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person Kim Yubin RAW novel - Chapter 80
80화 – 명성과 셀아키텍트(1)
유진영 차장을 달래서 보냈지만, 최상렬 역시 유빈의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뉴욕에 다녀온 지 아직 2주일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10억 원의 예산은 이연수 부장을 지나 첼시 사장까지 결재가 완료된 상태였다.
에이전시도 빠르게 선택되었다.
대충 진행하는 거로 보일 정도로 거침없는 행보였다.
그렇다고 대충 일할 녀석은 아니었다. 첼시 사장이 자신의 운명을 걸 만한 녀석이었다.
최상렬은 더는 유빈을 얕보지 않았다. 유빈에 대한 자신의 오판 때문에 아들이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런 실수는 한 번이면 충분했다.
-부사장님. 항암사업부 권종석 이사님과 임승희 차장님이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선 전화로 들려온 목소리에 최상렬이 푹신한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첼시 사장이 여성건강사업부에 승부수를 던졌다면 최상렬은 항암사업부에 칩을 걸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가겠습니다.”
최상렬은 이기는 승부 아니면 할 생각이 없었다.
누가 보기에도 최상렬의 이길 가능성이 큰 판이었다.
*
50%.
유빈의 질문에 대한 박정균 과장의 답이었다.
말과 그림의 프로젝트 플랜 발표가 끝나고 유빈은 전에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지금 발표한 내용의 실현 가능성은 몇 퍼센트로 보십니까?”
박정균 과정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제가 플랜을 짜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피임약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물론이고 출산율 저하로 정부 정책과도 연계할 수 없습니다. 비용을 지급하면서 PPL을 하고 싶다고 제안해도 드라마 제작팀 쪽에서 거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연예인 섭외도 쉽지는 않습니다. 이미지가 전부인 그들에게 피임약과 관련된 활동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그래서 반반이라는 건가요?”
“네, 피임약이 아니더라도 방송 매체 쪽은 원래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작은 일에도 틀어지기가 십상이죠.”
장밋빛 전망을 듣고자 한 질문은 아니었다.
유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은 갔지만, 마음이 움직이는 고개만큼이나 무거웠다.
“반반이라면 도박이네요. 도박할 수는 없죠.”
“그럼……?”
“오프라인 캠페인도 같이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고민해 보죠.”
유빈의 고민이 깊어졌다.
오프라인 캠페인은 계획에 없던 바였다.
유빈 이전에 다른 사람들도 오프라인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하지만 비용과 노력 대비 효과는 미미했다.
효과가 국지적이라고 해야 할까?
전체적인 피임약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뭔가 지속적이면서 롱텀으로 봤을 때 차근차근 인식을 바꿀 기획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다음 미팅은 언제로 할까요?”
“최소한 이번 달 안에는 상반기 플랜을 확정해야 합니다. 음, 일주일 후에 만나죠.”
“준비해 오겠습니다.”
“제가 너무 까다로운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유빈이 웃으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명확하게 해야 할 일을 지정해 주셔서 저희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리더가 명확하지 않으면 일하기가 힘들거든요. 하하.”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우선 확정된 기획은 바로 진행하죠. 드라마 제작팀과 만나서 PPL이 가능한지, 그리고 비용 및 상세 조건 확인해 주십시오.”
말과 그림 팀이 나가자 이연수 부장이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유빈을 쳐다봤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니에요. 김유빈 씨. 혹시 전에 비슷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나요?”
“없습니다. 제 경력에는 영업밖에 없습니다.”
“그래요? 에이전시와 호흡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서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이 일을 수년간 해 온 사람 같네요. 단호하게 장단점을 말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워요.”
“과찬이십니다. 서툴지 않게 보였다면 다행이네요. 말과 그림 박 과장님과의 호흡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흐음, 큰 힘은 안 되겠지만,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을까요?”
“아까 유 차장님한테 말씀해 주신 것만으로도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말씀드리자면 다른 건 아니고 오프라인 캠페인 쪽으로 조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프라인이요…… 저도 웬만한 행사나 캠페인은 다 시도해 봤습니다.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건 없지만 영업할 때 경험을 살려 보는 건 어때요. 뜻밖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이연수 부장마저 나가고 회의실에 혼자 남겨진 유빈이 자료를 뒤적였다. 이연수 부장의 말이 떠올랐다.
‘내가 변한 건가?’
없었던 단호함이 생긴 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그 단호함이 어디서 왔느냐가 문제였다.
듀레인 회장의 조언도 역할을 했지만, 환경이 변한 게 큰 차이였다.
영업과는 달리 마케팅 프로젝트는 유빈의 장점인 인간관계만 가지고는 성공하기가 요원했다.
첼시 사장에게 프로젝트 성공을 자신했지만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난관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추진력을 갖고 일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부담이 컸다.
박정균 과장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 그랬다.
유빈이 해야 하는 일은, 한 사람이 아닌 국민의 의식을 바꿔야 하는 일이었다. 피임약 복용률을 1%도 아니고 무려 두 배인 3%를 올려야 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료를 정리하던 유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연수 부장의 조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빈은 무거운 가슴을 안고 회의실에서 나왔다.
마침 유빈을 왕따시키기 위해 소집한 긴급회의를 마친 유 차장이 유빈을 향해 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유 차장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끊었는지 아니며 유빈을 유령 취급하기로 한 건지 냉랭한 표정이었다.
“차장님, 외근 나갔다가 오늘은 밖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세요. 김유빈 씨가 언제 저한테 허락받고 퇴근했나요?”
유빈을 지나친 그녀의 뒤통수가 말하고 있었다.
주서윤을 비롯한 마케팅 팀원들이 안쓰럽게 유빈을 쳐다봤다.
*
고향에 온 것 같다고 하면 오버일까.
회사를 나와 유빈이 향한 곳은 이주 전만 해도 내 집처럼 드나들던 장소였다.
삼성동에서 노원구 하계동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프로젝트를 생각하다 보니 금방 도착했다.
병원이 가까워지니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어머나, 이게 누구야? 제네스 담당자라고 해서 새로 온 사람인 줄 알았는데. 김유빈 씨, 다른 부서로 간 거 아니었어요?”
사랑산부인과 김이진 원장과 함께 유빈을 가장 아껴 준 노원구 황진주산부인과 황진주 원장이 진료실로 들어온 유빈을 격하게 반겼다.
간호사도 대기하고 있는 환자가 많았지만, 유빈을 바로 진료실에 들여보내 줬다.
진료 시간이 거의 끝났는데도 대기실에 환자가 많은 것을 보자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산부인과에 왔을 때만 해도 파리조차 날아다니지 않는 병원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빈의 작품이었다.
“부서 옮긴 것 맞습니다. 원장님 보고 싶어서 땡땡이치고 놀러 왔습니다.”
“호호, 잘 왔어요. 유빈 씨가 다시 우리 담당했으면 좋겠어요.”
괜스레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첫 만남은 고객과 영업사원이었지만 원장이 마음을 연 후부터는 이모처럼 유빈을 아껴 줬다.
“그런데 우리 유빈 씨 안색이 별로네. 마케팅 부서가 아주 힘든가 봐.”
“하하, 그런가요? 역시 원장님은 못 속이겠네요. 아무래도 영업이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나 보네요. 고민 있으면 털어놔 봐요.”
영업할 때 항상 밝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오늘은 위로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원장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진료 시간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환자들이 더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진료가 끝나고 유빈은 다시 마주한 황진주 원장에게 프로젝트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람들이 참 웃겨요. 피임약을 왜 터부시하는지. 환자들도 호르몬약이라고 하면 아무 말 없이 처방받아 가는데, 피임약 처방한다고 하면 토끼눈을 뜨고 물어요.”
“하아, 그만큼 피임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호호, 이제야 사람 같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노원구 의사회에서 다른 원장님들을 만나면 가끔 유빈 씨가 주제가 될 때가 있거든요. 걱정 마세요. 좋은 쪽이니까요. 아무튼, 유빈 씨는 항상 웃는 낯이고 힘들어하는 표정도 보인 적이 없어서 우리가 농담으로 로봇 아니냐는 말까지 했어요. 호호. 그런데 오늘 보니까 사람 맞네요.”
“오랜만에 왔는데 저 힘든 이야기만 하고…… 죄송합니다.”
“괜찮다니까요. 나는 지금의 유빈 씨가 더 좋아요. 친근하게 느껴지고. 힘들 때는 이야기를 해야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 거예요.”
“고맙습니다. 원장님.”
왜 울컥한 기분이 드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군가로부터 진심이 담긴 위로를 받는 일은 아무리 유빈의 심장이 수련으로 단련되어 있더라도 필요한 것이었다.
“유빈 씨한테 도움받는 동안, 유빈 씨가 실적 때문에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런데 지금 유빈 씨의 고민을 들어 보면 영업할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른 것 같아요.”
유빈도 마음이 담긴 그녀의 충고에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뉴욕에서 듀레인 회장과 앤을 만난 이후부터일까.
빨리 프로젝트를 성공하고 뉴욕 본사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았다.
일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3%와 6%라는 숫자에 사로잡혀 초조해진 것이었다.
황진주 원장의 말처럼 만약 실적을 생각하면서 영업했다면 절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원장님이 위로해 주시니 마음이 가벼워지네요.”
“다행이네요. 아, 맞다. 세원여대에서 상담하고 나서 어떻게 알았는지 근처 여중, 여고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애들 성교육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아…….”
“요즘 애들 성경험 나이가 점점 어려지잖아요. 그에 비해 성교육은 아직 1960년대 수준이고요.”
“……그러셨군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하고는 싶었는데 병원도 바쁘고 무엇보다 발표 자료나 기자재 같은 게 없어서 못 하겠다고 했어요.”
“음…… 만약에 발표 자료와 기자재가 있다면 해 보실 생각이 있으세요?”
“그럼요. 한 시간 정도 시간 내서 가는 거야 어렵지 않죠. 호호.”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유빈은 오프라인 캠페인에 관한 아이디어가 막 터진 유전처럼 솟구쳤다.
“유빈 씨, 내가 여기서 병원을 십 년 넘게 했어요. 그런데 영업사원 중에서 지역을 옮기든, 부서를 옮기든,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든 어떤 경우든 간에 일단 떠난 사람이 다시 병원에 찾아온 경우는 없었어요. 유빈 씨가 처음이에요.”
“원장님…….”
“내가 진료실로 들어오는 유빈 씨 얼굴 봤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알아요? 유빈 씨가 다시 찾아왔다는 건 우리가 단지 의사와 영업사원 사이가 아니라는 증거예요. 유빈 씨 덕분에 다른 영업사원도 친근하게 맞아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면에서 나한테 유빈 씨는 최고의 영업사원이에요. 그러니까 힘내요!”
황진주 원장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하고 유빈이 병원을 나섰다.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머릿속은 개운했다.
조급할 필요도, 숫자에 연연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하면 됐다.
50%?
확률로만 따지면 영업하면서 안 될 일이 더 많았다.
50%를 100%로 만드는 일은 온전히 유빈의 몫이었다.
오프라인 캠페인에 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말과 그림의 박정균 과장이었다.
-PPL 건은 바로 알아봤습니다. 비밀의 정원에서도 다행히 오케이했고 비용은 3억5천만 원 선입니다. 그쪽에서는 4억을 불렀는데 어떻게든 다운을 시켰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 시작하지 않은 두 드라마는 2억 원 선이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작자 쪽에서 드라마 작가에게 물어보고 다시 연락 준다고 했습니다.
“드라마 작가와 미팅할 때는 저도 참석하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날짜 잡히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유빈은 박정균 과장에게 다시 한 번 신뢰를 느꼈다.
말과 그림의 일 처리 능력은 수준급이었다.
헬스케어 쪽 경험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분야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이동하려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할 말을 다 못했나 하고 생각하는데 전화기 너머서 어색한 이름 발음과 영어가 들려왔다.
-유빈? 앤이에요.
“앤? 앤 해밀턴?”
-뭐예요? 벌써 잊어버린 거예요?
연구소의 누군가가 앤 해밀턴이 통화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눈을 비빌 모습이었다. 평소 모든 사람에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평소의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앤, 잘 지내고 있어요? 반갑네요. 하하.”
-반갑게 받아 줘서 고마워요. 전 유빈이 내준 숙제 때문에 바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어요. 유빈도 많이 바쁘죠?
“네,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저도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이 바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아, 뉴욕은 지금 몇 시죠?”
-오전 일곱 시예요. 출근길이랍니다. 유빈 씨, 부탁이 있어요.
아침 일곱 시에 전화, 그것도 한국으로 전화한 거라면 뭔가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유빈 씨 말대로 전략 리포트를 올렸더니 통과가 됐어요. 경영진에서 최종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어요.
“잘됐네요.”
전화 목소리에 그녀가 고마워하는 게 전해졌다.
-다 유빈 씨 덕분이죠. 그런데 후속 리포트를 준비하다 보니 신기하다고 해야 하나 우연이라고 해야 하나, 유빈 씨밖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겼어요.
“그게 뭐죠?”
-C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를 살펴보다 보니 공교롭게도 한국에 있는 두 기업이 진행 속도가 가장 앞서 있었어요.
유빈도 의외였다.
한국에 있는 기업가 중에 누군가가 통찰력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바이오시밀러라는 단어 자체가 제약업계에서도 낯선 단어일 텐데.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앤의 다음 말에 유빈의 궁금함은 배가 되었다.
-한 곳은 셀아키텍트라고 중소기업 같은데 처음 들어 보는 회사예요. 그리고 다른 한 곳은 명성이에요.
“네? 명성이요? 그 명성그룹?”
유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셀아키텍트란 회사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GDP(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하는 초거대 기업인 명성이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다니.
생각해 보니 신문에서 명성그룹이 곧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한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았다.
-네. 그 2차 전지로 유명한 회사요. 그런데 저는 명성보다는 셀아키텍트라는 곳이 더 신경이 쓰여요. 바이오시밀러 관련한 특허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역시 해외에서는 명성 하면 2차 전지군.
그런데 앤은 명성보다 셀아키텍트라는 곳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한테 부탁할 일이 뭐죠?”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다는 건 알지만 유빈 씨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요. 유빈 씨가 두 회사를 방문해 주세요.
“네?”
이 여자가 여러 번 놀라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본사에서 두 회사 쪽으로 연락할 거예요. 미팅을 잡아 놓을 테니까 유빈 씨가 가서 개발 진행 상황이나 투자처로서 유망한가 정도만 알아봐 주면 돼요.
“음, 알겠습니다.”
사실 그녀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궁금했다.
-아, 그리고 이번 미팅은 극비 사항이에요. 이야기가 새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 주세요.
“네. 그럼 미팅이 잡히면 연락 주세요.”
유빈은 잠깐 망상에 잠겼다.
‘그런데 상장은 된 회사인가?’
한국의 중소기업에 다국적 제약사인 제네스가 방문한다? 한 줄의 찌라시만으로도 그날 셀아키텍트의 주가는 상한가를 칠 것이다.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