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19)
-그 자의 두 눈이 벽안이더군요.
-뭐? 벽안?
벽안(碧眼).
그것은 파란 눈동자를 말하면서도 서역인(西域人)을 의미한다.
서역인은 중원의 서쪽에 사는 이들이다.
광장의 가판대를 두고서 대문과 뒤편 전각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화경의 경지이면서 보통 사람들보다 오감이 발달한 목경운은 가면의 틈 사이로 비추는 파란 눈동자를 발견했다.
-확실한 것이냐?
-가면의 눈 부위가 튀어나와 있어서 안쪽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긴 했어도 제 눈에는 보이더군요.
-흐음. 그것 참 기묘하구나. 이곳이 서장이나 신강도 아닐 터인데 서역인이 황궁의 관인으로 있다니.
이것은 드문 일 정도가 아니었다.
근래에 무림인들과 교류하고 여러 면에서 많이 개방했다고는 하나 황궁은 여전히 다른 어떠한 집단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면이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족(漢族)만이 중원의 중심이라 자부하는 것이 이 나라였다.
심지어 서역에서 들어온 종교인 배화교가 혹세무민(惑世誣民)했다고 하여 그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사족을 멸하지 않았던가.
그런 나라의 황궁에서 노예도 아니고 관인으로 서역인을 기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뭔가 이유가 있나보죠.
-태평한 대답이구나. 하나 무공을 익힌 서역인이 황궁 금의위라는 것만으로도 주의할 필요는 있을 듯 하구나. 괜히 엮이지 않도록 해라.
-그래야죠.
어차피 이곳에서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황궁 지하 금옥에 갇혀 있다는 성화령주를 탈취하는 것이었다.
뒤가 구리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자이든 간에 자신과는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안내하는 털보 남자를 따라 가자 가축 분 냄새가 진동하는 돼지 축사(畜舍)가 모습을 드러냈다.
꿕꿕거리는 소리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털보 남자는 멈추지 않고서 축사 안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러자 파계승 자금정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진짜 돼지라도 잡으러 온 거냐?”
그런 그에게 몽무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면 그냥 따라가기나 해라.”
“하면 뚫린 입으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냐? 흥.”
“쯧쯧.”
몽무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렇게 축사 안을 쭉 걸어가던 털보 남자가 우리 중에 비어있는 곳에 멈춰 섰다.
그러더니 갈퀴로 그곳에 수북이 쌓여있던 짚을 옆으로 밀어냈다.
그러자 그곳에 목판으로 된 입구가 있었다.
털보 남자가 입구에 있는 녹슨 쇠고랑을 잡고서 끌어당겼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며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이 보였다.
이를 보자 섭춘이 제법이라는 듯이 말했다.
“잘도 이런 장소를 만들었군.”
똥내로 가득한 돼지우리 막사 안에 이런 비밀 지하가 숨겨져 있으리라 누가 상상하겠는가.
털보 남자가 씨익 웃더니 엄지로 지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따라오시죠.”
그렇게 그들은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두 층 정도 되는 깊이까지 내려가자 이윽고 십여 장 가량 되는 공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불이 켜져 있는 공동 안에는 여러 기구들과 작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털보 남자가 작업실 한 편에 있는 응접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곧 장인께서 오실 테니 잠시…..”
-타타타탁!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누군가 황급히 계단을 내려와 털보 남자에게 달려왔다.
앞에 피가 묻은 가죽 받침대를 입고 있는 걸로 보아 도살장의 일꾼인 듯 했다.
“송 형. 잠시만 얘기 좀.”
이런 그의 말에 털보 남자가 목경운과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간양이 이를 개의치 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일꾼과 털보 남자가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소곤거리는 목소리였지만 무공의 경지가 높아지면서 더욱 청력이 발달한 목경운의 귀에는 이것이 정확하게 들려왔다.
“곤란해졌습니다.”
“뭐가 곤란하다는 건가?”
“지난 번에 제작을 의뢰했던 자가 아무래도 무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해서 이들은 잠시 대기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그들의 속삭임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뭔가 이들에게 문제가 생긴 듯 했다.
그러는데 털보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와 고개 숙여 사죄하며 말했다.
“이거 송구한데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납품하기로 한 급한 건으로 장인께서 조금 늦으실 것 같습니다.”
“그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하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간양이 괜찮다는 투로 말했다.
어차피 의뢰를 하러 온 입장이기에 보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양해를 구한 도살장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자 간양이 목경운과 후발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런 그에게 파계승 자금정이 딴지를 걸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네?”
“아까 저것들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무관이 어쩌고 하던데 못들은 거냐?”
자금정 역시도 그들이 하는 대화를 엿들은 모양이었다.
이에 간양이 반문했다.
“무관들요?”
“그래. 아까 주인이 금의위들을 봤다고 했는데 그 녀석들을 말하는 게 아니냐?”
이런 그의 말에 간양이 곤란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금의위들은 그저 황궁으로 납품될 고기를 검수하고 가지러 왔을 터였다.
한데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섭춘이 그런 그에게 말했다.
“혹 장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임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오?”
“그건……”
“인피면구를 시일 내로 제작해 줄 장인은 이 자뿐이라고 하지 않았소?”
“…….맞습니다.”
이들이 이곳을 찾아온 목적은 바로 인피면구 제작을 의뢰하기 위해서였다.
인피면구(人皮面具)란 인간의 피부 혹은 돼지의 가죽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실제 사람의 얼굴과 차이를 구분할 수 없는 가죽 가면을 말한다.
이곳 홍봉육의 주인은 양지에서는 도축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음지에서는 굉장히 정교한 인피면구를 제작하기로 명성이 높았다.
물론 이를 아는 자들은 무림에서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나 그렇다고 해도 복마권사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 무관이 금의위들이라면 저희가 도중에 끼어들어봐야 좋을 것도 없습니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게 무슨 일인지. 나 원!”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금의위에 잠입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당장 그들과 마찰을 일으켜서 좋을 게 없었다.
괜히 일을 벌였다가 시위부 무시에 영향이라도 가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일단 기다려보죠. 따로 차선책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 각 여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그때 위에서 비밀 지하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려왔다.
장인이 온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려온 자는 그들을 안내했던 털보 남자였다.
한데 아까와 달리 털보 남자의 얼굴 안색이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에 간양이 말했다.
“장인께서는 아직입니까?”
“기다리게 해서 송구합니다만 손님들께 더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지금 장인께서 의뢰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의뢰를 받을 수 없다니?”
이에 간양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털보 남자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송구하지만 사정을 밝힐 수 없습니다. 하오니 객들께서는 부디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지금 돌아가라고 하였소?”
간양이 기가 찼는지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에 겁을 먹었는지 털보 남자가 움찔하며 뒤로 반 걸음 물러섰다.
그런 그에게 간양이 다그쳤다.
“패를 가져온 자에게 의뢰를 들어준다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오? 게다가 먼저 왔음에도 그쪽의 사정을 봐준다고 이곳에서 기다려주기까지 하지 않았소?”
“아, 알고 있습니다. 하오나 정말로 지금은 어떤 의뢰도 받을 수 없습니다. 설령 객들께서 제 목숨을 위협하셔도……”
그때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피 냄새가 나는군요.”
‘!?’
이런 그의 말에 모두가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그러자 목경운이 검지로 털보 남자의 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손 말이죠.”
이 말에 털보 남자가 미간을 찡그렸다.
열 보 가까이 떨어져 있는데 자신이 무슨 개 코도 아니고 피 냄새를 어찌 맡는단 말인가?
이에 털보 남자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는 일이 도축인데 당연히 피 냄새가…..”
“아뇨. 소, 돼지의 피 냄새가 아니라 사람의 피 냄새가 나는군요.”
“그, 그게 무슨…..”
“무슨이 아니죠. 손에 혈향 말고도 말린 자란(紫蘭)과 큰꿩의비름 냄새가 섞여 나는 것을 보니까 급하게 지혈(止血)을 한 것 같군요.”
이 말에 털보 남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피 냄새를 언급했을 때도 설마 했었는데, 자란과 큰꿩의비름까지 얘기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두 약초 모두 도살장에 쓰이는 지혈초였다.
도축 작업을 하다가 간혹 베이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하는데 그때 쓰이는 약초들이었다.
한데 피 냄새와 뒤섞였을 터인데 이것을 맡았다고?
놀란 털보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체 그걸 어찌?”
“아아. 약초에 대해서 조금 공부했었거든요.”
‘조금?’
이 말에 모두가 놀란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약초를 조금 공부한 것만으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곳 지하실에도 가죽이나 쇠 냄새가 뒤섞여서 다른 냄새는 거의 맡기 힘들었다.
그런데 목경운이 털보 남자의 손에서 피 냄새와 약초의 냄새를 전부 구분해냈다는 게 경이로웠다.
그러는데 털보 남자가 갑자기 목경운에게 다가와 대뜸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호, 혹시 객께선 의술도 아십니까?”
“의술요?”
반문하는 목경운의 앞에 머리까지 조아린 털보의 남자가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와주십시오!”
* * *
돼지 축사와 소 축사의 사이에 자리한 한 건물.
“끄으으으으.”
건물의 한 방안에 수염이 덥수룩한 가죽 옷을 입은 오십대 장년인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년인의 양쪽 손목이 잘려 있었다.
곁에 있는 도살꾼들이 그의 손목 위쪽을 천으로 단단히 묶고서 지혈하고 있었지만, 피가 쉽게 그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 도살꾼이 괴로워하는 그에게 말했다.
“장주님 조금만 참으십시오. 곧 의원이 당도할 겁니다.”
“하아….하아…..그보다 송아는…….”
“아가씨는 모씨가 곧바로 쫓아갔으니 데려올 겁니다.”
“빨리 송아부터…..끄으으.”
“진정하십시오. 이러다 큰일 납니다.”
잘린 양 손목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 그를 도살꾼들이 만류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털보 남자를 필두로 여섯의 사내들이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목경운 일행들이었다.
도살꾼 중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아니. 송 형. 이게 무슨 짓이오? 객들을 왜 이곳에 부른거요?”
그 말에 털보 남자가 목경운을 향해 장주라 불린 장년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장주님의 잘린 손목이 지혈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원을 부르긴 했지만 그 전에 사달이 날지도 모릅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이를 보며 간양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장주의 팔이 저리 잘렸단 말인가?
이를 본 섭춘과 몽무약이 동시에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목경운은 이전에도 잘린 몽무약의 팔을 방술로 다시 붙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쳐다본 것이었다.
-저벅저벅!
그때 목경운이 장주에게로 다가갔다.
이에 그의 곁에 있던 도살꾼들이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앞을 가로막으려 했다.
그런 그들을 송 형이라 불린 털보 남자가 다그쳤다.
“도와주시러 오신 분이니 방해들 하지 말게!”
이 말에 멈칫하던 도살꾼들이 이내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목경운이 괴로워하는 장주에게로 다가가 빠르게 양팔의 혈도를 점했다.
-타타타타탁!
지혈점을 누르자 천으로 둘둘 감아줬던 잘린 부위에서 피가 새어나오는 것이 눈에 띄게 멎어졌다.
이에 괴로워하던 장주가 이채가 띤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하아….하아…객께서는…..누구시오?”
“그건 나중에 얘기하시죠. 그보다 잘린 손들은 어디에 있죠?”
목경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잘린 두 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장주가 아닌 옆에 있던 도살꾼이 분에 찬 목소리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쾅!
“그 빌어먹을 놈들이 장주님의 잘린 두 손을 가죽에 싸서 가져갔습니다.”
“잘린 손을 가져갔다고요?”
이 말에 목경운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데 지혈이 되고나서 조금은 버틸 만 해졌는지 장주가 힘겹게 말했다.
“개, 객들께서는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돌아가시오. 지금은 누구를 의뢰를 받거나 누굴 도와줄 수 있는 처지가…..”
“잘린 두 손을 가져갔다는 자들이 누구죠?”
“그걸 물어서 어찌 한단…..”
“두 손을 살리고 싶다면 얘기하는 게 좋을 걸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장주를 비롯한 도살꾼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미 잘린 손목을 어찌 살릴 수 있단 말인가?
의아해하는데 송 형이라 불렸던 털보 남자가 난처하다는 듯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장주님의 손을 잘라서 가져간 그 자는 금의위입니다. 송구하지만 객들께서 따라가도 그것을 되찾을 순 없을 겁니다.”
“빌어먹을!”
이런 털보 남자의 말에 섭춘이 거친 말을 내뱉었다.
설마 했는데 역시 금의위였다.
다른 자들도 아니고 황궁 근위 무사인 금의위가 장주, 아니 인피면구를 만들어줄 장인의 두 손을 베었다면 당장에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발걸음을 돌렸다.
“주군?”
그런 그를 몽무약이 의아해하며 불렀다.
그러자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별 수 없군요. 금방 올 테니 여러분들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네? 하오나 주….”
-스륵!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의 신형이 눈앞에서 연기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 모습에 장주를 비롯한 도살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도살장인 홍봉육은 그 규모가 크다고 하나, 도축의 특성상 도시의 가장 서남쪽 외곽에 자리하고 있었다.
외곽의 길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그나마 인적이 드물었다.
-구르르르르!
그곳에 고기를 잔뜩 실은 수레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고, 맨 뒤로 마차 한 대와 그것을 호위 하듯이 나란히 말을 몰고 있는 네 명의 남색 비어복을 입은 금의위들이 있었다.
그런 그들 중 우측 편에서 말을 몰던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참 맹랑한 계집이군.”
이에 그 옆에 말을 몰던 턱수염이 난 금의위가 말했다.
“그러게 말일세. 아무리 제 아비의 손이라고 해도 쫓아와서 난리를 부린 게 참 겁도 없네 그려.”
“생각이 없는 게지.”
“이해하게. 부모의 일에 눈이 돌아가지 않을 자가 어딨겠는가.”
“뭐 그렇긴 하지.”
“한데 그나저나 천호께서는 그 계집을 어찌 처리하시려나? 설마 대인께서 직접 자른 손을 가져오라고 하셨는데 돌려줄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그 말과 함께 턱수염의 금의위가 마차를 쳐다보았다.
저 마차 안에 천호와 그 계집이 있었다.
그러고 있을 때였다.
수레 행렬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던 마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응?”
무슨 일인가 싶어 금의위들이 말을 옆으로 몰아 수레 행렬의 앞쪽을 보았다.
그곳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누군가가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이에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말을 몰아, 수레 행렬의 앞으로 다가가며 검을 뽑으며 외쳤다.
-스릉!
“누군데 감히 행렬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그런 그의 외침에 얼굴을 가린 자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멍청하시군요.”
“뭐얏?”
“말해줄 것 같으면 얼굴을 왜 가렸겠어요.”
“이놈이 감히!”
-팟!
화가 난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이내 말에서 뛰어내려, 얼굴을 가린 자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차앙!
그런 그의 검날이 얼굴을 가린 자의 검지 손가락에 막히고 말았다.
고작 손가락 하나에 검날 막히자, 처진 눈썹의 금의위가 놀란 나머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 고수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