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carnated Joseon's Royal RAW novel - Chapter 12
012화 허준과 의관을 돕다.
상감이 함경북도병마절도사에게 일렀다.
“북병사.”
“예. 전하.”
“혹시, 이봉수를 잡았어?”
“함께 도망친 자들까지 모두 추포했사옵니다.”
“전투 중에 전공을 세운 자들은?”
“있사옵니다.”
“어떤 자들이야?”
“병영에서 일하는 관노들이옵니다. 경원에 갔다가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군량고와 무기고를 지킬 수 있었사옵니다.”
“허면, 그 자들을 당장 면천 시켜. 공을 세웠으니 마땅히 포상을 받아야지. 그리고 달리 전공을 세운 자가 있는지 찾아보고 과인에게 보고해. 이조판서와 논의한 후에 포상을 내릴 거야.”
“예. 전하.”
“추포한 죄인들을 처형하고, 상관인 김수와 양사의에게는 곤장 80대를 쳐.”
“참형이 아니고 말씀이옵니까?”
“부하가 도망치는 바람에 피해가 컸던 거잖아. 그래도 성을 지키려고 열심히 싸웠으니까 그 점을 감안해야지. 하지만 부하 관리를 못한 책임만큼은 반드시 물을 거야. 그러니 군사들에게 알리고 백성들에게도 알려.”
“예! 전하!”
“이봉수와 적전 도주한 죄인들의 경우엔 처형해서 군문에 효수해. 놈들의 머리로 군율의 지엄함을 보일 거야. 그리고 이봉수에 관한 모든 관직과 직첩은 회수한다.”
“어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큰 벌 받을만 한 자에 마땅히 큰 벌을 내렸다.
하지만 역사와 다른 운명을 가질 수 있는 자에게는 운명을 허락했다.
관례대로라면 성에 피해를 입는 것만으로도 지휘관이 처형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서 신하들에게 깊은 감명을 줬다.
뒤에서 류전과 윤두수가 지켜보고 있었다.
“전하께서 경원부사를 처벌하시지 않으시다니…….”
“천명도 거스를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아시는 겁니다. 어쩌면 전하께선 저희가 여태 보지 못했던 성군이신 것 같습니다.”
“…….”
상감을 찬양하는 두 사람을 이이가 보았다.
그리고 상감의 뒷모습을 바라봤으니, 그의 처결이 매우 합당하고 만백성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 더 상감이 하는 모든 것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에 도주했던 이봉수와 죄인들의 목이 참해졌다.
잘린 목들이 군문에 효수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모인 백성들이 이봉수의 머리 앞에서 침을 뱉었다.
“퉤!”
“저놈 때문에 우리 친척들이 죽었다! 어떻게 군관이라는 놈이 백성을 지키지 않고 도망칠 수가 있니?!”
“죄지은 놈들은 엄히 벌을 받아야 하지비! 전하께서 우릴 대신 이놈들을 처벌해주셨어!”
“뼈를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들이야!”
약탈을 벌이려는 적들보다도 큰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존재였다.
효수된 머리를 향해서 몇 번이나 침을 뱉고, 바닥의 돌을 주워서 맞히기까지 했다.
멀리서 군관들이 지나며 지켜보고 있었고 죄인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자 했다.
‘절대로 도망가서는 안 돼!’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한다! 전하께서도 위험을 무릎 쓰시고 친히 육진에 찾아오셨다!’
‘저들과 같은 죄인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돼!’
임전무퇴의 정신을 일깨웠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전공을 세우면 확실하게 포상을 받을 수 있었다.
경원성을 지키기 위해서 야인들을 죽였던 관노들이 면천됐다.
“자유다!”
“드디어 노비에서 벗어났어!”
“이런 날이 우리에게 오다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아아아……!”
그저 평범한 백성으로 신분이 복원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염원해왔었던 일이었고, 여태 경험하지 못했던 환희를 느끼게 됐다.
관노에서 면천 된 모든 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상감을 찬양했다.
그리고 그들의 찬양이 본영에서 울려 퍼질 때에, 어명을 내렸었던 이연의 눈앞에서 후원 창이 떠올랐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님이 10냥을 후원합니다. ]신상필벌이 정확하면 군기는 곧바로 세워지지비.
– 미션 성공 : 군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신상필벌을 보일 것.
– 육진의 군사들이 군기 엄정해집니다.
[ K신궁_성계 님이 10냥을 후원합니다. ]군기는 엄정해야 하지비.
– 미션 성공 : 육진 군사들의 군기를 바로잡을 것.
– 2년 동안 육진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군사들이 도망치지 않습니다.
추가로 후원 창이 떠올랐다.
[ 조선_꽃미남_지란_:) 님이 철 100근을 후원합니다. ]아주 잘했지비.
철 후원을 확인하고 미소 지었다.
양곡 후원뿐만이 철 후원도 되는 듯했다.
그리고 철은 전시에 수없이 쓰이는 귀한 금속이기도 했다.
어딘가에 반드시 더해졌으리라고 여겼다.
마음속으로 선왕과 함께했던 위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신분은 자신이 훨씬 높았지만 역사 속의 위인은 선생이었다.
그에 대한 예우를 마음속으로 간직하면서 백성을 지키고 잘 다스리고자 했다.
옅게 피어났던 미소를 속히 지우고 앞을 보았다.
다친 병사와 백성들이 진지 광장에 가득했다.
멍석 위에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으니, 그들 사이를 의관들이 지나고 있었다.
경력이 일천한 젊은 의관부터 머리가 하얗게 새어가는 높은 의관까지 의복에 피를 묻혀가고 있었다.
상감이 특별히 선택한 인물들이 있었으니, 그중 한 사람은 어의에 준하는 의관이었다.
내의원 첨정 ‘허준’이 상감의 부름을 전날에 받았었다.
* * *
다친 군사와 백성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행할 의관들을 골랐었다.
그중 한 사람은 첨정이었고 어의라 불리는 수의 아래의 의관이었다.
이끌고 온 첨정에게 만날 것이라고 내관을 보냈으니, 행궁으로 쓰이는 천막에서 기다리던 이연이 몹시 큰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그는 첨정의 모든 시간들을 알고 있었다.
‘서자 출신으로 정 3품 첨정까지 올랐었지. 지금은 당하관이지만 몇 년 후에 당상에 오르고 종 1품까지 오르게 될 거야. 드라마와 다르게 침술에 재능은 별로 없지만 약학 지식이 뛰어나서 동의보감까지 편찬하게 돼. 항상 곁에 있어 왔는데 오늘따라 유독 두근거리네…….’
한기가 스며드는 천막 안에서 차를 마시면서 첨정을 기다렸다.
잠시 후 막 앞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입구를 지키는 상선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첨정이 도착한 사실을 알렸다.
“전하. 내의원 첨정이옵니다.”
“들라 해.”
“예. 전하.”
막이 젖히면서 머리카락이 세어가는 의관이 들어왔다.
그가 허리를 굽히면서 임금에 대한 예를 올렸으니, 이연이 손짓으로 앞자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앉아.”
“예. 전하.”
“저녁 식사는 하고 왔지?”
“의관들과 함께 했사옵니다.”
“잘했네. 다름이 아니고 내일 다친 군사와 백성들을 함께 살필 건데,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불렀어. 나름대로 준비를 했을 텐데 어떻게 치료할 거야?”
기대 어린 목소리로 이연이 물었고, 마주 앉은 첨정 ‘허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침과 탕약, 뜸으로 다스릴 것이옵니다.”
“침과 탕약, 뜸이라고?”
“내의원 의서의 방식대로 치료할 것이옵니다. 그렇게 하면 부상자들이…….”
대답하던 중에 이연이 미간을 좁히면서 물었다.
“그렇게 하는 게 맞아?”
“…….”
“혹시, 사람을 살리지 못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의서에 쓰여 있는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허준의 마음을 읽으면서 이연이 물었다.
상감의 물음에 허준이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의서의 쓰인 진료법이나 치료법을 따르면, 환자가 죽더라도 책임에서 면제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함부로 다른 방식을 썼다가 환자가 죽으면 자신이든 의관이든 누구든지 죄인이 될 수 있었다.
그 사실이 마음에 새겨져 있었고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이성이 충돌하게 됐다.
“솔직하게 말해 봐.”
상감이 다시 물었을 때 허준이 솔직하게 말했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사옵니다. 하지만 의서의 치료법이 전부는 아니옵니다.”
“전부가 아니라면, 의서 밖의 치료법을 쓸 수도 있는 거네?”
“예. 전하.”
“그런데 어째서 의서로만 국한 시켰어?”
“그것은…….”
솔직하게 대답한 후에 상감의 반문이 찾아들었고 다시 허준이 침묵하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하게 됐다.
그의 마음을 이연이 알고 있었다.
이내 미소를 드러내면서 허준이 원하는 바를 알려줬다.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의서 너머로 치료법을 써.”
“예?”
“사람 살리는 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이야기야. 살을 째서 화살촉을 뽑아야 할 때 침과 탕약이 웬 말이냐고. 칼을 써서라도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려. 그래도 죽는다면 그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죽게 될 거야. 그러니까 첨정과 의관들의 판단을 믿고 의서를 뛰어넘어.”
상감의 이야기가 허준의 귓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허준이 멍한 모습을 보이며 지난날을 떠올리게 됐다.
그가 젊었던 시절, 혜민서에서 백성들을 치료할 때였었다.
‘침과 탕약을 쓰지 않는겐가?’
‘살 깊숙이 쇳조각이 박혀 들어갔기 때문에 살을 째서 꺼내야 합니다.’
‘내의원 의서대로 환자를 치료하면 될 것을 어찌 자네 독단으로 치료한단 말인가? 그만두게!’
‘하오나……!’
‘자네의 잘못으로 환자가 큰일을 겪으면 자네뿐만 아니라 나까지 책임을 져야 되네! 그러니 그만하게! 그렇지 않으면 내 수의 영감께 보고를 올려서 자네의 의복을 벗길 것이네!’
옳다 여겼던 치료법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끝내 택하지 못하고 의서대로 환자를 치료했었다.
침과 탕약과 뜸으로 살리려고 했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몸속에 박힌 칼날 조각을 장침으로 꺼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끝내 꺼내지 못하면서 부엌에서 넘어졌었던 백성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
칼을 써서 살을 짼 후에 꺼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도 했다.
그러한 후회를 이제는 상감에게 맡기며 뒤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준이 보일 반응을 이연이 기대하고 있었다.
‘젊었을 때 분명히 그런 생각을 했겠지. 의서에 쓰여 있는 치료법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고 말야. 동의보감에는 지금의 의서 외에 다른 치료법도 쓰여 있었어. 그러니까, 무엇이든지 시도했을 거야!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말야! 수술을 벌이는 것도 의서 외의 치료법이 될 수 있어!’
내의원의 의서는 의관들이 책임을 지느냐 마느냐의 기준이었다.
때문에 직책이 낮은 의관은 결코 의서를 뛰어넘으면서 환자를 치료할 수 없었다.
오직, 최고 의관인 수의만이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 수 있었다.
첨정 또한 높은 의관직이었지만 수의가 아닌 탓에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이연이 먼저 깨주었다.
또한 허준이라면 수술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 감격해야지! 길을 열어줬잖아! 그러니까, 바로…….’
허준의 감동을 기대할 때, 그의 눈에서 폭포수가 쏟아져 내렸다.
“크흐흑…! 허엉……!”
“헛……?!”
“흐흐흐흑……!”
“…….”
감격한 허준이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트렸다.
그의 감격을 막상 이연이 마주하자 움찔하게 됐다.
허준의 큰 감동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까먹은 가운데, 허준이 눈물 콧물을 닦고 바닥에 엎드리면서 큰절을 올리게 됐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그…그래…….”
“흐흐흑…….”
“눈물을 닦고, 어서 일어나.”
“예! 전하……!”
이연이 손짓을 하면서 허준에게 일어나라고 명했다.
허준이 다시 울음을 일으키려다가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얼굴을 닦았다.
그리고 일어났다.
빨갛게 변한 허준의 얼굴을 보다가 이연이 피식 웃었다.
“이제 다친 군사를 살릴 수 있겠지?”
“예! 전하……!”
“모두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옳다 여기는 것으로 살려. 칼을 써서라도 말야. 한양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치료법으로 의서를 만들거나 수정할 테니까, 미리 준비해.”
“예! 전하! 어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허리를 굽히면서 허준이 상감에게 예를 나타냈다.
천년 넘게 이어져 오는 허례허식을 깨트려서라도 백성을 살리고자 하는 상감의 의지를 읽었다.
그가 책임지겠다는 말에 그동안 내딛지 못했던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다시 상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역시!’
허준의 감사를 받으면서 이연의 입꼬리가 춤추려고 했다.
아마도 자신에게 허준이 찬양하며 온 충성을 바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다음 날 본영 남쪽 작은 진채에 이르러 부상당한 군사와 백성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상감의 윤허와 허준의 지시를 받으면서 의관들이 칼을 들었었다.
다친 군사들의 환부를 살피면서 박혀 있는 화살촉을 뽑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