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7
대한민국 절대 재벌! 197화
“다른 의견이라도 존중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요. 이게 공산주의와는 다른 점입니다. 월남하셔서 합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신다면 소련처럼 가택 연금 같은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공산주의자들이 정당을 만들어 활동하는 것도 인정해 준다고 들었소.”
“그러니까요. 저와 같이 내려가시죠.”
“예, 내려가십시오. 선생님.”
“이대로 좌절되어서는 안 됩니다. 김규 주석과 연계하셔서 조선 인민들이 처한 위기를 극복해 주십시오!”
북한 지역 민족계 인사들도 조민식의 월남을 요청했다.
“이곳에 계속 머무신다면······.”
“죽을 수도 있지.”
조민식이 민족 계열 인사들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선생님······.”
“그런데 내가 떠난다면 이북 지역 조선 인민들은 이제 누구를 의지합니까? 나는 생과 사를 내려놓았고, 이북 지역 인민들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밝혔소.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순간 찰튼 소장은 아무 말도 없는 강산을 물끄러미 봤다.
‘그도 데려오라고 했지.’
찰튼 소장이 받은 또 하나의 특명은 바로 강산의 월남이었다.
“남조선에서 정치 활동을 하셔서 조선 인민을 챙기면 됩니다. 선생께는 그럴 힘이 있지 않습니까?”
“위기라고 떠나는 나를 믿겠소? 내가 이 땅에 남아 있어야 김일성과 소련 놈들이 더 이상 못된 짓을 못할 겁니다.”
“그래도 선생님······.”
“목숨이 아깝고 죽음이 두렵다면 벌써 월남했을, 아니지, 소련 놈들의 요청을 수락했을 것이오. 나는 오직 인민만 생각합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만 돌아가 주시오.”
“진정이십니까?”
찰튼 소장은 조민식의 의지를 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소이다. 내가 이 땅에 남아 있어야 어떻게든 분단만큼은 막을 수 있지 않겠소?”
“정말 안타깝군요.”
찰튼 소장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민식은 노구를 일으켰다.
“잘 가시오. 그리고 젊은 공산주의자 양반도 이제 가시오.”
조민식이 강산을 보며 말했다.
“저는 공산주의자가 아닙니다.”
“그럼 뭐요?”
“저, 저는······.”
“공산주의자의 땅에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당신은 허깨비요?”
조민식의 말에 강산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뭐지?’
그리고 강산은 자신에게는 그 어떤 이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가시오. 이제 가서 보고해야 하지 않겠소?”
“······예.”
강산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찰튼 소장이 강산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당신이 강산입니까?”
“그렇소.”
“아우가 내려와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하셨습니다.”
“아우라면······.”
강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당신이 이 이북 지역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것은 내 스스로 결정한 일입니다. 내려가야 할 일이 있으면 내려갈 것이니 돌아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강산이 찰튼 소장에게 묵례하고 돌아서서 빠르게 걸었다.
‘김책에게 가자.’
이 순간 강산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고자 했다.
* * *
함평식의 사무실.
“지금 보고 계신 것이 위조지폐입니다.”
함평식의 말에 김수복은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이 우리를 떳떳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단 말이요?”
“속죄는 받을 수 있을 것이오. 이런 위조지폐가 돌면 결국 고통받는 것은 조선 인민들이고, 우리가 이것을 해결하면 미군정도, 회장님도 우리를 용서해 주실 것이오.”
“과연 그럴까요?”
“내 짐작건대 이 위조지폐는 공산주의자 놈들이 만들었고, 유통했을 것이오.”
“확실합니까?”
“오늘도 찬탁과 반탁으로 시위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을 움직이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회장님이야 자금 걱정이 없지만, 공산주의자들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러니 우리가 찾아냅시다.”
“우리끼리?”
“예, 그럽시다. 회장님께서도 조선 인민들이 우리를 용서해 줄 명분이 필요하실 겁니다. 우리를 보실 때마다 고심하시는 눈빛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느꼈소.”
“곧 3월 1일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우리를 토사구팽 하지 않으시겠지만 우리는 회장님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알겠소, 합시다. 이 위조지폐가 처음 어디에서 발견됐소?”
“마포요.”
“우선 거기로 갑시다. 내가 그래도 순사 출신이오. 아마 놈들은 다시 올 겁니다. 놈들이 온다면 뒤를 밟으면 됩니다.”
“그렇겠지요.”
“갑시다.”
함평식과 김수복이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면죄부가 간절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남한 지역의 공산주의 세력의 발판을 뒤흔드는 사건이 바로 정판사 사건이니.
만약 이들이 정판사 사건을 세상에 알린다면.
모든 우익이 이 둘을 구명하려고 움직일 것이 자명했다.
* * *
강산은 김책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강산이 김책의 집으로 들어가자.
오덕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강산 동지가 공산주의에 물들었나······.’
만약 강산이 그렇게 된다면 차후 강철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강산 동지?”
강산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김책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또한 강산의 눈빛이 변했다는 것을 직감했다.
“공산주의는 무엇입니까?”
강산의 질문에 김책은 강산을 물끄러미 봤다.
“강산 동지는 공산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도리어 되묻는 김책이었다.
“내 아우에게 듣기로는 공평하게 같이 배고프자고 하는 것이 공산주의라고 들었소.”
“그건 자본가인 강철의 생각이지요. 강산 동지께서는 월북하셔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북한에서는 토지개혁이 시행됐고.
김일성은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원칙으로 이북 지역 인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강산 동지께서는 공산주의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나는······.”
“평범한 공산주의자들은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격한 공산주의자들은 가진 자들의 것을 빼앗아 착취당한 자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나는 공산주의는 허무맹랑한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흠…….”
“지금까지 조선 인민들이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식으로 변형해 인민들을 편히 살게 만들어 주면 됩니다. 나의 공산주의는 열심히 일하면 열심히 일한 만큼 가지는 세상을 만드는 초석입니다.”
김책은 수정파 사회주의를 생각했고.
이런 이념을 현실화시킨 사람은 중국의 등소평이었다.
“사유재산을 인정한다는 겁니까?”
“나는 그렇게 만들고 싶소. 자유민주주의 놈들은 똑같이 일하면 인민들이 게을러질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러니 공산주의에는 우리에게 맞는 수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내 방식의 공산주의입니다.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강산 동지의 공산주의는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강산은 김책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념은 평범한 사람들도 대우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게 공산주의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강산의 눈빛이 변해 있었다.
“김일성 위원장 동지를 도와주세요. 보신 것처럼 나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김책은 안색이 창백했고.
누가 보더라도 아파 보였다.
그리고 이 순간.
은밀히 숨어든 오덕수는 강산과 김책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내가요?”
“그렇습니다. 김일성 위원장 동지께서는 백지처럼 깨끗한 사람입니다. 옆에서 돕는 사람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김책은 김일성에게 완벽하게 속고 있었다.
“지금까지 핍박받는 조선 인민들에게 토지를 무상으로 나눠 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 그는 영웅입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내가 강산 동지의 아우인 강철을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많이 가진 자는 결국 더 많이 가지려고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강철이 지금까지 조선 인민들에게 수많이 베풀었다고는 해도 그가 가진 부는 나중에 자손들에게 대물림될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사악한 자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은 지킬 것이 많아지니 악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으음······.”
강산은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밖에서 엿듣고 있던 오덕수는 그런 강산을 떠올리면.
강산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이 순간이야말로 형제의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일 것이다.
‘너무 늦었다······.’
오덕수는 첫 번째 임무가 실패로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제 동생이 악당이라고 하셨습니까?”
“제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김책의 말에 강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 옆에 서라고 했어, 형.
강산은 어릴 적 자신을 보며 환하게 웃는 강철이 떠올랐다.
* * *
김책의 집은 평양 대동강 강변 근처에 위치했다.
김책의 집에서 조심히 빠져나온 오덕수는.
김책의 집 주변에 숨어 강산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김책은 현 북조선의 이인자나 다름없기에.
그의 가택 주변에는 꽤 많은 경비병이 경계를 섰지만.
놀랍게도 오덕수는 여태까지 발각되지 않았다.
그만큼 오덕수는 신출귀몰했다.
‘나오면······.’
오덕수는 어둠 속에서.
그것도 사람의 시선이 향하지 않는 나무 꼭대기 근처에 숨어 있었다.
보통 무엇을 지키거나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시선이 향하는 곳만 감시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 고개를 들어 허공을 살피지 않는다.
‘강산이 공산주의자가 됐다면 강철 동지의 발목을 잡는다.’
오덕수는 이 순간 과격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한 지역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강철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공산주의자로 변한 강산이었다.
오덕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품에 넣은 권총을 만지작거렸지만.
이곳에서는 경비병들이 많기에 강산을 암살할 수 없었다.
-꼭 데려와 주십시오. 둘째 형은 내 아픈 마음입니다.
오덕수는 문뜩 강철이 자신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던 것이 떠올렸다.
‘납치라도 해서 데려가면 해결될까?’
죽이지 않는다면 그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마침 강산이 김책의 집에서 나와 물끄러미 김책의 집을 바라보았다.
‘어딘가에 있겠지.’
놀랍게도 강산은 김책의 집으로 향할 때부터 누군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여튼 강산은 김책의 집을 노려보듯 바라보았고.
그러다가 돌아서서 자신이 타고 온 차 쪽으로 걸어갔다.
“타십시오. 대의원 동지.”
운전병이 바로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줬다.
“나는 좀 걸을 생각이니 동지는 이만 돌아가서 쉬십시오.”
“천천히 뒤를 따르겠습니다.”
“됐습니다. 대동강 강변이나 좀 걸어야겠습니다. 대동강은 내 고향에 있는 영산강과 참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강산의 말에 잠시 강산을 바라보던 운전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산은 지프차를 보냈고.
대동강 강변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오덕수 동지다.’
놀랍게도 강산은 오덕수가 근처에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프차를 자택으로 보낸 거였다.
이것만 봐도 강산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