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허억, 허억.”
차오린은 필사적으로 얼음 성으로 향했다.
그런 그녀는 고드를 부축하는 것은 물론, 빙정과 엔프리까지 챙겨든 상태였다.
“왜 하필 나만 멀쩡해서.”
고드나 엔프리 중에서 한 명이라도 정신을 차렸으면 좋았을 건만.
두 사람 모두 의식을 잃어 그녀는 있는 대로 고생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빙정이 보기보다 가볍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서 얼음 성이 보였다.
문제가 있다면….
“저걸 어떻게 뚫고 가지…?”
여전히 성 근처엔 수많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위기를 보니 겨울의 세력이 조금 더 우세해진 것 같긴 한데.
적군을 뚫고 성으로 들어가는 건 또 별개의 문제였다.
“혼자면 상관이 없을 텐데….”
차오린의 시선이 고드에게로 향했다.
…이 녀석이라도 버릴까?
“으으….”
그렇게 생각한 순간 고드가 신음 소릴 내며 의식을 되찾았다.
“깼냐?”
“뭔가 불길한 예감이….”
“기분 탓이야. 정신 차렸으면 혼자 일어서.”
차오린은 곧장 고드를 내려놨다.
그는 순간 휘청였지만 금방 중심을 잡았다.
그리곤 주변을 쭉 훑더니 단번에 상황 파악을 마쳤다.
“적들이 문제군.”
“너 지금 못 싸우지?”
“내가 그 정도로 회복력이 뛰어났으면 진작에 이든을 뛰어넘었을 것이다.”
“그럼….”
“그런데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뭐?”
“저길 봐라.”
고드는 성 쪽을 향해 턱짓했다.
차오린의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갔다.
그곳엔….
피요오오오-!
에단이 어마어마한 화염을 내뿜으며 이쪽으로 날아오는 중이었다.
화르르르륵!
그가 낮게 비행하자, 그를 중심으로 화염이 양쪽으로 퍼졌고.
적들은 에단의 화염에 휩쓸려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후웅-!
에단이 그들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현석에게 올 거라는 얘기는 들었다. 일단 바로 들어가도록 하지.
* * *
에단의 호위하에 차오린과 고드는 무사히 성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돌아왔구나!”
그들을 보자마자, 서리여왕은 설인들을 소환하다 말고 뛰어왔다.
“아아 엔프리. 멀쩡하구나. 빙정도 무사해. 정말 고맙구나.”
“그건 나 말고 현석한테 말해. 우리가 한 건 사실 아무것도 없으니까.”
차오린이 다시 생각해도 분하다는 듯 말했다.
현석에게 지옥 훈련을 받고 한계를 돌파해 강해진 줄 알았건만.
탑에 들어와 보니 우물 안의 개구리에 불과했다.
까득!
동생을 구한 이상 딱히 강해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니 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차오린의 마음을 아는지, 서리여왕은 부드러운 음색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무슨 그런 말을. 네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이곳에 오지 못했다. 들어보니 정작 신격을 가진 놈은 의식을 잃었던데.”
“…지금 내 얘길하는 건가?”
서리여왕의 말에 고드가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난 무려 한센을 상대….”
나름대로 해명하려 해도 마찬가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전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차오린이 묻자, 서리여왕이 담담한 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썩 좋지는 않다. 적들의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만큼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으니.”
지금까진 어찌어찌 막긴 했으나.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서리여왕은 물론, 겨울 세력의 도전자들 또한 체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탓이었다.
“하지만 곧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빙정이 돌아왔으니, 서리여왕의 힘 서서히 회복될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버틴다면, 적들의 수가 얼마나 있든 상관이 없었다.
“그래? 그럼 나랑 고드는 나가서 싸우고 있을게.”
차오린이 어느새 눈을 뜬 엔프리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엔프리는 언제 끼어들어야 할지 몰라 옆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넌 힘도 회복할 겸 엔프리랑 못다 한 대화부터 나눠. 보니까 하고 싶은 얘기가 꽤 많아 보이는데.”
한때 동생을 잃을 뻔했던 차오린이었기에, 누구보다 서리여왕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고맙구나.”
그리고 그러한 배려를 느낀 듯.
서리여왕이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뭘.”
그 말을 끝으로.
차오린은 고드와 함께 알현실을 나섰다.
“….”
“….”
서리여왕과 엔프리 둘만 남은 공간.
먼저 입을 뗀 것은 엔프리였다.
그녀는 다소 울먹이는 목소리로 서리여왕을 불렀다.
“…어머니. 죄송해요.”
엔프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지금껏 한센의 세뇌에 빠져 있었음에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던 것이었다.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제가… 그 녀석에게 속지만 않았어도….”
만일 그랬다면 빙정이 넘어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서리여왕이 이토록 고생할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기에.
엔프리는 어느 때보다 죄책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서리여왕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엔프리의 손을 잡아주었다.
“괜찮다. 이유가 뭐든 네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족하다.”
“어머니….”
엔프리가 서리여왕의 품에 안겼다.
그러기를 잠시.
엔프리는 다소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떠나실 생각이시군요.”
서리여왕의 눈에서 그녀의 감정을 엿보고 알 수 있던 것이었다.
지금껏 1층에만 머무르던 그녀가 마침내 이곳을 떠날 다짐을 했다는 사실을.
“그래. 너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
서리여왕의 어머니, 루아라 또한 자신을 비슷한 감정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루아라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나긴 했지만,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엔프리가 빙정을 들고 한센에게 갔던 것처럼.
“미안하구나. 너를 혼자 이곳에 남게 해서.”
“괜찮아요.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보기 좋아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요.”
엔프리가 서리여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걱정하지 말거라.”
서리여왕이 빙긋 웃었다.
“내 반드시 돌아오마. 너를 위해서라도.”
그녀가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성 밖에서 어마어마한 폭음이 들려왔다.
알현실의 샹들리에가 거칠게 흔들렸다.
“여기 있거라.”
서리여왕은 그렇게 말하곤 눈을 감았다.
밖에 있는 설인을 통해 외부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저건…!”
그러자 저 멀리 있는 한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한센과 비슷한 철퇴를 두르는 모습.
한센의 오른팔 브록이었다.
“잔챙이들은 비켜라!”
브록이 철퇴를 휘두르자 주변에 있던 설인들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그의 등장에 적들의 사기마저 충전됐다.
“와아아아! 브록 님께서 설산에서 돌아오셨다!”
“우리의 승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센만큼은 아니지만, 브록 또한 신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봄 세력의 2인자.
단지 한센과 함께 설산에 갔다가 하산하는 데 시간이 걸려 합류에 늦은 것뿐이었다.
“겨우 저 정도 병력만을 가지고 지금까지 버텨왔다니.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군.”
브록은 얼음 성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봄의 세력의 머릿수가 훨씬 많아도 지금껏 얼음 성을 뚫지 못했던 이유는 단 하나.
힘을 잃었음에도 서리여왕에겐 신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신격의 유무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가 왔으니. 이 전투는 우리의 승리가 될 것이다!”
“와아아아아!”
“가자아아아!”
브록의 외침에 순식간에 적들의 사기가 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일제히 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집중적인 공격에 화력이 더해져서일까.
성이 크게 흔들리며 크게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겼다.
“크하하하 좋구나!”
콰앙!
브록이 휘두른 철퇴에 성벽에 큼지막한 금이 생겨났다.
만일 이대로 몇 번을 더 내려친다면, 성벽은 얼마 있지 않아 완전히 부서질 터.
만일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전부 물거품 되는 것이었다.
성밖에서 상대하니까 이 정도지, 만일 적들이 일제히 부서진 성벽을 통해 내부로 온다면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젠장, 이걸 어쩌지….”
성벽 위에 있던 차오린이 걱정 어린 투로 중얼거렸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누구도 섣불리 브록을 막을 수 없었다.
그나마 싸울 수 있는 오르비스는 곽성운과 함께 성문을 지키느라 바쁘고.
에단은 그새 어딜 간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나서기엔 신격이 없어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고드는….”
“후우… 죽겠군.”
진작에 힘이 빠져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진짜 조금도 못 싸우겠냐?”
“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설산에서부터 이미 힘이 다 했어.”
“칫….”
차오린이 탄식을 흘렸다.
순간 병력을 브록 쪽으로 집중시켜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순 없다.’
워낙 현재의 균형이 팽팽해 그럴 수도 없었다.
만약 한쪽의 병력을 뺀다면, 곧바로 거기서부터 성벽이 무너질 것이었다.
‘현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차오린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뒤에서 서리여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뒤엔 내가 있으니.”
그녀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엔프리가 돌아오며 불안 요소가 사라진 것은 물론.
빙정으로부터 원래의 힘을 되찾은 덕분이었다.
“너희들은 전부 쉬거라. 지금부턴 내가 직접 나서겠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성문을 향해 걸어갔다.
“성문을 열어라!”
그녀의 명령에 설인들이 곧바로 문을 열었다.
끼기기긱!
“어엇… 성문이?”
“갑자기 왜…?”
영문을 모르는 아군 도전자들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적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스스로 문을 연다고?”
“대체 왜?”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알 게 뭐야. 우리야 좋은 거 아니야?”
“맞지. 마침 여왕이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중이네.”
적들이 입맛을 다시며 성 밖으로 걸어 나오는 서리여왕을 노려봤다.
브록 또한 마찬가지.
동쪽 성벽을 부수던 그는 성문이 열리기 무섭게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공격해라 공격! 저 녀석만 죽이면 우리의 승리다!”
“다음 층으로 가자!”
“와아아아아!”
봄의 세력이 일제히 서리여왕을 향해 돌격했다.
서리여왕은 눈동자만 굴려 그런 그들을 훑어봤다.
“하여간 우매한 것들.”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치마를 가볍게 들어 올린 채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쩌저저저적!
서리여왕의 발을 중심으로 사방에 냉기가 퍼졌다.
그리고….
침묵이었다.
눈 깜짝할 새에 성 주변에 있던 모든 적군이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아무리 많아 봐야 도전자.
신격을 가진 서리여왕과는 그 격 자체가 달랐다.
브록 또한 마찬가지.
아무리 그 또한 신격을 가졌다고 한들.
서리여왕은 수백 년간 1층을 관리하던 신이었다.
그런데.
“아직 100년도 채 살지 않은 존재가 감히 날 거스르려 하다니.”
설사 한센이 와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었다.
지금껏 서리여왕이 약한 모습을 보인 건 어디까지나 빙정을 잃고 엔프리가 걱정돼서였으니.
하지만 둘 모두 자신의 손에 들어온 이상.
더는 걸릴 게 없었다.
“무지. 그것의 너희들이 죽는 이유다.”
서리여왕이 등을 돌려 성으로 향했다.
동시에.
얼음이 깨지며 적들이 산산조각이 났다.
붉은 얼음 조각이 벚꽃처럼 얼음 성 주변에 흩날렸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