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실장님.”
두꺼운 고글에 연구복을 입고 있는 연구원이 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그 또한 비슷한 옷차림이었지만 차이가 있다면 전신이 피로 뒤덮여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것은 아니었다.
피의 주인은.
“끄아아아아악!”
“스읍, 조용히 해 귀 아프잖아. 그러면 내 머리가 자꾸 울려 친구야.”
실장이라 불린 사내의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 남자의 것이었다.
실장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하곤 옆에 있는 나이프를 집었다.
그리곤 익숙하게 남자의 목을 그었다.
“끄륵….”
실장은 곧바로 그 틈으로 몬스터의 핵을 집어넣더니, 알 수 없는 약물을 주입하곤 상처를 봉합했다.
끄륵, 끄르르륵!
그러자 남자가 피 끓는 소리와 함께 몸이 기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색이 검게 물들며 몸집이 부풀어 오르고 송곳니가 마구 자라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퍼억!
남자였던 존재의 관자놀이 쪽이 폭발하더니 그대로 축 처졌다.
후두둑.
동시에 실장의 몸에 피가 쏟아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다는 듯이 고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어? 실패네. 이건 성공할 줄 알았는데. 약물 배합 문제인가? 이봐 거기 다른 ‘친구’ 좀 데려와 줘 확인해보게.”
그의 말에 한 연구원이 팔다리가 잘린 사람 하나를 질질 끌고 왔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그런 행동이 무색하게도 실장의 앞에 앉혀졌다.
“제발, 제발… 읍읍!”
그리고 그의 입이 두꺼운 테이프로 막혔을 때였다.
“실장님.”
먼저 왔던 연구원이 다시금 그를 불렀다.
“어어? 언제 왔어? 무슨 일이야? 연구 도와주려고?”
“아뇨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들고 있던 테블릿을 보여주었다.
화면 속엔 리버 길드원들이 숲속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재생되고 있었다.
던전 내부에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되고 있는 것이었다.
실장은 무심한 얼굴로 화면을 슬쩍 보고는 끌려온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게 뭐? 어차피 곧 죽을 친구들 아닌가?”
“그럴 줄 알았는데 곧 있으면 이곳에 다다를 것 같습니다.”
“뭐?”
나이프로 사내의 목을 째려던 손이 멈췄다.
그는 다시 연구원을 돌아보며 물었다.
“새로 마법진 설치 안 했어?”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하나도 발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하네.”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전부 몬스터를 연구하는 연구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해회 소속의 마법사이기도 했다.
실력 또한 상당해 어지간해서는 자신들의 마법진을 파훼할 수 없었을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그가 있는 연구소는 한국 정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던전에 몰래 지어진 장소였다.
외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온갖 몬스터들도 풀어 놓기까지 했다.
그런데 마법진을 파훼한 것도 모자라 몬스터들을 뚫었다고?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앞서 들어온 친구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들어왔다는 것!
그리고 그 뜻은!
“아!”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실장의 손이 멈췄다.
툭, 챙그랑!
그는 쥐고 있던 나이프를 떨어뜨리더니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 이참에 우리 ‘아이들’이나 실험해보자.”
“그건 전에 하지 않으셨잖습니까?”
먼저 들어왔던 리버 길드원들이 죽은 것도 실장이 말한 아이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이, 걔네들 말고. 새로운 아이들 있잖아.”
“BPU-456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게 부르는 건 너무 차갑잖아… 아무튼!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한번 보자고. 그리고 비교도 하게 다른 아이들도 같이 보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응? 또 무슨 할 말이 있어?”
“잡아둔 실험체… 아니 ‘친구’들이 도망쳤습니다.”
이택민보다 먼저 들어왔던 리버 길드원들.
일해회의 연구원들은 실험에 사용하기 위해 그중의 일부를 살려놨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몇을 제외하곤 나머지가 전부 도망친 것이었다.
물론 장소가 장소인 데다.
몸 상태가 그렇게 좋지 않은 만큼 멀리는 도망가지 못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라도 도망치는 과정에서 이쪽에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물론.
“…뭐?”
실장은 그런 사실 따위 중요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실실 웃기만 하던 실장의 얼굴이 처음으로 무너져 내렸다.
화를 내기보단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
“안 돼, 안 돼, 안 돼! 내가 걔네들이랑 어떻게 놀지 다 생각해놨는데 도망을 쳐?”
실장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떨어진 나이프를 집었다.
“당장 잡아 와. 무조건 생포한 채로! 여기가 얼마나 재밌는 곳인지 알려줘야겠어.”
푹!
그렇게 말하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눈앞의 사내의 목을 찔렀다.
그리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미소 지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흥흥흥,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오려나.”
연구원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어딘가로 무전을 넣었다.
치직-
“실장님 지시다. 도망친 실험체들 최대한 빨리 잡아 올 것. 이상.”
* * *
후웅!
현석이 비밀 통로에 들어오자, 안에서부터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통로 벽면엔 빛나는 돌이 박혀있어 전혀 어둡지 않았다.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그럼에도 현석은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처럼 마나를 회전시키며 안으로 이동했다.
안으로 이동할수록 불길한 마나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현석.
에단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슬라임들은 잘 처리했어?”
-물론이다. 지능도 없이 본능으로 움직이는 미물 따위야 금방이지.
“시체들은?”
-걱정하지 말아라. 시체엔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으니까.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현석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사박, 사박.
통로엔 현석이 걷는 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러기를 잠시.
‘슬슬 뭐가 보이기 시작하는군.’
마침내 통로의 끝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엔 여닫이문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곳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에단이 짐짓 놀란 듯 말했다.
설마 손으로 파낸 것만 같은 땅굴 끝에 문이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현석 또한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하며.
슬쩍 보니 별다른 마법진은 그려져 있지 않았다.
유사시에 사용해야 하는 비상구인 만큼, 아무런 장치도 없는 모습이었다.
대신, 저 너머에선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응축된 마나가 느껴지는 중이었다.
‘확실히 뭔가 있군.’
굳이 마나를 문 뒤로 흘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현석이 느끼기에 그 수는 감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이 일해회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으니까.
‘에단 준비해.’
-알았다.
에단 또한 언제라도 싸울 수 있게 이전보다 더욱 맹렬하게 제 몸을 태우는 모습.
‘간다.’
그리고 현석이 문고리를 잡아당겼을 때.
“…!”
-이런 미친.
현석과 에단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캬르르르르륵!
크어어어엉!
쿠루루루룩!
우우우우웅!
그곳엔 수백 마리는 족히 넘는 몬스터가 각자의 유리관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쿵쿵쿵쿵!
놈들은 현석을 보자마자 죽일 듯이 유리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녀석들 외형이….”
현석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런 녀석들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개체와 모습이 현저히 달랐기 때문이다.
일단 오크로 보이는 녀석들은 팔이 네다섯 개씩은 있었고.
머리가 두 개 달린 라이칸스로프에.
비정상적으로 몸이 비대해진 오우거.
투명한 액체 대신 피가 흐르는 슬라임 등.
하나 같이 기괴한 형태였다.
“끔찍하네.”
현석은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대마도사로서 지금껏 별걸 다 봐왔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조작을 가한 이유는 간단해 보였다.
‘몬스터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렇지 않고서야 몬스터들에게 지금과 같은 이질적인 마나가 느껴질 수 없었다.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마나를 가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자세히 보니 비단 외형에 변화를 준 것만이 아니라.
약물 따위로도 힘을 증폭시키려고 한 흔적이 엿보였다.
-대체 왜지?
“그러게….”
현석이 팔짱을 끼며 침음을 흘렸다.
일단 지금 있는 정체불명의 건물은 일해회의 짓이 분명했다.
중국에서 압도적인 1위 길드인 일해회가 아니고서야 던전에 이만한 규모의 건물을 지을 수 없었으니까.
문제는 역시나 에단의 말대로 ‘대체 왜 이런 실험을 하고 있냐’는 것이었다.
더 강한 몬스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새로운 몬스터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함으로써 녀석들이 얻는 게 뭐지?
-몬스터의 핵이나 부산물?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야.”
강한 몬스터일수록, 퇴치했을 때 손에 떨어지는 수익이 컸으니까.
어떻게 보면 일해회에선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은 부산물이 쓸모가 있을까?”
당장 눈앞의 몬스터만 봐도 녀석들의 시체에서 얻을 건 딱히 없어 보였다.
유리관 내에서 다투기라도 한 건지, 가죽과 털은 엉망진창이었고.
멀쩡한 녀석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만일 일해회에서 부산물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몬스터를 방치하진 않았을 것이다.
몬스터의 핵도 마찬가지.
지금껏 인류는 몬스터와 관련된 수많은 연구를 했지만.
몬스터를 강화시켜도 질 좋은 핵인 나온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비슷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능력치를 증폭시켜주는 각성자로 하여금 몬스터의 힘을 끌어올린 뒤 사냥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수백 번을 해봐도 결과는 당연히 실패.
하물며.
“내가 아는 상식에서도 벗어나는 일이야.”
좋은 몬스터의 핵은 대체로 순도 높은 마나를 품고 있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불안정한 마나가 높은 등급의 몬스터의 핵을 만들어낼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젠은 불확실한 일에 배팅을 하는 성격이 아니야.”
아이젠은 현석의 무리 중에서 가장 능력이 떨어졌던 인물.
그래서일까.
그만큼 아이젠은 굉장히 신중했다.
아무리 성공할 확률이 80%, 90%가 되어도 100%에 근접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몬스터 핵의 가치가 오를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던전에 건물을 세울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투자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대신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지금 현석이 보고 있는 건, 그저 ‘과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과정?
“응. 몬스터를 강하게 만드는 건 놈들의 진짜 목적이 아니야.”
만일 태정 길드의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그들은 부활한 현석을 이곳으로 데려고 왔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실험과 놈들의 계획과 연관성이 보여?”
-전혀. 그렇게 생각하니 확실히 이건 놈들이 원하는 바는 아닌 것 같군.
몬스터의 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실험.
그리고 부활자를 이곳으로 데려오려는 계획.
얼핏 보면 부활자를 강하게 만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런 작전을 지시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젠이었다.
그가 과연 현석을 부활시켜 힘을 되찾게 하려고 했을까?
“아니.”
뺏으면 뺏었지 결코 그럴 녀석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증거는 이곳을 뒤져보면 알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전에.
“거기 너희들 나와봐.”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
“….”
“….”
몬스터들이 갇혀 있는 유리관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무리가 잔뜩 경계하는 얼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입은 옷엔 익숙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리버 길드원들이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