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주의할 명단에 있는 분.
멧돼지 고기를 다 먹을 무렵에 임소백이 우리를 쳐다봤다.
“검마, 육합, 몽랑, 문주. 내 그대들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네. 들어줬으면 좋겠군.”
우리는 모닥불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임소백을 바라봤다. 임소백의 분위기가 실로 진지한 터라, 잠시 모닥불 타들어 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색마가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들을 준비 됐습니다. 맹주님.”
임소백이 말했다.
“이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내 이야기를 듣고 각자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겠지. 사실 수준이 높지 않거나, 무학에 관한 생각이 매우 다르다면 쓸모없는 말이 되겠지. 하지만 생각이 달라도 상관없네. 배도 든든하고, 바람도 시원하고, 자네들 모두 보기 드문 고수라서 나는 떠들 준비가 되었어.”
우리는 숨을 죽인 채로 임소백을 바라봤다.
대체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임소백이 말했다.
“참고로 맹에는 내가 아끼는 수하들이 많지만, 아직 이 이야기를 깊이 해준 사람은 없네. 그럴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지. 내가 네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내공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면 위로 올라설 수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네.”
여기까지는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듣고 있던 검마가 바로 질문했다.
“무슨 뜻인가? 내공을 쌓으라는 말로 들리진 않는데.”
사실 검마 정도 되는 사내가 무학에 관해서 질문하는 게 쉽지 않은데, 맏형은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질문했다.
임소백이 말했다.
“기본적으로 삼재는 우리 다섯 사람보다 내공이 깊어. 인정하나?”
색마가 대답했다.
“예, 그런데 맹주님보다도 깊습니까?”
임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신개 선배에게 부탁해서 순수하게 내공만 겨룬 적이 있는데 감히 대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선배를 통해서 다른 삼재의 내공도 어떤 수준인지 대략 유추할 수 있었지. 내가 지금부터 말하는 단어는 표현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야. 고려해서 듣게.”
“예.”
“삼재는 이미 노화순청(爐火純靑)의 경지를 벗어났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내공이 넘쳐서 아쉬움이 없는 수준이야. 아무리 퍼내도 넉넉한 수준이랄까. 이것이 사람의 경지로 보이느냐?”
색마가 고개를 저었다.
“보이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내가 교주와 열 번을 싸우면 열 번 모두 패한다는 뜻이다. 신개 선배를 통해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지. 하지만 맹을 이끄는 처지에서 그렇게 죽을 수는 없다. 웬만하면, 싸움을 피할 생각이야. 문제는 이 지점이다. 우리 다섯은 교주보다 내공이 부족한데, 어느 날 피할 수 없는 싸움으로 맞붙게 되면 목을 내놓을 것인가?”
“그럴 수 없죠.”
“암, 그럴 수는 없지. 그렇다고 내가 만사를 제치고 앞으로 십 년간 내공 수련에만 몰두하면 삼재의 내공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네 사람도 마찬가지야.”
이때, 임소백이 나를 쳐다봤다.
“문주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겠네.”
나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왜요.”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네. 상식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단 넘어가자.”
“예.”
내가 그렇게 상식을 벗어난 놈이란 말인가.
아무튼, 임소백의 말을 들었다.
“강호에 있는 영약을 모두 끌어모아서 내가 혼자 차지하면 삼재의 내공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것도 불가능하다. 내 말은, 그렇게 먹어도 삼재와 비교하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렇게 까마득한 격차인가?
문득 맹주가 자신의 검을 슬쩍 붙잡더니 손잡이를 붙잡고 칼날을 조금 뽑았다.
모닥불의 시뻘건 불빛을 받은 칼날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劍)이 있지.”
임소백이 손가락으로 칼날을 쓰다듬었다.
“결국에 이것밖에 없다.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이야기를 다시 들어가마. 살아남으려면, 우리보다 내공이 깊은 고수를 죽일 수 있어야 해. 네 사람은 아예 지금부터 현실을 인정하는 게 좋아. 너희들이 삼재의 내공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음.”
“기연이든 세력의 힘이든 간에 삼재는 노화순청을 벗어나서 반박귀진(返撲歸眞)에 다다랐거나 그 근처에 있는 상태. 내가 파악한 바로는 그렇다.”
임소백이 색마를 가리켰다.
“너는 검이 없지만 빙공이 있으니 알아서 해석해라.”
“예.”
“몸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는 한정적이다. 호흡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삼재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내공을 따라잡는 것보다 빠르다는 뜻이야.”
임소백이 손을 위로 올렸다.
“내공보단 고점(高點)이 높지 않다는 뜻이야.”
“예.”
“그렇다면 엄청난 내공으로 퍼붓는 공격을 지속해서 피하고, 검으로 잘라 죽이는 수밖에 없지. 황당하지만 그 방법밖에 없다. 이런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고수라면 당대의 제왕들과도 실력을 겨룰 수 있고. 강호의 십대고수라는 소리를 들어도 손색이 없다. 물론 그 열 명의 명단에는 삼재를 논외로 한 것이고. 내가 굳이 이런 말을 왜 할까?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인데.”
임소백이 나를 쳐다보기에, 내가 대답했다.
“강호인들이 너무 내공에 집착해서 그렇습니까?”
“어느 정도 그렇다. 그 집착이 본질을 잊게 만들고 있어.”
“자신보다 내공이 더 깊은 고수를 죽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임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보통은 자신이 못 이기는 고수를…… 그놈보다 내공을 더 깊게 쌓아서 복수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지. 한계가 있다는 말이야.”
검마가 물었다.
“그 한계에 다다른 자들이 어느 정도 우리 네 사람이란 뜻인가?”
“지금 직면했거나, 앞으로 직면하거나 둘 중 하나지. 그 벽을 느꼈을 때 내공으로 돌파하려는 마음가짐은 다른 성장을 방해해.”
임소백이 검마를 바라봤다.
“검마, 오히려 검으로 더 들어가야 해.”
검마가 고개를 슬쩍 끄덕였다.
임소백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내 육전대검이다. 그러니까 내가 젊었을 때, 나를 꺾었던 제왕들에게 설욕했던 방식은 내공으로 압도한 게 아니다. 그때도 내공이 부족했으나 검으로 설욕했지. 심지어 지금도 일부 제왕은 나보다 내공이 깊은 자도 있다.”
귀마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이오?”
“그러니까 저렇게 신이 나서 매번 내게 도전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이다.”
제왕 일부가 맹주보다 내공이 깊다는 소식은 정말 뜻밖이었다.
임소백이 말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려면 교주를 생각해라. 너희가 내공을 쌓아도 교주의 내공을 압도하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다면 무엇을 더 수련해야 할까. 영약을 찾아서 수련도 하지 않은 채로 심산유곡을 돌아다닐 셈이냐? 옳지 않다. 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빙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런 고민이 무학을 발전시키는 것이지…… 돼지우리의 돼지마냥 영약을 기다리는 것으로는 수준을 높일 수 없어. 그리고 검마 자네는 알고 있겠지만 옛 총본산의 망령들은 내공이 전부 우리보다 높을 것이다. 얼마나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과거에는 분명 그랬다.”
임소백이 검을 집어넣은 다음에 말했다.
“정리하마. 다들 검법의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 부족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야. 자신의 방식으로 완성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해. 내 기준에서 자네들은 몸의 움직임이 아직 느리다. 신체의 활용도와 수준도 뒤떨어진다. 보법의 수련도 부족해. 이런 기본적인 것의 수준을 훨씬 더 끌어올린 다음에 운이 좋아서 기연이 찾아오면 거기에 내공을 덧붙이는 것이다. 네 사람은 내 뜻을 이해하겠나?”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임소백이 말했다.
“내공을 수치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지만 굳이 이해를 돕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나보다 십 년에서 이십 년 정도 공력이 깊은 자들도 검으로 죽일 수 있도록 수련을 해왔다.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
여태 잠자코 듣고 있었던 귀마가 대답했다.
“……맹주님.”
“응?”
“실은 사도제일인의 내공이 너무 깊었소. 더군다나 검도 박히지 않았지. 맏형의 검까지 박히지 않았으니 말이오.”
임소백이 미간을 좁혔다.
“그래? 뜻밖이군.”
귀마가 나를 바라봤다.
“……문주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내공 대결을 벌이면서 붙잡았소. 우리도 합세했지. 그다음에는 맏형의 공격에 머리통이 박살 났소. 그러니까 우리 넷이 죽인 셈이오. 일대일로 상대했으면 더더욱 내공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을 것 같은데.”
임소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말은 그러니까 내공의 격차 때문에 도검불침인 것처럼 느껴졌단 뜻이로군. 실제로 완벽한 도검불침은 아니었고.”
“그렇소.”
임소백이 나를 바라봤다.
“문주는 무슨 생각으로 대공 대결을 벌였나?”
나는 덤덤한 어조로 대답했다.
“내공을 서로 소모하면 어쨌든 육합이나 색마, 맏형이 처리할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했고.”
“했고……?”
“어쨌든 내공 대결에서 이길 생각으로 그렇게 했지요.”
사실 이것은 복잡한 마음가짐의 대결이었다. 사대악인을 믿은 것도 있으나 사실은 모든 공격이 무산되었을 때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천옥이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든 대처할 것이라는 도박 심리가 깔려 있었다. 그러니까 스스로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면이 없지 않았다.
왜냐면, 내가 항상 그렇기 때문이다.
임소백이 짤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싸움이 아니었군. 나는 자네들이 별말이 없어서 네 사람이 합공으로 수월하게 죽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무공에 관한 이야기가 사도제일일과 벌였던 싸움의 복기가 된 상태였다.
색마가 물었다.
“맹주님이라면 어떻게 상대하셨을까요?”
임소백이 우리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알다시피 나는 자네들보다 내공이 어느 정도 더 높아. 자랑하려는 말이 아니라 현실이 그래.”
“예.”
“그래도 사도제일인을 벨 수 없을 때를 말하는 게냐?”
색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글쎄다. 솔직히 좀 아쉽구나.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직접 상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는구나. 그놈은 병장기가 있었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떠오르는 생각으로는 검으로 후려쳐서 어떻게든 땅에 파묻었을 것 같다.”
색마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예?”
“왜 놀라나? 그렇게라도 죽여야지.”
“내공이 부족한데 파묻을 수 있을까요?”
임소백이 웃었다.
“네가 자신이 없는 것이겠지. 육전대검은 무겁다. 병장기도 없이 받아내면 두 사람의 내공보다 지반의 힘이 더 약해서 파묻힐 수밖에 없지. 고수들은 일합의 장력을 겨룰 때도 종종 땅이 꺼질 때가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파묻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치진 않았을 것이야.”
색마가 대답했다.
“그럼요?”
임소백이 모닥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무조건 두 동강을 내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쳤겠지. 자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검객은 일도양단(一刀兩斷)을 품고 싸워야지. 검마, 안 그런가?”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임소백이 나를 바라봤다.
“문주, 안 그러냐?”
“맞습니다.”
임소백이 귀마를 바라봤다.
“자네도 가슴에 일도양단을 품은 채로 수련하게. 지금보다 더 격하게.”
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새기겠소.”
임소백이 색마를 쳐다봤다.
“내가 너를 오래 지켜보지 않아서 네가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검마가 말한 대성을 이루면 적들이 모두 얼어 죽는 것이냐?”
색마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임소백을 바라봤다.
“예, 모조리 얼어붙는 겁니다.”
임소백이 슬쩍 웃었다.
“대성하길 바란다.”
“예.”
임소백이 문득 개전을 선언하듯이 또박또박 힘을 준 어조로 말했다.
“우리 다섯. 무림맹에 입성하면 제왕들을 불러서 한바탕 놀아보자꾸나. 백도의 고수들에게 비무에서 패배하면 어떠하냐? 수련해서 다시 찾아가면 된다. 밑거름 삼아서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다면 나조차도 얼마든지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어. 비무는 비무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가 늘 수하들에게 말하는 것이 더 있지.”
모닥불을 바라보는 임소백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교주와 죽고 죽이는 싸움으로 붙으면 비무처럼 싸우진 않는다. 내 내공이 얼마나 부족하든 간에 팔 하나를 잘라놓을 셈이야. 그다음은 무림맹이 교주의 목숨을 끊어놓겠지. 내가 져도 무림맹은 패배하지 않도록 훈련을 시키고 있다. 아니면…….”
임소백이 우리를 한차례 둘러봤다.
“자네들이 이어받아서 끝장을 내주게.”
부탁도 아니고, 유언도 아닌 것 같은데 맹주의 마음가짐을 확인하는 순간에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요약하면 임소백은 실로 무서운 사내였다.
임소백에 색마에게 말했다.
“술이 남았나?”
“예.”
“마저 먹자.”
이후 술자리에서는 별말이 없었다. 다들 생각에 빠져서 말을 잊었기 때문이다.
* * *
무림맹에 도착했다.
맹주는 접대를 맡은 송 관주라는 사내에게 우리를 귀한 손님으로 소개했다. 바로 알아들은 모양인지 송 관주가 우리를 숙소로 안내했다. 송 관주에게 이끌려서 숙소로 향하는 도중에 임소백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매번 귀찮게 하던 놈들 좀 불러라.”
“누구를 부를까요. 워낙 많아서.”
“재신임에 불만이 있는 놈들 전부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임소백이 우리에게 말했다.
“나는 보고도 받고, 일 처리도 해야 하니 편히 쉬게. 불편한 거 있으면 관주에게 말하고.”
막내가 대표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맹주님.”
나는 잠시 멈춰서 무림맹의 전경을 둘러봤다. 전각의 화려함이나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 깨끗한 통로가 눈에 들어왔으나 그보다도 여기에서 지내는 맹원들을 아우르는 자리가 맹주라고 생각하니 임소백의 부담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뭐 내가 맹주는 아니라서 내 알 바는 아니다. 나는 허리에 양손을 올린 다음에 무림맹을 향해 인사말을 건넸다.
“일양현의 점소이가 무림맹에 입성했노라.”
세 사람이 동시에 멀어지더니 송 관주를 따라갔다.
“…….”
“같이 좀 가자.”
세 사람은 대답이 없었다.
나는 뒤늦게 세 사람을 따라가다가 지나가는 맹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처음 보는 맹원들이 갑자기 내게 포권을 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문주님, 어서 오십시오.”
“방문을 환영합니다.”
나는 말없이 답례한 다음에 지나쳤다가 맹원들을 돌아봤다. 용모파기가 돌아다녔나? 분명 처음 보는데 전부 나를 쉽게 알아보는 눈치였다.
굳이 나는 지나치는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여기 좀 봅시다.”
“예?”
나는 돌아보는 맹원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아보셨소?”
맹원들이 살짝 당황하더니 서로를 바라봤다. 한 사람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대답했다.
“그냥 알고 있었는데요.”
“본 적도 없는데 그냥은 어떻게 아는 거요?”
한 사내가 내게 대놓고 말했다.
“문주님, 주의할 명단에 있는 분이시라 무림맹에서는 다들 압니다.”
“주의할 명단?”
“예.”
“뭘 주의한다는 말인지.”
“성격이 불같으신 거로…….”
다른 맹원이 꾸짖었다.
“그만하게. 손님에게 그게 무슨 망발인가. 죄송합니다. 문주님. 사마학 가주에게 중상을 입히신 다음부터는 대부분 문주님을 알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뜻은 아니니 이해해주십시오.”
“아, 사마학 가주, 기억나지. 그 사람 요새 뭐 하고 있소?”
맹원들이 대답했다.
“은퇴했습니다.”
“아이고 저런, 비무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고의는 아니었소.”
“예.”
나는 눈인사로 맹원을 보낸 다음에 숙소로 향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성격이 불같다니 그것은 조금 틀린 말이다.
정확하게는 물불을 안 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일월광천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