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885)
러스트 [RUST]-885
링크로 U+ 자매들을 도시 밖으로 벗어나게 한 희연이 흑마와 함께 탈출을 감행했다. 건물 2층과 3층을 뚫으면서 5~6m가 쌓인 얼음과 눈까지 헤집고 달린 것.
어지간한 골목과 도로마다 얼음을 뚫어 만든 터널이 있었지만, 그곳을 이용하기보다 부숴버리며 달리는 흑마와 희연이었다.
팅-
수류탄을 터트리고
푸화아아악-
네이팜으로 불태웠다.
“끄아아아아악! 잡아!”
“저걸 잡아야 살 수 있다!”
“생명을!”
“생명을!”
네이팜에 살이 녹아내리면 냄새가 날까? 정답은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것. 기름 냄새와 뒤섞인 고기 타는 냄새는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중동 황야 마을 네이팜에 구워진 시체, 남미 카르텔 조직이 훼손한 시체. 그 기억과 현실이 뒤섞인 희연이 흑마의 고삐를 꼭 쥐었다.
히이이이잉-
흑마의 경쾌한 외침이 덧없는 기억에서 희연을 끌어냈다. 지금 중요한 것은 탈출하는 것. 그녀는 흔들리는 안장 위에서 장전했다.
순간 전용 노심 아머의 EMP 대응 장치가 작동됐다. 최소 1번 최대 3번까지 막아내는 EMP 대응 장비가 바로 먹통이 됐다.
히이이이이잉-
푸르르르르륵-
무얼 느꼈는지 흑마가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네이팜에 녹아내리면서도 달려들던 자들을 무시하고 그냥 내달리는 흑마.
퍽퍽- 쿠직-
탕-타당-탕-
흑마의 두꺼운 가죽은 사냥용 라이플 총알이 뚫지 못했고. 쇠파이프와 철근을 잘라 만든 창을 엿가락처럼 휘어버리며 골목을 뚫어버렸다.
상처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은 흑마의 상처에서 난 건지, 짓밟히고 터진 사람에게서 묻은 건지 구분되지 않았다.
푸르르르-
흑마가 거친 숨을 내뱉었다. 그 강인했던 뜀박질이 조금씩 흔들려도 흑마는 멈추지 않았다. 마치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올드 이스트 빌리지를 뚫고 나오자 추적이 뜸해졌다. 그렇게 악귀처럼 달려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추격을 멈추곤 허겁지겁 되돌아가기 바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확연히 흑마가 지쳐 보이는데 밀어붙이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었으니까.
‘힘을 다 빼놓고 돌아간다고?’
그 공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희연은 마루가 명령한 것을 기억했다.
‘뒤돌아보지 말고 도시에서 벗어날 것.’
포위가 풀렸음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흑마의 몸에서 뜨거운 땀과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한혈마(汗血馬)라도 된 것처럼 뛰는 흑마의 고삐를 희연이 서서히 잡아당겼다.
“진정해.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포위가 풀렸어.”
거칠게 숨을 내쉬는 흑마는 아직도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지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푸르르륵-
푸륵-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흑마. 하지만 그 투레질조차 힘이 빠져 있었다.
“가자는 소리는 알겠어. 하지만 이대로 가는 건 위험해. 잠깐이라도 쉬었다가 가자.”
푸르르륵-
흑마가 빨리 가야 한다고 했지만, 희연은 완고했다. 지금 희연은 노심 아머로 무장하고 있었다.
아무리 흑마라고 해도 200kg이 훌쩍 넘는 노심 아머를 태우고 날뛰었으니 무리한 건 맞았다.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최소한 흑마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조금 쉬는 게 맞아. 놈들이 지금은 포위를 풀었지만, 다시 추격한다면? 놈들 말고 다른 것들이 나온다면? 지금 이 상태로 싸울 수 있겠어?”
푸르륵! 푸륵!
흑마는 보통 말이 아니었다. 수분과 에너지를 섭취하고 30분만 쉬어도 많이 회복할 것이다.
“딱 30분만 쉬자.”
푸르르르륵-
괜찮다고 투레질하면서도 희연의 인도에 따라 마트로 향하는 흑마였다.
‧
중간 크기의 마트는 반쯤 엉망이었다.
간편식과 통조림 종류는 전부 텅 비었고 사탕류도 마찬가지. 그래도 들고 가기 힘든 물과 음료수는 제법 있었고. 커피, 녹차, 홍차류 쪽에 진열된 각설탕은 남아있었다.
희연은 바로 이온음료와 물을 섞어 흑마에게 먹였다. 안 쉬어도 된다더니, 주는 족족 마셔대는 걸 보면 힘들었던 게 맞았다.
각설탕과 콩류, 통밀, 냉동 당근을 수북하게 쌓아주곤 생수로 흑마의 몸을 씻겼다. 붉은 핏덩어리와 살점이 후두두 떨어지며 검붉게 변한 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촤아아악- 물을 뿌리며 희연은 꼼꼼하게 흑마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깊은 상처는 없었다.
‘응?’
희연의 눈에 들어온 특이한 모습. 분명 물에 씻겨 나가야 할 핏덩이가 씻겨 나가지 않고 있었다.
‘뭐지 이건? 피딱지인가?’
다시 한 번 물을 뿌리고 닦아내려고 하자, 꿈틀 움직이는 핏덩이. 잡아채려는 희연의 손길을 피해 흑마의 상처를 향해 착 달라붙은 핏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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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죽음의 정원이 완전히 삼켜버리기 전 놈의 목을 쳤다.
‘죽지 않는다.’, ‘죽을 수 없다.’, ‘부활할 것이다.’라며 발버둥 친 것치고는 다소 허무한 결말이었다.
죽음의 정원이 있었기에 그렇게 평가할 수 있었지 실제로는 질기디질긴 놈이었다. 나중에는 반쯤 미라처럼 변해서도 살겠다고 발악했으니까.
심지어 목을 쳤는데도 바로 죽지 않고 핏방울을 움직이려고 했었다. 생명력을 흡수하는 넝쿨이 아니었다면 한참 칼춤 춰야 했을 정도.
반쯤 미라처럼 말라버린 생명 놈의 머리통을 보존용기에 넣은 마루가 드론을 호출하려 무전기를 켰다. 아무런 반응이 없는 통신기에 마루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죽음의 정원을 펼치면 전자장비 먹통이었지.’
마루는 이왕에 펼친 것. 잔당 정리까지 해버릴 생각으로 정원을 확대했다. 공터를 잠식한 죽음의 정원이 와글와글 달려드는 사람들을 삼켰다.
‘응?’
그냥 미친 일반인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다들 보통 사람들보다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영하 20~30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다니기에 ‘제대로 미쳤구나.’ 했는데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었다.
“끄아아악! 생명!”
“생명을!”
우두머리의 목을 잘랐는데도 저렇게 발작하는 걸 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콰드드득-
찌익-
그러거나 말거나 넝쿨과 풀잎은 발작하는 생명교도들을 쥐어짰고 죽음의 쥐떼는 그들을 파먹었다. 생명을 거둘수록 더 뚜렷해지고 강해지는 죽음의 공간. 삽시간에 만 단위의 인간이 거름으로 변했다.
그 장면을 바로 앞에서 봤음에도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죽음의 정원을 향해 달려드는 생명교도를 보자니.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디까지 하나 보자.’
마루는 죽음의 정원이 마음껏 생명을 수확하도록 풀어버렸다. 올드 이스트 빌리지의 대부분을 죽음의 정원이 뒤덮고 나서야 생명을 외치며 광기를 발산하는 무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
나주연과 연구진은 치유의 능력을 발휘한 자의 상반신을 해부해 뇌와 척수 일부로 뇌둥둥 상태를 만들었다.
“성공했나요?”
“성공했습니다.”
생명 능력자의 심장은 멎었지만, 마루가 빨리 보존용기에 넣었기 때문인지 뇌가 살아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작동해보죠.”
“뇌파 안정적입니다.”
“정보추출 개시.”
“모니터에 정보 출력합니다.”
뽀그르르륵-
거품이 올라오는 소리와 함께 치유 능력자의 기억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이렇게 빨리 상처가 치료되다니. 이건 기적입니다.] [기적이요?] [네. 기적이지요. 혹시 치유 능력이 각성했을지 모르니까 한 번 정밀 검사를 해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크게 한탕 사기 치고 숨어있던 그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변해 사기 피해자들과 마주치게 된다면 위험했다. 법보다 총알이 먼저일 테니.
그나마 신성 왕국이 장악하면서 사적인 복수가 제한되고 있었지만, 더 안전해지고 싶었던 그는 상처가 빨리 낫는 능력에 기대어 성형 수술을 감행했다.
재생력이 강해진 게 사실이었는지, 족히 몇 주는 걸려야 빠질 붓기가 하룻밤 만에 정상이 됐다.
[맙소사. 정말 엄청난 능력이군요. 뼈가 전부 붙었을 뿐 아니라, 흉터도 거의 없습니다.] [재생인지 치유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치유 능력이라면 신성 왕국이건 제국이건 어디서든 환영받을 능력입니다.] [괜찮습니다. ]얼굴을 고친 사내는 의사의 권유를 거절했다. 이제 전전긍긍하는 삶은 끝났고, 새 삶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 소문이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중심으로 어떤 사람이 치유의 은혜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 소문이 점차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를 감지한 홀리교에서 그를 신자로 전도하려고 했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사기꾼의 재능을 발휘했을 뿐이었다.
문제는 그 가벼운 사기 행각이 신앙과 엮이면서였다. 그저 기도하면 낫는다는 간단한 사기였을 텐데. 정말 치료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정말 당뇨가 나았다고?] [흐으으윽- 정말입니다.]그러니까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나은 것처럼 연기하기로 했는데 정말 나아버린 것.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연기하기로 한 사람들의 질병이 가끔 진짜로 낫고 있었다.
그즈음 뭔가 이상함을 느낀 홀리 교도들이 기적을 검증한다면서 정말 아픈 사람을 데려왔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사내의 능력이 그 병자를 낫게 했다.
홀리 교도의 신앙이 그에게 향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최악이군요.”
나주연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예? 최악이라니요?”
나주연은 대답 대신 실험을 진행했다.
“생체 단말기 상태에서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죠. 시작하세요.”
파직-
치유 뇌둥둥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자, 유백색 빛이 생체 단말기에 맺히기 시작했다.
“저게 치유의 빛.”
“성공입니다.”
“인공지능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입니다.”
“능력이 안정적으로 발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생명 능력자의 바싹 마른 머리통이 들어왔다.
“완전히 미라 같은데요?”
“생명 능력자라고 하던데 왜 이렇게 말라 비틀어졌을까요?”
나주연은 동영상을 확인했다. 초반 얼음 단상 위에서 산 사람의 피를 뽑아 회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그냥 생명을 다루는 게 아니라 피를 매개로 생명을 다루는 능력이었다. 나주연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치유도 그렇고 생명도 그렇고 마루를 향한 신앙을 중간에 빼먹기 좋은 능력이었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기순이 가늘게 뜬 실눈으로 나주연을 보며 말했다. 역시 기순이었다. 그녀가 최악이라고 한 걸 단숨에 알아차린 것을 보면.
“그렇지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으니까요.”
PD를 중심으로 몇 명이 마루를 신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홀리교의 대부분은 마루를 신의 대행자, 선지자, 구원자 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신 그 자체보다, 신의 힘을 내려받은 초인적인 존재. 그러니 신앙은 신에게 가고 마루는 그런 신에게 힘을 받은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미치겠군. 동물들은 마루를 죽음의 신으로 믿고 있는데. 홀리교 사람들은 구원자, 인류의 수호자, 신의 대행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서로의 차이가 너무 컸다.
“신앙이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나왔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정해야 해요.”
이대로 간다면 기껏 세력을 쌓은 홀리교가 기적처럼 보이는 능력을 각성한 자들의 신앙 맛집이 될지 몰랐다. 나주연은 PD에게 현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왕님에서 신님이라니. 이거 참.]“어떤 방식으로든 신앙이 새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해요. 피를 다루는 능력자가 신앙을 얻자, 혈액 속에 있는 생명력을 다룰 수 있게 됐어요. 최대한 빨리 신앙을 관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생명 능력자는 처음엔 혈액을 다루는 능력자였다. 물도 아니고 피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지혈하거나 반대로 출혈을 강요하는 능력 정도였다.
하지만 피를 움직이는 능력을 보고 흡혈귀를 떠올린 누군가에 의해, 흡혈귀가 아니면서도 피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고 소문나면서 그에게 신앙이 깃들었다.
미약한 신앙이지만, 피에서 생명을 뽑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며칠이나마 피부가 팽팽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주름살이 펴지고 피부가 맑아지는 현상. 마치 회춘과 같은 능력에 여자들이 열광했다. 젊음의 능력, 회춘의 능력 그리고 생명을 조절하는 능력에서 생명의 신으로.
그의 능력은 피를 움직이는 것이었지만, 신앙이 섞이고 난 뒤에는 생명을 다루는 피가 되었다. 피는 곧 생명이니, 피를 이용해 생명을 늘리고 피를 이용해 젊음을 되찾는다.
그런 기적 같은 모습에 신앙이 더욱 모이고, 신앙이 모일수록 피를 지배하는 능력이 강해져, 흡혈귀 백작만큼이나 강한 힘을 얻게 된 것.
[이단심문관을 다섯이나 잡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건가?]“강함도 강함이지만 능력을 잘 썼더군요.”
신앙으로 변형시킨 피를 이단심문관의 식사에 넣어 먹인 것. 이단심문관도 자신의 몸에서 생명력이 들끓고, 그의 명령에 따라 피가 도는 것을 경험하고는 금방 타락해 버렸다.
다섯 가운데 하나는 끝까지 거부하다 죽었고 나머지 넷은 오염된 피에 감염됐다. 완전히 꼭두각시로 변해버린 것.
[그러니까 생명력 넘치는 피가 사람을 잠식했다고?]“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그래요.”
[그 죠셉 찌꺼기처럼 피에 기억을 남겨서 복사하고 인격 옮겨가고 그런 건 아니겠지?]“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생명력을 불태워서 신체능력을 강화하고 그 정도까지는 가는 것 같아요.”
[개념의 현실화라니. 미친. 신앙이 실제로 힘이 된다고. 하- 진짜- 어쨌든 그놈이 뿌린 피는 전부 없애는 게 좋겠네.]“네.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기순이 상황을 설명하자 마루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미친 듯이 달려든 자들의 생명력이 높은지 이해됐기 때문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놈들은 전부 비료가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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