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3화
“…….”
“…….”
셋은 가문으로 돌아왔다.
번트와 알프레도의 안색이 어두웠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건지 다크 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고, 눈은 공허한 것이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도대체 그 악몽은 뭐지?’
번트는 마차 안에서 꾸었던 악몽을 떠올렸다.
수백만 마리의 좀비가 사방에서 몰려오는 악몽을 시작으로 거대한 거인이 그를 죽이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오우거보다 큰 거인이라니.’
처음에는 단순히 악몽 정도로 치부했다.
한데,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마차를 타고 오는 내내 악몽에 시달려야만 했다.
놀라운 건, 악몽이 매일 바뀐다는 것이다.
하루는 좀비.
다른 날에는 이상한 거대 개미가 덮쳐 왔고.
다음 날에는 하늘을 나는 거대한 드래곤…… 등등.
‘허, 질리지는 않더군.’
이제 허탈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악몽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후우…….”
‘그나저나, 내 팔이 정말 사람 팔처럼 변할 줄이야.’
번트는 강철 팔을 바라봤다.
완벽하게 인간의 팔이다.
지금 이 팔을 보고 그 누구도 의수라고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완벽하다. 로크 님께서는 도대체 이 의수는 어디서 손에 넣으신 것인지…….’
혹시 고대의 아이템인가?
가능성은 충분했다.
고대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아이템이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즐비했다고 한다.
거기에 그때엔 유실되었던 마도 공학 기술도 있었을 테니까.
이 의수도 고대의 아이템이 분명했다.
‘로크 님께서는 나를 위해서 이런 귀중한 고대의 아이템을…….’
강철 팔은 진짜 사람의 팔처럼 위장되었다.
힘줄이 꿈틀거리는 것까지 완벽했다.
번트도 순간 ‘진짜 내 팔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보통 의수는 차가울 텐데, 이 의수는 따뜻하다. 마치 사람 손처럼.’
번트가 의수를 보며 감탄하는 동안.
“로크 님, 돌아오셨군요. 먼 길 다녀오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에레나.”
로크의 마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에레나가 마중 나왔다.
그 옆에는 한나가 다소곳하게 서 있었다.
그녀는 로크를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한 번 숙인 후, 뒤에 있는 알프레도를 응시했다.
“따라오시죠.”
“……힝.”
알프레도는 한나에게 붙잡혀서 끌려갔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어머니는?”
“변함없으십니다.”
변함없다고 하는데, 이걸 좋아해야 하나?
현상 유지가 나쁜 건 아니지만, 좋지 않은 상태에서의 현상 유지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어머니의 영혼을 봉인해 가지고 있는 놈을 찾아야 한다. 일단 로젠 쪽을 털어 봐야겠지.’
이번 일도 잘 마무리되었다.
슬슬 로크를 지지하는 사람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공적이다.
이걸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로젠을 압박하는 것도 가능했다.
‘감히 내 어머니를 건드리다니. 너도 철저하게 털어 주마.’
“좋아, 그러면 곧장 아버지를 뵈러 가야겠어.”
“안 그래도 토르 님께서 로크 님이 복귀하시면 알현실로 오시라고 하셨습니다.”
“잘됐네.”
“그런데.”
에라나는 로크의 뒤에 서 있는 번트를 경계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갈 때는 두 명이었는데.
올 때는 세 명이 되어서 돌아왔다.
‘강하다.’
보면 알 수 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에레나는 번트가 얼마나 강한지 굳이 상대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강자.
그것도 자신의 손이 닿을지 알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있는 고수.
“강하군요.”
“에레나 발렌타인, 아직도 여기에 있었군. 하긴 네가 바르커 가문을 떠날 리가 없지.”
“저를 아십니까?”
“너는 나를 모르겠지만, 바르커 가문에서 내가 모르는 사람은 없지.”
“…….”
그녀의 경계심이 더 강해졌다.
자신은 상대를 모르는데, 상대는 자신의 풀네임까지 알고 있으니 당연히 나오는 반응이다.
그에 로크는 한숨을 내쉬며 끼어들었다.
“그만.”
“죄송합니다, 로크 님. 오랜만에 봤더니 조금 시험해 보고 싶어서.”
“됐고, 그런 건 나중에 해.”
“알겠습니다.”
“이쪽은 내가 새로 영입한 사람이니까, 경계할 필요는 없어.”
“영입한 사람…… 말입니까?”
“어, 간 김에 겸사겸사 주워 왔지.”
“주워 왔다니…….”
마치 길 잃은 고양이를 주웠다는 듯 가볍게 말하는 로크의 말에 번트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머금었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만.
고양이와 비유하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 말을 끝으로 로크는 나머지를 잘 부탁한다며, 에레나는 스쳐 지나갔다.
번트도 그녀의 곁을 지나가면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결심했으면 행동으로 옮겨라. 너는 여전히 머리는 좋은 거 같은데, 생각이 많아서 항상 행동이 늦어.”
“……!”
에레나는 깜짝 놀랐다.
그러곤 멀어져 가는 번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왼쪽 눈의 상처가 욱신거린다.
저 말을 듣고 나서야, 에레나는 번트의 정체를 드디어 눈치챌 수 있었다.
“밤 사냥꾼의 단장, 번트…….”
쫓겨났던 밤 사냥꾼이 돌아왔다.
* * *
바르커 가문의 알현실.
토르는 의자에 앉은 채, 무심하게 로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그 어떠한 따스함도 존재하지 않았다.
혈육을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혈육의 정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었다.
“로크 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 옆에 있던 칸트라는 미스릴 광산 양도 문서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이룬 가문에서도 미스릴 광산을 노리고 있어서 아무리 그래도 시간이 좀 걸릴 거라 생각했다.
한데, 로크는 단 며칠도 안 되어서 그곳 영주에게서 미스릴 광산을 양도받아 왔다.
‘진품이네. 애당초 로크 님께서 위증할 이유가 없지.’
칸트라는 양도 문서를 토르에게 넘기려고 했다.
토르는 받지 않았다.
귀찮다는 듯이 눈짓으로 치우라고 지시했다.
‘한 번쯤 확인해 보시지. 에휴, 어쩔 수 없지.’
이런 잡무는 전속 집사인 칸트라의 일이었다.
그는 양도 문서를 소중히 품속에 넣었다.
“그런데 그곳에 하이룬 가문의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칸트라가 대화를 이었다.
미스릴 광산은 하이룬 가문에서도 노리고 있는 곳.
미스릴은 마법 재료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재료이기에 그들도 어떻게 해서든 광산을 손에 넣으려고 했다.
그래서 소문을 흘렸다.
하이룬 가문 산하에 있는 가문에, 리안 하이룬이 팔이 잘리고 헬라 하이룬이 로크 바르커에게 맞고 돌아갔다는 식으로.
칸트라가 노린 건 하나.
‘흔드는 것.’
귀족들이 믿든 안 믿든, 상관없었다.
‘그들이 믿든 말든, 아래를 조금만 흔들어도 위쪽에서 느껴지는 흔들림은 커질 테니까.’
약간의 방해.
하이룬 가문이 광산에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시간 벌이밖에 안 되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았기에 일단 시도는 해 봤다.
“헬라 하이룬이 왔더군요.”
“헬라 하이룬이 말입니까?”
“네, 근성이 대단하던데요? 웬만해서는 밖으로 나다니지 못하게 머리를 깔끔하게 밀어 줬는데 어디서 가발을 구했는지, 쓰고 왔던데요?”
“머, 머리를 미셨다는 말입니까?”
“네.”
“그건 못 봤는데?”
“시간차로 머리카락이 빠지게 해 놨죠. 그 상황에서 머리카락까지 밀렸다면 로키 하이룬이 눈을 뒤집어 까고 광견병 걸린 개X끼처럼 덤벼들지 모르니까.”
“허…….”
그런 짓을 해 놨단 말인가?
하이룬 가문도 대단했다.
역시 마도 명가라는 건가?
밑을 흔들어 놨는데, 헬라 하이룬을 보내다니.
‘그나저나, 머리를 밀어 놨다니…….’
그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여자에게 있어서 머리카락은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인데, 그것을 밀어 놨었다니.
이쯤 되니, 예전에 허크의 머리를 밀었던 범인도 로크라는 것이 확실시된다.
“헬라 하이룬이라, 그럼 쉽지 않았겠군요. 저희 조사에 의하면 하이룬 가문에서 벨비지 가문에 뭔가 수를 쓴 것 같다는 보고를 받았었습니다.”
“마검을 썼더라고요.”
“마, 마검 말입니까!?”
로크는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대충 설명했다.
“마검. 확실히 카논 벨비지 백작이 딸을 아낀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한데 그런 딸에게 마검을 사용하다니.”
비열한 놈들이 사용할 법한 일이었다.
그만큼 미스릴 광산에 진심이었던 것이겠지만, 마검까지 이용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이 일이 세간이 알려진다면, 하이룬 가문도 크게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증거는 남기지 않았겠지. 그 상인도 이미 처리되었을 것이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
물증 없이 건드리기엔 하이룬 가문은 만만치 않았다.
“그럼 그 마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아쉬웠다.
마검이라도 있다면 그걸 이용해서 소문을 퍼트려 볼 텐데.
“그런 일이 있었다니,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로크 님께서 때마침 가지고 있던 그 책이 정신 침식을 풀 수 있게 해 주는 책이었다니.”
만약 그 책이 아니었다면, 미스릴 광산을 가지고 가는 건 하이룬 가문이었을 것이다.
실패했다면 어떤 후폭풍이 몰려왔을지.
물어뜯는 것을 좋아하는 가신들이 얼씨구나, 좋다면서 로크를 끌어내렸을지도 모른다.
‘이건 기회였지. 실패하면 잃는 것이 많겠지만, 성공하면 그만큼 얻을 것도 많지.’
로크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헬라 하이룬이 가지고 있는 키메라 골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내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헬라 하이룬을 떡이 되도록 팼다는 말에 토르가 마음에 들어 했다.
리안에 이어서 헬라까지.
하이룬 가문에서 지금쯤 어떤 난리가 났을지,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아, 그런데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로크 님께서 그 영지에서 새로운 사람을 한 명 영입했다고 들었습니다.”
“한 명 주워 왔죠. 왜요? 안 되나요?”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로크 님께서도 어엿한 바르커 가문의 일원입니다. 인재를 영입하는 것 또한 로크 님의 개인 재량이죠.”
“…….”
어엿한 바르커 가문의 일원이다.
그 표현이 가슴을 싸늘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토록 바라던 말.
회귀 전, 저 말을 듣고 싶어서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럼에도 실패했다.
손에 닿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놓았던 그 말.
‘완벽한 인정이지.’
그토록 원하던 말을 들었다.
그런데 왜일까?
평소라면 가슴이 웅장해져야 할 터인데, 도리어 싸늘하게 식었다.
이건 가문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다.
회귀 전, 가문에서 받은 고통, 시련, 고뇌, 원망, 증오를 생각하면 애정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 것이 도리어 이상할 정도였다.
로크는 웃었다.
바르커 가문은 그에게 있어서 통과 지점.
자신을 위해서.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고 복수를 위해서 가주가 되려는 것뿐이지, 그 안에는 그 어떠한 애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참, 고마운 말이군요.”
“…….”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
반응이 뭔가 석연찮았다.
“그래도 확인 절차는 필요하니, 그 남자에 대한 조사를…….”
“아뇨, 조사할 필요 없어요.”
“네?”
“녀석에 대한 정보는 가문에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가문에 남아 있다? 그 말은 은퇴한 기사라는 겁니까? 아니면 사용인? 그것도 아니라면…….”
“번트.”
“…….”
로크의 입에서 번트의 이름이 나오자, 토르는 작게 반응할 뿐이었다.
하지만 칸트라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벌어진 입은 벌레가 들어가도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키는데, 칸트라는 과연 알까? 자신이 지금 벌레도 함께 삼켰다는 것을?
‘말하진 말자,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로크는 모른 척, 눈감아 주기로 했다.
때로 배고프면 벌레도 먹을 수 있는 법이니까.
“버, 번트라면 설마…… 그 번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놀람이 심했는지, 칸트라는 말까지 더듬었다.
감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크의 입에서 절대로 나와서는 안 되는 잊힌 이름이 나왔으니까.
로크는 칸트라의 질문을 무시한 채, 토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아버지께서 버린 귀여운 고양이, 제가 잘 키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니 부하 쩔더라!!’
* * *
“칸트라.”
“네.”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우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
“네. 로크 님께서 번트가 벨비지 영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애당초 로크 님께서 그의 존재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우연.”
은퇴한 밤 사냥꾼을 데리고 와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걸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밤 사냥꾼에 대한 정보는 철저한 기밀.
타르라면 모르겠지만, 로크는 절대로 알 수 없다.
“재미있군.”
“어떻게 할까요? 토르 님께서도 아시겠지만, 번트는…….”
“됐다.”
“하지만!”
토르는 칸트라를 응시했다.
강렬한 힘을 품고 있는 그 눈동자에 칸트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선을 지키라는 압박이다.
이 이상은 선을 넘는 행동.
아무리 칸트라라고 해도 용서되지 않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내가 버린 귀여운 고양이라…….”
양팔을 잃었기에 더는 쓸모없어서 버린 고양이.
길에 내놓아도 죽을 놈이었다.
충성심이 탁월하게 높아, 비밀이 새어 나가지 않을 터이니 알아서 죽으라고 내버려 둔 것인데, 그걸 또 로크가 주워 왔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뭐지?”
“번트는 분명히 그 임무 도중 양팔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은퇴한 것입니다. 한데 이번에 돌아온 번트는 양팔이 건재하다고 했습니다.”
“의수인가.”
“의수는 아닌 거 같았습니다. 손가락도 움직이고 겉으로 보기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
“이 부분은 제가 조사를…….”
“됐다.”
토르는 손을 들어 칸트라를 제지했다.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
“……알겠습니다.”
이미 한 번 선을 밟아 경고를 받았다.
보이지 않는 선.
밟으면 가차 없이 베어질 수 있는 날카로운 검으로 만들어진 선이기에 칸트라는 뒤로 물러섰다.
“로크 바르커.”
토르는 로크를 바라봤다.
자신을 도발하는 듯한 그 웃음.
그 적의가 넘치는 모습에, 토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묘한 흥분.
과연 이다음에는 뭘 보여 줄까.
기대가 되었다.
* * *
“자, 그러면.”
알현도 끝났고.
보고도 말끔하게 마쳤으니.
“그쪽을 찌를 준비를 해 볼까.”
어머니의 영혼을 되찾기 위해서.
로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