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 healer's hidden ending strategy RAW novel - Chapter 37
36화. 거울 속의 꽃 (4)
고등학생의 위장을 자랑하며 신나게 먹고, 펜션 앞마당에서 부른 배를 꺼지게 하겠다며 한바탕 뛰어놀고, 거실 바닥에서 기절한 것처럼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9시였다.
알람을 전부 꺼버린 덕분에 푹 자고 일어나니까 아주 상쾌했다. 늘어지게 하품하고, 아직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는 두 사람을 피해 부엌으로 향했다.
‘어제 많이 먹어서 뭐 남은 게 있나 모르겠네.’
박호승이 쉴 새 없이 간식거리를 꺼내던 서랍장부터 열어봤다.
과자는 이미 보이지도 않았고, 후식용으로 먹는 빵도 흔적조차 없다. 남은 건 식빵 두 봉지와 각종 잼 몇 병 정도였다. 토스트로 만들기도 귀찮은데 그냥 발라먹을 생각으로 전부 꺼내서 식탁에 올려뒀다.
그다음으로 냉장고를 열었다. 냉동실에는 얼음과 통에 담긴 아이스크림만 있어서 닫았고, 냉장실에는 딸기 한 팩과 달걀, 우유를 비롯해 제법 많은 음식 재료가 있어서 잠깐 고민했다.
‘어제 먹은 양만 봐도 장난 아닌데, 고작 식빵만으로는 먹고 돌아서면 배고플 게 뻔하지.’
귀찮음과 배고픔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을 봐서 간단한 브런치를 만들기로 했다.
우유, 달걀, 치즈, 베이컨 따위를 꺼내서 조리대에 올려두고, 오래 열어뒀다고 삐삐 소리 나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요란스러운 경고에 애들이 일어났을까 싶어서 고개를 빼고 거실을 살피자, 뒤척임 한두 번 하고 다시 쿨쿨 자는 모양새만 보였다. 괜히 얄미워서 깨울까 하다가 포기했다.
‘어제 늦게 자기는 했으니까. 다 만들면 깨워야겠네.’
소매를 둘둘 걷어 올리고 간만에 요리를 시작했다.
제법 기름기가 많은 베이컨을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팬에 바짝 구워서 익혔다. 그릇 세 개를 찬장에서 꺼내서 똑같이 배분하고, 제법 통통한 소시지도 구워서 옮기고, 기름이 남은 팬에 버터를 녹였다. 배가 고파지는 냄새가 솔솔 났다.
입맛을 다시며 달걀을 풀어 스크램블드에그를 잔뜩 만들어 그릇에 나눠 담고, 팬을 한 번 헹군 후, 마지막으로 버터에 식빵을 구웠다. 내 취향대로 아주 바삭하게.
‘좋아. 실력 아직 안 죽었네.’
식빵도 똑같이 개수를 나눠 그릇에 담아서 식탁에 올리고, 개별포장된 치즈와 각종 잼을 중앙에 두자 꽤 그럴싸한 아침이 완성됐다.
요리라기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단순한 것들이었지만 뿌듯했다.
컵 세 개와 숟가락 세 개, 잼을 바를 나이프 세 개까지 늘어놓으니까 완벽한 아침상이 만들어졌다. 빠르게 조리대를 치우고 손을 씻은 다음, 애들을 깨웠다.
이름을 부르자마자 벌떡 일어난 이세환을 화장실로 보내고, 정신을 못 차리는 박호승을 질질 끌어다가 식탁에 앉혔다.
앉은 채로 꾸벅꾸벅 조는 박호승을 보며 혀를 쯧쯧 차고 있으려니까 세수하고 정신 차린 이세환이 후다닥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자서 다 한 거야…? 힘들었겠다…. 나 그냥 깨우지….”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깨우긴 뭘 깨우냐. 이 정도도 혼자 못하면 난 진즉에 굶어 죽었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먹기나 해.”
“으응….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 습니다아….”
귀신같이 먹는다는 소리에 반응해서 덩달아 인사하는 박호승이 웃겼다. 이세환이 작게 웃으며 우유를 마셨고, 난 식빵 위로 딸기잼을 듬뿍 올렸다.
만족스럽게 식빵 하나를 해치우는 사이, 병든 닭처럼 고개를 못 가누던 박호승이 드디어 포크를 쥐고 소시지를 쿡 찔렀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이 딱 봐도 뜨거운데,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박호승은 그걸 한입에 넣고는 떡하니 굳어버렸다.
“하…. 입천장 따가워….”
“그러게 누가 그걸 한입에 먹어.”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다고. 그래도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야. 어우, 따가워. 나 우유 더 마실래.”
아직도 뜨거운 기운이 남았다며 혓바닥을 날름 내민 박호승에게 이세환이 우유 한 컵을 새로 따라줬다.
시원하게 우유를 비운 박호승은 전투적으로 접시를 비우고는 맛있었다고 한참을 호들갑을 떨다가 후식으로 과일을 먹자며 냉장고에 그대로 뒀던 딸기를 꺼냈다.
깨끗이 씻어서 쟁반에 담은 박호승이 룰루랄라 정체 모를 노래를 흥얼대며 거실로 향했다. 사용한 식기가 거의 없기도 했지만, 늦게 먹기 시작한 주제에 제일 빨리 먹은 박호승이 자진해서 전부 설거지한 덕분에 나와 이세환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거실 소파에 앉았다.
“오, 달다 달아. 근데 지금 몇 시지? 11시에 기사님 오기로 했는데. 안 늦었지?”
제일 커다랗고 빨간 딸기를 한입에 넣은 박호승이 만족스럽게 웃다가 시간을 물었다. 자는 사이에 방전됐다며 까만 화면의 휴대폰을 흔드는 그에게 이세환이 친절하게 답했다.
“지금이…. 10시 좀 안 됐어.”
“그나저나 넌 언제 기사님께 연락했냐? 마지막에 먹고 떠들다가 잠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 어제 제일 먼저 곯아떨어진 거 기억은 해? 한창 먹다 말고 졸린다면서 양치하고 누웠잖아. 나랑 이세환은 그 뒤로 두 시간? 정도 더 깨어 있었거든. 그때 연락해놨지, 아버지한테.”
“놀다 보면 다 그런 거지. 아무튼, 시간 맞춰서 나오면 바로 병원까지 데려다주신댔어. 볼일 끝나면 집에도.”
딸기를 입안에서 뭉개며 박호승을 가느다란 눈으로 노려봤다.
오밤중에 다짜고짜 병원에 간다고 연락을 넣었는데도, 오히려 반기는 걸 보면 내가 도움을 준다는 걸 기정사실로 뒀단 소리지.
괜히 배알이 꼴려서 대놓고 콧소리를 내자 박호승이 낄낄 방정맞은 웃음을 터트렸다.
“뭐라고 안 할 테니까 그 애 얘기나 좀 해봐. 아니다, 일단 나갈 준비부터 해야겠네. 이대로 나갔다가 사진 찍히면 큰일 나지.”
“이얼~ 공인의 자세가 제대로 됐구만?”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시달리다 보니까 생기더라.”
연예인과는 다른 맥락으로 파파라치와 기자가 붙다 보니까 왜 협회의 감응자 선배들이 사사로운 일로 외출할 때, 무조건 협회 전용의 선팅 진한 자가용을 고집하는지 깨달았다. 그거 아니었으면 사생활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을 거다.
얘들도 알고 진행했는지는 몰라도 이 별장에 올 적에도 협회에서 내어준 차를 타서 다행이었다.
“갈아입을 옷은 없지? 좀 많이 구겨졌는데, 대충 털어서 물 묻히면 펴지려나?”
“어, 아냐,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옷 챙겨왔어…. 잠깐만 가방이….”
주위를 휙휙 둘러본 이세환이 후다닥 위층으로 올라가서 가방을 들고 내려왔다. 이렇게 자고 갈 걸 알았는지 미리 챙겨온 모양이다.
이세환이 건네주는 옷을 받아서 각자 화장실로 흩어졌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별장은 욕조가 딸린 욕실이 두 개나 있었다.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입었던 옷을 개켜서 나오자 이세환이 그걸 받아서 다시 가방에 챙겼다. 내가 들고 간다고 했는데, 지금 입은 옷 때문에 예비용이 사라졌으니 이걸로 채워야 한단다.
박호승이 그러면 새로 사겠다는 부르주아적인 발언을 했지만 싹 무시하고 휴대폰에 보조배터리를 연결하면서 물었다.
“아직 11시 안 됐으니까 얘기 좀 하자. 어제 그 애, 이름이 뭐냐? 사정만 듣고 이름도 못 들었네.”
“진아. 이진아야. 7살이고 또래보다 좀 작고 말랐어.”
키가 한 이쯤 된다며 박호승이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 눈짐작으로 봐도 확실히 작았다. 박호승은 미간을 좁히면서 천천히 말을 이었다.
“갈색 단발이고, 음, 아니다, 생긴 건 곧 볼 테니까 말 안 해도 괜찮겠고. 어제 얘기한 거에 좀 더해보자면, 본래 있던 병원에서 차도가 없고 오히려 여기서 아이온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니까 우리 병원 VIP 병실로 옮겼거든.”
박호승이 자신의 왼쪽 손등을 두드렸다.
“너도 도와주러 자주 와봤으니까 알겠지만, 아이온 폭주 사태를 대비한 병실은 거기뿐이야. 어차피 후원은 우리 집안이 하고 있으니까 병원비도 전부 부담하고 있기는 한데, 아무튼.”
“그럼 손등이 빛나기 시작한 건 얼마나 된 거야?”
“어디 보자, 오늘로 딱 열흘째야.”
“열흘이나 됐다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날짜를 계산하던 박호승이 내 말에 어깨를 흠칫 굳혔다. 덩달아 이세환도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어…. 일단은 손등을 제외한 부분은 전부 그대로였거든. 그래서 의료진이 우선은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고 하면서 협회 연락 넣기 전에 자체적으로 치료법을 찾았는데….”
“아이온 관련 자료면 대부분 협회에서 나온 거고, 그걸 찾아봤단 소리잖아. 그런데 우리 의료에 관련된 건 안 푸는데.”
“그렇다더라고. 아버지한테 우는소리 하는 걸 내가 옆에서 같이 들었거든. 아버지는 너한테 한번 말해보라는 그런 눈치긴 했어.”
상황 보고를 하면서도 나를 힐끔거린 박호승이 멋쩍게 웃었다. 그게 딱히 불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다가 창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기상하자마자 습관적으로 엷게 깔아둔 아이온이 반응하는 걸 보아하니 박호승네 차가 근처까지 온 것 같다.
“일단 나가자. 차 왔다.”
“응? 소리도 안 들리는데?”
“언제 내 말 들어서 나쁜 게 있었냐. 우리 나가면 딱 입구로 차 들어올 거야.”
의아해하면서도 착실하게 가방을 들고, 내팽개쳤던 휴대폰을 챙긴 이세환과 박호승을 이끌고 별장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새카맣게 선팅한 박호승 전용 차량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박호승이 감응자가 되면 이런 것도 아냐면서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고, 이세환은 순수하게 감탄하면서 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일찍 나와계셨네요, 도련님.”
“어우, 그렇게 부르지 마시라니까요, 아저씨.”
운전석에서 내리며 인사하는 기사님에게 박호승이 진저리를 쳤다.
박호승은 태어날 때부터 도련님 소리를 들었으면서, 머리가 굵어지던 중학생 때부터 저 소리만 들으면 펄쩍 뛰었다. 하여튼 별난 놈이라고 이세환에게 속닥이면서 뒷좌석에 탑승했다.
부드럽게 출발한 차 안에서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았는지 소곤소곤 대화하는 두 사람을 두고 잠시 눈을 감았다.
‘이진아…. 처음 듣는 이름인데, 누군지 궁금하네.’
만약 이진아가 아이온의 영향으로 감응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적어도 온전한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협회 내부에 내게 호의를 가진 사람은 제법 많지만, 그만큼 적의를 가진 사람도 많다. 특히 나는 감응자 사이에서는 경력이 짧아서 ‘나만의 사람’이 없으니 조금 욕심이 난다.
‘감응자는 나이와 능력이 비례하지도 않으니까.’
아직 어떤 마석과 연관됐는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정보 관련 능력을 지닌 마석이면 좋겠다. 지금 아주 절실하니까.
작은 소망을 담아 미래를 상상하다가 짧은 수마에 몸을 맡겼다.
* * *
“병원은 또 오랜만에 오네.”
차에서 내려 으리으리한 병원 건물을 올려다보고 중얼거린 내 말에 박호승이 물었다.
“너 입원했을 때 이후로 처음인가?”
“아니, 그건 아니고. 중간중간 협력 목적으로 들러서 급한 외상환자 치료해주는 건 했지. 근데 거긴 응급실이라 저 뒤쪽이고 본 건물은 오랜만이란 소리.”
“아하. 난 또 뭐라고. 난 네가 치유사라고 그래서 병원은 아예 안 오는 줄 알았잖아.”
얜 내가 지팡이를 휙 휘두르면 모든 걸 치유하는 만능으로 아는 건가. 희희낙락하게 웃는 박호승을 떨떠름하게 응시했다.
하지만 행운의 봄의 유일한 페널티인 ‘자가 치료 불가’를 말해줄까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알려지는 즉시 균열을 오갈 때마다 불안에 벌벌 떨면서 목이 빠지라고 연락을 기다릴 게 뻔했다.
‘언론에도 안 새어나가게 입조심 해야겠어.’
굳게 다짐하면서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특유의 냄새가 코끝에 진동했다.
여기나 예전 세계나 대형병원은 바쁘기 그지없었지만, 박호승은 모든 대기를 뚫고 바로 병실 출입증 세 개를 쟁취해냈다. 과연 도련님이다.
소리 없이 손뼉을 쳐줬더니 박호승이 질색하길래 그 손에서 출입증만 빼앗아 목에 걸고 곧장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출입증에 병실 호수가 적혀 있었기에 할 수 있던 일이다.
후다닥 달려오는 두 사람과 함께 VIP 병실이 있는 7층으로 이동했다.
원래도 몇 개 안 되는 호화로운 병실이 있는 층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진아라는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장난 아닌데.’
병원 냄새를 전부 밀어내고 숨이 막힐 정도로 짙은 비 냄새가 났다.
감응자가 주로 사용하는 병실인 만큼 바깥으로 아이온이 흘러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에 되레 농축된 향이 빠져나온 탓이다. 반사적으로 손등으로 코를 막았다가 떼어냈다.
‘너무 짙어서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야.’
향수를 몇 병이나 부은 느낌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참을 만한 정도였다. 가볍게 숨을 한번 뱉고, 당당하게 병실 앞으로 걸어가 멈췄다.
안에 누워있는 아이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지만, 예의상 똑똑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커다란 창문이 잔뜩 햇빛을 쏟아내고 있는 환한 병실이다. VIP 병실이라 그런지 성인 둘이 누워도 넉넉할 정도의 침대가 창가 근처에 있고, 응접실처럼 작은 탁자와 소파도 있다.
몸을 완전히 병실 안으로 들이는 순간, 손끝이 저릴 정도로 강렬한 아이온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압박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S급인 나한테 이 정도라면 아이는 최소 A급 감응자가 될 거다.
‘아직 어린데 대단한 기세야.’
무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별 탈 없이 자란다면 훗날 세계에서 손꼽는 감응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소소한 기쁨을 누르며 침대 가까이 다가갔다.
박호승의 말대로 또래보다 다소 작고, 제법 많이 마른 아이가 두꺼운 이불에 푹 파묻혀 있었다. 뼈의 모양이 그대로 보이는 앙상한 팔에 연결된 링거에서 수액이 뚝뚝 떨어졌다.
“진짜···. 작은 아이네···.”
“누워만 있어서 그새 더 말랐어. 일어나면 먹고 싶다는 거 다 먹일 예정인데, 세환이 너도 같이할래?”
“응, 좋아. 나도 손 보태게 해줘.”
두 사람의 대화에 한 마디 끼려다가 포기하고 딱 손가락을 튕겼다.
협회의 응급실 책임자이자 지원부 부장인 심초연에게서 치유에 관한 수업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도, 한눈에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아예 짐작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확신을 위해 행운의 봄과 대화가 필요하다.
내 의지대로 허공에 둥둥 뜬 에메랄드를 손끝으로 톡 건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봄아.”
《꺄아! 나 불렀어?》
울적한 비를 일순 몰아내며 봄의 훈풍이 모여들었다. 에메랄드가 영롱하게 빛나며 싱그러운 숲의 향을 뿜어냈다가 팟 사라졌다.
그리고 마석이 사라진 자리에는 보석같이 선명한 녹색 눈동자를 빛내는 아이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불러줘서 너어무 좋아! 나 뭐하면 돼? 시킬 거 있어? 나 다 잘해!》
앙증맞은 손을 흔들며 한껏 들뜬 봄이 내 팔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렇다. 나는 이제 마석을 실체화시키는 데에 성공한 감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