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born as the Greatest Talent of the Noble Family RAW novel - Chapter (92)
명가의 역대급 재능천재로 환생했다 92화
51. 그럼 해결될 거야
호출 타이밍은 기가 막혔다.
돌아가기 전에 또 보자고 하더니만, 그게 지금이었을 줄이야.
막 델피네소 교수의 연구실로 향하던 참에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더니, 황자 저하가 불렀다며 같이 가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아마 아카데미에서 가장 호화로울 장소인 별관 응접실에서 무려 3황자와 대면하고 있었다.
호화로운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말이다.
“황실에서 공수한 식재료들로 만든 최고의 음식들이다. 입에 맞을지 모르겠군.”
“망극합니다, 저하.”
황자는 내 단어 선택에 갑자기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손을 저었다.
“그대가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황자 저하 아니십니까?”
“지금은 그대의 친우이기도 하지. 그대가 허락한다면 말이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허락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습니까? 저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런 것입니다.”
“권위에 기대에 억지로 친우로 삼고 싶진 않네.”
황자의 말에 난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닙니다. 친우는 계약 관계도, 누군가 허락해서 만들어지는 관계도 아닙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관계이지요.”
“……그대에게 하나 배워가는군.”
황자는 너털웃음을 흘렸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내 또래 사람을 만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어서.”
손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황자는 황실에서만 지내다 이번에야 처음으로 또래 친구들을 만난 모양이다.
“아무튼 갑작스러운 호출이었을 텐데, 이렇게 응해 주어 고맙군.”
“아닙니다, 저하.”
나야 고맙지.
무슨 이유로 불렀는지 뻔히 보이는 델피네소 교수랑 입씨름 안 해도 되는데.
지금쯤 황실이 불러서 갔다는 소식이 귀에 들어갔을 테니, 당분간은 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할 테다.
“표정이 좋아 보이십니다.”
이런 가운데 3황자의 얼굴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손도 떨지 않는다.
무엇보다 목소리에도 기쁨이 가득했다.
“음. 사실 기뻐하면 조금 곤란하긴 하지.”
“왜 그렇습니까?”
“조사에서 얻은 게 없었으니까.”
나는 겉으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속으로는 그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황자의 말마따나, 그에게는 기쁜 날이었다.
“손은 나아지고 있다. 우려한 부작용도 없었지.”
황자는 나에게 양손을 펼쳐 보였다.
거무죽죽한 피부색이 한결 밝아져 생기를 띠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매 순간이 새로워.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손에 힘이 돌아와 있지.”
그리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솔직히 살짝, 아주 조금 걱정했거든.
신체에는 항상성이 존재해서,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거든.
그래서 기껏 넓혀 놓은 마력의 길이 다시 좁아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잘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색하진 않으십니까?”
“흠. 어색하지. 남의 손을 달고 다니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군. 그래도 좋아. 아주 좋아. 펜을 쥐고 글을 쓰는데, 아주 살짝 잡았는데도 글씨가 진하게 나오지 뭔가?”
황자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손.
한 살 때부터라고 했었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자각하기도 전에 박탈당한 손의 감각을 되찾는 건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잠시 보아도 되겠습니까?”
“음. 그러도록.”
나는 혹시나 싶어 마력을 끌어올린 뒤 황자의 손을 살폈다.
흐름이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처음 길을 텄을 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고작 며칠 사이에 손으로 향하는 마력의 길이 더 넓어졌고, 흐름도 한결 좋아졌다.
이렇게 간단하게 넓어지는 걸 보면, 역시 날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닌 듯하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썼던 방법은 임시방편이었을 확률이 높으니.
물론 그걸 지금 물어볼 수는 없다.
그건 내가 모르는 영역이니까.
“점점 좋아지고 있군요, 정말로.”
“음. 말했다시피, 그대로 느껴지고 있다.”
황자는 손을 거두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정말로 신기하군, 데인 소그레스. 창술, 검술, 소환술, 마법…… 하나만 해도 부러운 재능들인데, 네 가지나 가지고 있고 거기에 이런 신기한 능력까지.”
고대의 마력 덕택이기도 하지만, 꾸준한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
그 덕분에 이렇게 황자랑 인연도 맺고 말이야.
“덕분에 이제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데인 소그레스. 그대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
황자는 그러면서 문득 나에게 물었다.
“내 그대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원하는 것이 있는가?”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무어라?”
황자는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원하는 게 없다고?”
내 말에 황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대는 나에게 너무도 큰 도움을 주었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나는 몇 년 뒤 손이 썩어들어간 채 삶의 의지를 완전히 상실했겠지. 만약 이대로 아무런 보상 없이 그대를 보내야 한다면, 나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나는 그제야 해야 할 말을 꺼냈다.
“정말 원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장 원하는 게 없을 뿐입니다.”
“……당장?”
나는 이 기회를 살리고 싶다.
기왕지사 도움을 준 거라면, 확실히 받아내는 게 맞지 않겠는가.
무려 황자 상대로 고작 좋은 무기나 아티팩트, 혹은 금전을 요구하는 건 너무도 아까운 일이다.
그거야 나도 언제든 구할 수 있으니까.
마력석 판매를 시작한 이상 돈이야 당연히 말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나는 지금 당돌하게도, 황자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해줄 수 있냐고.
“……그렇지. 그래, 당장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지.”
내 대답이 예상외였는지 황자는 당황한 눈치다.
황자는 그러다 별안간 씩 웃었다.
“이제 보니 황자 상대로 당황시키는 재능도 있었군.”
“송구스럽습니다.”
“송구는 무슨. 이러려고 독대를 한 거지. 그대를 권위와 힘으로 찍어누를 생각이었다면 여기가 아니라 학장실에서 만났을 거야. 그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구구절절이 설명하며 내 권위도 겸사겸사 높이는 걸로.”
황자는 생각보다 시원시원한 인물이었다.
“그래, 당황스럽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질문이었어. 사실 나도 고민해 보았지. 그대, 그리고 그 맹약의 보증인이 되어준 그대의 친구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황자는 포도주 한 모금을 머금곤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황실 비고, 어마어마한 돈, 황실 일자리 알선,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보물들…… 물론 황제 폐하의 재가가 필요한 것들도 있겠지만, 명색이 황자 된 나로서 해줄 수 있는 것들은 무궁무진하지.”
그러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내가 지금 읊은 것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건 없으리라 생각해.”
맞는 말이다.
그 어떤 것도 당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미리 준비한 말을 꺼냈다.
“그럼, 이렇게는 어떠십니까?”
황자는 포도주를 한 모금 더 마시곤 손을 펼쳐 보였다. 이제는 떨리지 않고 혈색도 돌아온 그 손을 말이다.
“지금은 보상을 받지 않겠습니다.”
“음?”
다만 이제는 손 대신 눈이 살짝 떨렸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은 받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황자는 솔직한 사람이다.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시원시원한 성격이라도, 황자씩이나 되어서 직접 보상을 주겠다고 불러다가 독대까지 하는데 안 받겠다고 하니 당연하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저하가 직접 내리는 보상입니다. 어쭙잖은 것으로 그 귀한 기회를 날리고 싶지 않습니다.”
“계속 말해라.”
나는 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저하께 요청드리겠습니다.”
황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날더러 기다리라는 이야기냐?”
“그렇게 들으셨다면 송구스럽습니다. 보상이라는 단어를 듣고도 당장 마땅한 것을 떠올리지 못하는 제 불충을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허한다. 용서하마.”
다시 말하지만, 황자는 시원시원한 사람이다.
“그래서, 나중에 도움을 요청하겠다.”
“그렇습니다. 당장 금전을 요청할 수도, 황실 비고의 근사한 무기나 아티팩트를 요청할 수도 있지만…… 고작 그런 것으로 저하께서 내린 성은을 날리기엔 아쉽군요.”
황자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대는 놀라운 통찰력을 지녔구나, 데인 소그레스.”
“감사합니다.”
“그래, 그대 말이 맞다. 그깟 돈, 아티팩트, 무기. 내 손을 고쳐 준 그대가 원한다면 언제든 줄 수 있다.”
황자는 마침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하지만 나만이 해줄 수 있는, 그대에게 ‘가치 있는 일’은 조금 의미가 다르지. 안 그런가? 그대의 말처럼 말이야.”
황자의 도움이라.
3황자.
1황자, 2황자에 비해 세력도 일천하고 별달리 알려진 것 없는 인물.
하지만 왜일까.
지금 이 황자 속에 잠든 무언가는 그 이상이 될 거라 외치는 듯하다.
“좋다. 그렇게 하도록.”
“감사합니다, 저하.”
어쩌면…….
내가 황자의 손을 고쳐 주며 보았던 그의 마력 흐름이 심상치 않아서일까?
마치, 거대한 둑으로 가두어 잔잔하지만 둑을 부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와 모든 것을 쓸어버릴 만한 무언가.
그래서 길을 터 준 순간 저렇게 빠르게 손을 회복한 건지도 모르겠지.
물론 고대의 마력은 아니다.
다만, 박탈당했다던 기회를 붙잡고 성장하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보상을 미래로 미룬 것이다.
더 큰 것을 받아내기 위해.
“하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시기가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군, 데인 소그레스. 난 그대가 마음에 들거든.”
사랑고백을 받으면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릴까.
황자가 마음에 들어 한다니.
“저하께서도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 주십시오.”
“음. 그럼…….”
황자는 내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혹시 말이다.”
그리곤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심심하면 그대와 그대의 친구들을 보러 아카데미에 놀러 와도 되겠는가?”
그 말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는가? 내, 내가 너무 아이 같았나? 아, 혹시 아카데미에서 그대를 만나기 위해서는 약속을 따로 잡아야 하는 건가? 내 그런 것까지는 미처 몰라서…….”
“하, 하하…… 아닙니다, 저하.”
나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지 찾아오시면 됩니다. 친구를 만나러 오는 건데, 허락이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친구.”
친구.
그래.
어쩌면 황자는 재능도 재능이고, 손도 손이지만 이런 걸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황자의 친구라.
보상과 신분을 떠나,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뭐, 그런 거 하나하나 따져가며 친구 먹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맙다, 데인 소그레스.”
“별말씀을.”
그나저나 아카데미에는 어떻게 온다는 걸까?
동화에서 읽은 것처럼 뭐라도 뒤집어쓰고 몰래 오는 건가?
하긴, 아카데미 올 때도 그렇게 왔었는데.
뭐, 정 안 되면 우리가 가는 거지.
친구 만나러 가는 건데.
“친구라. 난생처음이라 조금 얼떨떨하군. 음, 친구. 친구라…….”
친구라는 단어를 반복하던 황자는 별안간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리고 말이야. 준비한 게 있다.”
“준비한 거라면…….”
딱!
황자는 무척이나 신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오, 이제 소리가 나는군. 이전에는 꿈도 못 꿨는데.”
그리고 곧바로 문이 열리며 기사 한 명이 고급스러운 천으로 덮인 상자들을 들고 들어와 내 앞에 내려놓았다.
“황자가 아닌 그대들의 친우로서 준비한 선물이지.”
황자는 손을 들어 보였다.
“열어 보도록.”
덮인 천을 걷어내자 드러난 건 황실의 직인이 박힌 멋진 목함이었다.
“그대들이라면 현명하게 쓰리라 믿고 주는 내 선물이다.”
곧장 뚜껑을 열자-
“무엇보다 그대들에게 친우로서 줄 만한 건 이것뿐이라고 생각했지.”
마찬가지로 황실의 직인이 박힌 물건이 나타났다.
둥글납작하면서 묵직한 이건 바로…….
“황실의 인장이다.”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었다.
“제국 황실에서 전통적으로 황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준 이에게만 하사하는 인장이지.”
어마어마한 물건이었다.
“사용처는 간단해.”
그리고 이 인장의 용도는 지극히 단순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그 인장을 내보여. 그럼 해결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