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39
대한민국 절대 재벌! 39화
“제물포에 중형 이상 어선 세 척이 내 배요, 기회를 봐서 그 배를 부산으로 옮길 것이오.”
물론 광복 당일 옮겨도 된다.
난 그날을 디데이로 생각한다.
그전까지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그 계획을 실행하려면 어선이 더 많이 필요했다.
“100명이라······.”
“가능하겠소?”
“내 보고해 보겠소.”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소리다.
“그건 안 됩니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변해 말했다.
“왜?”
“임정에 밀정이 없다는 법 있소?”
어디에도 밀정은 존재한다.
“으음!”
“이건 거창하게 말하면 해방될 대한민국의 영토를 넓히는 일입니다. 일본이 이 사실을 감지하면 우리만 죽는 일이 아닙니다.”
나는 죽기 싫다.
그리고 내가 쌓아 놓은 것 역시 하나도 잃고 싶지 않다.
만약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면.
대마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포기할 생각이다.
‘어선은 어선으로 쓰면 되니까.’
내가 부린 만용은 포기하면 그만.
“으음······.”
바로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건.
내가 말한 대로 임시정부 속에 밀정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가장 완벽한 날짜에 전광석화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이래서 나는 결단력 하나는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는 편이다.
“독단적으로 실행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오.”
“그러니 어려운 일입니다. 하시겠습니까? 우리는 지금까지 일본에 빼앗기기만 했는데 대마도라도 되돌려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오덕수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으음……. 알았소, 함께합시다. 구해 보겠소.”
그도 결단을 내렸다.
이것은 임시정부에서도 모르게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했다.
“나도 내 나름 구해 보겠습니다.”
“어떻게 구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오덕수가 내게 물었다.
“그날이 올 때, 왜놈 앞잡이들을 이용하면 될 것 같소이다.”
“왜놈 앞잡이라면?”
“순사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놈들은!”
“어디까지나 도구입니다. 목적을 위해 쓰는 도구 말입니다. 돈의 힘은 강합니다. 돈이면 총도 구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포수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수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포수들은 대부분 일본군 앞잡이로 전락했다.
“총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을 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오.”
“포수들은 어떻습니까?”
“포수요?”
“광복군들을 포수로 은밀히 위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광복까지 이제 겨우 1년 하고 조금 더 남았다.
“그러려면 광복군을······.”
국내로 잠입시켜야 한다.
“배를 이용해 중국에서 인천으로 밀항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결심이 서는 순간 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몇 명이나?”
“우선 숙달된 교관 10명이면 되지 않을까요?”
“10명으로 어찌······.”
“교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훈련병들은?”
“제가 구해 보겠습니다.”
“방법이 있겠소?”
거지들을 이끄는 거지왕이 떠올랐다.
‘소년병을 써야 하나?’
참 못된 생각이다.
“강구해 보겠습니다.”
“좋소이다. 한번 해 봅시다.”
엄청난 일을 오덕수와 시작하는 순간이다.
‘자금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
정말 악착같이 벌어야겠다.
“일주일 후에 강탈하러 오시오.”
내 말에 오덕수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사라졌다.
“옆에 있는가?”
나는 뽀이까지 사라진 거 확인하고 아직도 가야금을 뜯는 기생을 불렀다.
내 부름에 가야금 소리가 멈췄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천하절색인 기생이 조심히 들어섰다.
-안 품으면 네가 죽어!
나도 모르게 스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내 술 한잔 받으시겠소?”
자세히 보니 참 아름답다.
-네가 죽어!
환청처럼 스님이 하신 말씀이 다시 들렸다.
“가야금 소리 높은 것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뭐라고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제가 정인을 봐서 너무 기꺼워 음이 높았나 봅니다.”
‘정인?’
오덕수의 정인인 모양이다.
“얼굴도 보지 않고 가던데?”
“제 마음속에는 항상 옆에 계십니다. 그리고 저는 귀가 먹어 잘 들리지 않습니다.”
기생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어찌 내 이야기를 듣고 대답하는 겁니까?”
“입술을 읽습니다. 그러니 저는 들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알. 겠. 소.”
“평범히 말씀하셔도 다 들을 수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순간 장인어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장인은 모르셔야 한다.’
알아서 좋을 것 없으니까.
* * *
1944년 6월 9일.
장인어른의 서재.
며칠이 또 지났다.
나는 용인에 있는 암자에서 깨달음 비슷한 것을 얻고.
용인의 땅도 샀다.
그리고 대마도에 대한 일도 광복군 오덕수와 이야기를 끝낸 상태다.
‘에버······.’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차지할 미래 사업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니 그것을 나중에 지을 생각이다.
그리고 내 스스로의 탐욕을 경계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장인어른의 귀국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만류시켜야 한다.’
그래야 장인어른이 무사할 것이다.
“장인어른께서는 본국으로 귀국을 결정하셨지만, 저와 리에 아가씨는 이곳에 남아야 합니다. 그러니 좀 더 머물러 주십시오.”
요즘 부쩍 장인어른께서는 귀향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나도 남고 싶지만, 일본이 망하면 조선인들이 일본인을 가만두겠나? 자네와 남을 리에가 걱정이네.”
당연한 걱정이다.
“그래도 당장 가셔서는 안 됩니다. 도쿄가 곧 폭격당할 겁니다. 아니, 본토 전체가 폭격 대상이 될 겁니다. 제가 듣기로는 사이판도 함락됐다고 합니다.”
어쩌면 민간인 중에서는 미래의 기억이 있는 나만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 그 소리를 어디서 들었나?”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내일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설명하기 곤란한 부분이기에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말을 잘랐다.
“으음······.”
단언컨대 일본 본토는 그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다.
사실 귀향을 결심하셨어도.
장인어른께서는 이 땅에 남고 싶어 하신다.
딸이 살아야 할 땅이고.
자신이 젊음을 불태운 곳이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떠나셔도 망한 후에 떠나셔야 합니다. 아마 2~3년이 지난 후에 귀국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10년 안에 히로시마에 가서는 안 됩니다.”
“왜?”
이 역시 설명하기 곤란하다.
이 시절에는 원자폭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고.
피폭에 대해서도 전혀 밝혀진 것이 없다.
“참혹하게 변한 고향을 보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으음······.”
장인께서 신음을 터트린 건.
일본인인 그에게 조선 역시 해방 후에는 안전한 곳이 아니게 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 * *
이중만의 셋째 아들이 사는 저택.
이중만은 1급 친일파로 친일 단체 활동을 하면서.
위안부 창설 유지 자금을 지원한 대가로 광산채굴권을 얻어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탁, 탁, 탁!
그리고 스님 한 분이 탁발을 나와 목탁을 두드렸다.
끼이익.
목탁 소리를 들었는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여인이 쌀이 담긴 바가지를 들고 나와 스님에게 합장했다.
“나무관세음 보살.”
쌀을 받은 스님도 중년 여성을 따라 합장했다.
“쯔쯔쯔······.”
스님이 합장을 마치자마자.
저택을 잠시 보더니 뒤돌며 혀를 찼다.
“왜 그러십니까? 스님.”
원래 여인네들은 미신에 약한 법이다.
“어찌 귀인께서 악인의 집에 몸을 맡기신 겁니까?”
스님의 말에 여자가 놀란 눈빛을 보였다.
“예?”
“거기다가 터가 좋지 않군요. 집터가 아주 좋지 않아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아니에요.”
놀랍게도 이중만의 아내는 독립운동가 집안 출신이었고.
이 집의 주인인 셋째 아들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말씀하셨으면 끝까지 해 주셔야지요.”
여자는 스님에게 안타까운 눈빛을 보였다.
“아······.”
“스님······.”
여자의 간곡한 어투로 스님은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그럼 제 말씀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집터를 옮기십시오. 이 집터에 계속 머무신다면 자손만대가 중생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된다면 멸문인데······.”
“멸, 멸문이라 하셨습니까?”
“그리 보입니다. 그냥 지나가는 중이 떠올린 것이니 헛소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주에 가까운 말이 분명했다.
“아, 아닙니다! 그럼 어디로 집터를 옮기면 좋을까요?”
“경성 이북으로 가셔서 화를 피하십시오. 저는 더는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아……. 그런데 스님은 누구십니까?”
“저는 육봉이라 합니다.”
“육봉······.”
“제 아우가 육관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스님은 그렇게만 말하고 돌아섰다.
‘지옥에는 꼭 내가 가겠구나. 쯧쯧······!’
강철의 부탁에 알쏭달쏭한 대청소(?)를 시작한 스님이었다.
“경성 이북이면 평양인데······.”
중년의 여자는 멀어지는 스님을 보며 뇌까렸다.
“멸문······.”
중년의 여자는 뭔가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고.
돌아서서 정처 없는 발걸음을 밟는 스님은.
해가 저무는 서산을 보며 강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왜 모두 대동강 너머로 보내려는 건지?’
육봉 스님은 강철의 미래를 예언했지만.
앞으로 닥쳐올 대한민국의 미래는 예견하지 못했다.
‘야차와 부처의 상이었는데······.’
다시 한번 육봉 스님은 자신이 본 강철의 관상을 떠올렸다.
* * *
나카무라의 서재.
“자네는 일본이 망하기를 바라는 사람 같군.”
이 순간만큼은 서운한 눈빛까지 보이시는 장인어른이시다.
“저는 조선인이니까요.”
이것이 내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그리고 장인어른은 일본인이다.
이것도 숙명이라면 숙명일 것이다.
“자네, 나를 속인 것은 없나?”
장인의 눈빛이 변했다.
마치 지금까지는 참고 참았는데.
이제는 물어봐야겠다는 눈빛이다.
당연히 속인 것이 있다.
“있습니다.”
발각되었을 때는 더 숨기지 말고 이실직고해야 신뢰를 잃지 않는다.
사적으로는 장인과 사위의 관계지만.
공적으로는 여전히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니까.
“사위, 자네가 드디어 말하는군.”
이미 알고 계시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임시정부에 은밀히 독립자금을 보냈다.
물론 그 역시 둘째 형이 은밀히 하고 있고.
둘째 형은 졸지에 마음에도 없는 독립운동가가 되어 버렸다.
인생은 이렇게 자신의 선택이 아니더라도.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광복 후에 훈장 받으시겠군.’
내가 우리 집안을 독립운동가 집안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큰돈은 아니지만.
이 사실이 일본 헌병에 발각되면 큰일이 날 일이다.
어쩌면 광복도 보지 못하고 모두 끌려가 죽을 수도 있다.
“내일을 위한 준비입니다. 사실 저는 장인께서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으실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해방 후 호구조사를 할 것이고.
그때 장인어른과 리에 아가씨를 한국인으로 등록시키면 된다.
물론 뇌물을 많이 써야겠지만.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은 시대이니 숨기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숨기기 어렵지 않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광복 직후 일본계 한국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건 다시 말해 일본인 대부분이 패망한 일본으로 황급히 돌아갔지만.
깡다구가 있고 머리를 좀 쓰는 일본인들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신분을 세탁해 한국인으로 변신했다.
그런 과정에서 여전히 부를 유지했고.
그들은 이 땅에 숨어 친일파와 연계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볼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