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King went to school RAW novel - chapter 64
콰아앙!
결국, 크리스탈 크리머 떼의 육중한 덩치와 니아이스의 물대포가 맞붙었다.
다이아몬드와 맞먹을 정도의 경도를 지닌 크리스탈 크리머라면 니아이스의 물대포를 조금이나마 버틸 수 있으려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푸화아아아아!
그건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니아이스의 물대포에 닿은 크리스탈 크리머의 결정은 순식간에 부서져 수많은 결정 조각이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으니까.
그것들의 결정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을 벗기듯 깨져 버렸고 이내 순식간에 결정 특유의 빛을 잃은 채 바닥에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플레임은 쉬고 있어.”
-인간! 나도 잘할 수 있어!
“알지. 근데 이미 끝났어.”
-이씨이…….
정확히 니아이스의 30% 물대포 한 방으로 말끔히 정리된 상황.
니아이스의 앙증맞은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가 한번 쓸고 지나간 자리엔 온몸에 결정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크리스탈 크리머와 그것들의 빛을 잃은 결정 조각들만 가득했다.
“니아이스. 잘했어.”
-히히. 잘했어?
니아이스는 단 일격 만에 수십 마리의 크리스탈 크리머를 쓰러트린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내게 다가와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이럴 때 보면 가끔 니아이스가 무섭기도 한데.
“잘했어.”
나는 내게 해맑게 웃어 보이는 니아이스를 어깨 위에 올린 채 쓰러진 크리스탈 크리머들의 몸에 둘려 있는 점수 띠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이게 더 일이네.”
쓰러진 크리스탈 크리머들의 몸에 둘려 있는 띠를 전부 걷으니 이게 하나둘…….
스물넷.
띠는 스물네 개.
즉 240점의 점수였다.
모을 수 있는 점수는 200점이 최대치인 예선전.
그렇게 내 손에 10점짜리 점수 띠가 가득 쥐어지자 곧바로 경기장 공중에서 흥분한 해설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예선전 시작 3분 만에! 첫 통과자가 나왔습니다! 마법 1반의 강호! 강호는 점수 띠 가지고 확인 데스크로 오세요!”
나는 예선전 시작 3분 만에 1위로 예선전을 통과했다.
뭐, 1위로 통과한 것은 좋지만, 아직 갈고닦은 힘은 전혀 사용하지 못했다.
본선은 더 수준이 높았으면 좋겠는데.
터벅. 터벅.
그렇게 나는 정령들을 양쪽 어깨 위에 올린 뒤 양손에 점수 띠를 가득 쥔 채 확인 데스크로 걸음을 옮겼다.
확인 데스크로 향하는 도중에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 학생들의 수준은 다들 비슷한 거 같기도…….
“떴다!”
내 걸음을 멈추는 한 남학생의 목소리.
난 잠시 고개를 돌려 그 남학생을 향해 시선을 옮겼고,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는 미친 듯이 흔들리는 거대한 철문과 그 안에서 쇠를 갉아 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까드드득–
그리고 이내 열리는 그 거대한 철문.
아직 그것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이 예선전의 보스 몬스터.
그것의 장엄한 등장이라는 것을.
■ 제65편 헌터 체육대회 (2) □
철과 철이 긁히는 소리가 공기 중에 울려 퍼지며 거대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다른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온 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그 크기.
마침내 거대한 철문 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예선전의 보스 몬스터가 커다란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왔습니다! 예선전에 단 하나뿐인 100점짜리 몬스터! 차콜 케르베로스가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쿵. 쿵.
크워어어어!
거대한 철문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A급 몬스터 차콜 케르베로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몬스터일지라도 그것은 등장만으로 경기장 내의 학생들의 호흡을 가빠지게 만들었다.
“A급은 A급이다. 이건가.”
『차콜 케르베로스』
[A급 몬스터.머리가 셋인 거대한 늑대 형태의 몬스터.
머리는 셋이지만 생각은 하나라고 전해진다.
입에서는 일명 ‘지옥 불’이라고 불리는 화염을 뿜어내며 이는 세 개의 머리 모두가 동시에 가능하다.]
“저…… 저게 뭐야! 수준이 너무 높잖아!”
“그러니까! 이거 밸붕이잖아요!”
예선전 시작과 동시에 ‘나는 A급만 잡아서 한 번에 통과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졌던 학생들은 그것의 자태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특별반이었던 김대호의 등급이 B-, 안수진의 등급이 C였던 걸 생각하면 1학년이 저 차콜 케르베로스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 그 자체였으니까.
물론 그 사실은 학교 측에서도 알고 있었을 테고, 그렇다는 건 저 차콜 케르베로스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1학년 중에 나.
그리고.
“역시.”
쟤뿐이겠지.
“비…… 비켜 줘…….”
이슬기는 특유의 소심한 얼굴을 하고서 굳어 있는 학생들을 뒤로한 채 차콜 케르베로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차콜 케르베로스에게로 향하는 이슬기는 순식간에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으나, 다른 학생들은 그런 이슬기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가 뭔데 나대. 흑마법이면 다 될 줄 아나 보지?”
“그러니까. 저러다 뒤졌으면.”
“재수 없어.”
차콜 케르베로스에게 차마 다가가지는 못하며 이슬기의 뒤에서 쑥덕이기만 하는 마법 2반의 학생들.
아마 그녀는 소심한 성격과 흑마법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반에서도 어울리지 못하는 게 확실했다.
1학년 마법반의 일진이 전부 마법 2반에 몰려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군.
“…….”
이슬기는 자신의 뒤에서 쑥덕거리는 그들의 뒷담화를 못 들었을 리 없었겠지만, 그저 무시한 채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하지만, 뒤에서 쑥덕이는 인간들은 뒤에 있는 이유가 있는 법.
앞으로 나아가는 이슬기의 진가를 그 녀석들은 알지 못했다.
“칠흑 같은 어둠…….”
차콜 케르베로스 앞에 멈춰 서자 순식간에 뒤바뀐 이슬기의 눈빛.
내리깔기만 했던 그녀의 눈빛이 차콜 케르베로스를 응시하기 시작하자 예전 대련 때 봤던 이슬기의 표정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저 눈빛.”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블랙홀 같은 눈동자와 감정이 없는 기계 같은 표정.
대련 때 봤던 이슬기의 진심 모드다.
크워어어어!
모든 학생이 차콜 케르베로스에게 겁먹어 뒷걸음질 칠 때 유일하게 그것에게 다가갔던 이슬기.
차콜 케르베로스는 그런 이슬기에게서 다른 학생과는 다른 느낌을 받은 것인지 등을 곧추세우며 그녀를 향해 거친 포효를 내뱉기 시작했다.
“흐이익…….”
포효만으로도 일반 학생들은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정도의 거친 울음소리였지만 이슬기는 그런 포효 속에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꿀 수 있는 건 패배 말고는 없을 테니까.
자신의 포효에도 이슬기의 걸음이 멈춰 서지 않자 차콜 케르베로스는 등을 더욱 곧추세우며 이슬기를 향해 세 머리를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화아아아아!
차콜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의 입에서 일명 지옥 불이라고 불리는 초록빛의 화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화염과는 그 색부터 다른 초록빛의 지옥 불.
차콜 케르베로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은 마치 정말 지옥에서 끌어 올린 것처럼 타오르며 이슬기를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슬기는 지옥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패배뿐이었으니까.
“역시.”
이슬기는 자신에게로 솟구치는 거친 지옥 불을 향해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이슬기와 붙어 본 이력이 있는 나는 그런 그녀의 행보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봤지만, 그녀의 진가를 본 적 없는 관객과 해설자는 화들짝 놀란 토끼 눈이 되기 시작했다.
“아…… 안전 요원! 안전 요원! 저기 B-7구역 차콜 케르베로스랑 여학……생?”
하지만 그들이 이슬기의 진가를 알아보는 건 그다지 멀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의 결계여.”
…….
“삼키소서.”
모두가 놀라며 이슬기를 향해 경악을 금치 못하던 바로 그 순간.
어두운 검보랏빛의 결계가 그녀 앞에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전보다 훨씬 커졌네.’
이슬기의 검보랏빛 결계는 대련 때보다 훨씬 더 크고 어두운 색을 띠며 그 모습을 드러냈고, 이내 차콜 케르베로스의 지옥 불이 이슬기의 결계를 덮치기 시작했다.
닿으면 즉시 재가 되어 사라질 듯한 차콜 케르베로스의 지옥 불.
그 지옥 불이 이슬기의 결계를 덮치기 시작하자 그녀의 결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촤아아아아아!
이슬기의 결계는 마치 블랙홀처럼 자신의 몇 배나 넓은 범위의 지옥 불을 전부 흡수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중에 남은 건 차콜 케르베로스의 지옥 불이 달궈 놓은 뜨거운 공기뿐.
차콜 케르베로스의 지옥 불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순식간에 그녀의 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흡수했으면.
“분출해야겠지.”
푸화아아아아아!
흡수했으면 분출하는 게 이치인 법.
그녀의 검보랏빛의 결계는 타오르는 지옥 불을 집어삼킨 뒤 차콜 케르베로스를 향해 그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차콜 케르베로스의 가운데 머리 미간을 향하더니.
삼켰던 불꽃을 하나도 빠짐없이 분출해 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
초록빛으로 타올랐던 지옥 불. 그 지옥 불은 그녀의 결계 안에서 어느새 어두운 검보랏빛으로 탈바꿈된 채 원래 주인인 차콜 케르베로스를 향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의 어두운 지옥 불은 주변의 빛을 가리며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차콜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를 전부 집어삼키며 거칠게 타올랐다.
크워어어어!
지옥 불에 세 개의 머리가 동시에 집어삼켜진 차콜 케르베로스는 불꽃 속에서 연신 고통의 울음소리를 내뱉었고, 그 울음소리는 머리를 집어삼킨 지옥 불이 사라질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의 결계가 지옥 불을 뿜어내는 것을 멈춘 그때.
드디어 흩날리는 불꽃과 함께 불에 타 버린 차콜 케르베로스의 머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4만 명의 관객을 모두 침묵시킬 정도로 강력했던 이슬기의 위력.
하지만 그녀의 잠재력은 아직 완전히 발현되기엔 멀어 있었고 상대 또한 절대 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크워어어어어!
검보랏빛의 지옥 불이 걷힌 차콜 케르베로스의 상태는 세 개의 머리가 모두 불타 버린 모습이었지만, 아직 건재하게 포효를 내뱉으며 네 다리로 땅을 짚고 서 있었다.
미친 듯이 강력한 위력의 흑마법과 그 흑마법을 버텨 낸 보스 몬스터.
그것들은 관객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촉진제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한 관객의 환호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경기장은 관객들의 함성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우…….”
…….
“우와아아아!”
“이슬기! 이슬기!”
“할 수 있다! 쓰러트려!”
등장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야유를 퍼붓던 관객들은 이제 이슬기를 향해 응원의 함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
이슬기는 뒤를 돌아 그런 관객들을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차콜 케르베로스를 응시했다.
아마, 그들에게 환멸감을 느꼈을지도.
크워어어어어!
그리고 살기를 뿜어내며 타오르는 차콜 케르베로스의 여섯 개의 거대한 눈동자.
그 여섯 개의 거대한 눈동자는 이슬기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그녀를 안에 담기 시작했고 이슬기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그런 차콜 케르베로스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흐른 잠깐의 정적.
…….
폭풍 전야의 고요함처럼 꽤 길게 이어지던 그 정적이 끝난 건 차콜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덩치가 이슬기를 향하는 바로 그때부터였다.
콰과광!
차콜 케르베로스가 이슬기를 향해 달리기 시작하자 경기장 전체가 흔들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차콜 케르베로스는 그것의 앞발에 날카롭게 솟아 있는 거대한 발톱을 치켜세웠다.
살짝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이슬기를 반으로 가를 수 있을 만큼 거대하고 날카로운 발톱.
샤아아악!
그것의 발톱은 순식간에 이슬기의 주위 공기를 가르며 그녀의 앞에 다다랐고, 곧이어 이슬기의 몸을 반으로 가르려던 바로 그때.
이슬기의 손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날카로운 발톱을 응시하며 펼친 작은 손짓.
그것의 발톱이 그녀의 살결을 베어 버리기 일보 직전.
이슬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여. 그 자태를.”
…….
“드러내소서.”
우우웅!
샤악!
눈 깜빡할 찰나에 승패는 정해졌다.
이슬기의 손짓과 함께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블랙홀.
차마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연의 형태를 한 그녀의 블랙홀은 순식간에 차콜 케르베로스의 앞발톱을 집어삼켰다.
크…… 크워어어!
그다음은 앞발, 그리고 다리, 몸통, 결국 마지막 머리와 꼬리까지.
그렇게 차콜 케르베로스의 모습은 경기장 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펄럭.
경기장 안에 남은 건 바닥에 널브러진 차콜 케르베로스의 점수 띠뿐.
그것의 몸은 블랙홀과 함께 이 공간에서 소멸하였다.
“…….”
예선전의 보스 몬스터를 순식간에 소멸시킨 이슬기.
하지만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이내 떨어진 점수 띠를 향해 걸어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잠깐의 정적.
그 정적을 깬 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해설자의 목소리였다.
“백…… 백 점입니다! 마법 2반의 이슬기! 차콜 케르베로스를 쓰러트리고 순식간에 백 점을 얻어 냅니다!”
…….
“우와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