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healer's hidden ending strategy RAW novel - Chapter 3
02화. 물 위로 비치는 쌍월 (2)
잠에서 깼다.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은데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 그다지 인상적인 꿈은 아니었나 보다.
눈을 찌르는 천장의 불빛에 눈을 게슴츠레 떴다.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온몸이 무겁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목도 바짝 말라서 컥컥 마른기침을 했다.
그러자 입가에 누군가 페트병을 들이밀었다. 반사적으로 물을 삼키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깜빡여 제대로 떴다.
“어…. 박호승? 이세환?”
익숙한, 아니 그리운 두 사람이 잔뜩 일그러진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왜 이 둘이 내 집에 있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상체를 일으키려고 시도했다가 강제로 눕혀졌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지금 너 링거 꽂아놨어…. 그렇게 막 움직이면 안 돼, 요한아.”
두 사람의 말에 이성이 재부팅됐다.
어쩐지 집이라고 하기에는 형광등 색도 다르고 침대도 더 딱딱하다 했다.
아무래도 잠에서 깬 게 아니라 새로운 꿈을 꾸나 보다.
내가 열감기로 학교에서 쓰러졌을 때도 저런 얼굴로 걱정하더니.
꿈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을 하는 것을 보니 애들이 은연중에 많이 그리웠나 보다.
“미안. 아침엔 괜찮았었어.”
가라앉아서 걸걸한 목소리로 한 성의 없는 내 사과에 발화점 낮은 박호승의 뚜껑이 열렸다.
“자기 몸이 어떤지도 모르는 멍청이였냐, 너?”
“아니, 괜찮았다니까?”
“어이고, 퍽이나 괜찮으셔서 기절해서 응급실로 실려 왔다가 병실 입원까지 하십니까? 웃기고 자빠졌네. 너 우리가 아니었으면 이 겨울에 길바닥에서 얼어 죽었어, 미친놈아.”
“호승아, 요한이 환자야. 그런 말은 나중에 하자.”
우다닥 떨어지는 박호승의 거친 말 뒤로 이세환의 조곤조곤한 말이 따라붙었다.
험한 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나중에 하라고 하는 것이 딱 내 친구다운 말솜씨다.
예전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이런 걸 근묵자흑이라고 하는 건가.
그나저나 겨울에 길바닥이라니. 학교에서 쓰러진 적은 있지만, 그 외엔 멀쩡히 잘 살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꿈이라서 이것저것 형편 좋게 바뀐 상황이려나.
“오늘이 아이온 검사하는 날이 아니었으면 우리도 너 늦게 발견했을지도 몰라. 검사 시간이 다 됐는데도 네가 안 와서 우리가 연락한 거고, 하도 안 받아서 네 집까지 찾아간 거였거든. 그러니까 조심 좀 하고 살아, 요한아.”
“어, 으응.”
지금 좀 이상한 단어가 스친 것 같다. 떨떠름하게 고개를 까딱이자 그게 또 거슬렸는지 박호승이 말을 쏟아냈다.
“대답이 시원찮다? 네 집이 대로변이었으면 다른 사람이 구급차 불렀겠지만, 구석진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서 우리가 발견했을 때 이마는 펄펄 끓는데 손은 엄청 차가웠었다고.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알아?”
“아, 미안하다니까. 앞으로 조심할게. 그런데 아이온 검사?”
은근슬쩍 스친 단어를 입에 담자 이세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학교는 오늘이 지정일이잖아. 놓치면 다른 날에 못 받는 거 아닌가 걱정돼서 협회 담당자분께 여쭤봤어. 고등학생은 오늘부터 12일까지니까 너 퇴원하고 바로 받으러 가면 된대. 대신 본래 받는 시간보다 앞에 오거나 뒤에 가야 해.”
“덕분에 우리도 검사 미뤘다. 감사히 여겨.”
“담당자분께서 친절하셔서 다행이야. 네가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고, 간병해야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같이 미뤄주셨어.”
이세환의 친절한 설명과 그 뒤로 이어진 시답잖은 대화가 아주 느리게 입력됐다.
그러니까 그 ‘아이온’라는 말을 왜 자연스럽게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지 묻는 거였는데, 아예 지정일이니 담당자이니 하는 걸 보니 무언가 굉장히 기시감이 느껴졌다.
여기서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거나 아이온에 대해 캐물었다가는 너무 열이 올라서 기억이 날아갔냐며 의사를 부를 것 같아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구태여 꿈에서까지 저 둘과 갈등을 빚을 생각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아무튼,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단순하게 몸살이라고 하시긴 했지만, 5시간이나 눈을 못 떠서 걱정했어.”
“정확히는 응급실에서 병실까지 5시간이니까 쓰러진 시간까지 더하면 그보다 더하지. 한 6시간은 될 듯?”
“잠깐, 5시간? 그럼 지금 몇 신데? 아니 그 전에 몸살이라면서 왜 입원까지 시켜?”
두 사람의 말에 황급하게 묻자 이세환이 어설프게 웃었다.
“5시 조금 넘었어. 곧 있으면 저녁 시간이야. 그리고 입원은 내가 시킨 게 아니라 호승이가 한 거라….”
“내가 했다기보다는 어머니 솜씨. 너 쓰러졌다는 소식 들으시자마자 병실 빼주셨다. 어머니 아들은 나인데 어째 널 더 아끼시는 것 같단 말이지. 이러다 너 입양하겠단 소리도 나올 기세야, 요즘은.”
뭘 어떻게 했기에 우리 집 최고 권력자인 여사님 마음을 홀랑 빼먹었냐며 박호승이 촐랑거렸다.
하지만 실제로 박호승이 버스 사고로 죽고 난 뒤, 내가 입양된 전적이 있기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어떤 게 좋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보다 확실한 효과를 위해 잠시간의 내 수치심을 미끼로 삼기로 했다.
이놈들은 어머님께서 나를 병실에 밀어 넣겠다고 했을 때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터이니 괜히 민망한 척 투덜댔다.
실제로도 살짝 겸연쩍긴 했다.
“그냥 아들 친구니까 잘 봐준 거겠지. 그리고 고작 몸살로 입원시킨다고 하면 너희가 좀 말렸어야 하는 거 아니냐.”
“오호라, 고작 몸살로 기절한 사람이 말이 많군요.”
박호승이 눈썹을 추켜세웠다가 씩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항상 무얼 해도 큰 행동과 어조를 사용하는 그답게 꽤 극적인 모양새다.
“우리가 만약 말렸으면 섭섭했을 텐데~?”
“아니거든.”
“그런 거치고는 귀가 빨간데, 김요한 씨.”
“이건 열이 나니까 그런 거거든.”
내 말이 뭐가 재밌었는지 키득키득 웃은 이세환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그 손에 들려 있는 체온계에 머리칼이 쭈뼛 섰다.
“그렇지만 요한이 열 이제 떨어졌는걸. 깨어나기 전에 내가 살짝 재봐서 알지.”
“이야, 천하의 김요한이 이런 거로 쑥스럽다 이거지?”
“그래도 환자니까 너무 놀리지는 말고.”
신이 난 두 사람의 이죽거림에 한 마디라도 끼웠다가는 더 휘말리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꺼져가는 목소리로 중얼댔다.
“이세환…. 말리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같이 놀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깔깔 웃는 두 사람을 보며 한숨을 꾹 참았다.
여기가 1인실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6인실이었다면 장담하건대 다른 침상에서 항의가 들어왔을 거다.
기다렸다는 듯이 실컷 웃은 두 사람은 이내 한쪽에 뒀던 가방을 각자 둘러매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
눈을 뜨자마자 봤던 울상인 얼굴보다는 역시 웃어서 상기된 얼굴이 더 보기 좋았다.
“우리는 그만 가볼게. 병원 밥이 딱히 맛있진 않겠지만, 맛있게 먹어. 남기지 말고.”
“내가 애도 아니고.”
“툭하면 식사도 거르고, 입도 짧은 녀석이 할 말이냐, 그게? 아무튼 제대로 먹어둬. 오늘 더 열이 오르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퇴원 수속 밟을 거고, 바로 검사받으러 갈 거니까.”
“알았으니까 잔소리 그만.”
어떻게 된 게 그렇게 할 말이 많으냐는 내 말에 박호승과 이세환의 표정이 이상하게 구겨졌다가 펴졌다.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참겠다는 모양새라 눈치껏 입을 다물자 이세환이 방긋 웃었다.
“그럼 몸조리 잘하고 내일 보자, 요한아.”
“혹시라도 상태 안 좋아지면 너스콜 꼭 누르고. 아, 그리고 네 휴대폰은 거기 서랍에 넣어놨어. 연락하면 꼭 받아라.”
“그래그래, 다 알아들었으니까 어서 집에나 가. 너희 가족분들 기다리시겠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까지, 한 걸음에 한 번씩 나를 쳐다보는 두 사람에게 손을 휘휘 흔들어줬다.
“잘 가라.”
“내일 봐!”
“좋은 밤 보내, 요한아.”
마주 손을 흔드는 두 사람을 배웅하고 나니 순식간에 병실이 조용해졌다.
저들과 함께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홀로 조용히 보내왔는데도 금방 어색함이 몰려들었다.
어쩌면 꿈속에서 어려졌다는 핑계로 투정을 부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후우, 소리 나게 숨을 한 번 불고는 침대에 파묻혀 이불을 끌어 올렸다.
꿈이라 내 상상력의 한계인지 중학생 때의 얼굴에서 거의 변한 게 없었지만, 그 녀석들의 고등학생 모습도 보고 웃으며 인사까지 해서 그런지 뭔가 후련했다.
이대로 다시 자다가 일어나면 다운로드가 완료된 컴퓨터 모니터가 나를 반겨줄 것이다.
그러면 원래의 계획대로 히든 엔딩을 무사히 보고, 다음날 출근을 하면 완벽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어휴, 꿈을 꿔도 병원 꿈이라니. 팔자 한번 기구하기도 하지.’
괜히 투덜거려보면서 잠을 청했다. 암전이었다.
* * *
자고 일어나면 멀쩡히 꿈에서 깨어날 거라고 했던 사람 누군가.
나였나? 당장이라도 그 말을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별안간 새벽에 으슬으슬 몸이 떨려서 일어났는데 열이 펄펄 끓고 있던 거였다.
시계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기에 한참을 고심하다가 점점 더 추운 느낌에 너스콜을 눌렀다.
그러자 곧장 간호사분이 오셔서 내게 해열제를 투약하고, 링거도 갈아주셨다.
그대로 한숨 자고 일어나면 또 괜찮아지겠거니 했는데, 해가 덩그러니 뜬 7시에도 아직 열이 남았는지 온몸이 무겁다.
물론 새벽처럼 고열은 아니고 몸살 기운이 좀 남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 정도로 통증이 생생하면, 꿈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거 아닐까.
멍하게 병실 시계를 쳐다보다가 서랍에 있다던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큼지막한 시계 아래로 보이는 날짜는 2020년 1월 11일이었다.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 진짜 미친 거 아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날짜는 분명 2020년 3월 11일이었다. 게임에 집중하겠답시고 휴가까지 낸 날짜였으니 잊을 리가 없다.
시간이 두 달이나 거꾸로 돌아간 셈이다.
‘어제 걔들이 날 멀쩡하게 친구로 취급했잖아. 설마 몸뚱이도 바뀌었나?’
거울을 좀 보고 싶은데 주변에 마땅히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왼쪽 소매를 걷어 올려 흉터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했다.
‘없어.’
열여섯 겨울에 생겼던 수술 자국이 없다. 그리고 친구들은 우리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17살? 내가 열일곱이었던 해는 2001년이었는데?’
무언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 열 때문에 지끈거리던 머리가 이제는 다른 일로 쑤신다.
‘이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돼?’
특별히 무언가 한 것도 아니고, 간절하게 기도를 해본 것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흔한 회귀물의 원인 중 하나인 죽을 고비를 겪은 것조차 아니었다.
난 정말 아주 평범하게 게임을 하다가 잠들었을 뿐이라고.
‘유일하게 걸리는 점이 있다면 다운로드 중이던 게임인데.’
콧잔등에 맺힌 땀을 닦아내면서 의식적으로 숨을 고르게 쉬었다.
내쉴 때마다 열기가 느껴져서 그런지 목이 건조해서 까끌까끌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미지근한 생수 반병을 한 번에 비운 후, 나름대로 차분해진 상태로 본래 내가 쓰던 기종과 같은 휴대폰 잠금 화면을 풀었다.
회춘, 아니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꿈이라고 해두고, 여기가 내가 살던 세상이 맞는지 검증부터 해야겠다.
‘일단은 거슬리던 것부터 확인해보자.’
인터넷을 열고 재빠르게 ‘아이온’부터 검색했다.
어제 이세환이 너무 자연스럽게 입에 올렸을 때부터 손톱 옆의 거스러미처럼 신경을 쿡쿡 찔렀던 단어였다.
정보량이 많아서 그런지 버퍼링이 좀 걸렸다.
빙글빙글 두 번이나 돌고 나서야 주르륵 뜨는 결과물 중에서 가장 위에 자리 잡은 어학 사전부터 확인했다.
아이온 Aion [명사] 두 번째 달이 뜬 이래로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신에너지.
게임 설정집에서 보던 문장이 그대로 사전에 있는 걸 보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이번에는 뉴스 페이지를 확인했다.
[단독] 협회 독단으로 바뀐 新 아이온 검사법, 정말 괜찮은가.“바뀐 방식이 불편하다”라는 민원 속출… 협회 “변동사항 없어”
2020년을 맞이하여 다시 알아보는 아이온 검사 방법
늘어나는 균열, 부족한 감응자… 전투 나이 제한 이대로 유지해도 될 것인가.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빼곡하게 채워지는 수많은 기사가 어색했다.
이런 건 일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이온, 감응자, 균열 같은 게임에서나 쓰던 단어를 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휙휙 넘기던 화면을 다시 위로 되돌렸다.
조회 수가 가장 높은 기사를 눌러서 한 자 한 자 공들여 읽었다.
어조가 공격적이라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새로운 아이온 검사법에 관한 내용은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너무 꼼꼼해서 내 빈약한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꿀 수 없는 꿈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막막해진 마음으로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며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꿈이라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건만.’
차가운 손이 닿으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이건 회귀나 회춘이라기보다는 그거네. 이 세계의 17살인 김요한의 몸에 37살 김요한이 들어온…. 빙의.’
양옆으로 고개를 꺾어가며 뭉친 근육을 풀고, 휴대폰에 집중했다.
수많은 기사 중에서 노출 수가 비교적 높은 것들을 골라서 빠르게 훑었다.
편파적인 정보만 습득하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확인해봤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내건 기사는 협회에 시비조인 것이 많았고, 안타깝게도 기사 대부분이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물론 드문드문 협회 친화적인 기사들도 있었지만, 영 힘을 못 쓰는 것처럼 보였다.
‘연도를 보고 짐작은 했는데….’
인터넷을 닫고 나온 배경 화면에 크게 박힌 2020이라는 숫자를 문질렀다.
2020년, 그것도 1월은 원작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고, 그걸 기반으로 했던 게임에서 플레이어 캐릭터가 처음 균열을 맞닥뜨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기가 소설 기반인 세상인지, 게임 기반인 세상인지인데.’
소설과 게임에서 2020년 1월의 타임라인이 유독 매우 달랐다.
소설은 가장 초반부였기 때문에 큰 위기가 닥치기보다는 잔잔한 일상을 묘사하면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게임은 아니었다. 전투 요소가 있는 게임답게 시작부터 균열을 등장시키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이용한 전투 방법을 가르쳤다.
UI와 게임 컨트롤을 빠르게 익히도록 가벼운 균열과 강한 균열을 연달아 두 번이나 터트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유저들이 ‘초반 난이도가 미쳤다.’라고 할 정도였으며, 전반적으로 일정이 빡빡한 달이었다.
‘소설 기반이면 좋겠는데, 어째 게임 같단 말이지.’
이 사달이 난 가장 유력한 원인이 숨겨진 무대를 내려받는다던 게임이라서 그렇다.
내 기억력에 문제가 생겨서 그사이에 무슨 일이 또 있었다면 모르지만 그건 아닐 거다.
그러니 다운로드 눌러놓고 잠든 게 다니까 흔한 장르 소설 문법으로 봤을 때, 세계 자체가 통째로 다운로드 된 나머지 이 상황이 됐다는 게 신빙성이 있다.
‘왜 회춘까지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젊어져서 나쁜 건 없고….’
회춘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나.
휴대폰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양손을 쥐었다 펴봤다. 손바닥에 잔뜩 박혔던 굳은살도 없고, 진하게 남았던 흉터도 없다.
공부에 매진하던 학생답게 공부를 하느라 배긴 연필 자국 빼고는 깨끗한 손이다.
새삼스럽게 감회가 새로워서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데 드르륵 병실 문이 열렸다.
“뭐야, 벌써 일어나 있었네? 네가 어쩐 일로 이 시간에 자진해서 일어나 있냐.”
“아침부터 미안. 걱정돼서 왔는데 몸은 좀 어때?”
박호승과 이세환이 아침 댓바람부터 쳐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