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83)
‘주군······송구합니다.’
자신의 심복 종임의 몸에 빙의해 있는 이악 위맹천이 속으로 사죄했다.
마음 같아서는 주군이었던 장능악을 위해 놈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으나, 식신이 되고 나서 연(緣)의 이치를 깨닫게 되며 그럴 수가 없었다.
식신과 그 주인의 운명은 하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한데 꼭 이게 아니더라도 목경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두려움마저 생겨나고 있었다.
‘아까 그 괴물 새는 대체 뭐지?’
사실 예전의 육체였다면 모를까 혼자서 그만큼이나 되는 절정의 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그 거대한 새 덕분에 무인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위맹천은 이로 인해 목경운이 더욱 두려워졌다.
‘대체 정체가 뭐지?’
인간이 아닌 괴이마저 부릴 줄은 몰랐다.
어떻게 천지회 내에 이런 괴이가 있었는데도 누구도 몰랐던 거지?
덕분에 목경운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그러는데 어느새 목경운이 엄청난 경신법으로 일순간에 사라지며 장능악의 뒤에서 나타나 어깨를 붙잡았다.
“네놈!”
“쉿. 조용하시고 어깨에 긴장 푸시죠. 계속 그렇게 움직이시면 손에 힘이 들어가서 부러뜨리고 싶어질 것 같거든요.”
-오싹!
일순간 장능악은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놈의 이죽거리는 목소리에서는 오직 악의만이 가득했다.
이런 느낌을 어디선가 받아본 적이 있었다.
‘대사형?’
그래.
대사형 나율량과 상당히 흡사했다.
뭔가 인간성이 상당히 결여된 듯한 섬뜩함이 비슷했다.
그러는 차에 호종혁이 한쪽 날이 부서진 도끼 멸부의 손잡이를 붙잡고서 입을 열었다.
“목경운. 멈춰라.”
“무엇을 말이죠? 제가 무슨 짓이라도 했나요?”
“네놈이 어떻게 저자를 끌어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건가?”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닐 텐데요.”
“신경? 당장 주군의 목숨을 위협해 네놈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고 쳐도 내 사부님도 그렇고 주군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이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
“지금이라도 멈춰라. 이건 아무리 네 무위가 강해졌다고 한들 무모한 짓이다.”
이 말과 함께 교묘하게 뒤로 향해져 있는 호종혁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호종혁은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 수신호를 보내는 대상은 다름 아닌 뒤에 있던 자신의 여자 호위였다.
[이걸 가지고 있어라.] [이게 뭐지요?] [구호탄(救護彈)이다.] [구호탄?] [내 사부님께서 주신 것이다.] [사부님이시라면 파부왕?] [그래. 그분께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주신 것이다. 딱히 쓸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이것을 호위인 네가 가지고 있는 편이 나을 것 같구나.] [이런 걸 제가 가지고 있어도 괜찮을지······.] [네가 가지고 있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어차피 위급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나 다른 오악회의 일원들은 견제의 대상이니 말이다.]참으로 공교로운 일이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구호탄을 맡겼었다.
구호탄은 대공자 측을 대비하여 사부님께서 주신 것이지만 회주께서 살아계실 동안은 딱히 쓸 일이 없으리라 여겼었다.
그런데 그 일이 이렇게 빨리 벌어질 줄은 몰랐다.
-슥! 슥!
호종혁은 여자 호위만 보이도록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미리 맞춰둔 수신호였다.
-꿀꺽!
이 수신호를 볼 수 있는 각도에 있는 사악(四岳) 서혜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는 호종혁으로부터 이것을 들었었기에 만약을 대비하여 여자 호위를 이 자리에 남아있게 한 것이었다.
‘구호탄만 터지면······.’
파부왕 호태강이 당장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리된다면 목경운 저놈도 섣부르게 협박하는 짓을 더는 못하게 되리라.
그러기 위해선 놈의 시선을 더욱 끌어야 한다.
이에 서혜인이 끼어들었다.
“목경운! 호 대단주의 말이 옳다. 협박이라는 것은 애초에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 때 효용가치가 있는데 무슨 수로 계속 그걸 유지할 거지?”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옮겨졌다.
서혜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호종혁의 여자 호위가 서둘러 구호탄을 쏘기만을 바랐다.
이를 위해서 그녀는 더욱 목경운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콰득!
그때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구호탄을 쓴 건가?
‘어?’
뭔가 이상했다.
구호탄을 썼다면 탄약 때문에 위로 불꽃이 솟구쳐야 했다.
한데 그저 부서지는 소리만 들렸다.
이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던 서혜인이 결국 참지 못하고 여자 호위를 향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아닛?’
서혜인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종혁의 여자 호위가 구호탄의 막대를 부러뜨린 것이었다.
이 여자가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호종혁 대단주의 수신호를 알아들었다면 이런 짓거리를…..
그때였다.
“그게 뭐죠?”
목경운이 여자 호위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파부왕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구호탄입니다.”
‘이년 설마!’
너무도 순순히 답변하는 그녀의 모습에 서혜인이 화가 나 다그치려 했다.
그런데 그 전에 호종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채린. 그대도 저 자의 사람이었나?”
구호탄을 부서뜨린 시점에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의 물음에 여자 호위, 아니 하채린의 몸에 빙의해 있는 고찬 호위가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어으. 엿 같아서 못 해 먹겠네.”
“채린?”
“그만! 네놈의 비위를 맞춰주는 것도 이제 끝이다.”
이런 고찬의 단호한 말에 호종혁의 표정이 굳어졌다.
간간이 보이는 털털하면서 여타의 여인들과는 다소 다른 반응과 모습에 그녀를 마음에 들어 했던 그였다.
해서 가까이 두고서 호위가 아닌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되니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호종혁이 미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간 함께 했던 모든 것이 거짓······.”
“어! 그래. 전부 거짓이니까 그런 되도 안 되는 자신감 넘치는 계집질은 다른 것들한테나 해라.”
“······.”
봇물처럼 쏟아지는 고찬의 다그침에 호종혁은 충격이라도 받은 듯 그대로 벙찌고 말았다.
그런 그를 보며 고찬이 콧방귀를 뀌었다.
식신만 아니었다면 이미 옛적에 이놈에게서 탈출했었을 것이다.
-저놈 많이 쌓였나 보구나.
-그렇네요.
이런 고찬의 모습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제법 익숙해져서 여자로 있는 것을 즐기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때 장능악이 입을 열었다.
“······네놈 대체 뭐냐?”
“뭐냐뇨?”
“대체 저들과 언제 접선한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그였다.
위맹천의 심복인 종임도 그렇고 저 계집도 전부 목경운 이놈과 접선할 방법도 이어질 어떠한 것도 없었다.
한데 대체 무슨 수로 이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연결점을 찾기 어려웠는데, 그때 목경운이 귓가에 대고 물었다.
“더 숨겨놓은 비장의 수가 있나요?”
“······.”
그런 목경운의 물음에 장능악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당장에는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수는 더는 없었다.
이에 장능악이 악에 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네놈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집부려서 좋을 게 없을 텐데요.”
“죽여라.”
‘!?’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비장의 수들이 꺾여서 막다른 절벽에 이른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는 했다.
내심 그가 굴복하리라 여겼다.
그런데 의외로 강하게 나온다.
“썩어도 준치라고 괜히 회주의 제자가 된 게 아닌가 보네요.”
“닥쳐라. 어차피 네놈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네놈이 힘으로 협박한다고 해도 그건 잠시일 뿐이다.”
“흐음.”
“네놈도 멍청하지 않으니 알 텐데. 네놈의 협박은 본 공자가 굴복하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걸 말이다.”
“뭐 그건 그렇죠.”
선뜻 인정하는 목경운의 말에 장능악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놈이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더 이상의 수가 없었기에 이놈을 단념시킬 방법은 후환을 상기시켜주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런데,
“하나 공자께서는 제게 굴복할 겁니다. 꼬리를 흔드는 개처럼 말이죠.”
“네놈이 감히!”
-우드드득!
“끄아아악!”
그 순간 장능악은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아. 분명 어깨에 긴장 풀라고 했을 텐데요.”
목경운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끄으읍. 이, 이놈!”
“주군!”
괴로워하는 장능악의 모습에 호종혁이 정신을 차렸는지, 한쪽 날 뿐인 멸부를 겨냥하며 소리쳤다.
“당장 멈췃!”
“그쪽이 멈추는 편이 좋을 듯한데요. 모시는 주군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싫다면 말이죠.”
“네놈 정녕 선을 넘는구나.”
“선은 아까 전부터 넘지 않았나요?”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악의로 가득한 그 모습에 호종혁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놈 대체 진짜 목적이 뭐지?
자신들을 이렇게 자극한다면 더욱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의아해할 때였다.
“스스로 굴복할 마음은 없겠죠?”
“으으으······네놈······본 공자가 네놈만은······.”
“역시 통제하는 것보다 씌는 게 낫겠군요.”
“뭐?”
“일단 주무시죠.”
-파파파팍!
그때 혈도가 점해진 장능악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쿵!
“감히!”
탁자로 장능악이 엎어지자마자, 호종혁이 분노의 일갈과 함께 목경운의 머리를 향해 멸부를 휘둘렀다.
-부웅!
그러나,
-팍!
멸부의 날은 목경운의 손에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학습 능력이 없으시네요.”
-쩌저저저적!
목경운의 손에 검은 기운이 서리자, 그나마 남아있던 날에도 금이 갈라졌다.
호종혁이 황급히 부초를 펼쳐 손을 놓게 만들려 했으나,
-스륵!
이미 목경운의 신형이 바로 그의 앞으로 파고들었다.
바로 턱밑으로 날아드는 목경운의 손바닥을 보며 호종혁이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 * *
‘······진짜 괴물이 됐군.’
하채린의 몸에 빙의되어 있는 고찬이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진정한 일악 호종혁과 사악 서혜인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기절해 있었다.
둘은 어떻게든 대항해보려고 악을 쓰고 덤볐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불과 몇 합 만에 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초절정의 극에 이른 호종혁이 숨겨둔 비장의 절초를 펼치며 분전을 꾀해보려 했으나, 그것도 소용없었다.
그저 시간을 좀 더 끌었다는 게 다였다.
‘어찌 무공을 익힌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이 이렇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거지?’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정말 세상이 불공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는데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분 이쪽으로 오시죠.”
‘두 분? 아!’
고찬이 자신 말고도 빙의된 걸로 추정되는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 죽은 이악 위맹천의 수하인 종임이라고 했던가?
희미하게 영력이 느껴져서 빙의한 원혼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는데, 역시 예상이 들어맞았다.
한데 언제 이놈에게 빙의시켰던 거지?
의아해하는데 종임, 아니 빙의한 위맹천이 전각으로 올라오자 목경운이 말했다.
“서로 처음 보시죠?”
“······.”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고찬과 위맹천이 서로를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너도 그런 거냐? 이런 의사에 가까웠다.
“우선 인사보다 이것부터 해결할까요?”
“이거라면?”
그러는데 목경운이 자신의 바로 앞에 점혈을 당해 엎어져 있는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과 피투성이로 기절해 있는 진짜 일악 호종혁을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둘한테 빙의해야 하는데, 두 분 중 누가 둘째 공자한테로 들어갈래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팍!
고찬과 위맹천 누구 할 것 없이 전광석화처럼 동시에 손을 들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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