마지막으로 신성 강림을 쓸 일은 없었기에, 신열병으로 새벽 기도를 빼먹는 일도 없었다.
튜토리얼 지역 바깥에 나갈 일도 딱히 없었다.
황금 상아탑의 탑주가 연금술사 ‘로델’에게 장로 자리를 제안하며 초대장을 보냈지만 거절했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추수감사절에는 할아버지가 기다림을 못 참고 먼저 백작성에 와버렸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공작가를 질색하는 엄마를 위해 돈 많이 번 모험가 정도로 신분을 설정하고 오셨는데, 사정을 다 아는 비안카가 할아버지의 허술한 장단에 맞춰주면서도 불편함 없이 대접하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나중엔 그게 매해 가을마다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려서 비안카도 친구 할아버지로 편하게 여기게 되었지만.
소소하고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계절이 여러 번 순환되었다.
세 번의 가을을 이 세계에서 맞이했다.
저번 주가 할아버지와 세 번째로 칠면조 가슴살을 먹은 날이었고, 어제는 진눈깨비 같은 올해 첫눈과 함께 열세 살이 되었다.
빙의한 지 어느덧 2년 9개월.
일수로는 천 일을 꽉 채우고도 닷새를 더 넘긴 시점이었다.✠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나는 떨리고 벅찬 가슴으로 두 손을 꼭 모아 쥐었다. 그리고 눈을 반짝이며 시스템 화면을 보았다.
띠링!
마침내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새벽 기도’가 완료되었습니다.] [ ‘천 일 새벽 기도’ 완료(1,000/1,000)] [ 축하합니다! 신성력 각성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황금색 기운이 나를 감쌌다.
마치 게임 레벨 업할 때처럼 세 쌍의 빛의 날개가 촥 펼쳐지는 이펙트가 순간적으로 스쳤다.
그리고.
“아!”[ 신성력을 각성했습니다!] [ 당신의 신성력은 성녀급입니다.]대박. 추기경급에서 한 단계 더 오른 성녀급이다.
마법으로 치면 8써클, 오러로 치면 마스터로, 인간의 한계나 마찬가지였다.
몸 안에 새롭고 신비로운 기운이 차오른 게 느껴졌다. 만끽하듯이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당신의 성장에 감격하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습니다.] [‘영혼을 심판하는 천칭’이 S급다운 성장이라고 박수를 짝짝짝 칩니다.] [‘시련의 마천루 건축가’가 이 정도면 탑 100층까지는 거뜬히 오를 수 있겠다고 칭찬합니다.] [‘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앞으로도 오밸의 행보를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합니다.] [‘천기누설 감찰관’이 가는 길에 들렀다며 축하한다고 전합니다.]이런 날은 독설가님도 좋은 말을 해주는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감찰관님이다. 일부러 와서 축하해 줄 줄은 몰랐는데.
아, 인사를 잊으면 안 되지.
“정말 감사합니다!”
예배당 사방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그네스도 고마워요.”
“아, 잠시만요. 저는 처음 스킬 쓰려면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 있어요.”
“저는 좀 달라요.”
나는 사첼백을 바닥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뒤적였다. 지금부터 꺼낼 것은 상당히 무거운 것이라 조심해야 한다.
“낑차!”
쿵!
묵직한 보물상자가 튀어나왔다. 안을 열자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이는 금화가 가득했다.
전부 연금술과 약초 납품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다.
마침 이곳은 예배당. 헌금 내기 좋은 장소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준비되었느냐고 묻습니다.]“네! 전부 현질하겠습니다!”[ 1억 캐시 결제 완료. 청약 철회는 일주일 이내에…….]“됐고, 캐시샵!”
메뉴에서 ‘스킬북’을 선택했다.
판매되는 스킬 등급은 기본, 중급, 상급, 궁극까지 네 단계가 있었다. 하나씩 살펴봤다.[ ‘치유’
대상의 외상을 치료한다.]“구매.”
어제 쓸린 왼쪽 손등에 바로 사용해 보았다.[ 기본 스킬 ‘치유 Lv.11(+10)’이 발동합니다.]성녀급 신성력이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와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아그네스는 곧바로 11레벨 치유를 쓰는 나를 보고 감탄했다. 하지만 나는 아쉬움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르디망을 잡을 때 썼던 치유는 100레벨이 넘었는데.’
신성 강림을 발동하고 썼을 때에 비해 스킬 레벨이 대폭 내려갔다.
‘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의 편애’ 효과로 스킬 레벨이 10레벨이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정직한 1레벨이라는 뜻이다.
애석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모양이다.[‘균형을 조율하는 독설가’가 여태까지 신성 강림으로 꿀 빨다가 너프 당한 기분이 어떠냐고 묻습니다.]독설가님의 혓바닥이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너프라뇨. 이게 원래 제 실력인 거죠. 착실하게 레벨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세계를 구축하는 언령’이 누구 신도인지 참 바르게 잘 컸다고 칭찬합니다.]신성력 시범 사용을 마쳤으니 하던 일을 마저 할 차례다.
나는 다시 캐시샵을 열고 스킬을 살폈다.
중독을 치료하는 ‘해독’.
물건에 신성력을 불어넣어 호신부를 만드는 ‘축성’.
보호막을 치는 ‘결계’.
저주를 푸는 ‘정화의 세례’.
아군을 한꺼번에 치유하는 ‘힐링 필드’.
버프를 거는 서포터 스킬, ‘신성 찬가’.
기타 등등…….
하나씩 설명을 읽어보면서 구매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귀찮네.”
그래서 그냥 그다음 스킬부터 손가락으로 찍고.
“여기서부터-.”
쭉 내려서.
“-여기까지.”
전체 선택 후.
“싹 다 주세요.”
구매했다.
아, 몰라. 배우면 다 쓸 데가 있겠지.
빙의자를 위한 특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