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26)
러스트 [RUST]-826
[흡혈귀 호위하던 놈 그 새끼 위험해지니까 혼자만 돔황··· 도망쳤음.] [허벅지랑 엉덩이에 구멍 뚫어 줬더니 개새끼처럼 꽁지가 빠지게 뛰어감.] [블리자드도 멈췄는데 피 흔적 지우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도망치는 거 보니까. 아무 생각도 없어 보였음.]김 양이 예상대로라는 듯 말했다.
[잘했어. 다른 놈들은?]마루가 리퍼 슈트의 은신 기능을 활성화했다.
[아. 맞다. 근데 놈들 방탄복 비슷한 걸 입고 있어서 몸을 쏘는 거로는 잡을 수 없어서, 머리를 날렸는데···.] [방탄복?] [괴물가죽에 거미줄 같은 걸 복합해서 만든 누비옷 비슷한 걸 안에 껴입고 있었음. 그리고 머리도 단단해서 일반탄 말고 특수탄을 써서···.]그러니까 남은 놈들 전부 머리통을 날려버렸다는 소리였다.
[그래? 전부?] [응. 지금 들어온 놈들은 전부.]그러고 보니 식인귀들 가운데 머리통이 단단한 놈들이 있었다. 지금 테러하러 온 놈들도 머리통이 단단한 걸 보니, 식인귀도 진화하는 듯싶었다.
[일반탄이나 철갑탄으로는 힘들었을 텐데.] [혹시 몰라서 괴수용 특수탄으로 장전하고 있어서 잡을 수 있었는데···. 탄 소모가 예상보다 많았음.]특수탄의 소모가 커진다는 건 조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비용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재료를 추출하고 합성 가공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지. 피해는?] [노심 아머 튼튼해서 사망자 한 명도 생기지 않았음. 응. 그래서 부상만 5명. 그 가운데 3명이 그 호위 놈에게 당했고 2명은 시체를 방패 삼아 접근하는 걸 막지 못해 당했음.]김 양이 보내온 교전 영상을 확인한 마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막 식인귀가 됐을 텐데도 놈들의 움직임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하급 식인귀의 수준이 올라간 것 같네.’
아니면 사람을 엄청나게 잡아먹었거나.
‘둘 다일 수도 있겠고. 더 세력을 키우기 전에 대가리를 잘라야겠어.’
마루는 블리자드의 여파가 점점 사라지는 현장으로 다가섰다. 김 양의 말대로 울컥울컥 쏟아진 혈흔이 띄엄띄엄 선명했다. 그것을 본 마루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성층권 감시선 현재 위치에서 도주하는 식인귀 확인 가능한가?]리퍼 슈트의 보조 인공지능이 바로 성층권 감시 비행선과 정보를 주고받았다.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1시 방향 15km 거리에, 고속으로 이동하는 인간형 개체를 확인했습니다.] [이동 방향과 움직임을 대입해 연산한 결과 현장에서 상처 입은 식인귀로 판명됐습니다.] [대상 상처 지혈 확인. 미합중국에서 개발한 신형 지혈제를 사용한 것으로 예측.]마루의 눈빛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김 양이 했던 말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총을 맞은 놈이 개처럼 도망치면서 혈흔은 남겼다는 점.
흡혈귀의 호위를 맡을 정도인 놈이 혈흔을 그냥 뒀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그것도 블리자드가 소멸하면서 눈발이 약해지는 상황임에도 그랬다는 건.
‘유인이겠군.’
게다가 놈이 사용한 지혈제는 따개비 성분으로 만든 신형 지혈제였다. 미연방군이 사용하던 것으로 그 지혈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남부 연맹 출신. 그것도 군이나 특수부대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신형 지혈제를 쓸 정도인 놈이 흔적을 남겼다는 건 함정이다.’
마루의 예상처럼, 놈이 도망치는 방향 쪽에 다수의 생명 반응이 찍혀있었다. 신성 왕국이 성층권 정찰 비행선을 띄워 인공위성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소리.
‘기다린다.’
이대로 추적자가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까? 거점으로 돌아가든 안가(安家)로 들어가든 하겠지.
은신 상태의 마루가 놈들이 파놓은 함정을 피해 뒤를 잡았다. 차가운 기다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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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 작전이 실패한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로 접어들었다.
‘혈흔을 따라 추격하지 않는 건가?’
백작의 호위이자 이번 작전의 지휘관 콜튼이 직접 10km나 되돌아가 상황을 살폈다.
‘작전이 전부 틀어졌을 리는 없어.’
총 3가지 작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첫 번째 작전.
몬트리올에 있는 총독 관저를 습격. 총독을 생포해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 총독 생포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신성 왕국의 신경을 몬트리올 총독 관저로 쏠리게 한다.
친우라고 알려진 총독을 구하기 위해 신성 왕국 최대 전력이라고 알려진 국왕이 캐나다 몬트리올로 오게 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다.
일단 신성 왕국 국왕이 온다면 백작님과 특수부대가 놈을 레이드(Raid)해, 지배하는 것으로 신성 왕국을 통째로 먹는 계획.
두 번째 작전.
신성 왕국 국왕이 캐나다 총독을 구하러 디트로이트를 비웠을 때를 노려, 블라디 아크 타워에 있는 신성 왕국 중요 인물들을 신인류로 강제 진화시키는 작전.
신인류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신성 왕국 국왕이라고 하더라도 이제껏 자신을 따르던 자들이 신인류가 된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효율 높은 오리지널 억제제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으면서 무조건 부하들을 죽일까?
‘오진 제약 나주연이 있는데 신인류가 된 부하들을 죽이지는 않을 터.’
그렇게 된다면 신인류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그의 원칙이 깨질 게 분명했다.
‘부하들을 전부 죽일 게 아니라면 말이지.’
죽이지 못한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백작의 권능으로 신인류가 된 신성 왕국 핵심인사들은 백작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될 테니.
정보를 유출하게 하는 것도 대놓고 배신하게 하는 것도 심지어 자폭까지. 말 그대로 백작의 충실한 종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
‘독하게 부하들을 죽인다고 해도 마찬가지. 신성 왕국은 위축될 것이다.’
그런데 놈들이 어떻게 알아챘는지 역으로 함정을 파놓고 있었다. 힘으로 붙는다고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해 교전을 시작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강력한 엑소슈트와 신형 노심 아머의 성능은 신인류에 필적할 정도. 기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놈들이 쓰는 총기도 문제였다.
‘총알이 위험해.’
변이 괴수들이 진화하듯 신인류도 진화를 거듭했다. 뚜렷한 약점이라고 여겨진 두뇌와 심장을 감싸는 뼈는 기존보다 몇 배 단단해졌다.
어지간한 위력의 총알로는 급소인 머리와 심장을 공격해봐야 소용없을 정도. 그런데 그런 신인류의 두개골과 가슴뼈를 부숴버리는 총탄이라니.
두 작전이 모두 실패한다고 해도 마지막 작전이 있었다.
패주했을 때 적들을 유인하는 작전이 그것. 교전 도중 후퇴한다면 신성 왕국 놈들이 추격하겠지. 추격하는 놈들을 함정으로 유도해 생포한 뒤, 신인류로 만들어 다시 보내는 트로이 목마 작전.
‘어째서 반응이 없지?’
화력에서 우위를 점한 놈들이 자신을 추적하지 않을 리 없었다. 이제 곧 이틀이 다 되는데 아직도 추적자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설마 계획이 실패한 건 아니겠지?’
마지막 세 번째 작전도 실패로 끝난다면 신성 왕국과 협상할 카드가 없었다. 신성 왕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고 신성 왕국 국왕과 백작 각하의 회담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소문이 흉흉한 국왕이라고 해도 대귀족이신 백작님을 이길 수는 없어.’
그의 주인인 백작은 남부 연맹에서도 12명밖에 없는 대귀족이었다. 사실상 그의 영역에서는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
백작이 캐나다까지 직접 행차한 이유는 그를 견제하는 귀족들의 방해를 피해 세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다른 귀족들도 제국과 신성 왕국 캐나다령을 노렸지만, 여기까지 성공한 것은 캐나다로 들어오는 경쟁자를 보이는 족족 제거한 그의 주인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신성 왕국을 무력화시키거나 복속하는 단계였는데. 일이 틀어지고 있었다. 기다림이 무색하게 이틀째 밤이 지나도록 추적대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콜튼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으로 간다.”
신성 왕국에서 펼쳐지는 침입작전이 제국에도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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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보스턴.
10월. 예전이었으면 선선했을 가을 날씨가 혹한으로 변한 지도 벌써 3년째.
9월 중순까지 최고 기온이 35~38도에 육박했었을 정도였는데 10월 말인 지금 창밖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있었다.
‘10월인데 항구도시가 눈보라에 휩싸이다니.’
뉴욕이든 보스턴이든 항구도시였다. 바다의 영향을 받아 급격한 기온 변화는 없어야 할 항구도시.
폭설? 내릴 수 있었다.
한파? 닥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항구도시가 마비될 정도의 폭설과 한파가 10월에 닥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정상은 아니었다.
‘그런가? 이미 멸망으로 가고 있었던 건가?’
2모작, 3모작을 하던 농지에서 간신히 한 번 수확하고 있었다. 엄청난 넓이의 농지를 돌리고 있는 데다 대폭 줄어든 인구라서 다행이지, 예전과 같은 인구였다면 식량난이 생겨도 진작 생겼을 판이었다.
프랑스 서부에서 들여오던 농산물도 끊겼고 북유럽에서 수입하던 수산물도 끊겼다. 콘 벨트(Corn Belt)에서 들여오던 옥수수도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었고.
날씨와 기후 변화에 상관없이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팜이 필요했는데, 수요가 많은 뉴욕 시에 설치했다가 날려버렸다.
‘두 번의 핵으로 스마트 팜 시설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어.’
농산물 생산‧소비 보고서를 보던 덴 브라운이 잠시 눈을 감았다. 이렇게 극단적인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국가 단위로 대응하지 못한 나라는 망할 것이다. 보급받지 못한 군대가 군벌화될 것이며, 군부를 중심으로 약탈이 시작되겠지.
여기에 도시나 마을에서 각성한 능력자들이 반격하면 말 그대로 내전이 터질 것이다. 그 틈을 노린 식인귀나 변이 괴수가 세력을 넓히면? 최소한의 질서도 끝장난다고 봐야 했다.
확인한 바로는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다수 국가의 행정과 치안이 사실상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어렵겠군.’
유럽 각국 쪼개진 세력들이 서로가 정당한 정부임을 주장하며 미합중국을 계승했다는 제국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제국은 답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식인귀가 지배하고 있는 정부였기 때문이었다.
식인귀 정부를 지원한다는 것은 신성 왕국의 방침에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뜻이기도 했거니와, 덴 브라운 총통 그 자신도 식인귀 정부를 긍정할 생각이 없었다.
‘신성 왕국이 그 넓은 캐나다를 쉽게 포기했을 리는 없을 텐데.’
캐나다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생산력을 잃게 된다면, 신성 왕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특이점에 도달한 과학 기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현할 재료 없다면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블라디마루 칼린도 그렇고 캐나다 총독인 버나드 그린도 알고 있을 텐데···.’
하지만 신성 왕국의 대응은 덴 브라운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자치‧독립하겠다는 자유 캐나다 연맹이 등장하자, 블라디마루 칼린은 방송을 통해 자유 캐나다 연맹 수뇌부가 식인귀를 선택했다는 정보를 공개하곤, ‘그렇게 자유를 원하면 너희들 마음대로 하세요.’ 해버린 것.
이어진 블라디마루 칼린의 선택과 행동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신성 왕국을 지지하는 자들을 따로 뺐을 뿐만 아니라, 신성 왕국이 투자한 인프라를 거의 전부 뜯어갔다. 정말로 자유 캐나다 연맹 사람들이 다 뒈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공포로 통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했더니, ‘귀찮다. 굶어 죽든 얼어 죽든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해라. 내가 준 건 다 가져가겠다.’고 해버린 것.
이 기회를 타서 자유 캐나다 연맹을 장악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덴 브라운이 반대했다.
‘자유 캐나다 연맹까지 떠안을 수는 없어.’
뭣보다 그렇게 캐나다를 먹으면 자유 캐나다 연맹 뒤에 제국이 있었던 것처럼 비칠 가능성도 있었고. 제국이 힘을 기를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신성 왕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끊어지면 안 됐다.
[총통 각하. 자유 캐나다 연맹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절차대로 해. 만약 절차에 불응하는 자들은 다시 추방하도록 몰래 들어오려는 자들은 사살하고.”
[알겠습니다.]덴 브라운 총통의 시선이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난민 속에 얼마나 숨어 있을까.’
제국을 만만하게 봤다면 그 대가를 치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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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섞여 제국으로 들어가려던 콜튼과 부하들이 속닥였다.
“제국군 레인저입니다.”
“난민들을 추적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놈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면 전원 능력자로 보입니다.”
하필 능력자 부대와 마주치다니. 각성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체능력자라고 가정해도 좋지 않았다. 신인류와 비슷할 정도의 운동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놈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 신호하기 전까지 공격하지 말도록.”
“옛.”
콜튼과 부하들은 일렬로 줄을 선 난민들 속으로 녹아들었다.
그리고 콜튼의 차례가 됐다. 두꺼운 천막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훅 콧속으로 들어오는 피비린내. 다양한 약품으로 피 냄새를 가리려고 한 흔적이 역력했지만, 식인귀인 그의 후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좌우를 포위한 제국 레인저의 위치를 확인한 콜튼이 허리춤에 있는 나이프로 슬며시 손을 옮겼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철컥- 철컥-
긴장하지 말라고 하면서 장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제국군 레인저.
[그저 여기에 침을 뱉으시기만 하면 됩니다.]식인귀를 판별하는 신성 왕국의 특산품. 신속 진단 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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