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66
466화
【 우주를 넘어서라도 너를 만나러 갈 거야 】
퍼엉!
둔중한 소리와 함께 이종족 연합지역 혼혈 소대가 든 마법총에서 발사체가 쏘아졌다. 섬광탄과는 질적으로 다른 발사음!
다두는 정신을 가속하여 발사체의 정체를 확인했다.
‘섬광 마법이 아니라 물질 기반 발사체다!’
섬광탄의 장점은 관통력과 속도. 하지만 마법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으면 하위 수준의 마법으로도 반사와 분해, 파동 분산 등을 적절히 이용하여 쉽게 막을 수 있다.
섬광으로 이루어졌기에 태생적으로 따라붙는 단점. 이종족 연합지역은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섬광 기반이 아닌 실제 투사체를 담아 쏘는 혁신을 이루었다.
쉽게 말하면, 이세계 버전 진짜 총! 화약이 필요하지 않아서 총알의 두께는 지구의 그것보다 훨씬 얇다.
관통력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는 특성을 부과해 총상 부위의 살점을 통째로 뜯어내는 악독한 무기! 본래는 중형 이상의, 두꺼운 피부를 자랑하는 몬스터 전용으로 쓰이는 개량 마법총이다.
‘이러면 오히려 더 쉽지.’
다두는 자세를 잡았다.
앞손은 앞으로 쭉 내밀고 팔꿈치를 살짝 굽힌다. 뒷손은 가슴 20센티 앞 즈음에 둔다. 타격계 격투기의 전형적인 기본자세. 거기서 주먹을 쥐지 않고 살며시 펴서 수도를 만든다.
그대로 앞손 수도를 부드럽게 외회전. 회전에 나선 염동력이 따라붙는다. 뾰족한 발사체가 염동력을 따라 방향이 급격하게 꺾였다.
휙! 휘릭!
크게 돌리며 외회전, 손목을 2차로 꺾으며 오밀조밀하게 외회전, 손바닥을 접으며 3차 회전.
세 번의 중첩된 회전에 다두의 정면으로 쏘아지던 수십 발의 발사체가 나선으로 레일을 질주하는 청룡열차처럼 주루룩-! 꺾인다.
꺾인 발사체는 절반은 위로, 나머지 절반은 아래로 향했다. 다두는 회전한 앞손을 아래로 뻗어 떨어지는 발사체 중 일부를 잡았다.
뾰족하고 길쭉한, 그리고 홈이 파인 발사체. 그것들을 바늘을 던지듯이 혼혈 소대를 향해 던진다. 정확히는, 혼혈 소대와 르암인 소대가 든 마법총을 향해.
파사삭! 빠직!
“으악?!”
혼혈 소대가 기겁하며 부서지는 마법총으로 시선을 돌렸다.
발사체가 쏘아지고, 다두가 그것을 흘림과 동시에 되돌려 던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눈 깜짝할 사이보다 빠르게 일어났다.
혼혈 소대가 느끼기에는 마법총이 전량(全量) 고장이 난 것처럼 보이겠지. 그들의 머릿속에 마법총 설계자에 대한 오만가지 욕이 스쳐 지나갔다.
퍼벅!
하지만 그도 길지 않다. 득달같이 뛰쳐 오른 다두가 무릎만 남은 두 다리를 풍차처럼 놀려서 혼혈 소대와 르암인 소대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한 것이다.
턱을 통해 전달된 초능력 파동이 서른 명에 가까운 병사들을 기절시킨다. 병사들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일제히 풀썩! 쓰러졌다.
뒤따라 달려온 뮤온 보트라가 칭찬했다.
“훌륭하군. 깔끔하고.”
“오른팔만 달려있었어도 이것보다 배는 더 깔끔하게 처리했을 겁니다.”
“꿈도 꾸지 마라.”
“시벌 진짜.”
“다두, 요즘 들어서 내게 욕설을 많이 하는군. 늘 말하건대, 입을 조심해라.”
“…….”
다두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투덜거리며 바지 밑단을 찢는 그를 골목길을 안내하던 양아치가 두려움에 떨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괴, 괴물……!’
개량 마법총을 정면에서 분쇄하고, 눈 깜빡이는 것보다 빠르게 서른 명을 잠재우듯이 기절시킨다?! 하나하나가 특급 무인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건 들은 것 이상 아닌가.
두 다리와 팔 한 짝이 잘린 병신마저도 이만한 실력자라니… 양아치는 그가 해야 할 일도 까맣게 잊고는 다두에게 감탄했다.
“…안내인.”
뮤온 보트라가 다두의 신위에 넋이 나간 양아치를 재촉했다.
“정신 차려라. 시간이 얼마 없어. 어디로 가면 되지?”
“아! 죄송합니다. 저, 저깁니다!”
안내인이라 불린 양아치로 위장한 잠입 요원이 최고 상사의 조용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렸다.
그가 10층짜리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도 위용을 잃지 않고 시야 한구석에 삐죽 솟은 높은 건물을 가리켰다.
뮤온 보트라가 감각을 넓게 펼쳐서 목표로 한 건물까지의 거리와 길을 막는 방해꾼을 확인했다.
“가는 길에도 비슷한 병사들이 많이 느껴지는 군.”
다다다!
마법총이 발사된 소음에 병사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귓가에 포착된다. 양아치가 병사들이 적은 골목길로 일행을 이끌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어디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 같습니다.”
“내가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니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다.”
“……예?”
양아치가 달리다 말고 입을 벌렸다. 가지런히 자라난 치열이 그의 머릿속처럼 새하얗게 빛난다. 뮤온 보트라가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일단 가지. 시간이 얼마 없어.”
파악!
뮤온 보트라가 양아치의 어깨를 집고 발을 박찼다. 골목길을 빽빽하게 채우는 고층건물 벽을 마치 평지처럼 밟아서 위로 올라간다.
뮤온 보트라는 올라가는 와중, 창문이 열린 어느 주인 없는 방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우리끼리 가마. 너는 적당한 곳에 숨어라.”
“우와악!?”
양아치의 대답은 듣지 않는다. 뮤온 보트라의 감각으로 숨을 곳이 많고 인적이 없는 건물에 양아치를 던져놓고는 옥상에 착지.
착! 차악!
뒤따라오던 다두와 일행도 그를 따라 옥상에 도착한다. 뮤온 보트라는 일행이 온 것을 확인하자마자 말도 없이 양아치가 가리킨 높은 건물을 향해 뛰었다.
상공 수십 미터 위, 옥상을 넘는 위험천만한 곡예 질주를 하는 일곱 명! 일직선으로 길을 뚫어 목표 건물로 향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5분. 그 사이에 병사들에게 발각 될 확률이 지대하게 높다.
“위다! 쏴! 일단 쏴!”
“통신 보내! 전부 지원 바람!”
탕! 타당! 파박!
아니, 벌써 들켰다. 수십 명의 병사가 개조 마법총을 옥상을 향해 겨누고, 민간인 오인 사격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곧장 쏜다.
옥상 난간과 옥상과 가까운 층의 외벽이 바스러지고, 곳곳에서 돌이 떨어진다. 다두는 일행의 중간에 서서 젤 포이만 등에게 날아드는 섬광탄을 분해하고, 흘렸다.
“맞서 싸울 시간 없어! 막으면서 뛰어!”
뮤온 보트라가 외치며 앞장섰다.
타다당!
일행은 땅에서 지상을 향해 쏘아지는 수십 발의 마법총, 물질 탄환을 베고, 흘리며 목표로 한 건물을 향해 달려왔다.
그렇게 절반 쯤 달렸을까? 옥시아를 안은 르데앙이 옥상 난간에 발을 딛고 점프를 하려다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어엇?!”
르데앙이 실수를 한 게 아니다. 단단한 돌로 이루어진 옥상 난간이, 난데없이 밑으로 쓰러진 것!
촤라락!
아니, 쓰러진 게 아니다. 가로로 누웠다. 하나가 아닌, 그 주변의 건물 수백 채가 모두! 가슴 높이보다 높은 난간이 일시에 가로로 눕는 광경은 실로 장관이었다.
“합!”
르데앙이 공중을 박차 다음 옥상에 도착한다. 그녀가 놀라 걱정하는 일행에게 손짓하고, 일행은 혼란을 수습하고 얼른 달렸다.
옥상 난간이 가로로 누운 덕분에 옥상 간격이 줄어서 뛰는 게 더 쉬워졌다. 알테어가 왜 이런 비효율적인 짓을 해서 도주를 도와주나… 하고 르데앙의 머릿속에 의문이 들 때, 그녀의 귓가로 낯익은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붕! 부웅!
엔진 소리와 함께 옥상으로 올라온 지상차. 지난 세계전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무인 이동장치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이세계 버전 자동차!
지상차 수십 대가 위풍당당하게 옥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닛과 천장, 앞유리도 없는 남자다운 자태를 자랑하는 지상차가 가로로 누운 난간을 타고 위험천만하게 달린다.
부부붕!
달리는 지상차가 적군을 짓이기려는 기사단처럼 일행에게 돌진한다. 지상차 한 대의 탑승자는 운전자 한 명, 마법총 사수는 최소 세 명 이상!
총합 백 명이 넘는 지상차 탑승 사수가 옥상을 건너뛰는 다두 일행에게 마법총을 겨누었다. 어찌나 훈련을 독하게 받았는지 옥상 레이스를 펼치느라 우악스럽게 흔들리는 지상차에 탔는데도 총구는 목표를 놓치지 않는다.
“목표 접근!”
“명령 불필요! 준비된 사수부터 일제 사격!”
거리가 가까워지자 인정사정 보지 않고 전 사수 사격!
파방!
또 다른 개량 마법총에서 쏘아진 건 제압탄. 고무공 비슷한 검은 덩어리가 화살보다 빠르고, 총알보다 느린 속도로 날아든다.
찰팍!
쏘아진 덩어리는 유기, 무기물을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서 부피를 몇 배나 불린다. 고무처럼 질기고, 초강력 접착제만큼이나 끈덕진 물질이 피탄 부위를 뒤덮었다.
이 또한 과거 빛의 수호자가 자주 쓰던 무기를 대(對) 몬스터 및 고수 진압용으로 개량한 것. 피부 접촉으로 흡수되는 치사량의 마비독과 마나 흡수제를 추가한 것은 덤!
“이것도 드러내는군. 알테어 상황도 많이 급하다는 뜻이다.”
뮤온 보트라가 덤덤하게 감상을 내뱉으며 허리춤에 걸린 얇은 세검을 꺼냈다. 그가 악단을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세검을 현란하게 휘두르자 허공에 백색 오러의 거미줄이 쳐졌다.
스걱! 제압탄이 대단해도 오러에는 얄짤없다. 끈덕진 고무가 백색 오러에 일거에 잘리고, 오러 파동에 분해되어 접착력 등의, 마법으로 추가된 힘을 잃는다.
“무기로 상대할 생각은 하지 마라. 무조건 오러로 잘라라.”
“저도 검 줘요!”
다두가 왼팔을 휘저으며 우는소리를 했다. 뮤온 보트라는 지상에 쓰러진 병사들의 품에서 군용 대검을 오러 염동으로 끌어와 다두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말고 쓸만한 거 달라는 의미로 말한 건데.”
다두가 불만족스럽다는 듯이 군용 대검을 쥐었다. 그의 기세가 일변하고, 그에게 날아드는 제압탄을 베었다.
단조로운 검세에 제압탄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의 검로에 걸려들어 베이고, 오러에 힘을 잃어 지상으로 뚝뚝! 떨어졌다.
“…….”
그렇게 검은 마법탄의 물결을 베고 있자니, 저 멀리서 저격병이 긴 총신을 자랑하는 마법총을 들고 다두를 향해 겨눈다. 그가 다두의 머리를 겨누곤 마법총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수왁-!
그 어떤 마법탄과도 질적으로 다른 속도를 자랑하는 탄환이 저격병의 마법총에서 발사된다. 다두가 급히 군용 대검을 들어 머리를 노리는 탄환을 막았다.
따앙!
탄환이 박살이 나고, 군용 대검이 웅! 웅! 떨린다. 다두는 저격에 실패하자 망설이지 않고 옥상을 내려가 도주하는 저격병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물었다.
“이건 또 뭡니까?”
뮤온 보트라가 답했다.
“고속탄이다. 우리와 같은, 익스퍼트 상급 이상의 절대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속도와 일점집중력을 극한까지 높인 물질 탄환의 일종이지.”
타아앙-!
또 다른 곳에서 저격병이 트라칸을 노리고 고속탄 발사! 트라칸이 고수의 기세로 저격 시 일어난 미세한 살기를 느끼곤 즉각 오러 커튼을 쳤다.
그러나 음속의 몇 배속으로 쏘아지는, 강화와 관통 그리고 몇 개의 마법이 걸린 고속탄은 오러 커튼마저 뚫는 기염을 발휘했다. 오러 커튼에 박살이 난 고속탄 조각이 트라칸의 이마를 때렸다.
“제기랄! 이래서 요새 세상이 싫어!”
트라칸이 피가 주르륵 흐르는 이마를 닦으며 역정을 냈다. 저격병을 노려보지만, 그도 이미 도망친 지 오래!
도망치고 없는 저격병에게 감정 낭비를 하면 지상차에 탄 백 명의 사수가 쏘는 백 발의 제압탄에 당한다.
“…끙! 나중에 보자!”
이럴 시간이 벗다. 트라칸이 화를 참으며 다두, 뮤온 보트라와 함께 삼각 대형을 이루어 일행을 지키며 목표 건물로 향했다.
부웅!
충차 돌격을 하듯이 돌진하는 지상차를 밟고 뛴다. 옥상에 착지, 그대로 구르면서 그를 밟으려 하는 지상차의 엔진과 바퀴를 벤다.
벌떡 일어서서 일행에게 다가가 제압탄 방어. 제압탄의 포화 속에 고속탄이 쏘아지면 다두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고속탄을 막는다.
“어딜!”
“어디긴 어디야! 이 테러범 새끼야!”
고속탄을 막자마자 우람한 지상차의 습격!
“너, 이 개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
꽝!
트라칸이 지상차의, 자동차로 따지면 밑 범퍼 부분을 발로 찼다. 1톤이 넘는 지상차가 위로 붕! 뜨고, 그 사이를 녹색 오러가 번뜩여서 지상차를 반으로 쩍 가른다.
갈라진 지상차에서 우당탕! 구르는 병사들! 다두가 그들이 깔려 죽지 않게 주술로 보호한다. 그럼과 동시에 지상차를 뚫고 날아드는 마법탄을 분해하여 가까이 있는 지상차의 엔진으로 날린다.
슈왁!
마법탄에 신경을 쓰니 멀리서 또 제압탄이 쏘아진다. 제압탄을 베기 위해 오러의 절삭력을 높이면, 물리력을 극대화 한 물질 탄환이 날아든다.
물질 탄환을 흘리면 마법탄이, 마법탄을 분해하려고 마법을 쓸 준비를 하면 기가 막히게 그 순간을 노리고 고속탄이…….
파바방! 퍼벙! 투웅!
옥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마법총과 그를 막는 구세대의 무인들. 신(新)과 구(舊)의 대결은, 불살을 주장하는 만큼 구세대 무인이 전반적으로 불리하게 흘러갔다.
쉘리 반데스가 상황을 지켜보다가 물었다.
“나도 한 손 거들어줄까?”
탕! 뮤온 보트라가 고속탄을 막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영지 내 광범위 마법진이 발동한다. 너와 광범위 마법진이 힘 싸움을 하면 도주는 둘째 치고 기력 소모가 너무 많아져서 안 돼. 나중을 위해 힘을 아껴라.”
“에잉.”
냉정한 거절에 쉘리 반데스가 혀를 찼다. 다두에게 배운 마법의 실전 운용을 못 해서 아쉬운 것이다.
다두가 마법총 세례를 막다가 질린다는 듯이 쉘리 반데스를 흘겨보았다.
‘진저리나는 노인네…….’
광범위 마법진과 힘 싸움을 펼치면 도시에 어마어마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걸 알면서도 저런 반응이다.
“그러니 쉘리, 너는 마지막까지 기다려라. 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지만 이대로 가면 위험하군.”
설마 서로의 신무기마저 공유할 준 몰랐다. 며, 뮤온 보트라가 초조한 듯이 말했다. 다두는 그가 드물게 감정 표현을 하자 신기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위급해 보이지만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전력을 드러내면 상황을 일변할 수 있다. 즉, 뮤온 보트라가 초조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두는 뮤온 보트라가 드러내는 초조함이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너무 바쁘게 움직이는 거 아닙니까? 굳이 이렇게 대놓고 싸울 필요도 없고요. 일단 숨어서 천천히 건물로 다가가죠?”
지당한 의문에 일행이 다들 뮤온 보트라를 바라본다. 뮤온 보트라는 검망(劍鋩)을 펼쳐 약간의 대화 시간을 번 뒤에,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우리를 제외한, 전 세계의 고수가 모일 시간이 어긋난다.”
“뭐라고요?”
다두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 세계의 뭐? 전 세계의 고수가 모인다고? 언제? 아니, 어디로? 그리고 갑자기 전 세계 고수가 왜 나와?
그를 포함한 전 일행의 얼굴에 황당함이 감돌자 뮤온 보트라가 빠르게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신원이 파악된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가 악신의 묫자리로 모이게 소문을 조심스럽게 흘렸다. 그러니 그들이 악신의 묫자리를 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곳에 도착해야 해.”
“……예?”
다두는 뮤온 보트라의 짤막하고 불친절한 설명을 해석하려고 애썼다.
‘그러니까…….’
이종족 연합지역과 알테어를 포함한 전 세계 절대 고수의 신원을 파악하고, 그들의 이동을 하나하나 계산하여 정확한 시간에 있어야 할 곳에 배치한다.
그게 정말 사람이 가능한 기예인가? 다두는 마법총 수백 발이 쏘아지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기가 차서 뮤온 보트라에게 물었다.
“그건… 그게 말이 됩니까?”
“왜지? 말이 인간을 다루는 거지 본질은 간단한 사칙연산이다. 누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데 며칠, 또 누가 어디에서 가는데 몇 시간. 이것들을 하나하나 더하고 빼면 누구나 쉽게 답을 내릴 수 있지.”
“아닙니다만…….”
“흠… 그런가?”
뮤온 보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난 척이 아니라 진심으로 다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와… 이게 이런 기분이었구나.’
다두는 그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았다.
과거의 그가 수많은 제자들에게 검술을 가르쳐 줄 때 ‘왜 이 쉬운 걸 못해? 그냥 탁! 해서 턱! 하면 되잖아!’라고 답답하다는 듯이 일갈하면 듣는 사람들은 그게 말이 되느냐는 듯이 울상을 지었지.
아마 그때 학생들이 션, 웨일, 쟈기 등을 바라보는 게 지금의 다두가 뮤온 보트라를 바라보는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습 부진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던 전형적인 나쁜 선생, 다두. 그는 션 등의 강의를 듣고 좌절하던 학생들의 심정을 뮤온 보트라를 보며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다두가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가 잘린 오른팔을 파닥파닥 흔들며 뮤온 보트라에게 악다구니를 썼다.
“아니, 그 이전에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악신의 묫자리로 모이게 한다니! 지금 거기서 우리가 대놓고 사고 칠 거라고 광고해요?!”
실로 적절한 분노표출이었지만, 분노의 대상인 뮤온 보트라는 일말의 거리낌도 없이 말을 받았다.
“광고라… 정확하진 않은 표현이지만, 적절한 묘사라고 할 수 있군. 다두, 네 말대로 전 세계에 악신의 묫자리에 중대한 일이 일어난다고 광고를 했다.”
“………진짜?”
“진짜다.”
미쳤나. 이 사람이. 다두는 마법총이 날아드는 상황이란 걸 알면서도 기가 막혀서 그 자리에서 멍하니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