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3
대한민국 절대 재벌! 203화
이승한의 집무실
1946년 2월 27일 아침.
이기붕은 이승한이 지시한 대로 안두희를 데려왔다.
“데려왔습니다, 박사님.”
이승한의 앞에는 다부진 눈빛의 안두희가 섰고.
안두희는 이승한을 만나 감격한 듯했다.
‘내게 이로운 쪽으로 행동할 것이야.’
이승한은 안두희와 이기붕을 번갈아 봤다.
-자치 정부에서 10년, 정식 정부에서 10년이면 종신 대통령이십니다.
다시 한번 강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이승한은 미래를 상상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만송.”
“예, 박사님.”
“자네는 지금 죽산에게 좀 다녀오게.”
“지금 말씀입니까?”
“죽산이 종로 경찰서장과 친분이 두텁지, 자네가 하려는 일에는 수습이 필요하지 않나?”
이승한의 말에 이기붕은 고개를 끄덕였고.
안두희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죽산은 주봉암의 호로.
주봉암 휘하에는 경찰에 투신한 사람들이 많았다.
“정중히 찾아가서 내가 좀 보자고 했다고 전하게.”
“예, 알겠습니다. 박사님.”
이기붕은 바로 이승한에게 묵례하고 밖으로 나갔다.
“자네, 안두희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박사님.”
충성심 가득한 눈빛을 지은 안두희가 이승한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내가 아끼는 만송에게 들었는데 나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지?”
“예, 그렇습니다. 저는 박사님이 곧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안두희의 말에 이승한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옆에 오래 둘 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곧 국가라?”
“공산주의자들이 판치는 세상에 박사님만이 공산주의자를 박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나?”
“예, 그렇습니다.”
“정말이지?”
“예, 물론입니다.”
안두희는 재차 다부지게 대답했다.
“자네, 진짜 원하는 것이 뭐인가?”
“예?”
“자네는 나를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걸 수 있다고 말했네, 그러니 그 목숨 값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는 오직······.”
“야망이 없는 젊은이는 늙은이나 다름없지.”
이승한은 안두희에게 말하며 강철을 떠올렸다.
“독립 운동가들은 왜 목숨을 바쳐 독립 운동했을까? 망해 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일까? 물론 그것도 이유겠지. 김규나 나 같은 사람은 그런 명분으로 독립운동을 했지, 하지만 대부분은 독립 후에 가질 명예와 보상을 생각하고 했다네. 물론 대부분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사람은 다 그렇다네. 자네는 어떤 실리를 원하나?”
이승한의 물음에 안두희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답이 서지 않았다.
“저, 저는……. 저는······.”
“아직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네.”
“그렇습니다.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생각해 보게.”
“······예.”
“만송은 자본가의 탈을 쓴 공산주의자들 죽여야 이 땅에 미래가 있다고 말했을 것이야.”
이승한의 눈빛이 변했다.
“예, 그랬습니다.”
“맞는 말이네. 그래서 나는 자네가 꼭 필요하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리해 주겠나?”
“예, 박사님.”
“이 상황에서 내가 꺼낼 말은 아니지만, 안중군은 혈혈단신으로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지, 그때 중국은 100만 대군도 못 한 일을 그가 홀로 이뤘다고 말했었지, 자네는 그처럼 해 줘야겠어.”
이승한의 말에 안두희의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누구를 죽이면 되겠습니까?”
“지금 밖으로 나가서 이기붕을 죽이게.”
“예?”
안두희는 이승한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놈은 나와 내가 아끼는 강철을 이간질하고 있네. 나는 조선 인민들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네. 모두가 뭉쳐야 할 때 분열을 일으키는 자는 죽어 마땅하네.”
“박, 박사님······.”
“그렇게 할 수 있겠나?”
이승한의 눈에 살기가 번쩍였다.
“그, 그게······.”
“나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은 거짓이었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기붕을 죽여!”
“예, 알겠습니다.”
“성공한다면 잠시 피해 있게. 내 집행위원인 강철과 함께 다 조치를 끝내면 다시 자네를 부를 것이네.”
“어디로 피해 있으면 좋겠습니까?”
“이남 지역에 친척이 있나?”
“양구라는 곳에 숙부가 계십니다.”
“우선 그곳에 가 있게, 수습 후에 다시 부르겠네. 대업을 하는 일이니 앞으로 장군이 되면 딱 좋을 것 같네.”
이승한의 말에 안두희는 심장이 벌렁거렸다.
“예, 알겠습니다.”
정치는 항상 배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안두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각하, 만수무강하십시오.”
“자네의 어깨에 빛나는 장성 계급장을 달아 줘야 하니까 그래야지.”
“감사하옵니다.”
“부탁하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처리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안두희는 밖으로 나갔고.
이승한은 문 쪽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20년이면 종신 대통령이십니다.
이승한은 이 순간 강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우리 강철을 만나야겠군. 하하하!”
이승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승한은 강철의 감언이설에 완벽하게 넘어갔다.
* * *
강철의 집무실.
내 휘하에 있는 모든 사람이 모였다.
‘오덕수 동지는 곧 돌아올 거다.’
오덕수만 빼고.
“준비는?”
오덕수가 이북으로 향했기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 구성은 기태와 우 사장이 임시로 담당했다.
“대한청년회 출신 100명과 광복군 출신 100명 그리고 김수복 회장이 추천한 경찰 출신 50명으로 구성했습니다.”
기태가 차분히 내게 보고했다.
“모레다.”
“예, 저는 심장이 뛰어 미칠 것 같습니다.”
“인쇄물은?”
“주신 서류들을 분리했고, 각 조사관에게 나누어 줬습니다. 체포 후 바로 서류를 이용해 조사하면 됩니다.”
나는 김수복과 죽은 야마모토가 내게 가져다준 서류가.
조선 인민들의 한을 풀어 주는 증거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 서류들만으로도 최소 2,000명 이상의 반민족 행위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까지 비밀 유지가 핵심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곧 오덕수 동지께서 돌아오실 것이고, 그가 위원장과 재판관이 될 것이니 그때까지 체포와 조사를 끝내야 합니다.”
속전속결로 움직일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함 사장.”
“예, 회장님.”
“대마도 왕국에서 특별히 연락 온 것은 있습니까?”
이곳에서 많은 일을 추진하다 보니.
대마도 왕국을 등한시한 부분이 많았다.
“덕은 여왕 폐하께서 후지모라 내무장관에게 일본에 거주하는 이은의 입국을 지시하셨다고 합니다.”
“그래?”
절로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건 어제 받은 여왕 폐하의 친서입니다.”
함평식 사장이 밀봉된 친서를 내게 내밀었다.
후지모라에게는 지시했지만 내게는 부탁하려고 이런 친서를 보낸 것이다.
“알겠소.”
나는 함평식에게 친서를 받아 들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봤다.
“모두 각자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 임무를 수행하시오.”
“예.”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김 회장과 함 사장은 좀 남으시오.”
내 말에 김수복과 함 사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 * *
고급 요정
이은은 자택 근처 고급 요정에서 술상을 차린 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게이샤를 모델로 누드를 그리다가.
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자가 조심히 들어와 머리를 조아리자.
그제야 붓을 놨다.
“어찌 됐나?”
“즉각적으로 거부당했습니다.”
“또 거부란 말인가?”
이은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지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망했는데 볼모인 내 처지는 변한 것이 없는구나.”
“송구하옵니다.”
“그래, 그렇겠지……. 물러가 보게.”
이은의 말에 남자는 조심히 물러났고.
이은은 다시 붓을 잡았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게이샤의 누드를 그리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왕족의 복식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했지만.
그는 왕족이 아닌 자는 입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조선 왕족들은 이제 그 어디에도 포함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 * *
강철의 집무실.
“두 분 모두 재판장까지 설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내 하지 군정 장관에게 따로 요청해 놨으니 크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사실 따지고 본다면 김수복은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처음 독립운동을 하다가 변절하여 친일파가 된 사람들은 친일파라고 부르지만.
일본의 부역자로 살다가.
대오각성해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독립운동가라고 불러 줬으니까.
문제는 함평식이다.
함평식은 평생을 친일파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함 사장.”
“예, 회장님.”
“재판이 끝나고 사면 받으면 일본에 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말씀은······.”
“아시다시피 나는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나 대신에 내가 하던 사업들을 맡아서 경영해 주어야겠소. 그리해 주시겠소?”
난 함평식의 미래를 위해 무척이나 고심했고 결국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회장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식솔들을 모두 대마도 왕국으로 이주시키시오.”
“아예, 떠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조카들마저 인민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것입니다. 내 숙부 된 처지로 그것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내가 함평식의 자식들의 숙부를 자청하자.
함평식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회, 회장님······.”
“공석인 자리지만 사적인 이야기를 좀 합시다. 형님, 대마도 왕국으로 가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잘못은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이 땅을 위해 일하며 속죄합시다. 그러면 조선 인민들도 이해해 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 회장.”
“예, 회장님.”
“함 사장을 많이 도와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내 마음이 이렇습니다. 두 형님을 보내야 하는 내 마음이 아픕니다.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저희에게 명예를 주신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돈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진짜 사내다운 일을 하게 해주셨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회장님의 뜻을 받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대부분 마무리되면 명예까지 주시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지시하신 일을 처리하러 가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렇게 김수복과 함평식도 밖으로 나갔고.
내 책상 위에는 덕은이 보낸 친서만 덩그러니 놓였다.
“볼 것인가, 말 것인가?”
본다면 이번에는 그녀의 요청을 들어줘야 할 것이다.
찌이익!
나는 그녀가 보낸 친서 입구를 찢어 편지를 읽었다.
[일본이 패망하고 짐이 수상의 크나큰 노력과 도움으로 대마도 왕국의 여왕이 되었으나 여전히 내 일족들은 일본에 억류되어 볼모 아닌 볼모로 지내는 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넓은 마음으로 내 일족들이 나와 함께 대마도 왕국에서 조용히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신다면 나는 그대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것이며 그대가 원하는 여왕으로 살아갈 것이오니 이번 부탁을 거부치 말아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여왕이 신하에게 보낸 친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여운 문구들로 채워 놓았다.
“정말 미안했습니다.”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지는 순간이다.
“밖에 누구 있는가!”
내 부름에 비서관이 바로 들어섰다.
“예, 수상 각하.”
“미군정에 요청하면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니 후지모라 내무장관께 내 말을 전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여왕께서 내게 보낸 친서를 보고 깊이 반성했다고 전하시오.”
내 말을 비서관이 수첩에 받아 적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