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05)
‘어디에서든 던전 농지’ 능력을 사용하면 던전 농지로 바로 갈 수 있었지만, 나올 때는 무조건 던전 농지가 생성되었던 오얏골로 나와야만 했다.
건우는 그런 능력의 제한을 이용해서 영월 연구소에서 묵계리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꿀인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깨끗하게 씻고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 사이, 가온이 아버지와 함께 목욕을 마치고 나왔다.
갸우웅!
“가온아! 물기는 닦아야지!”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로 건우에게 달려들려는 가온을 붙잡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흠뻑 젖은 가온을 닦아 주었다.
“기분 좋지?”
갸옹!
“그래. 다 닦았다. 이제 가 봐.”
아버지가 물기를 다 닦아 주자, 가온이 재빠른 동작으로 건우의 품에 안겨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건우가 보고 있던 미튜브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건우는 그렇게 가온과 한참 미튜브를 같이 보다가, 문득 연구소에서 느꼈던 의문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가온이 항상 목에 두르고 있는 보자기의 안이 궁금해진 것이다.
건우가 가온에게 물었다.
“가온아. 목에 두른 보자기, 풀어서 보여 줄 수 있어?”
갸웅?
“그냥, 궁금해서.”
갸옹!
가온은 건우의 요청에 고개를 주억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에 두른 보자기를 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풀려고 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보자기가 부드럽게 풀려서 바닥에 펼쳐졌다.
그와 더불어 안에 있던 은빛송송이꽃 역시 넓게 펼쳐졌다.
건우가 그것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숫자가 전혀 줄지 않은 것 같은데?’
그가 처음으로 가온과 만난 날에 확인한 은빛송송이꽃 숫자와 지금 남은 은빛송송이꽃의 숫자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건우가 은빛송송이꽃 하나를 들어 보았다.
「은빛송송이꽃 – EX급.
특수작물. 던전에서 서식하는 야생초. 어둠을 먹고 자란다. 특유의 마력을 머금고 있다. 지속적으로 섭취 시, 섭취하는 이의 마력을 한계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
★최소한의 효과를 보려면 1,000송이 이상은 먹어야 할 것 같다.」
정보도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건우가 가온에게 물었다.
“가온아, 이거 왜 양이 안 줄었어?”
그 물음에 가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흐음, 신기하네.”
건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은빛송송이꽃의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100송이였다.
“흐음…….”
건우는 100송이의 은빛송송이꽃을 두고서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는 사이에 가온이 은빛송송이꽃을 냠냠거리면서 몇 송이 집어 먹었다.
갸우웅!
만족해하는 가온.
‘이제 95송이.’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가온이 은빛송송이꽃 몇 송이를 건우의 입에 물려 주었다. 건우는 그것을 딱히 거절하지 않고 가볍게 삼켰다.
“맛있다, 고마워.”
갸옹!
건우는 반짝 웃는 가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은빛송송이꽃과 함께 보자기를 가온의 목에 묶어 주었다.
가온은 건우가 묶어 준 보자기를 살짝 고쳐 묶은 다음에 다시 미튜브 시청에 돌입했다.
하와가 어머니와 함께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이 그때쯤이었다.
“하와!”
커다란 달님이 그려진 잠옷을 입은 하와가 건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건우는 그런 하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생각했다.
‘가온이 보자기 일지라도 써야 하나?’
그는 그러면서 다음에 다시 한 번 가온에게 보자기를 보여 달라고 하기로 마음먹었다. 은빛송송이꽃의 숫자 변화를 확인해 볼 요량이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 * *
건우가 가온의 보자기에 호기심을 보인 다음 날.
그는 아침 일찍부터 바빴다.
‘오늘은 할 일이 많네.’
평소와는 다른 일과가 두 가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번에 구입한 과수원 관리였고, 하나는 운전면허시험 신청을 해야만 했다.
‘아, 이것도 슬슬 처리해야 하는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왕바위벌의 고치를 살펴보았다.
아직은 단단한 것이, 여왕바위벌이 나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바위도 구해 놔야 하는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커다란 바위를 어디서 구하나 고민했다. 지난번처럼 정령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영 내키질 않았다.
‘또 감당하지 못할 정령이 나오면 난감하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고치를 잘 보관해 두었다.
그리고 하와와 가온을 불렀다.
“하와, 가온. 나갈 준비됐어?”
“하와!”
갸웅!
오늘도 깔끔한 모습의 하와와 가온.
건우는 둘을 데리고 마당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지만 스트레칭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방문자가 대문 밖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계세요?”
냐아앙~
포식자 민서린과 워블랑 돌쇠였다.
건우가 둘을 알아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 오세요.”
건우가 그렇게 인사한 순간이었다.
돌쇠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하와에게 뛰어들려고 했다. 그런데 중간에 끼어드는 존재가 있었다.
갸웅!
가온이 하와에게 달려들려는 돌쇠를 낚아챈 것이다.
가온과 돌쇠가 마당을 뒹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냐, 냥!?
갸옹!
당황하는 돌쇠와 그런 돌쇠의 볼을 핥는 가온.
“하왓!”
하와가 그런 둘을 손수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러는 사이, 가까이 다가온 민서린에게 건우가 농담조로 물었다.
“오늘도 우연히 지나가다 들리신 거예요?”
민서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너무 놀리지 말아 주세요. 그날은 반성하고 있어요.”
“하하, 장난이에요.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어쩐 일이세요?”
건우가 그렇게 묻자, 민서린이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바위벌에 대해서 얘기를 좀 나누고 싶어서요.”
건우는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였다.
바위벌 때문에 건우를 스토킹까지 했던 그녀였기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와 바위벌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는 힘들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건우가 미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저녁에 다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오늘 할 일이 많거든요.”
“아, 그런가요?”
민서린이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이 많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의외의 말에 건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를 도와주신다고요?”
“네. 폐는 되지 않게 할게요. 제가 의외로 체력도 좋고 힘도 좋거든요. 잡다한 일 정도는 할 수 있어요.”
민서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건우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서린 씨가 체력 좋다는 건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이죠. 흐음, 이걸 어쩐다?”
건우는 민서린의 제안이 달갑기도 했지만, 반대로 난처하기도 했다. 던전 농지에 들려야 했기 때문이다.
민서린은 건우가 망설이는 것을 거절의 뜻으로 알아들었다. 그녀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아뇨. 안 된다기보다는…… 오전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봐야 할 일과가 있어서요. 혹시 점심 같이 드시고 도와주실래요?”
그 제안에 민서린의 표정이 환하게 펴졌다.
“좋아요! 점심은 제가 살게요.”
건우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점심은 제가 사야죠. 제 일을 도와주실 분인데…… 일당도 드릴까요?”
그 물음에 민서린이 깜짝 놀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뇨. 일당은 괜찮아요.”
건우는 자신의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민서린을 보면서 풋! 하고 웃어 버렸다.
“농담이었어요.”
“그, 그런가요?”
민서린은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건우는 민서린과 오후 일과를 같이하기로 약속하고 잠시 헤어졌다.
다만, 돌쇠는 돌아가지 않고 같이 던전 농지로 향했다.
* * *
잠시 후.
건우는 하와와 가온, 돌쇠를 데리고 던전 농지에 진입했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상큼하게 미소 지으면서 건우를 맞이해 주는 엘.
그 옆에서 뀨뀽이도 자신의 귀를 앞발로 정돈하면서 서 있었다.
그때였다.
냥!
돌쇠가 잔뜩 흥분해서 뀨뀽이부터 찾았다. 그리고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의문인 종이와 뚱뚱한 매직펜을 뀨뀽이에게 내밀었다.
뀨뀽이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뀽?(사인해 달라뀽?)”
냥냥!
마치 열성 팬이라도 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돌쇠.
뀨뀽이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뀽?(그런데 사인이 뭐냐뀽?)”
돌쇠는 그 물음에 잠시 당황했지만, 빠르게 사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들은 뀨뀽이가 우물쭈물하다 매직펜을 앞발로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삐뚤삐뚤 쓰기 시작했다.
[뀨뀽이.]냐아아~
돌쇠는 거기에 더해서 ‘사랑해요. 행복하세요.’까지 써 달라고 애교를 피웠다.
뀨뀽이는 결국 돌쇠가 원하는 대로 몇 글자를 더 쓰고 나서야 돌쇠의 육탄 돌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건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인해 달라는 고양이나, 그걸 또 해 주는 뿔토끼나…… 이건 TV에 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네.’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하왓!”
“저도 해 보고 싶답니다!”
하와와 엘도 뀨뀽이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돌쇠의 사인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정성스럽게 적어 놨다.
덕분에 돌쇠의 사인지에는 하와, 엘, 뀨뀽이의 사인이 들어가게 되었다.
돌쇠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뿌듯한 표정으로 사인지를 들여다봤다.
그때였다.
가온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갸우웅.
자신만 사인을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것이다.
하와가 그런 가온을 위해서 펜을 들었다.
[가온.]“하왓!”
하와가 대신해서 가온의 이름을 써 준 것이다.
가온은 반짝 웃으면서 하와에게 안겨서 애교를 피웠다.
‘다들 귀엽게 노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이 하는 짓을 한동안 바라봤다.
장군이가 다가온 것은 그때쯤이었다.
-주인, 왔군.
장군이는 엘이 만들어 준 밀짚모자를 쓴 채로 인사를 했다.
건우가 그런 장군이에게 물었다.
“밀짚모자가 마음에 들었나 봐?”
-흠흠. 엘이 만들어 준 것이라 쓰고 있을 뿐이다.
“그래? 아무튼 잘 어울린다. 사진 찍어 줄까?”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장군이는 잠깐 귀찮은 척을 하다가 은근히 포즈를 취했다. 허리에 앞발을 대고서 위풍당당하게 선 자세였다.
하와가 그런 장군이의 모습을 보고서 슬쩍 다가왔다.
“하왓!”
그러면서 장군이처럼 자세를 취하는 하와.
“저도 찍을 거랍니다!”
“뀽!”
갸웅!
결국 다른 아이들까지 다 같이 모여서 자세를 취했다.
건우는 피식 웃어 보이면서 돌쇠에게 말했다.
“돌쇠도 같이 찍자.”
냐앙!
돌쇠는 건우의 제안을 알아듣고서 은근히 하와 옆에 착 달라붙었다.
“자, 그럼 찍습니다! 김치!”
건우가 그렇게 타이밍을 잡아 주자, 아이들이 환하게 웃었다.
건우는 그런 아이들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연속 촬영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잠시 후.
찍은 사진을 구경하라고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맡긴 건우가 장군이에게 물었다.
“간밤에 별일 없었지?”
그 물음에 스마트폰을 슬쩍슬쩍 훔쳐보던 장군이가 움찔거렸다. 그러고서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고개를 주억였다.
-별일 없었다. 다만 최근에 누군가가 침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건우가 그 말을 듣고서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그렇다. 엘과 내가 힘을 합쳐서 막아 내긴 했지만…… 꽤 끈질긴 놈이다.
건우는 그 말을 듣고서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격이 높거나, 관련 능력이 있는 존재일 텐데……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장군이가 덤덤하게 건우를 안심시켜 주었다.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나와 엘이 힘을 합치면 막지 못할 침입자는 없다.
건우는 그 말을 듣고서 안도가 되는 것을 느꼈다.
‘생긴 건 깨물어 주고 싶게 생겼는데…… 은근히 든든하단 말이야.’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근슬쩍 장군이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물론 금세 막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