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ression Day 1 Mana Burst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가문연합(2)
블랙 가문.
녀석들과 제대로 붙기 위해선.
지금 천무그룹이 가진 것 이상의 전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게 현재와 미래의 정보를 취합해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지금도 천무그룹은 샤오 가문이 없어진 동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패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벌써 두 개의 신물을 손에 넣었지만.
네크로맨서의 증언에 따르면. 블랙 가문과 다니엘 블랙 역시. 이미 두 개의 신물을 손에 쥐고 있을 테니까.
‘대등한 수준으론 안 돼.’
승리는 압도적인 힘에서 온다.
지금은 겨우 녀석들과 동일한 출발선에 발을 걸쳤을 뿐.
고작 이걸로 블랙 가문이 지난 몇 년···.
혹은 몇 십 년 동안 은밀하게 준비해온 계획을 쉽게 압도하긴 어렵다. 이건 단순한 걱정이 아니라. 직접 겪어본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었다.
안타깝게도 전생의 천무그룹은···.
블랙 가문과 전투에서 전력을 다했음에도 패배했다. 그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현우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지금과는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그러나 블랙 가문 역시.
당시 서울 방어전에 전력을 투입하진 않았을 것이다.
‘블랙 가문은 산하에 수많은 군소 길드와 약소 가문을 거느리고 있다. 녀석들이 유럽 전역을 그야말로 통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하지만 서울 방어전 당시.
천무그룹을 상대했던 것은 오로지 블랙 가문의 혈족들뿐이었다.
그러니 블랙 가문이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은 무조건 당시에 목격했던 것 이상이라 추측하는 편이 안전하겠지.
‘샤오 가문과 로마노프는 이미 잘라냈지만. 그것만으로 녀석들을 완전히 압도하기란 아직 어려운 일이다’
적은 적을 수록 좋고.
아군은 많을 수록 좋다.
블랙 가문에 대응할 수 있는 총력.
현우는 그 모든 힘을 천무그룹이란 이름 아래에 결집시켜갈 생각이었다.
***
“흥미로운 이야기군.”
주양태 회장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가문 회의가 지닌 영향력은 막대하다.
그러나 가문회의 또한. 결국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일곱 거대 가문간의 의견 조율 기구였을 뿐.
힘의 흐름이 변하면.
응당 그 구심점 역시 변해야 하는 법.
또한, 최근 소속 가문 중에 하나였던 샤오 가문이 멸문한 이후. 사실상 가문 회의에 계속 소속되어 있어야할 이유도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한데···.”
주양태 회장은
“다른 가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가만히 있게 만들어야죠.”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예.”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계획이 없었다면 말조차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노프와 카일리는 군말 없이 따라올 겁니다. 이의를 제기할 만한 가문은 남은 세 가문. 록펠러와 블랙, 그리고 교황청 정도가 있겠죠.”
“흠.”
블랙 가문은 애초에 논외다.
다니엘 블랙이 버티고 있는 이상. 녀석들은 절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완전한 적이니까.
“록펠러, 블랙, 교황청 모두 천무그룹과 견줄만한 세력과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엔 그 세 가문 말고도 훨씬 많은 길드와 가문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군소 길드나 가문을 영입하자는 건가?”
“예,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현우는 주양태 회장에게 몇 가지 가문과 길드 이름을 읊었다.
천무그룹에 버금간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하나같이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는 가문들의 이름이었다.
만약···.
이들을 전부 천무그룹의 이름 아래 한 세력으로 묶을 수 있다면. 다른 세 가문을 모두 합쳐도 충분히 경쟁할 만한 규모의 세력이 만들어질 것이다.
“···영입을 해볼 만한 세력은 이 정도 입니다. 이들 중에서 몇몇 곳에만 접촉해도.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가능성이 높고요.”
“괜찮군.”
주양태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무그룹이 산하에 두고 있는 길드는 대부분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다. 최근 유럽 지부를 세우며 마찰이 많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쉽진 않을 게다. 아무리 천무그룹에 비해 약소한 가문이나 길드라도. 그들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니.”
“말씀대로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시간과 노력만 들인다면 반드시 가능한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단순히 추측만으로 세운 계획이 아니다.
현우가 가진 미래의 지식.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손에 넣은 페일 라이더의 인공의식 타나토스를 통해 계산한 결과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지.’
인공의식이라더니.
확실히 녀석은 굉장히 유용했다.
현우가 가진 미래의 지식.
거기에 타나토스에게 등록되어 있던 데이터베이스가 합쳐지니. 앞으로 행보에 선택지가 굉장히 많아졌다.
특히···.
현재와 미래를 통틀어 블랙 가문 측과 대립 관계에 있을 여러 집단들을 정리한 결과. 그들 중에서도 천무그룹이 내미는 손을 잡을 만한 이들을 추려낼 수 있었다.
‘가장 유력한 가문은···.’
일본의 이와카미 가문.
앞으로 몇 주가 지나면 혈마인에 의해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인 일본 유수의 가문이다.
어차피 미공략 던전 중 하나인.
‘세계수의 미궁’ 던전 공략의 키 아이템. 세계수의 묘목을 손에 넣기 위해선 그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전생과 다르게 이번엔···.
혈마인은 절대 이와카미를 멸문시키지 못할 것이며. 이와카미 가문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일하게 미래를 알고 있고.
혈마인이라는 참사를 막을 수 있는 힘과 전력을 보유한. 주현우가 그들의 앞길에 나타날 테니 말이다.
***
다음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현우는, 바로 페일 라이더를 세워둔 본가 대문 앞으로 향했다.
“어머! 귀염둥이!”
천무그룹의 적마녀 오수진.
그녀가 페일 라이더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현우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솔직히 못 본 척하며 넘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이 둥실 떠오르더니.
어느새 현우의 옆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저런 마법이라면 배워봐도 좋겠는데.’
대부분의 헌터에겐 불가능한 저런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전투에서 굉장한 이점이 되어줄 텐데.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수진에게 마법을 배우는 것보다. 당장 더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녀에게 맡겼던 연구의 경과를 듣는 것이었다.
“뭔가 알아내셨습니까?”
“당연하지!”
어깨를 으쓱하는 오수진.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페일 라이더를 가리켰다.
“가장 먼저 놀라운 사실부터 하나 알려줄게. 일단 네가 끌고 온 이 ‘페일 라이더’ 자체는 신물이 아니야.”
“···예?”
그건 놀랍다기 보단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을 통해. 현우는 어렵지 않게 본론을 유추해낼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페일 라이더’ 자체가 신물이 아니란 소리.
그건 곧···.
“설마 타나토스가···.”
“딩 동 댕!”
오수진이 찡끗 윙크를 했다.
현우는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을 털어내기 위해 꾸욱 주먹을 쥐었다.
만약 그녀의 배분이 외모처럼 낮았다면.
강력한 꿀밤을 선사해주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현우는 진심에 가까운 탄식을 삼켰다.
“아무튼 네가 제공한 두 개의 아티팩트는 서로 관련이 있어. 그 인공의식이 자기를 타냐라고 부르던데. 타냐에게 직접 들어보는 편이 좋을 거야.”
“···직접 말입니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라구.”
씨익 웃는 오수진.
아마 그녀가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타나토스를 통해 듣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겠지.
“타나토스.”
[네, 마스터.]검은 구체.
타나토스의 홀로그램이 허공에 나타났다. 녀석은 한 쌍의 노란 눈동자를 깜빡이며 현우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혼돈의 성배에 대해 아는 게 있어?”
[혼돈의 성배는 일곱 개의 세계급 유물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고 방금 저 경박한 마녀에게 들으셨던 것처럼. 저 또한 그중에 하나가 맞습니다.]경박한 마녀?
현우는 홱하고 오수진을 돌아봤다.
그녀는 은근슬쩍 시선을 피했다.
분명 연구를 빙자해서 해괴한 짓을 했던 거겠지. 자세히 묻고 싶은 전혀 들지 않았다. 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혼돈의 성배가 가진 능력은?”
[혼돈의 성배는 일시적으로 원하는 대상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력을 담보로 하는 만큼. 사용에는 깊은 주위를 요합니다.]확실히 현우가 알고 있던 대로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가지고 있던 의문. 남은 한 가지도 기왕이면 타나토스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만약 일곱 개의 세계급 유물을 전부 모으면 어떻게 되지?”
[대단히 죄송합니다. 마스터께선 아직 해당 데이터에 접속할 권한을 획득하지 못하셨습니다.]현우의 눈이 가늘어졌다.
권한을 획득하는 방법은 뻔하겠지.
나머지 신물···.
그러니까 세계급 유물을 손에 넣는 것.
그리고 현우의 예상대로 타나토스의 입에선 똑같은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세계급 유물을 획득하실 때마다.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해금하실 수 있습니다.]“지금 접근 가능한 정보는?”
“새로운 페이즈라···.”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떠오른 것은 대전이.
1970년대 최초로 발생한 대전이는 수많은 게이트를 발생시켰다. 한국에만 공식적으로 하루 127개의 게이트가 발생할 정도였으니.
‘서울 방어전 당시의 현상과도 비슷해.’
그렇다면···.
다니엘 블랙과 블랙 가문의 목표는 세계에 제2의 대전이를 불러일으키는 거겠지.
그리고 그 첫 번째 대상은 천무그룹과 한국이었을 테고.
지금으로선 이 정보로도 충분하다.
현우는 뒷목을 쓸어내렸다. 이 시점에서 블랙 가문 역시도 많은 정보를 확보하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와카미 가문이군.’
앞으로 남은 미공략 던전은 세 곳.
지금까지는 블랙 가문과 사이좋게 두 개씩의 신물을 각각 손에 넣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에 이와카미 가문에서 벌어질 혈겁을 해결하고. 키 아이템 ‘세계수의 묘목’만 손에 넣으면. 확실하게 녀석들을 앞서게 된다.
이미 스노우볼은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우는 그 작은 눈덩이가.
조만간 거대한 눈사태로 변해. 블랙 가문을 덮칠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래서···.”
주건우가 입술을 삐죽였다.
“이번엔 또 어디로 가는 거야?”
그 목소리엔 약간의 원망이 섞여 있었다.
천무그룹 본가로 돌아오고 이틀.
바벨과 베헤모스라는 거대한 사건을 연속으로 겪었으니. 이제 조금 쉬어보나 했는데. 현우의 호출에 바로 튀어나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에 게이트 공략하러.”
“부산···?”
주건우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라면.
대부분이 한국 헌터 협회를 통해 사전에 관측된다. ‘독룡의 둥지’ 게이트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그가 알기로 최근 부산 근처에서 발생한. 혹은 발생할 예정인 게이트는 하나도 없었다.
“부산에 무슨 게이트가 있다는 거야?”
“그건 가보면 알아.”
주건우의 생각은 반은 맞았다.
현재 부산에 발생할 예정인 게이트는 없다.
그리고 관측되지 않은 게이트 또한.
현우가 알고 있는 미래의 지식에도 없었다. 하지만 현우가 노리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부산의 게이트가 아니었다.
‘부산과 대마도 사이.’
한국과 일본의 경계.
그 애매한 수역에서 발생한 하나의 게이트. 그게 바로 현우의 목표였다.
‘앞으로 3주가 골든타임이다.’
이와카미 가문의 혈겁.
사실 혈마인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일본 유수의 가문을 고작 하룻밤 만에 홀로 멸문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카미 가문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던 것은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중에는 연이은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연쇄의 시작은···.
일본 영해가 아닌, 부산과 대마도 사이에서 발생한. 하나의 대형 해양 게이트가 일으킨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이었다.
‘이 사건에 끼어들면 이와카미 가문이라는 밥상에 간편하게 숟가락을 얹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곳으로 향할 순 없었다.
남 좋은 일은 항상 생색을 부리며 해주어야 하는 법이니까.
[마스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좋아. 바로 내린다.”
페일 라이더에서 내리자.
현우와 일행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이 보였다.
한국 헌터 협회.
부산 지부장 윤영기.
은퇴한 SSS급 헌터이자.
한국에선 최근 SSS급에 도달함과 동시에 헌터 협회장에 오른 서민욱. 바로 아래의 협회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인물.
그가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현우에게 한 달음에 달려왔다.
“처, 천무그룹의 3세 분께서 여기 부산까진 무슨 일로···.”
“굳이 이것저것 말 돌리고 싶진 않으니. 빠르게 용건만 말하겠습니다. 제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게이트 때문입니다.”
“게이트 말입니까?”
윤영기는 눈을 끔뻑였다.
최근 관측된 발생 예정인 게이트는 없다.
상대가 제아무리 천무그룹이라고 해도.
무작정 없는 것을 내놓으라고 하면 내어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이라면 몰라도.
한국은 국내에 발생하는 게이트에 일일이 공략권을 따지지 않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일반적인 게이트는 아닙니다.”
“그럼···.”
“부산과 대마도 사이에 발생한 게이트죠.”
“아···.”
윤영기의 표정이 한층 곤란해졌다.
게이트는 일종의 자연 재해다.
그 안에서 나오는 보상이 훌륭하긴 하지만. 이런 애매한 경계에서 발생하는 게이트를 잘못 건드리면 국가 간의 문제로 발생할 여지가 상당했다.
하지만···.
게이트에 대한 책임 소재.
그에 대한 분쟁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건 바로 ‘게이트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했을 때.
지금은 두 국가 모두.
해당 게이트의 여파가 상대국으로 향할 것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연쇄 게이트 브레이크는 일본에게 예상을 한참 넘은 타격을 입힌다. 그리고 선봉에서 마족을 상대한 이와카미 역시 많은 혈족과 소속 헌터를 잃지.’
미래를 알고 있는 현우에게 이건 기회였다.
“그리고 이번 일에 지부장님이 협력을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일본 정부와 헌터 협회 측에 말을 맞춰줄 사람이 하나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혀, 협력 말입니까?”
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저와 함께 가시면. 여태까지 한국 헌터 협회에 대한 평가를 단번에 바꿀만한 기회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윤영기로선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