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90)
191화 구원자(1)
미국 토크쇼에서 여러 명의 차원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던전은 돈이 된다.
차원산업의 핵심인 혈석은 기본이고, 광물, 식물, 여러 아이템과 몬스터 부산물까지도 돈이 된다.
던전이 오직 시민의 안전을 위해 처리해야 하는 재해일 뿐이라면, 사설 용병 같은 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각성자로 이뤄진 군대만 죽어나갔을 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던전은 돈이 됐고, 많은 용병들이 자발적으로 공략에 나섰다.
“돈이죠. 결국엔 돈입니다.”
돈이 된다고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었다면 세상에 기피직업은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용병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대표적 직종이다.
“물론 돈이 좋다지만, 목숨보다 소중하진 않죠.”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자신의 능력보다 하위의 던전을 가거나, 여러명의 용병들과 힘을 합치면 된다.
몫이 나뉘지만 리스크는 낮아진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진취적이고 용감한 도전자는 있게 마련이죠. 그리고 이들이 시장을 선도합니다.”
일정 이상의 돈을 넘게 버는데도 계속해서 용병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
그들은 왜 은퇴하지 않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가?
사명감일 수도 있고, 사회적 지위의 유지나, 더 많은 인기, 혹은 개인의 향상심에 중독되었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이유야 어떻든 그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위기 뒤엔 언제나 기회가 찾아오죠.”
던전 발생의 증가로 인류의 각성자 전력이 증대되었다.
각 나라에 몇 없던 S등급 각성자가 수십을 넘었고, 벌써 수백을 보유한 강대국도 있었다.
“영웅은 언제나 혼란한 시기에 등장합니다.”
그 와중에 몇몇은 SS등급에 올랐고, 그들을 중심으로 한 공격대가 차츰 7성 던전마저 공략하고 있었다.
차츰 7성 던전은 재앙에서 난관으로 변했고, 곧 사냥터가 될 것이다.
증가된 각성자 전력을 보유하게 된 도시들은 여유를 찾았다.
“각 나라마다 영웅들이 나고 있지만 이 사람은 조금 특별합니다.”
토크쇼 패널들을 비추던 화면은 며칠 전 수호 길드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내보냈다.
“이 영웅은 드래곤을 타고 다니죠.”
검은 배틀슈트 소재로 만든 용기갑에 탑승한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가 자국의 도시 방호에 바쁠 때, 여기 가장 안전한 도시의 지도자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죠.”
용이 날았다.
바다를 건너고, 섬에 도착했다.
죽음과 절망뿐인 도시에…….
“우리 도시가 위험한데 남의 도시까지 살필 겨를은 없죠? 하지만.”
화면은 편집을 거친 듯 최수영 일행에게 구함받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친다.
“놀랍게도 이 죽음의 도시에 여전히 사람이 생존해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화면은 다시 타이베이 상공, 야수들에게 사냥당하는 뱀파이어들의 모습을 비춘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이 도시에 챔피언이 구원자를 자청했군요. 그의 야수들이 미쳐 날뜁니다.”
화면은 한동안 야수들의 사냥 모습을 비춰 줬고, 곧 패널들이 있는 스튜디오로 전환됐다.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죠. 그가 왜 나섰을까요?”
“아마 인기 때문이겠죠.”
“워어, 그건 지나친 폄훼입니다.”
말을 한 패널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열렬히 성토했다.
“대격변 이전의 평화의 시기에도 지구엔 전쟁이 있었고, 기아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다.
“세계가 무심할 때도 약자를 위한 구호단체는 있었고, 그들의 숭고한 봉사정신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대부분이 무관심할 때도 도움의 손길을 주는 자들은 있었다.
“여기 있는 패널들 중 누가 저 절망뿐인 도시의 생존자들을 신경이나 썼습니까? 인기? 고작 인기? 허!”
진행자도 패널의 지나친 흥분을 막지 못했다.
“인기 좀 얻으면 어떻습니까? 그는 이미 영웅이에요! 인류의 희망이나 다름없습니다! 내 도시가 불타고, 군대가 무너지면 나는 하나님 대신 그가 나타나기를 기원하며 기도할 겁니다.”
위기의 순간에 찾게 되는 존재.
신 혹은…….
“워어, 흥분을 가라앉히시죠. 하워드 시장님.”
LA시장 하워드는 언제 핏대를 세웠냐는 듯이 자리에 앉으며 슬쩍 웃었다.
“난 여전히 아쉽습니다. 그가 한국에 온전히 자리잡기 전에 모셔왔어야 하는데 말이오.”
그랬다면 이미 미서부연합은 최강국의 지위를 되찼았을 것이다. 예전 세계경찰 지위를 누렸던 미국처럼 말이다.
“오, 열띤 토론을 벌이는 순간 속보가 들어왔네요.”
진행자는 한국에서 온 소식을 전했다.
“LA시장님의 영웅이 구천 행성으로 향했군요. 무슨 일일까요?”
LA시장 하워드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그걸 알고 싶으면 이 채널을 구독하면 됩니다.”
클로즈업한 화면엔 수호 길드의 유튜브 채널이 떠 있었다.
“오, 맙소사. 시장님은 그의 열렬한 추종자군요.”
“이를 말인가? 지금도 할 수 있다면 그를 LA로 모셔오고 싶은 마음뿐이지. 그가 온다면 뭐든 줄 수 있어.”
“워어, 시장 자리도 말입니까?”
“그건 시민들이 투표로 주겠죠. 시민들이 그것을 원한다면 기꺼이 못 주겠소?”
진행자와 패널 간에 만담처럼 주고받는 토크쇼가 끝나고, 스튜디오를 빠져나온 하워드 시장을 경호원들이 둘러쌓다.
곧 자신의 차로 이동해 탑승하니 먼저 타고 있던 이성우가 그를 반겼다.
“오래 기다렸나? 미스터 리.”
“그럴 리가요. 토크쇼는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봤나 보군.”
계속 차에서 기다린 줄 알았더니, 녹화 스튜디오 어딘가에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군. 자넨 챔피언이 밉지 않나? 자네는 전…….”
그때 언제 빼냈는지 모를 칼날이 하워드 시장의 미간에 닿았다.
“제가 누구죠?”
“미, 미스터 리.”
“풀네임.”
“이, 이우성이네.”
그제야 이성우가 칼을 거두었다.
“워어, 이거 내가 실수했군. 착각했어.”
하워드는 속으로 욕을 삼키며 받아주었다.
‘정체를 숨길 거면 가명이라도 좀 그럴듯하게 짓든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그의 정체에 대해서 먼저 발설하면 안 된다.
이우성이나 이성우나…….
마미손은 차라리 성의 있었던 거다.
“그를 띄워준 게 언짢은가요?”
하워드가 토크쇼에서 박수호를 계속 지지하는 스탠스를 취한 건 이성우의 요구 때문이다.
“그럴 리가. 그저 궁금할 뿐이지.”
원한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이성우가 외려 박수호를 도와주는 꼴이니 궁금할 뿐이다.
“그냥 돌을 던져보는 겁니다.”
자신이 던질 순 없으니 대신 하워드를 이용할 뿐이다.
“음, 그러다 내가 그와 친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러나?”
하워드로서는 나쁘지 않다.
적어도 속 모를 이성우보다는 현 챔피언인 박수호가 더 낫다. 무엇보다 세계최강의 무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진짜 LA로 오기만 하면 최고지.’
이성우는 그런 하워드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의뭉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것도 괜찮죠. 계속 구애를 날려 보세요.”
이성우는 씩 웃었다.
좋은 이유든 나쁜 이유든 그가 LA로 와야 한다.
문제의 그 재앙을 해치우기 위해서라도.
“귀환석은 어떻게 되었죠?”
“으음. 그게 문제가 좀 있다더군.”
리처드 박사는 미래에 귀환석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던전에서 탈출 포탈을 열 수 있는 귀환석은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할 수 있게 만드는 아이템.
공격대의 리스크를 대폭 나눠주는 최고의 던전 공략 아이템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훗날 롤랑사에서 개발할 이동 포탈부터 만들어버렸다.
“녹화 전 핫라인으로 들어온 소식이야. 롤랑에서 자네가 말한 귀환석과 비슷한 장치를 개발했다더군.”
“…….”
이성우는 그저 뜻 모를 표정을 하곤 창밖을 보았다.
‘재밌네.’
미래에 귀환석과 이동 포탈을 개발한 두 과학자가 바뀌었다. 이젠 꼬일 대로 꼬여버려 미래 따위는 아무 소용 없어졌는지도 모른다.
‘내가 바로잡아 주지.’
이런 혼란한 세계 따위 리셋하면 그만이다.
“다음에 뵙죠.”
이성우는 차에서 내렸고, 그가 사라지는 걸 한참이나 지켜본 하워드 시장이 이죽거렸다.
“건방진 새끼.”
이미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와 수배중인 패배자가 어디서 흑막 행세를 하려고…….
아직은 효용 가치가 크니 손을 잡을 뿐이다.
“정말 박수호가 손을 내밀었으면 좋겠군.”
하워드 시장은 오늘도 수호 길드에 대한 열렬한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출발하지.”
“네, 시장님.”
부드럽게 출발한 차는 시장실로 향했다.
*
파팟!
포탈을 넘으며 수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충격에 대비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후, 역시 처음만 문제인가 보네.”
“어쩌면 각인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수호의 뒤에서 말하는 장순필의 손에 장취아도 함께였다.
취아가 따라온 것은 다른 이유가 없었다.
지구인과 구천 행성인의 혼혈인 그녀가 역사의 증명 앞에 서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기 위해서다.
“쓰으읍, 후우우우. 고향의 냄새.”
무림공적이 되어 다시는 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구천 행성에 오자 당진철은 감상에 젖은 얼굴이었다.
지구도 나쁘지 않은 곳이지만, 투쟁이 없는 그곳에선 성장이 멈춰버린 무인에 지나지 않는다.
훈련하고 단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나, 이미 사도에 맛들려버린 당진철에게는 마몬족이나 중원인 사냥만큼이나 빠른 수련법이 없다.
“저 또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수호는 이번에도 기어코 따라온 조카 박건우를 보며 씩 웃었다.
말은 무공 공부를 한시도 쉴 수 없어 사부님을 따라간다는 건데…….
“짜식.”
말은 그렇게 해놓고 힐긋힐긋 취아를 의식하는 게, 영락없이 짝사랑에 빠진 소년이다.
고작 7살 친구의 소꿉놀이 수준이겠지만 말이다
“허미, 여긴 한국이랑 별다를 것도 없구만.”
이숙자는 익숙한 나무들과 풍경에 실망한 듯 보였다.
“이모 실망하지 마. 좀 다녀 보면 꽤 볼만해.”
수호 일행은 익산 게이트를 통해 넘어왔다.
본디 남궁세가 인근이었을 그 게이트는 수호에 의해 멸문한 뒤 폐허가 되어 버려졌다.
지금은 무림맹 분타 하나가 포탈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워져 있었다.
수호는 객잔 정도 규모의 2층 건물로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 번을 서고 있던 무인들은 바짝 긴장한 채 지구에서 온 손님을 맞이했다.
“자, 잘 오셨습니다.”
혈겁이 지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니다.
당장 폐허가 되어버린 남궁세가 장원이 아직 흉물스러운 모습이 그대로 있으니, 전 무림이 당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당사자인 혈마를 동맹군으로 맞이하는 무림맹 무사들은 두렵고,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얼어 있어?”
“아닙니다.”
“안에 맹주 있어?”
“무림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림맹? 거기 가야 해?”
“헙.”
무인들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땀을 흘렸다.
‘혈마가 기분이 상했다.’
이 잔혹한 마도는 사람 목숨을 파리보다 더 하찮게 여기는 마인이다.
“자, 잠시만 안에서 기다리시면 당장 모셔, 아, 아니 데려오겠습니다.”
“뭐 편할 대로 해.”
수호는 무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허업!”
너무 긴장한 무사가 뻣뻣이 굳었고, 수호일행은 분타 건물로 들어갔다.
분타 무인들이 혈마에게 어깨를 짚인 무사를 보며 염려되어 물었다.
“자네 괜찮나?”
“괘, 괜찮네.”
“후, 난 자네 어깨를 뽑아버리는 줄 알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이럴 때가 아니야. 어서 맹주님을 모셔 오게.”
“내가 가겠네.”
가장 신법이 빠른 무인이 이 소식을 알리기 위해 서둘러 임시 무림맹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