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7
제9장 첫 의뢰 (1)
한성과 유설화는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허름한 건물에 간판조차 없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었다. 한성은 몬스터 사무소가 화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도착을 한 시간은 7시였다.
“늦었군요.”
책상에 앉아 있던 이소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화이트보드에는 수도 없이 많은 의뢰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는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종이들도 많았다.
이소희는 하루 만에 몇 년은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본 유설화가 빈정거렸다.
“가뜩이나 늙은 얼굴이 더 늙어 보이는군요. 체력이 안 되니 차라리 오후에 출근을 하는 것이 어떤가요?”
“뭐라고? 저런 애송이가.”
“그만들 하지요.”
한성이 그녀들의 사이를 가로막는다.
도대체 그녀들은 왜 만나면 싸우려 드는 걸까.
“설화. 너는 왜 자꾸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냐?”
“그야 사장님께 미인계를 쓰려고 하니까요.”
“미인계를 쓴다고? 무슨 근거로?”
“여자에게는 직감이라는 것이 있어요. 저 여자를 처음 보는 순간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어떤 단체에서 보내 미인계를 쓰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단체에서?”
“가령 정부나 군, 대기업 정도?”
“…….”
이소희는 내심 뜨끔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런 기색을 지웠다.
한성은 유설화의 걱정을 가볍게 일축했다.
“나도 눈이 있다.”
“이, 이봐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입니다. 이 세상에는 모래알처럼 많은 미인들이 있는데 하필이면 늙은 여자와 이어지려 하겠습니까.”
“정말 어처구니가 없으려니까.”
“다시 말해보시죠. 잘리고 싶습니까?”
“……당신의 말이 맞아요.”
분하지만 이소희는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자신의 꼴이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그녀는 어디를 가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미인이었다. 한데 이곳에서는 늙은이 취급을 당하였던 것이다. 하도 그런 말을 듣다 보니 정말 자신이 늙은 것은 아닌가 싶어 주눅이 들 지경이었다.
한성은 이소희가 자괴감에 빠져 있자, 화제를 돌린다.
“그보다, 이게 다 의뢰입니까?”
“하루 종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S급 헌터가 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세계 최초로 있는 일이었지요. 분명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화에 불이 났습니다. 그나마 자잘한 의뢰를 솎았는데도 이 지경입니다.”
수십 개의 의뢰가 들어와 있었다.
한성은 수성매직으로 대충 줄을 그어 나간다.
“AA급 이하 의뢰는 모조리 지웁니다.”
스윽 스윽.
하루 종일 정리해 놓은 의뢰들이 허무하게 지워져 나갔다.
AA급 이하 의뢰를 지우자 열 개가 채 남지 않았다. 이 중에서 A급 헌터들이 모이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의뢰들도 지웠다.
한성은 웬만한 사무소나 기업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의뢰만 남겨 두었다.
총 의뢰는 세 개였는데, 그중 암흑의 리치라는 의뢰가 눈에 들어온다.
“이것으로 합시다.”
“암흑의 리치라니……. 어떤 놈인지 나와 있지도 않습니다. 말이 AAA급 의뢰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상관없습니다.”
“게다가 그곳에는 열 명이 넘는 헌터들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아무래도 어려운 의뢰가 될 것 같습니다.”
“갑시다.”
“지금 말인가요?”
이소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가 아닐까 싶었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몬스터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무섭습니까?”
“누, 누가 무섭대요? 그보다는 해가 뜨고 난 뒤에 가는 것이 낫지 않나 싶은 거죠.”
“우리는 수험생입니다. 해가 뜨면 학교에 가야 합니다.”
“그런 이유라니…….”
“그러니 시간은 오후 6시 이후뿐입니다.”
이소희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한성은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가자.”
“알겠어요.”
한성은 이소희를 무시하며 대충 짐을 꾸려 사무실을 나서려 하였다.
유설화가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찬다.
“아주 겁쟁이가 들어왔네.”
“쳇! 가면 될 것 아니야!”
이소희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판단을 내렸다고 여겼다.
냉철한 그녀의 이성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무너지고 있었다.
* * *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
이천식 국회의원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병원을 방문하였다.
그가 나타났지만, 응급실에 누워 있던 유필상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천식의 이마가 살짝 꿈틀거렸다.
보통 이런 경우는 아무리 다쳤어도 일어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이천식은 그냥 누워 있으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니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천식은 최대한 부드럽게 물었다.
“어찌 된 일인가?”
“저는 끝났습니다.”
“끝나다니? 임무에 실패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말입니다.”
“허어! 설마 자네도 이능력이 사라졌나?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 포기한 사람처럼 정치 생명까지 포기하겠다는 건가? 정말 실망이군.”
“이 빌어먹을 늙은이야! 상대를 봐 가면서 임무를 내렸어야지!”
“뭐? 이런?”
이천식은 당황했다.
유필상은 언제나 자신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행동을 했었다. 바닥을 기라면 기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욕을 해대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 미쳤나?”
“그래, 미쳤다. 네놈 항문도 파열이 되면 절대 고운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항문 파열이라니…….”
곁에서 비서 한 명이 넌지시 귓속말을 했다.
“항문 주변 근육이 영구적으로 손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는 조절을 못한다고…….”
“…….”
이천식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고등학생이 어찌 이리도 악독하다는 말인가.
“저, 정말인가?”
“의사에게 직접 들은 말입니다. 항문 주변의 근육들이 어떤 자극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허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서 꺼져라!”
이천식은 병실에서 쫓겨난다.
유필상의 부하였던 이홍진이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의원님,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유 비서님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보니.”
“그나저나 재기는 불능인가?”
“아예 포기를 한 모양입니다.”
“정말 악독하군. 고등학생이 맞긴 한가?”
“그보다 A급 이능력자가 맥없이 당했다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으드드득!
이천식은 이를 악물었다.
그렇다고 그의 체면에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였다. 다른 대책을 강구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방법이 없겠나?”
유필상이 몰락하고 나면 그 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일을 이홍진이 대신하려 했다.
그 역시 정치에 뜻이 있는 남자였다. 모름지기 남자란 정치를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사상이 주입되어 정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비록 유필상이 몰락했지만, 그것은 자신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천식의 일을 처리하다 보면 콩고물이 떨어지기도 하였고 빠르게 줄을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 왔다.
“S급 이능력자가 한국에 나타났다는 보고입니다.”
“오호, 그래?”
“다만 문제는 가격이…….”
“돈은 상관없네. 무조건 의뢰를 넣도록 하게.”
“그리하겠습니다.”
이홍진은 속으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일로 당 수석인 유필상에게 상당한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쿨렁!
“으윽!”
“으으으윽!”
한성은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곧바로 인천으로 워프를 했다.
카렌 대륙에서 수도 없이 워프를 사용하며 익숙해진 그였지만, 처음 워프를 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충격이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5분 정도가 지나자 이소희는 놀라운 얼굴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워프라면 최소한 7서클 마법인데…….”
“그런데요?”
“험험. 아닙니다.”
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언젠가는 알려져야 하는 일이었다.
이소희는 한성이 천상의 기사라는 말을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검술만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법까지 7서클 이상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라면 밤에 사냥을 나오자고 말을 할 만하군요.”
“잡소리 그만하고 갑시다. 집에 가서 밥 먹어야지요.”
한성은 뒷짐을 진 채로 나아간다.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은 그의 모습이었지만, 누구도 긴장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인천 월미도 앞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이 건설되어 있었으며 그 위에는 수많은 무기들이 성벽 안을 조준하고 있었다.
성벽 주변 수 킬로미터는 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도로도 통제하였고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몬스터가 탈출하면 민간인의 피해가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중지!”
한성은 군인들에 의해 제지된다.
금지 구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저희는 헌터입니다.”
“헌터라고 해도 야간에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헌터 증명서도 있어야 합니다만.”
“으음……. 헌터 증명서요?”
“얼마 전에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각국에서는 호기심에라도 들어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하여 헌터 증명서를 발급하였다.
즉, 증명서가 없다면 대낮에도 통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곤란한 일이었지만, 한성에게는 든든한 백이 있었다. 가끔 귀찮게 굴기는 하였지만, 이런 상황에서라면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강한석 대장과 직통으로 연결한다.
“강 대장님? 접니다.”
-오오, 어쩐 일입니까?
“오늘 사냥을 좀 나왔는데 군인들이 막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감히 어떤 놈이요?
한성은 상병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인에게 휴대전화를 넘겨주었다.
“전화 받으십시오.”
“그럴 의무는 없습니다.”
“수도 방위사령부의 사령관인데 상관없습니까?”
“거짓말도 정도껏 하십시오.”
“제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받으시죠.”
상병은 얼떨결에 전화를 받아 들었다.
-이놈! 그분이 누군지 알고 막는 게냐?
“군 장성을 사칭하는 행위는 범죄입니다. 자중해 주십시오.”
-인마, 직속상관이 누구야?
“이만 끊습니다.”
상병은 전화를 끊는다.
한성은 혀를 찬다.
“휴가가 앞으로 3번은 넘게 남았을 텐데 그게 잘리면 속이 좀 쓰리겠습니다.”
“장난 그만하시고…….”
애애애애앵!
갑자기 경보가 울려 퍼졌다.
혹시 몬스터가 나타났는지 군인들은 경계를 했는데, 군용 지프 한 대가 요란을 떨며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막지 않는다.
군용 지프에서는 소장 계급장을 단 이곳 책임자가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이근태 소장은 한성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며 굽실거렸다.
이 소장은 상병의 방탄모를 후려친다.
퍼억!
“커윽!”
“머리 박아!”
“옛!”
“하하, 이놈이 뭘 몰라 그런 것이니 노여움을 푸십시오.”
“그리 화가 난 것은 아닙니다만.”
“통과하시죠.”
“허험. 그럼 이만.”
한성과 일행들은 하이패스로 통과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