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00
챙이 넓은 고깔모자는 물론이고.
한국에 입국한 마녀들은 눈에 띄는 행색을 하고 있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그들을 보고는 한 번쯤 눈길을 돌렸다.
“그래서 조사 결과는?”
“확실해, 그년이 맞아.”
정작 마녀들은 사람들의 시선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네 명의 마녀들은 거리를 거닐며 며칠 동안 손에 넣은 정보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랑스어로 말하는 그들의 대화는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언니하고 거의 똑같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시절 모습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렇구나.”
모든 정보가 그들이 찾아 헤매던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다.
마녀들은 이제 그녀를 직접 보고자 서울로 올라갔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 서울로 향한 마녀들은 도시를 돌아다녔다.
“찾았다.”
“””…….”””
그리고 기어코 찾아냈다.
그들은 먼 거리에서 찾아 헤매던 사람을 눈에 담았다.
길고 긴 금발 그리고 푸른 눈.
검은 고깔모자와 검은 드레스.
프리시스 메모리.
그녀는 성장이 소녀 시절에서 멈춘 마녀들과 달리 어른스러운 외견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맞구나.”
“저희를 피해서 도망만 다니더니,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 정착해 있었나 보네요.”
마녀들은 그녀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들은 탐색 마법을 그만두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맞대고 회의했다.
“이번에는 도망치게 둬서는 안 돼. 저 아이를 확실하게 없애야 해.”
“동감이야. 그러기 위해서 너희가 도와줘야겠어.”
금발의 마녀가 말했다.
세 명의 마녀들이 화답했다.
이내 그들은 밤이 되기를 기다려,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적색던전으로 발을 들였다.
“이곳이라면 세계 의지의 간섭도 덜 미치겠지.”
금발의 마녀가 아공간을 개방했다.
이내 아공간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그녀가 자신의 키보다 거대한 창을 끄집어냈다.
세 마녀는 창을 쥔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부탁할게. 네가 그 애를 죽여줘.”
“저도 이렇게 부탁할게요.”
“먼저 가 있을게요, 언니.” “…그래, 고마워.”
작별 인사를 나누듯.
마녀들이 한 명씩 이야기했다.
금발의 마녀는 그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녀는 손에 쥔 창을 찔러, 그들을 죽였다.
“너희들의 힘은 잘 받았어. 내가, 꼭 그 아이를 죽이도록 할게.”
마녀들이 가지고 있던 힘이 창으로 고스란히 스며든다.
금발의 마녀의 키가 부쩍 자라며 어른의 외견을 갖추어나간다.
“이제 너랑 나만 남았구나.”
긴 금발, 푸른 눈.
검은 고깔모자와 검은 드레스.
마녀가 처연히 중얼거렸다.
☆
이유정이 앞을 볼 수 있게 됐다.
소식은 루미너스그룹으로도 퍼져, 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유정아! 내 딸!! 어디 보자! 어디, 어디 보자고!”
“…정말이야. 정말, 유정이가 나를 보고 있어….”
루미너스그룹의 회장 이정인.
그리고 이정인의 밑에서 후계자로 입지를 점하고 있는 이유천.
두 사람은 이유정에게 전화를 받고 하던 일도 중단하고 클랜회관으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이유정의 상태를 살피고 그 자리에서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참…. 이 사람들이 이걸로 울면 어떡해요? 기쁜 일인데 활짝 웃어야지. 유정아, 엄마야. 이제는 엄마 얼굴 알아보겠니?” “네, 엄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뻐요.”
뒤늦게 도착한 이유정의 어머니는 그를 보고 혀를 쯧쯧 찼다.
한편으로 그녀 또한 이유정이 앞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찔끔 눈물을 흘렸다.
그날, 그들은 한바탕 울고 웃으며 이유정을 축복해주었다.
여담으로 이유정의 아버지는 그날 은하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질질 흘리기도 했다.
“사위, 아니, 은하야.”
“네, 아버님. 말씀하세요.”
“정말, 정말…, 고맙다.” “…….”
“내가 보는 눈이 잘못됐었나 보다. 너에게 유정이를 맡길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너한테 유정이를 잘 맡긴 것 같아.” “왜 옛날 일을 끄집어내며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마도 저라도 아버님의 입장이었으면 저 같은 걸 못미더워했을 텐데요, 뭘.”
“아니다, 내가 잘못했어. 은하 네가 유정이의 짝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이정인은 은하에게 굽실거렸다.
지난날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자신을 반성하며 사과했다.
이유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틈만 나면 감사를 표했다.
“진짜 이러지들 마시라니까요?”
은하로서는 난처하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유정이 눈을 되찾았다.
그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마, 마! 마! 마! 마마….”
“그래, 유린아. 엄마야.”
한편 이유정은 소원을 풀었다.
앞을 보게 된 그녀는 자신의 딸 노유린을 보고는 흡족해했다.
신기하게 노유린도 그녀의 변화를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노유린은 그녀에게 안길 때면 연신 그녀의 눈가를 톡톡 때려댔다.
그때마다 이유정은 노유린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기뻐했다.
“은하야, 유린이 데리고 오빠하고 밖으로 구경 가려고 하는데 그래도 될까?”
“내 허락받을 필요 없다니까. 그냥 늦지 않게 조심히 다녀와.”
이제 이유정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그녀에게는 세상 모든 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시간이 나면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세상 구경을 하러 다니고는 했다.
은하는 점점 성격이 밝아지는 듯한 이유정을 반겼다.
그녀가 앞을 보게 되면서 이따금 회귀 전 이유정의 모습도 떠올랐다.
정말 다행이야.
이걸로 나도 한이 없어졌네.
백서진의 원대한 계획을 부수고, 선녀의 권위를 드높였다.
목적을 이룬 은하에게 남은 걱정은 이유정의 실명뿐이었다.
그것도 이제 해결하게 되었다.
원하는 바를 모두 이른 그에게는 여한이 남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야.”
그 말을 몇 번 했는지 모르겠다.
은하는 창문 너머로 밖으로 나가는 이유정을 쳐다보았다.
그때 불쑥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은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입술을 움직였다.
‘사랑해.’
소리는 들리지 않았으나.
은하는 그녀가 하려는 말을 읽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은하는 이유정을 눈으로 배웅했다.
그는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목적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앞으로도 더 행복해져야지.
자신은 욕심쟁이다.
이 정도 선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더, 더, 더 행복해질 것이다.
은하는 다짐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맘때였던 느낌이 드는데.”
그러다 은하는 멈칫했다.
아직 하나.
바꾸지 못한 미래가 남아 있었다.
요근래 행복에 빠져만 있다 보니 그만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 이 시기에 불쑥 사라졌던 같은데…. 그 일도 설마 백서진이 관계되어 있었던 걸까?”
프리시스 메모리의 행방불명.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혹시 모르니까 이십오한테 몰래 사람을 붙여달라고 해야겠네.”
미래는 바뀐 것일까.
아직 바뀌지 않은 것일까.
은하는 확신할 수 없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다.
회귀 전에 있던 그녀의 행방불명이 백서진에 의해서였는지 아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뭐? 괴상한 차림을 한 사람들이 오늘 배편으로 입국했다고?”
은하는 이십오에게 연락을 받았다.
인상착의가 특이한 여성 네 명이 입국했다는 연락이었다.
이십오 딴에는 흥미 본위로 알려준 정보에 지나지 않았으나.
은하는 그가 전한 정보를 어쩐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 마녀들한테도 사람을 붙여놔. 플레이어면서 아닌 척하고 검문을 통과한 사람들일지 모르고, 어쩌면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르니까.”
[안 그래도 복장이 워낙 특이해서 한 사람 붙여놨어요.]☆
본다는 것.
눈을 뜨기 전까지 이유정은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아름답다는 것.
예쁘다는 것.
그녀는 그 말의 뜻을 잘 몰랐다.
“세상이 이렇게 예뻤구나.”
이제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시력을 찾은 이유정은 눈을 뜨고 무언가를 본다는 게 얼마나 놀랍고 대단한 일인지 깨달았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저런 색을 품고 있구나.
눈이 부시지만, 예뻐.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그동안 선으로 된 세상을 이해하던 그녀에게 색채가 가득한 세상이란 경이롭기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게 그녀에게는 특별하게 여겨졌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그녀는 앞을 보게 되고는 곧잘 그런 시간을 보내고는 했다.
“너무 올려다보지는 마. 그러다가 눈이 나빠질 수 있어.” “아, 오빠. 일은 다 끝난 거야?” “미안, 갑자기 도중에 일이 생겨서 기다리게 만들었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느라 심심했지?” “아니, 하나도 안 심심했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은걸.”
그때 이유천이 다가왔다.
그가 손을 뻗어서는 그녀의 시야를 살며시 가려주었다.
이유정은 그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빠는 이렇게 생겼었구나.
한편 세상을 보게 되면서 그녀는 한 가지 취미가 생겼다.
자신이 아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그 사람의 얼굴을 요목조목 살피는 일이었다.
이유정은 이유천을 가만히 보았다.
이유천이 피식 웃었다.
“나 잘생겼지?”
“응, 정말 잘생긴 것 같아.” “은하보다?”
“음….”
이유천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이유정은 짐짓 고민하는 척했다.
일부러 시간을 끌며 이유천이 괜히 애간장을 타게 만들었다.
그러고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내 남편이 더 잘생겼지.”
“그래, 이 은하바라기야.” “삐졌어?” “삐지기는. 안 삐졌어.” “삐졌구나?”
“그래, 삐졌다. 은하도 여기 없는데 나 좀 띄워주면 어디 덧나냐?”
“둘 다 똑같이 잘생겼어. 은하랑 오빠랑 매력이 서로 다를 뿐이지.”
이유정이 킥킥거렸다.
이유천은 얼굴을 누그러뜨렸다.
장난에 성공했다는 듯이 킥킥대며 웃는 여동생이 보기 좋았다.
이내 그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네가 그렇게 변해서 보기 좋다. 은하, 잘 만난 것 같아.” “내가 많이 변했어?” “너도 느껴지지 않아?”
“음…. 그런가?” “그래. 내가 기억하는 유정이 너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고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했거든. 자기 의견도 잘 고수하지 않고, 단순히 남들이 하라는 대로 따랐고.”
“…줏대 없었구나, 나.” “그런 게 아니야. 우리가 유정이 너를 그렇게 만들었던 거지. 네가 상처 입지 않도록 말이야.” “…….”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유정이 너를 집안에 가둬서는 안 됐던 것 같아. 네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세상 구경을 시켜줬어야 했는데.”
이유천이 자조하듯 중얼거렸다.
그가 이유정의 품에 안겨 자는 노유린의 뺨을 콕콕 찔렀다.
노유린이 뒤척였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서 은하를 만나서 다행이야. 은하를 만난 뒤로 감정이 많아지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잖아. 이제는 이렇게 나한테 장난도 치고. 그렇게 돼서 정말 은하한테 감사해. 너한테도 감사하고.”
이유천이 진심을 꺼냈다.
그동안 루미너스그룹 사람들에게 이유정은 눈에 밟히던 사람이었다.
부모님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들의 걱정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자랐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도 했다.
이유천은 이유정을 변화하게 해준 노은하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또한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열심히 살아준 여동생에게 고마워했다.
“은하만 있어서 그런 게 아닌걸.”
그때 이유정이 불쑥 말을 꺼냈다.
그녀가 이유천의 손을 잡았다.
“오빠랑 아버지, 어머니도 있어서 이렇게 변할 수 있던 거야. 그러니 내가 고마워해야지. 날 사랑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유정아….”
이유천이 진심을 꺼냈듯.
이유정도 진심을 고백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자신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건 노은하만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다들 많이 많이 사랑해.”
“흑….”
이유정이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결국 이유천은 여동생을 앞에 두고 위엄을 보이지 못하고 울고 말았다.
이유정은 울보 오빠를 다독이면서 그를 꼭 껴안았다.
☆
이유천과 바깥나들이를 마치고.
이유정은 클랜회관으로 돌아왔다.
“은하는 아직 일하는 중이려나?”
저녁은 먹었을까.
이유정은 은하의 근황이 궁금했다.
은하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유린아, 아빠 만나러 가자.” “아우!”
이유정은 집무실로 향했다.
노은하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이유정은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걸었다.
은하는 이렇게 생겼구나.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고 있건만.
이유정은 자신의 남편을 보는 게 무척이나 신기했다.
이내 그녀가 신발을 벗었다.
슬그머니 침대로 올라갔다.
…좋다.
자신이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
이유정은 노은하를 감상했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갈색 머리칼을 만진다.
손을 아래로 천천히 내리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이게, 은하인 거구나.
그런 상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은하를 보게 된다면, 필시 첫눈에 반하게 될 것이라고.
이유정의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그녀는 노은하에게 사랑에 빠졌다.
눈을 뜨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이 사람이 자신의 남자라는 것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이유정은 그대로 노은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
노은하가 눈을 떴다.
그가 말없이 눈을 깜빡거린다.
눈을 뜨니 그녀가 쳐다보고 있으니 당황한 모양이었다.
반면 이유정도 깜짝 놀라서는 눈을 깜빡거리기만 했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풀어졌다.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미안, 깼어?” “자꾸 누가 나를 건드린다 했더니, 유정이 너였구나.”
은하는 키득거렸다.
그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이유정은 손길에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품에 안겼다.
두 사람은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며 감정을 교감했다.
“안 돼, 아가 있어.” “유린이도 있었네. 그럼 유린이는 저기 침대에 두고 올게.” “응애애애!!”
노유린이 운다.
결국 그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그러고 있기로 했다.
☆
프리시스 메모리.
그녀에게 세상은 무채색이었다.
몇백 년의 시간을 살아온 그녀는 웬만한 일에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이 나라에 몇 년만 있으려 했는데 어느새 10년이 넘게 흘러버렸구나. 시간 참 빠르네.”
그런데 그녀는 언젠가부터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행복이란 감정이다.
본인이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이대로 여기에 있어도 되는 걸까.
처음에는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이 나라에 남기로 했다.
잠시만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10년이 넘게 흘러, 이 나라에 정을 붙이게 되었다.
“나한테 애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날이 오다니….”
프리시스 메모리는 자신의 변화가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노은하의 아이에게 정을 느낄 줄 몰랐다.
어디 노은하의 아이뿐인가.
그녀는 하백련에게도 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그래서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이 행복이 갑자기 끊기면 어쩌나.
혹은 또 자신만 살아남아 그들을 추억으로 기억하게 되면 어쩌나.
그녀는 두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랜만이네. 잘 있었니?” “…….”
하백련을 교육하러 가려던 날.
프리시스 메모리는 눈앞에 나타난 마녀를 보고 흠칫했다.
자신과 비슷한 외견의 마녀.
그녀는 그 마녀가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언니, 그 모습은….”
“너를 죽이러 왔어.”
마녀는 답해주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목적을 이야기했다.
프리시스 메모리는 입을 다물었다.
이내 그녀가 체념한 듯이 답했다.
“그렇구나.”
그것이 그녀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행복을 포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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