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36)
가족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은 건우는 곧바로 던전 농지로 향했다.
그가 던전 농지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엘과 뀨뀽이가 건우를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뀽!”
건우는 둘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 주면서, 바로 본론을 꺼내 물었다.
“나 왔어. 오늘 아침에 무슨 일 있었다면서?”
그 물음에, 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앗! 어떻게 아셨나요?”
“오전에 장군이 손 좀 빌리다가, 들었어.”
“그랬나요? 제가 직접 말하고 싶었는데…….”
엘이 아쉬운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건우가 괜찮다는 듯이 슬쩍 웃어 보였다.
“그래도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어. 그냥 대화 시도가 왔고, 오후에 다시 연락한다는 것밖에…… 자세한 얘기 좀 해 줄래?”
그 물음에, 엘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 얘기가 끝이랍니다.”
“그, 그래?”
그 대답에 건우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럼, 일과 좀 보면서 같이 기다리자. 연락이 오면 엘이 바로 나한테 알려 줘. 알았지?”
그 말에 엘이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가슴팍을 팡팡 쳤다.
“그거라면 자신 있답니다.”
“그래. 부탁해.”
건우가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하와!”
하와가 보따리에 싼 뭔가를 들고서 건우를 불렀다.
건우가 그것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 삼겹살 파티를 했거든. 그래서 엘 것도 준비했어.”
건우가 그렇게 말하자, 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혹시, 저를 위해서 준비해 주신 건가요?”
“물론이지. 엘은 내 조카 같은 딸이니까.”
“조카 같은 딸이요?”
엘은 조카 같은 딸이라는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은 건우가 포식자 민서린에게 자신을 친동생 이찬우의 딸이라고 소개한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우가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해 주기로 하고 슬쩍 웃어 보였다.
“내가 나중에 설명해 줄게.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가자. 괜찮지?”
“네, 좋답니다!”
엘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방긋 웃었다. 파닥거리는 요정 날개가 엘의 기분을 정확하게 나타내 주고 있었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뀨뀽이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두 발로 서서 팔짱을 꼈다. 발 하나를 계속 까딱거리는 걸 보니, 불만이 많은 모양이었다.
건우는 뀨뀽이가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서 씨익 웃었다.
“물론 뀨뀽이 것도 준비해 왔지.”
“뀽!?”
건우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는 뀨뀽이.
건우가 가온을 가리켰다.
“봐 봐. 가온이가 너 준다고 여기까지 들고 왔어.”
갸웅!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들고 온 뀨뀽이 도시락을 뀨뀽이에게 넘겨주었다.
뀨뀽이가 그것을 받아 들고서 크게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뀨뀽!”
가온에게 머리를 비비적거리면서 친근함을 표현하는 뀨뀽이.
그에 가온도 동해서 뀨뀽이를 핥았다.
건우는 그런 둘의 친근한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지었다.
“자자. 애정 행각도 좋지만, 일단 밥부터 먹고 합시다.”
건우는 그러면서 작업장 쪽으로 향했다.
곧바로 작업대 위로 올라온 두 개의 도시락 통.
엘과 뀨뀽이가 자신들의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와! 제육볶음이랍니다!”
“뀽!”
엘의 도시락에는 S급 고춧가루와 B+급 깻잎을 사용해서 만든 초호화 제육볶음이 들어 있었고, 뀨뀽이의 도시락에는 B+급 깻잎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하와와 가온, 소아가 동시에 입맛을 다셨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제육볶음과 깻잎을 보자마자 입맛이 돌아온 것이다.
건우가 그런 아이들을 가볍게 안으면서 말렸다.
“우리는 많이 먹었으니까, 도시락은 엘하고 뀨뀽이한테 양보해야지.”
그 말에 아이들이 입맛을 다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엘이 그 모습을 보고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같이 먹어도 상관없답니다. 물론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제육볶음이 아주아주아주아주아주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나눠 먹을 수 있답니다!”
엘은 마치 엄청난 각오를 다진 사람처럼 그렇게 소리쳤다.
그에 하와가 특히 감탄했지만, 곧 먹고 싶은 것을 꾹 참고서 입을 열었다.
“하와. 하와.”
아까 전에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르다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건우는 그렇게 절제하는 하와가 대견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소아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나, 나도 배불러. 그러니까 엘이 다 먹어도 돼!”
건우에게 쓰다듬을 받고 싶은 모양이었다.
건우는 그것을 눈치채고 소아의 머리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소아도 착하네.”
“헤헤.”
행복한 표정을 짓는 소아.
가온도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뀨뀽이에게 말했다.
갸웅!
자기도 배부르니까, 신경 쓰지 말고 맛있게 먹으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가온은 은빛송송이꽃 몇 송이를 꺼내, 뀨뀽이의 도시락 위에 올려 주었다.
“뀽!”
뀨뀽이가 그에 크게 감동하면서, 다시 가온에게 머리를 비비적거렸다. 둘은 또다시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 서로 한 뭉텅이가 돼서 작업대 위를 굴러다녔다.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이 귀여워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한껏 찍은 뒤에 둘을 말렸다. 둘이 계속해서 장난을 치면, 언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엘과 뀨뀽이의 식사 시간.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뀽!”
둘은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각자의 도시락을 맛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저 반응한 것은 엘이었다.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제육볶음과 깻잎 조각을 한 번에 입으로 가져간 엘.
“오오옷!”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크게 감탄했다.
그런 엘이 대뜸 소리쳤다.
“미미!”
건우는 엘의 감탄사에 자기도 모르게 풋! 하고 웃어 버렸다.
‘대체 저런 리액션은 또 어디서 배운 거야?’
물론 미튜브가 범인이었다.
미미(美味)는 미튜버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한껏 과장하면서 외치는 소리였다. 그것은 ‘요리왕 와이번’에 나오는 명장면이기도 했다.
건우는 과장스럽게 표현하는 엘을 보면서 계속 킥킥거렸다.
그때, 뀨뀽이도 깻잎을 오물거리다가 소리쳤다.
“뀽뀽!(미미뀽!)”
엘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미미를 외친 것이다.
건우는 그런 둘의 모습에 꽤 오랫동안 웃다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안 되겠다. 이런 건 찍고 봐야지. 한 번만 더 해 줄 수 있어?”
그 물음에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랍니다!”
“뀽!”
그렇게 건우는 둘의 모습을 열심히 찍어서 동영상으로 남겼다.
참 즐겁고 맛있는 도시락 시간이었다.
* * *
엘과 뀨뀽이가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 건우는 던전 농지 일과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난번에 소아의 능력으로 심어 놨던 은빛송송이꽃들이 누렇게 변색된 채로 시든 것이다.
건우는 시든 은빛송송이꽃을 살피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시든 거지? 물은 충분히 줬을 텐데…….’
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은빛송송이꽃에 관한 정보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은빛송송이꽃은 어둠을 먹고 자란다고 했던 것 같은데…….’
건우는 그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 가온을 찾았다.
가온은 자기가 무슨 뿔토끼라도 된 것처럼, 뿔토끼들 사이에 껴서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스마트폰부터 꺼내 들었다.
‘이런 건 찍어 둬야지.’
그는 그러면서 한동안 동영상으로 가온을 촬영했다. 여름휴가 이후로 틈만 나면 영상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남기는 건우였다.
그렇게 잠시 후.
건우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가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온아, 은빛송송이꽃 하나만 줄 수 있을까?”갸웅!
흔쾌히 건우의 부탁을 들어주면서, 은빛송송이꽃을 쓱 뽑아내는 가온. 가온의 목에 단단하게 묶인 보자기에서 나오는 것치고는 무척이나 부드럽게 뽑혀 나왔다.
건우가 그 모습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가끔 보는 모습이긴 하지만…… 뭐가 저렇게 스무스 하게 나오냐?’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온이 건네는 은빛송송이꽃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정보를 확인했다.
「은빛송송이꽃 – EX급.
특수작물. 던전에서 서식하는 야생초. 어둠을 먹고 자란다. 특유의 마력을 머금고 있다. 지속적으로 섭취 시, 섭취하는 이의 마력을 한계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
★최소한의 효과를 보려면 1,000송이 이상은 먹어야 할 것 같다.」
‘역시 맞았어.’
건우는 은빛송송이꽃이 어둠을 먹고 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확신했다.
하지만 곧, 다시 의문에 휩싸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던전 농지에 심어 놨던 은빛송송이꽃들도 지금까지 어둠을 먹고 있던 것 아니었나?’
던전 농지에도 밤이 되면 어둠이 찾아온다.
주변에 불빛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두운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은빛송송이꽃들은 어둠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소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들었다면, 뭔가 다른 문제가 있다는 소리인데…… 빛을 아예 받으면 안 되나?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어둠과는 다른 것을 뜻하는 걸까?’
건우는 그렇게 한동안 은빛송송이꽃에 대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역시 은빛송송이꽃도 특수작물이란 건가? 쉽지가 않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가온이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건우와 만나기 전까지 은빛송송이꽃을 주식으로 삼았던 가온이라면, 은빛송송이꽃의 비밀을 알 거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건우가 들고 있던 은빛송송이꽃을 슬쩍 가온의 입에 물려 주면서 말했다.
“가온아, 혹시 네가 있던 곳이 어떤 곳인지 알려 줄 수 있어?”
건우의 물음에 은빛송송이꽃을 단번에 입안으로 넣은 가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갸웅?
“은빛송송이꽃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궁금했거든.”
건우의 말에 가온이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왼쪽 오른쪽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온.
가온이 얼마 가지 않아서 뭔가를 떠올린 듯이 앞발을 마주 쳤다.
갸웅!
“기억났어?”
건우의 물음에 가온은 연신 자신이 떠올린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수많은 동공, 좁고 넓은 수많은 동굴 길, 동굴 이곳저곳에서 무더기로 빛을 뿜어내던 은빛송송이꽃 그리고…….
“거대한 엄마?”
갸웅!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 방법으로 엄마를 표현했다. 하늘 위로 훌쩍 날아올랐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던전 농지 끝과 끝에 있는 바위산과 작업장을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건우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온이 어머니가 그렇게 크시다고?”
갸옹!
가온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건우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가온의 표현대로라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무슨 괴질라야?’
괴질라.
괴질라는 자연의 수호자이자 균형을 지키는 존재라는 컨셉을 지닌 괴수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항공모함도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거대했고, 걷기만 해도 빌딩이란 빌딩은 전부 무너뜨릴 정도로 거대했다.
‘영화 속 존재긴 하지만, 괴질라는 S급 던전에서 출몰했던 드래곤보다 거대한 괴수지.’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가온이 말을 더했다.
갸웅!
“항상 몸을 웅크리고 있는데, 그 정도 크기라고?”
갸웅!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가온.
건우는 그런 가온을 보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고…… 혹시 착각하는 건가?’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작게 웅크리기만 해도 던전 농지 전체만 한 크기의 생물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선뜻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가온이가 아직 어려서 착각한 걸 거야. 만약 정말로 가온이 어머니가 그렇게 크다면, 가온이는 왜 이렇게 작겠어?’
실제로 가온은 사람 머리 정도로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가온이 다 컸을 때, 던전 농지만큼 커진다는 것은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래. 가온이가 착각한 거야. 아기 때는 다 커 보이니까.’
건우는 그런 식으로 가온의 설명을 납득했다.
그렇게 건우와 가온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엘이 다급하게 날아왔다.
“이건우 님! 대화 요청이 다시 왔답니다!”
소아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자연과 함께 머무는 자들의 족장’에게서, 예정된 연락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