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4
83화
“크흡!”
“예가 아니라 내 질문에 답 좀 해주지? 가면을 왜 쓰겠냐고.”
기자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그만큼 끔찍한 고통이었다.
A급의 능력을 가진지라 어지간한 공격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셋 샐 때까지 말 안 하면 넌 지금부터 나한테 오질나게 처맞는 거다. 하나…”
“어, 얼굴을 가리고 싶어서요!”
기자가 다급히 외쳤다.
당장이라도 그를 때릴 듯한 현석의 손이 멈췄다.
다시 질문이 들어왔다.
“그렇지? 그럼 얼굴을 왜 가리겠어?”
“저, 정체를 숨기려고?”
“아는 새끼가 그딴 질문을 해?”
현석은 말을 함과 동시에 마이크를 있는 힘껏 기자의 머리에 내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이크가 산산조각이 났다.
“크, 크아아아악!”
기자의 비명에 모든 시선이 현석에게 향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석은 이마 위로 피를 흘리는 기자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다시 물어봐. 정체를 밝혀달라고?”
“사, 살려….”
기자가 애처롭게 팔을 허우적거리며 외쳤다.
주변의 아무도 기자를 돕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현석의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된 탓이었다.
“네가 물으면 내가, ‘아이고 알겠습니다요’ 하면서 말할 줄 알았어?”
“하, 하지만 국민들의 알 권리가….”
“알 권리는 뭔 놈의 알 권리.”
현석의 기자의 멱살을 거칠게 흔들었다.
기자의 머리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네가 처맞을 권리는 내가 만들어 줄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으으으.,! 자, 잘못했습… 억!”
겁에 질린 기자가 두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마구 저었다.
현석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기자를 내팽개쳤다.
“알았으면 입 쭉 다물고 있어.”
그리곤 주변을 훑었다.
어느새 왁자지껄했던 주변이 고요해져 있었다.
박준현은 물론이고 윌리엄 또한 경악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지금껏 기자를 상대로 이렇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현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헌터 최강국인 미국 본토에서 말이다.
현석이 다른 기자들을 보며 물었다.
“또 질문할 사람? 내가 성심성의껏 들어줄게. 무슨 질문을 준비해왔을지 궁금해서 말이야.”
하지만 기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현석은 어디까지나 ‘들어준다’고 했지 ‘답해준다’고 하진 않았으니까.
가장 먼저 나선 기자처럼 개망신을 당하고 싶진 않았다.
“없어? 그럼 나 먼저 간다.”
현석은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떴다.
여전히 제자리에 얼어붙은 두 대통령을 지나칠 때쯤, 에단이 물었다.
-이래도 괜찮은 건가 현석? 미국 쪽에서 보복이 돌아올 수 있는데.
‘보복? 지금 상황에서 걔네가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
윌리엄이 있다고는 하나, 현재로서 갑의 위치는 한국이 선점하고 있었다.
미국이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엉덩이 무겁기로 유명한 윌리엄이 직접 나왔다는 건, 무언가 바라는 게 많다는 의미였으니까.
‘추측이지만 아마 공략 대원으로 미국 쪽 헌터들을 많이 뽑아 달라고 은연중에 부탁하려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가급적 한국의 심기를 거슬러선 안 됐다.
아니나 다를까.
뒤를 슬쩍 돌아보니, 윌리엄은 오히려 괜찮다는 듯 박준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한 미소를 짓는 중이었다.
* * *
“아니 현석 님 제정신이세요?”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내부로 들어왔을 무렵.
언제 따라붙었는지, 이화영이 현석의 옆에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녀의 옆엔 곽성운이 함께였다.
“뭐가. 기자들한테 한 거?”
“네. 여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요. 대체 왜 자존심 센 윌리엄이 그냥 넘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선 현석 님 커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뭐 어때. 걔네가 먼저 짜증나게 굴었구만 뭐. 그런데….”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이화영의 얼굴을 살폈다.
화난 듯 말하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슬슬 올라가 있는 모습.
“어째 넌 기분이 좋아 보인다?”
“…솔직히 말하면 꽤 속 시원했거든요.”
“기자들한테 악감정이라도 있냐?”
“말도 마세요. 여기 기자들이 제 속 뒤집어 놓은 게 어디 한두 번인 줄 아세요?”
“그건 무슨 말이야?”
“얘기하자면 길어요.”
이화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는 듯이 미간을 좁히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런데 박준현은 버리고 온 거야?”
“아 그거요. 기자들이 목표를 저기로 잡았어요.”
현석의 물음에 이화영이 손가락으로 저 뒤를 가리켰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의 말대로 박준현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박준현과 눈이 마주친 건 그때였다.
“….”
기자들의 질문에 박준현은 곧바로 고개를 돌리긴 했으나.
현석은 그 찰나의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원망 섞인 박준현의 눈빛을.
“뭐… 알아서 하겠지.”
하지만 현석은 금방 신경을 끄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 * *
“어이가 없군.”
흰 민소매 티를 입은 사내가 신경질적으로 티브이를 껐다.
러시아의 헌터 안드레이였다.
러시아 랭킹 1위 헌터인 그는 진작에 미국에 도착해 대련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운 좋게 나라 옆에 광맥 하나 터졌다고 어깨에 힘 들어간 꼴이라니.”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까지 그가 보던 뉴스에선 한국 쪽 헌터의 모습이 고스란히 송출됐기 때문이었다.
가면을 쓴 채 가차 없이 기자를 패는 모습.
분명 유엔 총회 때도 모습을 드러낸 녀석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찍소리도 못할 것들인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야. 안드레이는 그렇게 말하며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던졌다.
벽에 부딪힌 술병이 산산조각 나며 바닥에 흩어졌다.
“그렇지 않냐? 이런 말도 안 되는 문자를 보낸 것도 그렇고.”
안드레이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엔 일전에 이화영이 보낸 일정 관련 문자가 띄워져 있었다.
[대련 일정 : 내일 오전 10시.] [사전에 공지한 대련장으로 시간 내에 도착할 것.]오늘 하루에 수백 명의 사람과 대련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
이런 태도에 진작에 공개적으로 한국을 저격했지만, 저쪽에선 아예 무시로 일관하는 중이었다.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이렇게 건방질 수가 있지?”
“이해해아 안드에이. 딸꾹! 이름 모을 나라의 동양인이 처음으로 관심을 받았는데…, 딸꾹! 그얼 만하지.”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던 빅토르가 대꾸했다.
러시아 랭킹 2위인 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술기운에 혀가 꼬인 상태였다.
“딸꾹! 어차피 짓 밟아버이면 그, 그만이야… 딸꾹!”
“그러다가 탑에 못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던전이 없어진 지금, 사람들의 이목은 전부 탑에 집중돼 있었다.
탑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것도 있지만, 그곳에 새로운 자원이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뭐, 뭐 어떠냐. 딸꾹! 저딴 동양인이 세상으 쥐락펴락 하 바에 며마해버리는 게 나, 낫지…”
“멸망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지.”
빅토르의 말에 안드레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손가락을 뚜둑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 말대로 주제 파악 못하고 기어오르는 놈은 밟아주면 돼.”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비단 러시아 쪽 헌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브라질, 스페인, 영국 등등.
세계적인 S급들 또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이를 갈며 벼르는 중이었다.
* * *
대련장 바로 옆 호텔.
“크크크, 이거 재밌네.”
현석은 소파에 누워 낄낄거리며 웃는 중이었다.
그런 그의 손엔 태블릿이 들려 있었다.
에단이 다가와 물은 건 그때였다.
-왜 그러나 현석? 뭐 재밌는 거라도 있나?
“있지. 너도 와서 봐봐.”
현석은 곧바로 에단이 볼 수 있게 보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뒤집었다.
그곳엔 한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내용은 대충 현석이 막말을 한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었다.
-어지간히도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군.
에단은 제목을 보자마자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현석의 막말 때문에 모든 헌터가 그를 욕하고 있는 탓이었다.
비단 기자 폭행 때의 일 뿐만이 아니라, 하루 만에 대련을 보겠다는 속뜻을 모두가 알아차리기도 했고.
오죽하면 게 중에는 아예 현석을 죽이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하는 헌터도 있었다.
“그러라고 해. 어차피 의도했던 반응이니까.”
하지만 욕 먹는 당사자인 현석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사 아래에 있는 댓글들을 톡톡 두들겼다.
그가 웃은 이유는 처음부터 기사 내용이 아닌 댓글들이었다.
-이건…
그것을 본 에단의 눈살이 좁혀졌다.
기사 내용에 호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부 헌터들을 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석이 박준현에게 했던 말대로 대중들이 현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
“현석 님은 처음부터 이럴 거라고 예상했던 건가요?”
맞은편 소파에 있던 이화영이 물은 건 그때였다.
그녀 또한 태블릿으로 비슷한 기사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걸 보든, 하나 같이 기존 헌터들을 욕하는 댓글들만 보이니 내심 놀란 상태였다.
“솔직히 말해 그게 가능할지 몰랐거든요.”
“넌 아직도 날 그렇게 모르냐.”
현석이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절에서 뚜두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뻔하잖아.”
“뻔하다고요?”
“너도 알다시피 지금까지 헌터들이 일반인들이랑 자기보다 낮은 등급 무시한 게 하루 이틀이야?”
“하긴… 그렇긴 하죠.”
이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한국의 S급 헌터들만 해도 그랬다.
얼마 전 현석과 함께 한 작전에서도,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행동하지 않았던가.
한국도 그럴지 언대, 세계적으로 유명한 헌터들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그저 그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조금 해줬을 뿐이야.”
현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더군다나 이번 일로 놈들의 기득권이 흔들리기 시작했어. 사람들의 속이 얼마나 시원하겠냐?”
아마 지금쯤이면 전혀 예상 못한 반응에 당황하고 있겠지.
그가 그렇게 덧붙였다.
이에 이화영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현석 님은 상상 이상이네요.”
“뭘 새삼스럽게. 그리고 기다려봐. 아마 재밌는 이벤트도 하나 정돈 일어날 걸?”
현석의 말에 이화영이 미간을 좁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국정원장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국정원 요원이었다.
그는 이화영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안으로 들어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무슨 일이죠?”
“아 다름이 아니라 이탈리아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탈리아요?”
“그… 정확히는 마피아입니다.”
“…!”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