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09
108화
쾅, 쾅!
문이 부서질 듯 또 울렸다.
“마룡이 게 있느냐!”
이어 남궁억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마룡은 기해령 쪽을 봤고, 그녀는 다시 혼령으로 사라졌다.
“아, 어인 일로!”
사마룡이 귀찮단 투로 남궁억을 맞았다. 문을 빼꼼 여니 남궁억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있었다.
“마룡아, 회의장으로 가야겠다.”
“무슨 회의장요?”
사마룡은 잔뜩 경계한 눈으로 물었다.
“어디긴 어디더냐. 정사마 대표가 있는 회의장이지.”
“무슨 소릴!”
사마룡은 경악했다.
“급하다. 일단 움직이자.”
남궁억이 사마룡을 당겼지만 사마룡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내력도 그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마룡아, 빨리 오라신다.”
“대체 누가 말이오?”
사마룡은 짜증 냈다.
“군사께서!”
남궁억이 버럭했다. 제갈명이?
“싫소!”
사마룡은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정사마 회담엔 당연 천마도 참석할 일이었다. 그 괴물 같은 이를, 아니 괴물을 또 보러 간다고? 절대, 결코, 마다하고 싶은 일이었다.
“유옥강, 우리 쪽 대표를 맡았던 그가 별안간 정사마 회의를 앞두고 대표 자리서 물러났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더냐?”
“낸들 알겠소?”
사마룡은 고갤 저었다.
“그가 저 대신 너를 대표로 추천했단다. 소림에 땡, 아니, 법명 대사가 노발대발 난리가 났지만, 그 자리서 천마가 널 두둔하며 빼도 박도 못하게 됐단다.”
“예에?”
사마룡은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린가 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천마가 진짜 날벼락이라도 불러 이른 일일까. 전엔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유옥강이 저를 추천한 건 뭔 일이고, 또 천마가 저를 두둔하다니? 도대체 알 수 없는 영문이었다. 사마룡은 믿기 힘들어 되물었다.
“유옥강이? 나를? 천마가? 나를?”
“유옥강은 너를 두고 숨겨진 용이라 했고, 천마는 법명더러 용자를 두고 읽을 줄도 모르는 까막눈이라 했다지.”
“진짜로?”
남궁억도 대강 들어 못 미더웠다만, 어쨌든 진짜 군사의 부름을 대신 받고 온 게 아니던가.
“서둘러라. 회의가 곧 시작되니 말이다. 그리고 정신 똑바로 챙기거라. 정사 대표가 된 것도 모자라 오인의 대표에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네 발언에 사마는 물론, 육대세가의 명운이 달렸다.”
개뿔. 저는 천마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고, 제가 그 자리서 발언할 기회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진짜 가오?”
사마룡은 물었다.
“빨리 가자니까!”
남궁억은 사마룡의 등짝을 후려쳤다. 우리 궁억 형, 요새 기력이 영 없어 보이더니 손이 맵지를 못하구나. 그리 사마룡은 정사마 회담이 열리는 궁도각(窮徒閣)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남궁 형은 어찌 허구한 날 전령으로 부려지는지 모르겠다. 나름 남궁세가의 대표로 온 일인인데. 거 육대세가 회의인가, 거기도 절대 가지 않으리라 사마룡은 다짐했다.
궁도각.
사마룡은 숨이 턱 막혔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천마는 오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중원 경계를 따라 기십만의 신도들이 집결했고, 이미 마교에 복종을 선언한 조휘 같은 인물들이 중원 각지를 점거하고 있다고 말한 후였다.
회의장은 겨우내 시내처럼 차가워졌다. 와중에 천마의 숨은 눈알들이 데굴데굴 저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마룡은 차라리 가시방석이 낫겠다 싶었다.
“그러나 전에 말했듯 본교 역시 중원의 일축. 지난 과거처럼 무작정 동도들의 피 흘리는 싸움은 원치 않사외다.”
마교 쪽 군사, 마뇌(魔腦) 여동하(呂東河)가 이어 말했다. 여동하는 사천성 흑수(黑水) 출신 사람으로 본래부터 마교 사람은 아니었고, 이립의 나이에 원나라 과거시험서 장원에 급제했던 기재 중의 기재였다. 그러다 불운하게도 나라가 바뀌며 신변에 위협이 생겨 신강으로 도주했고, 마교에 투신, 능력을 인정받아 마교의 군사로 역임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가 따로 없었다.
여동하는 고희에 버금가는 나이였지만, 얼굴 외모가 이립이 못지않게 젊어 보였는데, 이는 특별한 동자공을 익혀 가능했고, 태어나 한 번도 이성과 동침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정사 측 대표들을 찾은 이유는 하나의 안건을 두고 얘기 나누고자 위함입니다.”
여동하는 한번 호흡을 내쉬었다.
“장강의 이권을 넘겨주시지요. 그렇담 중원에의 공격을 유예시켜 드리겠나이다.”
웅성웅성-
회장이 시끄러워졌다.
장강? 마교가 제아무리 수십 년간 지내며 힘을 모았고, 그게 짐작하기 어렵도록 대단할지언정, 지레 무서워 중원을 관통하는 장강의 이권을 순순히 내어준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멍청한 소리!”
법명이 거칠게 일갈했다. 마교 쪽 대표, 검마 사공문이 노한 기색을 비쳤다. 언짢은 건 정사 쪽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법명이 오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는 본래 늘 진중하고 능구렁이 같던 사람이었거늘, 지금은 전쟁을 못 하여 안달인 사람 같았다.
“대사께선 자중하시는 게 좋겠소.”
맹주, 공손혁이 나지막이 조언했다.
“애당초 회의를 엉망으로 만든 건 마구니 놈들이 아니던가?”
법명은 꼬장꼬장한 말투로 맞받아쳤다. 말은 옳다만, 이건 법명이 아니라 홍개 염통이 앉은 느낌이었다. 정사마 회담 대표에 염통의 제외된 이유가 염통은 곧 죽어도 마교와는 싸우자는 주의였기 때문 아니던가.
“늙거든 곱게 늙어야지.”
주휼이 중얼거렸다. 정말 중얼거렸지만, 여기 그걸 못 들을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뭣이?”
법명이 독사 같은 눈을 치켜떴다. 사마진이 조금 떨어져 소리 없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시뻘게졌다. 사마룡은 식은땀을 흘렸다.
“킥.”
마찬가지 대표로 앉은 마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회장이 순간 확 밝아진 착각이 들었다. 옆의 헌월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천마와 마찬가지로 그의 눈은 줄곧 사마룡 쪽을 향해 있었다. 그리 회의가 엉망이 될 뻔했다.
“마교가 어찌 싸움을 마다하고 장강의 이권을 탐하시외까?”
제갈명이 질문으로 핵심 논지를 되살렸다. 게다가 장강. 제갈로선 민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교가 장강의 이권을 탐내는 게 어찌 이상할 일이외까?”
여동하가 반문했다. 하긴 그랬다. 마교는 장강수로채 이전부터 장강의 이권에 관심이 많았다. 중원을 관통하는 그 길은 마교가 중원에 물자를 사고팔기 가장 좋은 길이었고, 침공의 첩경이 될 터였다. 이번도 눈 깜짝할 새 적벽까지 당도하지 않았던가.
“본인은 마교가 장강의 이권을 탐낸다는 사실보다, 싸움을 마다한 연유가 궁금하외다.”
이번엔 풍소가 물었다. 여동하는 답했다.
“지금 천마께서 즉위하신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싸움보다 내실을 더 기하고자는 목적이 큽니다. 다만, 우리는 오랫동안 신강 땅에 고립되어 왔고, 신도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인지라 그럴듯한 활로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우리 힘을 억제하기 힘들게 될지도 모릅니다.”
답변은 그럴듯했지만, 아무리 봐도 조금 이상했다. 천마가 절대적인 마교에서 스스로 힘을 억제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다니.
“이상하….”
“이상하구려.”
사마룡과 제갈명은 동시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마룡은 제갈명에게 발언권을 넘기고 안도했다. 그러나 질문은 법명이 했다.
“너희가 언제부터 중원의 평화를 운운했더냐? 이는 필시 다른 꿍꿍이가 있음이렷다.”
법명의 직선적인 질문에 여동하가 대답을 회피했다.
“그건 내부의 사정이 있사외다.”
“혹?”
제갈명은 하나의 날 선 가정을 떠올렸다.
“한수도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천마가 말했다. 이해한 일부가 침음을 금치 못했다.
“마교 안에 분란이 생겼다고?”
이는 듣고도 믿기 힘든 얘기였다.
“사실이외까?”
제갈명이 확인차 물었다.
“광의(光蟻).”
여동하가 말했다. 광의? 사마룡은 귀가 쫑긋했다.
“작은 골치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말은 그랬지만 이들을 움직일 정도면 결코 작은 분란이 아닐 것이었다. 사마룡은 한 인물을 떠올렸다. 혈승 주포. 오래전 만났던 그가 결국 무슨 일을 낸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