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162
키리엘은 그런 이프리트를 바라보며 찢어질 듯한 입꼬리를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내 대용품인 주제에……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참 불쌍하네.”
“닥쳐라!”
키리엘의 목소리에 더 격분한 이프리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내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키리엘은 그런 이프리트를 바라보며 웃음기가 없는 얼굴을 내비쳤다.
“어…… 어떻게 되는 걸까요?”
“모르지.”
한편 밖에서는 이프리트와 어스가 마른침을 삼키며 이프리트를 응원하고 있었다.
화염과 불꽃이 뒤섞여 폭발한 탓에 밖에서는 이프리트와 키리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건 거대하게 치솟은 불꽃과 화염뿐.
실프리스와 어스가 현재 할 수 있는 건 마른침을 삼키며 이프리트가 성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다.
화르르-
잠시 뒤 화염과 불꽃이 일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거칠게 폭발하며 타올랐던 주위의 공기 역시 점점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내 키리엘과 이프리트의 모습 역시 보이기 시작했다.
“이프리트 님!”
실프리스의 청아한 목소리가 공기를 울렸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뒤를 돌아 실프리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키리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섬기겠습니다…….”
화염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키리엘을 죽어도 용서하지 않을 것 같았던 이프리트는 키리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를 섬긴다고 말했다.
아마 그들이 알 수 없는 일이 화염 안에서 벌어진 게 분명했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나도.”
이프리트의 모습을 바라본 실프리스와 어스 역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다.
그 둘은 격분하며 키리엘을 향해 돌진했다.
…….
“기다리고 있다고!”
그 둘을 기다리는 건 키리엘의 검붉은 불꽃이었다.
그 둘은 그 불꽃에 휩싸이지 말았어야 했다.
■ 제161편 그 시각 정령계는 (2) □
“돌려놓으세요!”
푸화아아-
실프리스의 청아하면서도 강렬한 목소리와 함께 거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용서…… 못 한다.”
쿠궁-
어스는 자신의 몸에 단단한 바위를 둘러 마치 장갑차와 같은 형태로 변해 키리엘을 향해 돌진했다.
한데 모은 둘의 일격은 마치 그 무엇도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강인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키리엘 역시 그 둘을 바라보며 입을 쩍 벌린 채 감탄했다.
“이야……. 니들도 만만하지는 않구나?”
푸화아아-
긴박한 상황에도 키리엘은 너스레를 떨었고 실프리스의 소용돌이는 그런 키리엘에게 일말의 자비조차 베풀지 않았다.
“달게 받으세요!”
실프리스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주위의 화염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소용돌이.
키리엘은 공중으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이내 소용돌이를 살짝 비켜 피해 냈다.
“좋아……! 좋아!”
실프리스의 소용돌이가 살갗에 스쳐 팔뚝 한 부분이 쓸려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키리엘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잔뜩 서려 있었다.
“읏챠…….”
콰광-
키리엘이 소용돌이를 피한 뒤 공중에서 내려오자마자 어스가 그를 맞이했다.
온몸에 바위를 두른 채 돌진한 어스는 순식간에 키리엘과 정면으로 부딪쳤고 이내 키리엘은 어스에게 밀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쿠궁-
화염이 군데군데 살아 있는 거대한 신전의 벽에 키리엘과 어스가 깊게 처박혔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벽의 잔해 속 무언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연기가 사라지며 빛이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후……. 깜짝 놀랐잖아……. 말은 해 줘야지!”
분명 어스가 키리엘을 향해 돌진했다.
그렇다면 반격을 당하더라도 벽에 박혀 있는 건 키리엘이어야 할 터.
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벽을 산산조각 내며 그 사이에 처박혀 있는 건 키리엘이 아닌 어스였다.
키리엘은 따분하다는 듯이 한 손으로는 하품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어스의 목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었다.
한순간에 몸에 둘렀던 바위가 모두 박살이 난 어스는 그저 키리엘의 손에 잡혀 버둥거릴 뿐이었다.
“그래도…… 재밌었어!”
콰광-
키리엘은 잡아챈 어스의 목을 거칠게 휘두르더니 이내 벽에 몇 차례 내다 꽂았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신전의 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고 키리엘은 벽의 잔해가 잔뜩 묻은 어스를 실프리스를 향해 내던졌다.
“어…… 어스 님……!”
실프리스는 화들짝 놀라며 쓰러진 어스를 향해 다가갔다.
어스는 좀처럼 눈을 뜨지 못했고 실프리스는 눈을 부릅뜨며 키리엘을 노려봤다.
키리엘은 그런 실프리스를 향해 입꼬리를 올려 보였고 실프리스는 어스를 바람으로 감싼 뒤 키리엘을 향해 느린 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중압감이 주변의 공기를 짓눌렀다.
단 한 번도 겉으로 자신의 모든 분노를 표출한 적 없던 실프리스에게서 살기가 느껴지기 시작하자 키리엘은 흠칫 놀라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역시……. 너도 과소평가할 게 아니었구나!”
“……그 입 다무세요.”
실프리스는 양손에 거친 바람을 휘감은 채 키리엘을 향해 다가갔다.
그 둘의 거리는 아직 멀기에 키리엘은 경계를 늦춘 채 눈을 깜빡였다.
눈을 깜빡이는 시간은 1초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키리엘이 눈을 감았다 뜨자 그의 앞에는.
실프리스의 거친 바람이 담긴 주먹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쿠과앙-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과 함께 몰아친 폭풍은 실프리스의 주먹에 담겨 키리엘을 향했고 키리엘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쿠구우웅-
거대한 폭풍이 하늘을 메웠다면 땅에서는 거친 지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실프리스가 벌어 준 시간 덕에 정신을 차린 어스는 눈앞에 닥친 상황을 바라보자마자 황급히 땅에 양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마치 울부짖는 것처럼 땅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수백 갈래로 갈라지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폭풍과 거친 지진이 자신을 향하자 키리엘은 예상치 못한 것인지 그들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인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어…… 어……! 이건 아닌데!”
실프리스와 어스는 키리엘의 당황한 얼굴을 바라보며 더욱 힘을 더했다.
그리고 마치 이 일격이 마지막인 것처럼 온 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쿠과와아아앙-
온 힘을 모아 일격을 내지른 실프리스와 어스.
그 둘은 왜인지 모를 이질적인 감각에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들의 일격이 깔끔하게 꽂힌 것이 아닌 무언가에 막힌 듯한 좋지 않은 느낌이 손끝에 맴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일격이 무언가에 닿은 것은 확실했다.
키리엘을 쓰러트리지는 못할지라도 이 두 일격이 닿았다면 적어도 전투 불능으로는 만들 수 있을 것이기에 실프리스와 어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도 정령왕 둘의 일격을 한 군데에 집중했는데.
맞고도 멀쩡할 리가 없을 테니까…….
스스슥-
연기가 걷히고 실프리스와 어스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 상황을 살폈다.
키리엘이 쓰러져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 둘은 연기가 걷히는 순간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좋지 않은 느낌은 항상 현실이 되었다.
연기가 사라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키리엘의 기분 나쁜 웃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기대하던 순간이야! 자, 놀아 보자고!”
키리엘의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연기가 모두 걷혔고 실프리스와 어스는 눈앞에 보인 상황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화르륵-
그 둘의 일격을 막아 낸 건 키리엘이 아닌 이프리트였기 때문이다.
거대한 불꽃 벽을 만들어 내 작은 손짓으로 조종하는 이프리트의 눈에는 초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 이프리트 님.”
“이프리트…….”
실프리스와 어스는 벙 찐 표정으로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프리트는 그 둘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
그렇게 실프리스와 어스가 당황을 금치 못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때.
이프리트의 화염 벽 너머로 키리엘이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짜잔! 어때? 내가 고대하던 순간이거든!”
키리엘의 장난기 서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실프리스와 어스는 다시금 이를 악물었다.
“이프리트 님을 돌려 내!”
“돌려…… 내란 말이다.”
실프리스가 처음으로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키리엘은 그런 실프리스의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실프리스에게 말했다.
“그래. 그래. 알겠다고.”
딱-
키리엘의 손가락이 부딪쳐 작은 소리를 내자 이프리트는 곧바로 거대한 불꽃 벽을 거둬들였다.
“뭐…… 뭐죠?”
실프리스는 알 수 없는 키리엘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좀처럼 발을 떼지 못했다.
어스 역시 마찬가지로 쉽사리 이프리트를 향해 다가갈 수 없었고 그런 둘을 바라보며 키리엘은 말했다.
“왜? 왜 안 와? 너희 친구잖아?”
키리엘의 말에는 도발이 섞여 있었다.
실프리스와 어스는 그것을 눈치채고 그저 매서운 눈으로 그를 응시할 뿐이었고 키리엘은 그런 둘에게 실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가식적이구나……. 예상은 했지만…….”
…….
“아쉽네.”
딱-
키리엘이 다시 한번 손을 치켜든 뒤 손가락을 부딪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프리트가 양손에서 거친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럼 재밌게 놀아~.”
키리엘은 이 말을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 걷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이프리트와 셀 수 없는 숫자의 악령들이 실프리스와 어스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프리트의 불꽃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불태웠고 실프리스와 어스는 그런 이프리트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정령계의…… 끝이 도래한 건가요…….”
“각설하고…… 온다.”
그렇게 실프리스와 어스는 마지막까지 정령계를 위해 싸웠다.
그들은 충분히 고결했다.
* * *
우웅-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허벌판의 한 차원.
땅에서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게이트가 굉음을 내며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뒤 그 게이트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읏챠. 흠~ 공기 좋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키리엘이었다.
키리엘이 게이트를 넘어 차원의 바닥에 발을 딛자 뒤이어 엄청나게 많은 존재가 게이트를 넘기 시작했다.
끼에에엑-
수많은 악령이 게이트를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중에서는 검게 물든 킹 그리핀이 날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뒤를 이어 검게 물든 카이메로가 거칠게 날개를 펄럭였다.
한쪽에서는 검게 물든 데빌혼이 악령 몇 마리를 지르밟으며 거대한 걸음을 옮겼고 그 반대쪽에서는 검게 물든 바다가 악령을 개의치 않고 게이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악령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존재들까지 키리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잠시 뒤 모든 존재가 게이트를 넘어오자 허허벌판만 있던 차원은 어느새 비좁을 정도로 꽉 들어차게 되었다.
공중에는 카이메로와 킹 그리핀이 거칠게 날개를 펄럭였고 거대한 데빌혼과 바다는 두꺼운 벽처럼 테두리를 감쌌다.
그리고 수많은 악령이 그 중간을 메꿨다.
“자…… 그럼 다 왔나? 음…….”
키리엘은 화염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 자신의 군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바닥으로 내려와 게이트 안에 대고 소리쳤다.
“얼른 넘어와! 시간이 없다고!”
우우웅-
키리엘의 목소리가 게이트를 넘자 이내 거친 살기를 내뿜는 셋의 존재가 게이트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 말 잘 듣고 좋네!”
그들의 살기는 그 차원에 담긴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이나 무겁고 예리했다.
키리엘은 그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 이리 와서 서!”
키리엘의 말에 그 세 존재는 키리엘의 옆으로 다가가 나란히 선 뒤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그렇다.
그들은 가장 강한 차원의 주인들.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바람의 정령왕 실프리스.
땅의 정령왕 어스였다.
아니, 지금의 그들은.
검게 물든 불의 정령왕 이프리트.
검게 물든 바람의 정령왕 실프리스.
검게 물든 땅의 정령왕 어스였다.
결국, 실프리스와 어스조차 키리엘을 이겨 내지 못했다.
그 세 정령왕까지 합류한 키리엘의 군대는 한눈에 보기에도 막강해 보였다.
만약 헌터 기관에서 이 군대를 보게 된다면 항복 얘기로 시끄러워질 수도 있을 만큼 그들은 강해 보였다.
키리엘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군대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준비하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