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RAW novel - Chapter 463
463
제 463화
461.
라스칼의 답을 통해 퀘스트 ‘벌’의 완료 조건을 알게 된 수혁은 생각했다.
‘완전 어렵네.’
녀석들의 규모도 모르는 상황에서 완전한 괴멸이라니?
난이도가 높아도 너무나 높은 것 같았다.
“녀석들의 위치는 알아보고 있는 중이야. 정보가 나왔으니 아마 곧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
라스칼이 말했다.
“녀석들의 위치를 알아내는 대로 연락할게.”
“예.”
“그럼, 나중에 보자.”
수혁의 답을 들은 라스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라스칼이 사라지고 파비앙이 입을 열었다.
“괜찮겠니?”
파비앙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네, 괜찮아요.”
수혁은 미소를 지은 채 답했다.
“어차피 상대해야 할 조직이니까요.”
드래고니아는 암당과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흑월과 관련이 있는 조직이었다.
즉, 언젠가는 상대해야 할 조직이었다.
거기다 괴멸시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지 드래고니아의 무력이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렇지만…….”
파비앙은 수혁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에도 걱정을 완전히 떨쳐 낼 수 없었다.
“파르빌에서는 어떤 의뢰를 한 거예요?”
수혁은 화제를 돌렸다.
탑에 온 것은 라스칼과의 대화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 맞아. 의뢰.”
수혁의 말에 의뢰를 떠올린 파비앙은 탄성을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괴물 처치야. 물의 마탑과 함께하는.”
파비앙의 설명이 시작됐다.
이내 설명이 끝났고 수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절 지정한 거죠?”
파르빌 상단에서는 수혁이 꼭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의뢰 내용을 들어보니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었다.
어째서 파르빌 상단에서는 지정을 한 것일까?
“나도 그게 마음에 걸려…….”
파비앙 역시 파르빌 상단이 수혁을 지정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상단주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게 진짜 이유는 아닌 것 같고.”
이유를 물었고 답을 듣기는 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수혁은 파비앙의 말에 생각했다.
‘설마 암당의 함정은 아니겠지?’
피해망상이 아니다.
최근 일어났던 일들을 생각하면 암당이 관여했을 확률은 충분했다.
“지금이라도 거절할까?”
파비앙이 물었다.
“아니요. 갈게요. 확인할 것도 있고.”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암당의 함정이라면 또 다른 꼬리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언제 출발하나요?”
“4일 뒤 오후 1시에 출발할 거야.”
* * *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알려주신 대로 한 것뿐인걸요.
“그럼 다음에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스아악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소멜은 수정구를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수정구를 앞으로 가져와 마나를 주입했다.
-아소멜 님이십니까?
얼마 뒤 걸걸한 목소리가 수정구에서 흘러나왔다.
“예, 카슬 님. 접니다.”
수정구는 바로 바이루트의 수장 ‘카슬’과 연결되어 있는 수정구였다.
“녀석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결계를 부수려고 난리입니다. 이거 진짜 3개월 버틸 수 있는 거 맞습니까? 아무리 봐도 금방 깨질 것 같은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충분히 버틸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마탑의 마법사들이 갈 겁니다.”
-예? 마법사들이요? 녀석들을 수장시키면 되는 겁니까?
카슬의 목소리에서 활기가 느껴졌다.
심해의 괴물 때문에 현재 바이루트는 즐겨 하던 약탈, 전투, 방화 등 거의 모든 활동을 중지한 상태였다.
오로지 심해의 괴물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것 같았다.
“아닙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아소멜이 말했다.
연락을 한 이유는 혹시나 바이루트가 사고를 칠까 봐였다.
카슬의 반응을 보니 미리 연락하지 않았으면 사고가 났을 게 분명했다.
“따로 연락을 드리기 전에는 절대로 건드리시면 안 됩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심해의 괴물과 전투를 벌일 예정이었다.
바이루트의 방해를 받는다면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
더구나 수혁이 함께 하고 있다.
바이루트가 아무리 바다의 지배자라 해도 수혁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수혁에 의해 바이루트가 전멸할지도 모른다.
-……예,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카슬은 아소멜의 말에 힘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그럼, 고생하시길.”
아소멜은 카슬과 대화를 끝냈다.
스아악
마나 주입을 멈추자 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졌고 아소멜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정구를 보았다.
건들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음에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 * *
마탑에서 나온 수혁은 워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며 캐릭터 창을 열었다.
그리고 레벨을 보며 생각했다.
‘어디서 레벨을 올려야 하나.’
수혁은 의뢰를 떠나기 전에 900을 찍을 생각이었다.
‘정보도 없고…….’
공식 홈페이지에는 사냥터에 대한 정보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수혁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수혁의 레벨은 839.
높아도 너무나 높았다.
‘9마계?’
문득 떠오른 사냥터가 있었다.
바로 9마계였다.
‘아니야, 사냥하기에는…….’
하지만 이내 든 생각에 수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몬스터들의 레벨도 높고 경험치도 좋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수’였다.
수가 적어도 너무나 적었다.
레벨 업이 목적인 수혁에게 9마계는 그리 좋은 사냥터가 아니었다.
‘미개척지나 쭉 돌아볼까?’
중간계에는 아직 수많은 미개척지가 있었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이 있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그래.’
수혁은 결정을 내렸다.
직접 돌아다니며 사냥터를 찾기로.
스킬 ‘세계 지도’가 있어 찾기도 편했다.
거기다 풍의 비행 속도를 생각하면 금방 찾아낼 것이었다.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수혁은 페이드 제국의 마을 ‘도멜’로 워프했다.
‘일단 미개척지에 들어가서 풍이를 타고 이동해야겠다.’
바로 풍을 소환해 비행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NPC와 유저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마을 밖으로 나온 수혁은 유령마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다.
[카품의 초원에 입장하셨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첫 번째 미개척지 ‘카품의 초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패스트 힐!”
“죽음의 참격!”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많은 유저들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수혁은 그대로 유저들을 지나쳐 움직였고 다음 미개척지 ‘노을이 저무는 평야’에 도착했다.
‘여기서 타고 갈까?’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유저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레벨 600대의 들소들뿐이었다.
수혁은 펫 창을 열어 풍을 소환해 비행을 시작했다.
풍의 속도는 엄청났다.
지도 창에는 빠르게 미개척지의 정보들이 업데이트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수혁은 레벨 900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을 발견할 수 있었다.
“풍아, 오른쪽으로.”
수혁은 풍에게 말했다.
풍은 수혁의 말에 바로 방향을 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혁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메린 들판에 입장하셨습니다.]“저기 아래에 내려줄래?”
-네, 아빠!
풍은 바로 하강했고 이내 수혁은 들판에 내려올 수 있었다.
수혁은 풍을 역소환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는 일단 괜찮은 것 같은데.’
동서남북 모든 방위에 몬스터들이 보였다.
거기다 적게는 셋에서 많게는 다섯까지 무리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경험치를 얼마나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수’에서는 합격이었다.
‘유저가 있지는 않겠지?’
일단 시야에는 유저들이 보이지 않았다.
몬스터뿐이었다.
‘그래, 여기가 어떤 곳인데.’
수많은 미개척지를 지나쳤다.
카품의 초원에서 이곳 메린 들판까지는 15개의 미개척지를 지나쳐야 했다.
아마도 유저는 없을 것이었다.
“독룡 소환.”
생각을 마친 수혁은 독룡을 소환했다.
독룡이 똬리를 틀었고 독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열어 경험치를 확인했다.
경험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4일 안에 900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으음…….”
장경우는 침음을 내뱉었다.
모니터에는 수혁에 대한 정보가 떠 있었다.
“대마도사로 전직할 생각인가 보네.”
수혁이 사냥을 시작한 지 벌써 다섯 시간이 지났다.
사냥을 하는 이유는 장경우가 보기에 하나뿐이었다.
바로 대마도사.
대마도사로 전직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이제 남은 속성은 대지뿐이다.
지금 속도라면 곧 900을 달성할 것이고 대지 속성을 개방해 대마도사 퀘스트를 받을 것이다.
대마도사 전직 퀘스트의 난이도는 결코 낮지 않다.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퀘스트를 진행할 이가 수혁이라는 게 문제였다.
퀘스트는 정말 빠르게 완료될 것이었다.
“바로 동화를 배우겠지?”
대마도사의 후예는 스킬북을 사용할 수 없지만 대마도사로 전직할 경우 스킬북을 3개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수혁에게는 전설 스킬북 ‘동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수혁인데 동화를 배우게 된다면?
완벽함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었다.
“어디까지 강해지려나.”
어차피 후예인 지금도 적수는 없다.
더 강해진다고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장경우는 기대하고 있었다.
수혁이 어디까지 캐릭터를 성장시킬지.
기대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던 장경우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그리고 이내 모니터에 나타난 정보에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메인 에피소드가 3개나 겹칠 줄이야…….”
4일 뒤 심해의 괴물과 마주한 순간 여섯 번째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문제는 아직 네 번째 메인 에피소드 ‘대륙의 그림자’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메인 에피소드가 3개나 겹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참…….”
이게 다 한 유저에 의해 일어난 상황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 * *
[레벨 업!]메시지가 나타났고 수혁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캐릭터 창을 열었다.
레벨 : 900
경험치 : 0%
생명력 : 163700
마나 : 2558000
포만감 : 75%
힘 : 30
민첩 : 19
체력 : 1088 [544]
지혜 : 127900 [63950 (+2550)]
맷집 : 10
모험 : 5
마기 : 10
보너스 스텟 : 1990
드디어 900을 달성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찍었어.’
원래 수혁은 4일을 예상했다.
하지만 메린 들판의 몬스터 리젠 속도는 수혁의 예상보다 빨랐고 절반을 단축할 수 있었다.
900을 찍는 데 고작 2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혁은 캐릭터 창을 닫으며 생각했다.
‘근데 칭호가 하나도 안 뜨냐.’
메린 들판에 있는 몬스터는 세 종류였다.
세 종류의 몬스터들을 수없이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호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아공간으로.”
[대마도사의 아공간으로 워프합니다.]수혁은 아공간으로 워프했다.
이제 마지막 속성을 개방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