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310
제310화
22화
“왔구나.”
교황은 로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응접실에 앉아 있는 교황과, 그 주위에는 수많은 성기사와 신관이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경계심 가득한 눈빛이다.
“사람이 좀 많군요.”
“하하하, 실례했구나.”
교황이 손을 들어 나가라고 제스처를 취하자, 성기사와 신관들이 반발했다.
“성하시여, 어찌…….”
“저희는 자리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명을 거둬 주십시오!!”
이들은 절대로 로크와 교황을 같이 두고 싶지 않다는 듯, 평소라면 절대 복종했을 그의 명령을 거부했다.
하지만 교황은 단호했다.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구나.”
“하지만…….”
“나는…… 분명히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 말이 안 들리는 건가?”
평소 온화한 모습과는 달리 단호한 그의 말에 성기사와 신관들이 움찔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이었다.
“……알겠습니다.”
성기사와 신관들이 나갔다.
그들은 나가면서 로크에게 눈빛으로 경고했다.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성하께 무례를 범할 경우 넌 죽는다.’
하지만 그런 경고에 겁먹을 로크가 아니었다.
“아아, 빨리들 나가지. 성하께서 다른 사람들은 듣지 말았으면 하는 비밀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잖아요.”
태연하게 그들을 도발했다.
저들의 감정에서 ‘질투’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이다.
평소 경외하고 존경하는 교황과 로크가 단둘이서 대화를 한다는 것에 질투를 느낀 것이다.
그렇기에 로크는 그것을 자극한 것이다.
“…….”
그들은 발끈했지만, 교황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문이 닫혔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교황의 몸에서 따뜻한 신성력이 흘러나오며 주변을 감쌌다.
“이제 우리가 하는 대화는 새어 나가지 않을 거란다.”
“그렇군요.”
로크는 교황을 바라봤다.
인자한 미소.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로크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마지막 봉인만 남았더구나.”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교황이니까 알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지.”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교황이라는 대답으로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7대 주선에 대해서 알고 계시다는 건 뭐, 대충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럼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로크는 경계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날카롭게 그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으신 겁니까?”
“어디까지라.”
교황은 턱을 쓰다듬었다.
“7대 주선의 유례 그리고 그들이 찾고 있는 ‘그분’의 정체와 그분을 배신한 인간들, 그리고…… 자네가 한번 다른 세계에 갔다가 돌아왔다는 것 정도이지.”
“…….”
로크의 아래턱이 힘이라도 풀린 듯 떠억, 벌어졌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지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교황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부…… 알고 계신 겁니까?”
“전부의 일부일 뿐이네.”
“그럼 저를 부르신 이유는…….”
“허허허,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 이제 슬슬 자네에게 모든 진실을 전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네.”
“진실……?”
“그렇네. 그분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자네가 선택받았는지…… 자네가 찾는 그 빛에 대해서도.”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부처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손오공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마치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가 계획한 것처럼…….’
상당히 X같은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듣기 전에.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이 하나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말해 보게.”
“당신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아아, 내가 알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겠군. 그건 이 책이네.”
그가 손짓을 하자, 아공간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어느 학교의 전공서보다 두꺼운 책이 튀어나왔다.
교황이니 아공간을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이템인가?’
“이 책은 뭡니까?”
“예언서네.”
“에?”
“예언서. 대대로 교황에게 내려오는 예언서에 자네에 관한 것, 7대 주선에 관한 것도 있지. 그것뿐만이 아니네.”
그는 차례대로 수십 권의 책을 꺼냈다.
“여기에 모든 것이 들어 있네. 어떤가? 나에게 듣는 것보다 이걸 읽는 편이 이해하기 편할 텐데.”
“……책은 훌륭한 역사죠. 하지만 사람이라면 역시 대화로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하하하, 자네라면 그리 말할 줄 알았네. 사실 이걸 다 읽는 것도 고역이거든. 교황이 되기 위한 시험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그 문제를 맞히는 것까지였네.”
“…….”
교황은 머리가 좋아야 했다.
이 전공서보다 두꺼운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외워서 그것을 토대로 나온 시험을 통과해야 하다니.
대학 수능?
그딴 건 비교도 안 됐다.
‘단순 암기라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많잖아.’
“좋네, 그럼.”
그는 아공간을 열어 책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만약 그 시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됩니까?”
“흐음…… 뭐, 그건 노코멘트하지.”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은 갔다.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을 것이다.
게다가 저 책.
예언서라고 했고, 중요한 비밀을 품고 있었다.
절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될 비밀…… 그리고.
‘산 자의 입을 막는 것보다는 죽은 자의 입을 관리하는 것이 편하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 그럼 정리도 끝났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교황은 본격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로크는 그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궁금했다.
그분이 누구이고, 자신은 왜 선택받았으며, 7대 주선은 뭐고, 배신자라는 놈들은 뭔지, 그리고 누가 그들에게 봉인과 제약을 걸었는지까지 말이다.
교황이라면 자신의 궁금증을 풀어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로크는 몰랐다.
역사 공부는 가장 졸리고 지루한 과목이라는 것을.
* * *
“…….”
로크는 교황과 헤어졌다.
들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았다.
“후우…… 일단.”
로크는 교황의 배려로 쉴 수 있는 방을 제공받았고, 그곳에서 곧바로 잠들었다.
-특성, ‘루시드 드림’이 발동합니다.
루시드 드림이 발동하면서, 로크는 꿈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곳에서는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대화 상대가 있지 않은가?
“로크 님, 오셨어요?”
그녀는 예전과 다르게 상당히 차분한 모습으로 로크를 맞이했다.
예전에는 발랄하며 장난기도 많았지만, 봉인을 풀고 7대 주선의 근원을 흡수해서 기억이 돌아오기 때문일까?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
“그래.”
“일단 앉으세요.”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기는 하지만, 로크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은 변할 수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변하기 때문에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변화는 진화의 과정이라고 했던가? 사춘기를 지나면 갑자기 사람이 변하는 것처럼…… 나쁘지 않네.’
“여기 커피요.”
“오, 센스 좋고.”
“뭘요.”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데 어딘가 상당히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으시네요?”
“오, 그것도 알아?”
“물론이죠. 제가 로크 님을 얼마나 오랫동안 봐 왔는데요.”
“눈치가 늘었네.”
“늘 수밖에 없죠.”
그녀는 어딘가 초연한 듯한 웃음을 흘리고 있긴 했지만, 한쪽 구석에선 서글픈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녀도 아는 것이다.
슬슬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그 끝에서 기다리는 결말이 어떤 건지 모르지만, 결코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복잡하지.”
로크는 교황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할 것은 대충 정답 맞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교황에게 들었어.”
“교황에게요? 그렇군요.”
그녀는 교황이 누군지 딱히 묻지 않았다.
표정을 보아 하니, 대충 누군지 짐작은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6차 봉인 해제 후 대부분의 기억이 돌아오고, 카스티타스가 죽은 것으로 무언가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어디까지 들으셨어요?”
“대충…… 뭐, 알 만한 곳까지? 7대 주선은 사실은 7대 죄악이었으며…….”
7대 주선.
솔직히 말해서 로크는 그들의 등장에서부터 상당히 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했다.
‘솔직히 성격과 칭호가 매칭이 안 되잖아.’
겸손의 후밀리타스는 교만했으며.
인내의 파티엔티아는 다혈질에 항상 분노에 휩싸여 있었으며.
순결의 카스티타스는 색기가 넘치고.
절제의 템페란티아는 식탐을 억누르지 않았고.
근면의 인두스트리아는 나태했으며, 자선의 카리타스는 탐욕스러웠다.
“왜 그런가 했더니, 알고 보니 7대 죄악의 자리를 담당하고 있던 놈들이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더군.”
“……맞아요.”
“그리고 그 7대 죄악이라는 놈들도 처음에는 인간…… 아니, 정확하게는 이 세계의 사람의 후예였더군.”
에리아는 앞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미 알고 있었기에 이렇다 할 리액션은 취하지 않았다.
로크는 계속 말을 이었다.
“7대 죄악 놈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그분’이라는 존재도, 사실은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사실은 헌터였다는 것까지.”
“그렇군요.”
에리아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부분에서 가장 놀랐었다.
‘설마 나와 비슷한 세계에서 온 사람이었을 줄이야.’
‘그분’이라는 자는 헌터였다.
그것도 상당히 특수한 힘을 지니고 있는 헌터로, 말 그대로 하늘의 정점을 찍을 정도였다.
로크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놈이 속해 있던 세상은 게이트로 인해서 멸망했고, 나는 막았다는 것 정도인가?”
분기점이다.
그는 로크와 똑같이 강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위험했던 게이트도 많았고, 그는 동료와 함께 역경을 뛰어넘고 시련이라는 벽을 파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나타난 EX급 게이트.
그 또한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듬직한 동료와 함께 그곳을 공략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공략이었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고 세상을 구한 영웅이 되었다.
“맞아요.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사람이 나타났고, 로크 님의 동료에게 했던 것과 같은 충고를 해 주며 조언을 건넸죠.”
“그렇지. 문제는.”
“그 사람들은 그분을 믿었고…….”
“나는 배신당했다는 건가. 그리고 그 차이는.”
“그 사람은 애당초 그쪽 세계의 사람이었고, 로크 님은 이 세계에서 찾아간 이방인이었기 때문이죠.”
그 차이가 세상을 나눈 것이다.
그의 동료는 배신하지 않았고, 그와 함께 게이트를 공략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나타난 EX급 게이트…… 그리고 몇 개월 후에 또다시 나타난 EX급 게이트…….”
그녀는 침울한 표정을 지었고, 로크는 그 앞에서 탄식을 흘렸다.
그러곤 그녀의 말을 받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하아…… 처음이야 어떻게든 했겠지만, 한번 공략한 후에 몇 개월을 텀으로 EX급 게이트가 나타났으니까, 전력이 줄어드는 와중에 결국 마지막 EX급 게이트 공략에는 실패했겠지.”
“맞아요.”
“어이가 없지.”
로크는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배신당했기에 나는 세상을 지킨 것이고, 그놈은 배신당하지 않았기에 세상이 멸망했다는 거잖아.”
진실은 언제나 참혹하며 잔인하다고 하지만.
이번 진실은 너무.
“X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