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72
472화
* * *
뮤온 보트라는 이마를 짚으며 땅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땅을 응시하던 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까까지 뮤온 보트라를 인도했던 수상한 꽃잎. 선명한 존재감을 자랑하던 그것이 다두에게 도착하자마자 할 일을 다했다는 듯이 모습을 감췄다.
어둠과 우주인, 그리고 꽃잎이라.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하면서 뮤온 보트라가 입을 열었다.
“다두. 내가 이상한 말을 한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 이 장소, 이 시간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자체가 이상함 투성입니다. 혼자서 끙끙대지 마시고 속 시원하게 다 털어놓으시죠.”
하긴 그렇지. 뮤온 보트라는 묘하게 납득하며 그를 안내해준 꽃잎에 대해 물었다.
“혹시 꽃잎을 본 적 있나? 이만한 크기의… 연보라색 꽃잎이었다.”
“…….”
꽃잎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다두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가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작고 얇은 나뭇가지를 꺼냈다.
조금도 시들지 않은 신비로운 꽃 한 송이가 나뭇가지에 달려있다. 꽃에는 네 장의 연보라색 꽃잎이 있었는데, 다두가 가지를 슬쩍 흔들자 어둠속 어딘가에서 꽃잎이 날아와 꽃대에 붙었다.
“이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게 왜 네 품 안에 있는 거지?”
“저도 모릅니다. 이 영문 모를 공간에 들어오니 주머니 안에 있더군요.”
그러며 다두는 멋대로 떨어진 꽃잎의 인도를 따라와 저 우주인, 지구인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제 할 일을 다 한 꽃잎은 지금처럼 꽃대에 붙었고. 가끔 한 장씩 떨어져 어둠속으로 날아갔다고 한다. 그걸 따라갔더니 쉘리 반데스나 젤 포이만처럼 기절하거나 기절해가는 일행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마지막에는 꽃잎 두 장이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다두는 한쪽 꽃잎을 따라가서 기절한 옥시아를 발견했다.
옥시아를 끌고 오는 와중에 꽃잎을 따라온 뮤온 보트라를 만나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고, 설명을 마쳤다.
“어둠속에서 나타난 꽃 한 송이……. 그야말로 기사(奇事)로군.”
웬만한 국가보다 오래산 뮤온 보트라도 처음 듣고, 경험해보는 일이다.
“조사해보시겠습니까? 저도 나름 꼼꼼히 살폈는데, 이놈이 어떻게 붙고 떨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뮤온 보트라는 다두가 건넨 나뭇가지를 받았다. 과연 다두의 말대로 그의 온 능력을 발휘해 나뭇가지를 살펴도 어떠한 이상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저 평범한 나뭇가지와 그 위에 달린 자그마한 꽃 한 송이. 그러나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해서 소름이 돋는 그였다.
뮤온 보트라가 기괴한 얼굴로 꽃에 관한 관심을 접었다. 그가 이내 다두가 데리고 온 동료들에게 관심을 돌렸다.
기절한 르데앙과 옥시아, 쉘리 반데스. 그리고 가부좌를 틀고 명상하는 트라칸과 창백한 안색으로 얌전히 앉아있는 젤 포이만.
“젤 포이만. 당신은 괜찮나?”
“아, 말 걸지 마십시오. 젤 포이만하고 트라칸은 어둠 때문에 살짝 마음에 상처가 생긴 듯합니다. 그걸 다스리는 중이니, 진정할 때까지 가만히 내버려두는 게 좋을 겁니다.”
다두나 뮤온 보트라에 비해 두 사람의 수양이 낮아서 어둠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다. 르데앙과 옥시아는 말할 것도 없어서 발견할 때부터 기절한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쉘리 반데스의 기절은? 뮤온 보트라는 기절한 쉘리 반데스를 살피다가 흠칫! 놀랐다. 곱게 감겨있는 눈꺼풀을 위로 들자 드러난 안구에 어둠이 깃들어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어둠은?”
과거, 쟈기와 싸우다가 희생한 왼쪽 안구는 악신의 살로 대체하였기에 원래부터 까맣다. 하지만 정상이었던 오른쪽 안구마저 검게 변색되었다.
마치 이 공간의 어둠이 오른쪽 안구에 집중된 것처럼. 단 0.1%의 빛조차 반사하지 않는, 완벽하기 그지없는 어둠이 쉘리 반데스의 오른 안구를 가득 채웠다.
다두가 옥시아의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며 답했다.
“이 미친 노인네가 뭐가 그리 궁금하다고 어둠에 접촉한 모양입니다. 제가 발견했을 때에는 머리가 전부 어둡게 물들어 있더군요.”
쉘리 반데스의 마법적 탐구심은 다두도 기함할 정도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뭔지도 모르는 어둠에 경솔하게 접촉해서 죽을 위기에 몰리다니…….
경악한 다두가 그의 내면의 힘을 이끌어서 악신의 살로 어둠을 흡수한 덕분에 겨우 본래의 피부색을 되찾았다. 그러나 어둠이 몰린 오른쪽 안구만은 여전히 검게 물들어 있다고.
설명을 들은 뮤온 보트라가 눈썹을 꿈틀대었다. 그가 오랜 친구의 걱정과 앞뒤 가리지 않고 미친 짓을 한 동료에 대한 어이없음의 감정이 담긴 어조로 물었다.
“…죽는 건 아니겠지?”
“저도 모릅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 번쯤 죽어서 정신을 차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불안한 소리 하지 마라.”
그러며 다두에게 받은 나뭇가지를 기절한 쉘리 반데스의 가슴에 올려놓았다.
“음? 뭐 하시는 거죠?”
“내게 빛을 전해주고 생로(生路)를 알려준 꽃의 신비한 능력이 어리석은 쉘리 반데스에게도 좋은 효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거다.”
“그런다고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그에게 올려두어도 괜찮겠지?”
“왜 제게 물어보시는 겁니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네 품 안에서 나온 거니까.”
“꽃 정도야 뭐.”
두 사람은 쉘리 반데스의 가슴에 가지런히 놓인 나뭇가지와 꽃송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니, 꽃송이에 시선을 집중한 건 그 둘만이 아니다.
“…….”
다두에게 우주선 부품을 받고 열심히 작업하던 지구인, 서쪽이 다두를 빤히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쉘리 반데스의 가슴에 놓인 정체모를 꽃 한 송이를.
“그나저나 배가 고프군. 이런 공간에서 먹을 것은…….”
뮤온 보트라가 가벼운 주제로 말을 걸며 은근히 동공을 흔든다. 흰색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의 시선을 느끼고, 그들에게 들키지 않게 다두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안구의 떨림, 떨리는 세기와 시간, 동공의 수축으로 모스 부호처럼 암호화된 신호를 다두에게 보낸다. 그 암호는 이렇게 해석되었다.
– 질문. 저 생명체. 꽃, 바라보다. 무엇.
‘이건 빛의 수호자의 암호 중 하나잖아.’
이 사람은 왜 내가 당연히 이걸 알 거라는 전제로 암호를 보내는 걸까. 다두가 투덜거리며 마주 신호를 보냈다.
“저희가 굶어 죽을 정도로 오래 머물면 우리 세상도 끝일 텐데 굳이 먹을 것을?”
– 나는 모른다. 나, 꽃을 보여준 과거~현재. 관심, 드러내다.
“후… 하나같이 불안한 소리밖에 없군.”
– 질문. 저 생명체들. 침묵. 길다.
– 저 생명체들. 들키지 않는 대화. 나는 방법 모른다.
“…그래. 애초에 식량이 문제가 아니군.”
– 질문. 들키지 않는 대화. 질문. 마법.
– 마법, 아니다. 느낌, 다르다. 저 생명체들, 머리와 머리, 파장, 흐르다. 너는 감지, 가능하다.
“정 배고프시다면 저짝 우주인들한테 가서 부탁해 볼까요?”
– 질문. 저 생명체들. 침묵 대화, 목적.
– 모른다. 아마도, 탐지. 서로 관찰.
“저자들의 음식이 우리의 입맛에 맞을까?”
“뭔 걱정입니까. 어둠을 먹는 것보다는 낫겠죠.”
– 이해. 질문. 저 생명체들, 나, 소통, 가능.
– 저 생명체들. 지능. 최상. 나, 알려주다. 단어. 5, 100. 생명체. 기초 대화. 6, 10초. 문법. 나, 말하다. 바탕.
‘맙소사…….’
단어 500개를 알려준 지 1분도 되지 않아 기초적인 대화가 가능했다고? 문법은 다두가 말한 것을 바탕으로 그 자리에서 흡수해서? 뮤온 보트라는 우주인의 지능에 아연실색했다.
그것도 잠시. 뮤온 보트라가 한 가지 불안한 가능성을 깨닫고는 급히 다두에게 신호를 보냈다.
“…됐다. 식량문제는 나중으로 미루지.”
– 질문. 우리, 대화. 저 생명체들. 듣다.
다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죠. 최소한 지금 상황에서는.”
– 긍정. 저 생명체들. 우리, 대화, 분석.
‘징그러운 놈들이군.’
그들이 하는 대화마저 실시간으로 듣고 분석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뮤온 보트라가 육성으로 물었다.
“이 공간의 탈출 방법은 짐작 가는 게 있나?”
“그걸 알면 여기서 가만히 쉘리 반데스나 내려다보고 있겠습니까?”
“…….”
앞뒤 가리지 않고 일단 질렀다는 말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뮤온 보트라. 그에게 다두가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뒤로 손가락질했다.
“그러니까,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선 저희의 지식만이 아니라 차원함을 만든 저 우주인들의 협력이 필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능하면 적대하지 말아주십시오”
– 저 생명체들. 차원, 배, 기능, 공유하다. 필수.
“……흐음!”
뮤온 보트라가 팔짱을 낀 채 짧고 굵은 한숨을 내쉬었다. 시선은 아래로. 쉘리 반데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 그는 쉘리 반데스의 스태프 끄트머리에 달린 보석에 의식을 집중했다. 보석 표면에 반사된 광경으로 우주인을 관찰하는 것이다.
철컥! 철커덕!
뮤온 보트라가 그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우주선을 수리하는 지구인을 복잡한 눈으로 훔쳐보았다.
‘이걸로 싸우지 말자는 뜻은 대강 전달했고. 이제부터 어떻게 하냐…….’
훔쳐보는 뮤온 보트라와 수리를 진행하는 지구인. 다두는 두 관계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세계의 일을 해결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어둠 탈출에 지구인 협력까지 달성해야 한다.
“헤휴!”
다두가 뮤온 보트라와 마찬가지로, 쉘리 반데스를 내려다보는 척하며 보석에 반사된 지구인을 훔쳐보며 생각에 잠겼다.
* * *
잠시 시간이 지나고.
기이잉~!
우주선에서 거친 엔진음이 들린다.
다두가 수거했던 부품 중 가장 커다랬던 것. 부서진 모니터와 망가진 버튼들이 가득했던, 조종석으로 보이던 부품. 그것이 아무래도 우주선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듯싶었다.
“……!”
지구인이 텔레파시를 주고받으며 무언으로 환호하다가 쉘리 반데스를 주시하는 둘을 보고는 침묵을 지켰다. 그들이 조용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리를 계속했다.
덜컥! 피넛버터라는 이름의 뚱뚱한 우주인이 조종석 밑의 뚜껑을 열더니 소형 액체 저장 탱크를 꺼냈다. 그가 탱크를 들고 와 우주선의 망가진 부분에 뿌렸다.
치이익!
분사된 은색 물질이 찢어진 우주선 절단면에 닿더니만 변형을 일으켰다.
우그러진 금속이 펴지고, 파손된 전자부품이 복구된다. 심지어 조각난 우주선 부품을 원본에 대고 은색 물질을 뿌리자 두 물체가 깔끔하게 달라붙었다. 절단면의 흠집조차 보이지 않는 완벽한 복구!
‘와… 저건 또 뭐야?’
나름 미래 지구인으로 살았던 다두조차 듣도보도 못했던 신기술! 빛살처럼 발전하는 지구인의 기술력은 승천자로 살았던 그도 놀라게 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은색 물질의 총량은 그리 많지 않은지 사용처를 신중하게 정한다. 외피의 금속은 심하게 망가진 곳에만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물질변화 초능력으로 고친다.
칙! 전기가 튀는 회로에 살짝 뿌려서 회로 복구. 금색 선이 종횡하는 복잡한 부품에 칙! 하고 살짝 뿌려서 부품 수리 완료.
끼릭! 끼리릭!
그렇게 몇 개의 부품을 고치고, 수리를 진행한다. 다들 우주선과 관련된 지식도 사전에 숙지했는지 수리는 막힘없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십 분이 넘게 수리를 했을까? 짓밟힌 깡통 캔처럼 형편없이 구겨진 우주선이 이제는 제법 형태를 갖추었다. 어느 정도 우주선의 기능이 복구되었는지 열린 창문으로 전등이 깜빡거리며 불이 들어오는 게 스태프에 비쳤다.
– ……!
멀리 떨어진, 신경 보조 모듈이 없는 다두에게까지 전달될 정도로 강한 텔레파시가 지구인들에게서 흘러나왔다. 동력원이 복구된 게 그만큼이나 기쁜 모양이었다.
덜컥!
동력원이 복구되자마자 리만이라는 작은 키의 지구인이 우주선 외부 갑판을 열었다. 갑판이 열리자 드러난 것은 자판기와 컴퓨터 모니터를 적절하게 섞은 것 같은 물건이었다.
드르륵! 리만이 황급히 밑의 판을 열었다. 이제는 초능력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지 판을 통해 뮤온 보트라도 느낄 정도로 밀도 있는 초능력을 흘려 넣는다.
뮤온 보트라는 근육을 긴장시켰지만, 다두는 안심했다. 리만은 특정한 패턴을 지니는 초능력으로 키보드를 대신해 기계에 명령을 보내는 중이었다.
징! 지잉-! 지이잉!
명령어가 들어가자 기계가 빛을 내며 작동을 시작한다. 프린터기처럼, 빛을 분사하자 밑에서부터 차곡차곡 물질이 쌓이며 무엇인가가 만들어졌다.
다두는 3차원 빛 프린터기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물건을 보고는 턱을 긁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합성기군.’
합성기. 간단하게는 설탕부터 설정을 복잡하게 하면 인공 세포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 전생의 쉰둘은 합성기를 이용해 과자나 간식 따위를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합성기의 진짜 용도는 과자 생산 따위가 아니다.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든 설계도와 재료, 초능력이라는 에너지만 투입하면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지구 기술력의 정화였다.
징! 지잉!
어둡고, 고요한 공간 속에서 합성기가 작동하는 소리만이 들린다.
합성기 작동이 대강 끝났을까? 지구인 중 한 명이 동료와 의사소통하더니 일행에서 빠졌다. 그가 천천히, 다두와 뮤온 보트라가 들을 수 있게 발걸음 소리를 내가며 둘에게 다가왔다.
딱 정확하게, 뮤온 보트라의 가장 안쪽 영역 한 걸음 바깥에서 멈춘다.
“크흠!”
헛기침과 함께 인기척을 내는 지구인. 다두와 뮤온 보트라는 모르는 척하며 몸을 돌려 지구인에게 시선을 던졌다. 둘의 시선을 받은 지구인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헬멧을 벗었다.
촤르륵! 헬멧이 금속 비늘 접히는 소리를 내며 우주복으로 흡수된다. 드러난 얼굴은 갈색 계열의 피부, 각지고 깔끔한 골격에 구레나룻까지 턱수염이 이어지는 핸섬한 외모의 미남.
미남이라지만, 어차피 미래 지구인은 다들 미남미녀밖에 없었다. 다두가 지구인의 얼굴을 살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어… 스토크스?”
“예. 스토크스입니다. 안녕하세요. 뮤온 보트라. 그리고 다두.”
스토크스가 조금은 어색하지만, 그래도 르암인과 거의 비슷한 발음으로 둘을 불렀다. 뮤온 보트라가 경계심이 서린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오.”
스토크스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쓰러진 쉘리 반데스등을 가리켰다.
“사람은 휴식을 추천합니다.”
그러고는 합성기에서 나온 물체를 가리킨다. 가로 2미터, 높이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합성기. 그곳에서 뽀송뽀송한 재질의 매트리스와 이불이 몇 채가 만들어지는 광경이 보여졌다.
합성기에서 만들어지는 침대를 보고는 뮤온 보트라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합성기를 가리키며 더듬거렸다.
“저…건?”
“음……. 나, 만들었어요. 다두, 나에게 도움을 주었어요. 보답.”
“…….”
도움에 보답하는 우주인의 선의에 순수하게 감동할까. 아니면 가구에 수작을 부렸는지 의심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어둠 속에 갇힌 처지에 한가롭게 침대 따위나 만드는 우주인의 정신머리에 감탄할까.
뮤온 보트라가 어느 쪽에 감정선을 대야 할지 몰라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그 대신 다두가 먼저 움직였다.
기절한 쉘리 반데스를 들어 침대로 걸음을 옮긴다.
“스토크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일행이 쉴 자리가 생겼군요. 편히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겠습니다.”
“오, 침대. 이불. 일행을 쉬세요. 이곳. 어두워요. 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아야 합니다.”
스토크스가 손을 까닥였다. 초능력이 발동하며 완성된 이불과 매트리스를 다두의 앞에 가져온다.
뮤온 보트라가 마나의 흐름 없이 침대가 움직이는 희한한 현상에 경계했지만, 다두는 태평하게 그 앞에 놓인 침대에 쉘리 반데스를 눕혔다.
“다두!”
뮤온 보트라가 말리지만, 다두는 옥시아와 르데앙마저 나르며 충고했다.
“뮤온 보트라. 한 번 의심하면 끝이 없습니다. 지금은 일이 어떻게 되든 서로 접촉하고 최소한의 신뢰를 쌓은 뒤, 의견 교환을 해야 할 때에요.”
스토크스가 웃으며 기절한 옥시아를 가리켰다.
“그렇습니다. 신뢰. 나는 너와 신뢰 하나는 확실하기를 바랍니다.”
“…….”
말하는 짧은 사이에 스토크스의 어투가 고쳐진다.
뮤온 보트라는 고민하다가 명상하는 트라칸에게 다가가 그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었다.
“선배…….”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나는 네 선배가 아니다.”
“끙……! 아니, 선배는 어떻게 저 공간에 있었는데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거야.”
“수련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제기랄! 소드 마스터한테 수련이 부족하다고 하는 양반은 당신밖에 없을 거유.”
트라칸이 투덜거리며 뮤온 보트라의 부축을 받고 일어섰다. 다두는 젤 포이만을 안아서 합성기에 만들어진 소파에 앉혔다.
그렇게 지구인과 르암인은 조심스럽게 서로에 대해 탐색을 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