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lesperson Kim Yubin RAW novel - Chapter 79
79화 – 새로운 시작(4)
앤 해밀턴은 벽도, 바닥도 온통 흰색으로 되어 있는 통로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발굽 소리가 고요한 통로를 리듬감 있게 울렸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통로를 지날 때마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소장이 집무실의 위치를 외딴 장소에 따로 떨어뜨려 놓은 이유를 알기에 더욱 그랬다.
“소장님, 해밀턴입니다.”
“오, 해밀턴 팀장. 들어오세요.”
앤이 들어가자 후끈할 열기와 높은 습도가 순간적으로 숨을 막았다.
연구소 안에 개인 온실을 만들어 놓은 남자가 그녀를 맞았다.
“오랜만이네요. 소장님.”
“그런 인사를 들을 정도로 만난 지가 오래되었나요?”
“한 달은 넘은 것 같은데요.”
“흠,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사내 메신저로는 매일 연락하니까요.”
제네스 미래전략연구소의 소장이지만 대인기피증으로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지 않는 존 필립이 콧잔등을 찌푸렸다.
앤의 퉁명스러운 대답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은 종류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여러 권의 저서를 보유한 미래학자인 존 필립이 제네스 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안팎으로 말이 많았다.
뛰어난 미래학자이자 잘 알려진 대인기피증 환자인 그가 거대 다국적 기업에 취직한 사실도 이슈였고 그 회사가 제네스라는 사실도 마찬가지였다.
“말 속에 뼈가 있군요. 난 쓸데없는 만남을 회피하는 것뿐입니다. 연구소장 자리를 승낙한 것도 다니엘 회장님께서 내 업무 방식을 존중해 주는 조건이었죠.”
앤은 할아버지한테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듀레인 회장은 존 필립을 스카우트했을 때의 일화를 즐겁게 이야기하곤 했다.
그럼에도 별로 정이 가는 사람은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했나요? 그런데 오늘은 왜 부르셨나요?”
“후후. 도저히 안 만날 수가 없더군요. 해밀턴 팀장이 올린 이 리포트.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런가요?”
무미건조하게 답했지만 내심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앤이 유빈의 말을 토대로 정보를 모아 작성한 리포트였다.
“시야를 5년에서 10년 정도 앞에 둔 리포트더군요. 내일 일어날 일도 예상 못하는 바보 같은 경영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모르겠지만, 상반기 미래전략은 이거로 밀죠.”
미래전략연구소에서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수립된 미래전략을 경연진에 보고했다.
모든 전략이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택만 되면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기 위한 프로젝트팀이 바로 결성되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능성과 CMO 사업의 필요성이라. 그런데 이 리포트 정말 해밀턴 팀장의 아이디어입니까?”
“왜 그러시죠?”
보고서에는 바이오시밀러에 관한 유빈의 생각을 모두 담지는 않았지만, 그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현실적 가능성을 고려해 CMO 사업에 조금 더 비중이 실린 보고서였다.
“지금까지 해밀턴 팀장이 올린 리포트 하고는 분위기가 달라서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요.”
“……제가 안 썼으면 누가 썼겠습니까?
“후후, 그렇다고 하죠. 한 가지만 조언하죠. 이번 리포트에 대해 조언해 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꼭 잡으십시오.”
“……그럴 생각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소장 앞에서 앤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경영진의 질의에 답변할 수 있는 후속 리포트를 준비해 주세요. 해밀턴 팀장. 수고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몇 년 동안 근무하면서 괴짜 소장에게 처음 들어 보는 말이었다. 기분이 짜릿했다. 동시에 한국에 있을 유빈에게 연락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
유빈과 함께 부장실을 찾아간 유진영 차장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이연수 마케팅 총괄 부장은 고개를 저었다.
“유 차장,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첼시 사장님은 김유빈 씨에게 최대한 권한을 주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래도 이건 상사인 저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요?”
이연수 부장이 앞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김유빈 씨는 할 말 없나요?”
“저는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보세요. 부장님. 정말 위아래가 없는 사람이에요!”
너는 뭐 위아래가 있다고 부장인 자신 앞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이연수 부장이 여성건강사업부 마케팅 헤드일 때도 유진영은 툭하면 회의로 합의된 내용과 이 부장의 결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효과가 없을 거라는 식이었다.
“유 차장, 목소리 낮춰요.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건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 또래에게나 통하는 일이에요. 따지려면 논리를 가지고 따지세요.”
이 부장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최상렬 부사장이라는 사내의 막강한 배경을 업고 있는 유진영 차장은 무서운 게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나마 자제할 줄 알게 된 건 이연수 부장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연수 부장이 한 번 폭발하면 얼마나 사나운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덤비다가 이연수 부장에게 폭풍 영어 욕을 들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목소리 높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김유빈 씨에 대한 일은 부장님이 교통정리를 해 주십시오. 부하 직원이 상사의 말에 따르지 않는 건 항명입니다. 항명.”
유 차장은 이연수의 감정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
“김유빈 씨, 더 할 말 없나요?”
유빈이 유 차장의 오라를 잠시 살폈다. 그녀는 자신의 말에 확신을 하고 말하는 게 분명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말투는 마치 군대에 다녀오지도 않은 선배가 군대 용어를 쓰며 군기를 잡으려는 꼴이었다.
“음, 저는 사장님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유 차장님이 항명이라고 하셨는데 유 차장님 식으로 진행해서는 사장님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합니다. 그럼 그게 더 중대한 항명인 것 같은데요. 설마 차장님의 명령이 사장님의 명령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유빈이 질문과 함께 유진영을 쳐다봤다.
“…….”
유진영의 말문이 막혔다. 도저히 그렇다고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여기에 OC 프로젝트의 전임자 두 분이 계시니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중간하게 진행해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두 분이 더 잘 아시겠죠. 경험이 필요한 일이라면 당연히 상사인 유 차장님의 조언을 구할 겁니다. 하지만 OC 프로젝트는 기존의 마케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할 겁니다. 그래야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흐음, 알겠어요. 그래도 김유빈 씨는 일을 진행할 때 되도록 유 차장과도 상의하는 방향으로 부탁할게요. 물론 결정은 김유빈 씨가 하는 게 맞지만, 마케팅 경험이 많은 유 차장의 의견이 도움이 될 겁니다.”
이연수 부장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빈의 발언에 속이 다 시원했다. 하지만 총괄부장으로서 마케팅 부서 내 다툼은 지양해야 했다.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는 회사에도 불이익이었다.
이연수 부장은 유진영 차장의 의견도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결정하는 사람이 유빈이라는 사실은 확실히 선을 그어 줬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빈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연수 부장이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었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만나고 일 년도 안 된 사이에 마케팅 프로젝트를 맡은 눈앞의 젊은이가 그저 대견할 뿐이었다.
사람을 보는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도 그녀를 즐겁게 만들었다.
둘 사이의 분위기를 감지한 유진영 차장도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발을 뻗을 자리를 잘못 찾아온 것이었다.
부장실에서 나온 유진영 차장은 곧바로 부사장실로 향했다.
“부사장님, 정말 못 참겠습니다. 김유빈 씨 때문에 일이 안 잡힙니다.”
프로젝트 때문이 아니더라도 유빈은 퇴근 시간이 되면 차장인 자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칼퇴근을 했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면서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하면 선방이었다. 다른 직원들도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유빈이 일찍 퇴근하면서 조금씩 그에게 물들어 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유 차장. 난 오히려 잘된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열을 올리나요?”
최상렬 부사장이 시선을 컴퓨터에 둔 채 말을 받았다.
“네? 잘되었다고요? 절 그렇게 무시하는데요?”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책임을 진다고 했다면서요. 아닙니까?”
“그건 확실히 들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들었고요.”
그제야 최 부사장이 고개를 들어 유 차장을 쳐다봤다. 마치 뱀의 눈처럼 섬뜩한 느낌에 유 차장이 몸을 한 차례 떨었다.
“김유빈 씨는 에이전시로 들어도 보지 못한 곳을 독단적으로 결정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실패하면 확실히 책임을 진다고 했죠. 유 차장은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 같습니까?”
“아, 아니요. 당연히 못 할 겁니다. 정예부대와 함께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90%인데 오합지졸과 함께라면 거의 100%로 실패하겠죠.”
“그럼 김유빈 씨는 어떻게 될까요? 유 차장이 관여를 안 하는 게 오히려 낫습니다. 장결희 본부장처럼 책임질 일이 없잖아요. 김유빈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주는데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겠습니까?”
“……부사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그가 독립적인 운영을 고수한다면 마케팅 인력을 프로젝트에 빌려주지 마세요.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에이전시가 도와준다 해도 곧 지칠 겁니다.”
들썩거리던 유 차장의 어깨가 잠잠해졌다.
최상렬 부사장의 말처럼 생각해 보면 열 받을 일이 아니었다.
김유빈은 그냥 놔둬도 나가떨어질 게 분명했다.
오랜만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 기분이었다.
*
유빈은 말과 그림의 프로젝트 플랜 발표 미팅을 마케팅팀에 공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참석하는 사람은 유빈 말고는 없었다.
유빈이 주서윤에게 문자를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오빠, 차장님이 갑자기 미팅 소집해서 잡혀 왔어요. ㅠㅠ 저도 듣고 싶은데~]“다들 바쁜 모양이네요. 그럼 시작하시죠.”
문자를 확인한 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영 차장이 어떤 생각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발표 도중에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십시오.”
박정균 과장은 청자가 한 명뿐이었지만, 여전히 버벅거리며 발표를 했다.
“처, 첫 번째 기획은 드라마 PPL입니다. 상품을 직접 광고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 작가와 이야기해서 피임약의 필요성을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헤인즈 코리아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캠페인의 예시가 화면에 떠올랐다.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에 연예인으로 설정된 주인공이 금연 캠페인 홍보대사로 위촉된다는 내용이었다. 헤인즈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금연 약물 패치 제품과 보건복지부에서 진행 중인 금연 캠페인의 콜라보였다.
“생각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나요?”
“지금 7화를 넘기면서 시, 시청률이 30%에 육박하는 비밀의 정원과 다음 달에 시작되는 드라마 두 개가 대상입니다.”
“비밀의 정원은 아무래도 비용이 만만치 않겠죠?”
“네, 광고는 확실히 될 수 있지만 이미 PPL이 많이 붙어서 비용 책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예산인 10억 안에서 계획을 짜야 했다.
상반기 5억, 하반기 5억이라고 생각하면 PPL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나머지 두 드라마는 어떤 내용인가요?”
“하나는 꼬, 꽃중년 남자 네 명이 펼치는 로맨틱 멜로 드라마이고요. 다른 하나는 첩보 드라마로 작년에 대박 난 드라마의 후속편입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유빈은 박정균 과장이 준비해 온 자료를 꼼꼼히 살폈다. 세 개의 드라마 모두 흥행할 가능성이 컸지만,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일이었다.
드라마 PPL은 드라마의 흥행 여부에서 광고 효과가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 가장 큰 예산이 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똑똑똑.
유빈이 세 드라마의 줄거리를 읽어 보고 있는데 유리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마케팅 직원이 아니고는 참석할 사람이 없었다.
“중간에 방해해서 미안해요. 저도 같이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괜찮겠죠?”
들어온 여자가 에이전시 사람들에게 살짝 목례를 했다.
“부장님! 여기 앉으세요.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뜻밖의 인물에 유빈이 바로 상석을 내줬다.
들어온 사람은 이연수 총괄부장이었다. 따로 알린 적이 없는데 아마도 캘린더에 올려놓은 미팅 스케줄을 보고 참석한 것 같았다.
마케팅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한 그녀가 옆자리에 앉아 있으니 든든해졌다.
“계속 진행하시죠. 부장님 듣다가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럴게요.”
이연수 부장도 말과 그림에서 나눠 준 자료를 살폈다.
“PPL과 동시에 진행할 기획은 UCC입니다. UCC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슈성입니다. 입소문을 타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저희 쪽에서 생각한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놓은 영상이 있나요?”
“드라마 쪽으로는 지금 가장 핫한 비밀의 정원의 한 장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로는 미션 임파서블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피임파서블 정도로요. 배우나 시나리오는 확답을 주시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으음, 괜찮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패러디는 이슈성에서는 효과가 떨어질 것 같군요. 타겟과 어울리지 않는 마이너한 감성이 될 수 있습니다.”
유빈이 냉철하게 장단점을 따졌다.
그는 에이전시에만 일을 맡겨 놓지 않았다. 칼퇴근한 이후에는 산부인과나 여대 등을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책상에만 앉아 있을 때보다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실제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니 유빈의 의견은 전문가와 대화하는데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그런 유빈의 한마디에 박정균 과장과 송승연 대리의 표정이 천당과 지옥을 왕복했다.
“이건 제 생각인데, 코미디 프로그램에 피임약 스토리를 덧씌우는 건 어떨까요? 작년에 코미디 리그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지랖들 보신 적 있나요?”
송승연 대리는 격렬히 고개를 끄덕였고 박정균 과장은 고개를 저었다.
“부장님은요?”
“전부는 아니지만 짤방으로 재밌는 것만 몇 개 봤어요.”
“부장님 말씀처럼 오지랖들을 패러디해서 짤방으로 볼 수 있게 만들면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송승연 대리가 박 과장한테 바로 영상을 보여 줬다.
“음…… 조, 좋은데요. 이런 포맷이면 메시지도 살리면서 영상도 재밌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한 번 코미디언 분들 하고 컨택해 주세요. 기존에 프로그램에 출연하셨던 분들과 계약되면 좋겠지만, 안 되더라도 비슷한 이미지의 분들을 섭외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이미 10억에 대한 예산 결재를 첼시 사장에게 넘겼기 때문에 이연수 부장이 프로젝트에 관여할 일은 없었다.
여성건강사업부 마케팅 헤드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그녀는 유빈의 프로젝트가 항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자신은 해내지 못했지만, 유빈은 꼭 성공하기를 바랐다.
이연수 부장은 흥미롭게 둘의 대화를 지켜봤다.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도 이미 두 사람 사이에 팀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마케팅에 대한 유빈의 의견이 초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쩌면, 아직 이르지만, 3%를 넘길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빈의 상쾌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다음 기획으로 넘어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