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17)
3성 공력.
목경운이 사용한 힘은 전력에 있어서 3할에 불과했다.
물론 이 또한 오직 사기(死氣)만을 썼을 때의 상황으로 지금처럼 마기(魔氣)를 두른 상태라면 오히려 배(倍)가 된다고 할 수 있었다.
이광이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힘겹게 말했다.
“네, 네놈……나를 기만한 것이냐?”
그 물음에 목경운의 양쪽 입 꼬리가 귀까지 닿았다.
“잘 아시네요.”
-오싹!
부정하지 않는 대답에 이광은 소름이 돋았다.
목경운이 3성 공력만으로 그를 상대했던 것은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나 탐색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되갚아주는 것뿐이었다.
[본인의 삼성 공력을 견뎌내다니.]아직도 그때 그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소소한 되갚음을 계속 지속하고 싶었으나, 이광이 저 교룡의 요력이 가득한 흑색 검과 하나가 되고나서는 그러기는 힘들었다.
이에 괜한 시간 낭비를 할 것도 없이 확실하게 전력을 다해서 단숨에 제압해버린 것이었다.
-첨벙!
목경운이 그의 자른 팔을 귀찮다는 듯이 내팽개쳤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나름 비장의 수였을 텐데 안 통해서 안타깝군요. 물론 제가 아니라 그쪽이요. 급격히 힘이 상승해서 얼마나 놀라게 해주고 싶으셨겠어요?”
-으득!
이놈 지금 빈정거리는 건가?
화가 났지만 너무 압도적인 힘에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대체 이놈의 진짜 정체가 뭐지?
방금 전에 그 역량이 하나로 집중되었다고 폭발하던 한 수는 검극(劍極)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검초였다.
이게 정녕 반 년 전에는 무공의 무(武)도 모르는 놈이 맞던 걸까?
-움찔움찔!
몸을 움직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전신의 근맥을 전부 베어놓아서 움직이지가 않는다.
‘이상하다.’
구양가의 가주인 팔독사장 구양소의 지독한 독기(毒氣)에 닿았을 때는 몸이 이를 밀어내고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놈에게서 느껴지는 저 흉폭하면서 어두운 기운이 체내의 기운을 흩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잘린 근맥이 회복되지 않는 건가?
‘끝인가.’
오른팔도 잘렸고 근맥이 전부 잘려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무인으로서 죽음을 맞이한 것과 차이가 없었다.
이광은 허탈함에 넋이 나갔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질문에 답할 생각이 들었나요?”
그 물음에 이광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거의 병신이나 다름없게 만들어놓고는 내 입에서 무언가가 나오길 바라는 것이냐? 죽여라.”
무인으로의 생명이 끝난 이상 삶에 미련도 없었다.
그리고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구양소 저 늙은이는 나름 명성도 높은 양반이 벽에 똥 칠 할 때까지 살고 싶은지 목숨을 구걸했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제법 절개가 있으신가보군요.”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죽여라. 구양소 늙은이. 네놈은 머지않아 그분의 처벌을 받게 될 거다. 기대해라.”
“………”
저주를 하듯이 경고하는 이광의 말에 구양소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당장에 위기를 피하기 위해 저 괴물 같은 놈에게 굴복하기는 했지만 확실히 조직의 후환이 두려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망쳐야 하나.’
구양소는 내심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방금 전 목경운의 그 엄청난 일검을 보고나니 도망칠 자신도 없었다.
이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구양소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제안을 하죠.”
“개소리 집어치우고 죽….”
“마기(魔氣)로 인해 요력에 의한 재생이 되지 않겠지만, 제 물음에 답을 한다면 마기를 해소시켜드리죠.”
“뭐?”
“지금 그쪽 몸은 인간보다는 이매망량에 가까워졌거든요. 마기만 해소된다면 저절로 회복될 것 같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광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려왔다.
몸이 회복될 수 있다고?
근맥이 전부 베여서 눈만 뜨고 있는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고 여겼던 그였다.
흔들리는 그에게 목경운이 눈짓으로 잘린 팔을 가리키며 말했다.
“팔도 잘하면 붙을 걸요?”
“팔이 붙는다고?”
“그쪽의 자생력으로도 가능해 보이지만 안 된다면 제가 직접 붙여드릴 수도 있죠. 몇 번 해봐서 그리 어렵지도 않고요. 물론 시간이 늦어질수록 힘들겠지만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광은 혀가 바짝 말라왔다.
잘린 팔과 잘린 근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당연히 재기가 가능하다.
한데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놈에게 굴복하는 것을 의미하며 조직에 있어서 배신을 뜻한다.
구양소 저 늙은이는 실감하지 못한다.
조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그분이 마음만 먹는다면 구양가는 하룻밤 사이에 멸문시킬 수 있다.
설령 구양소가 팔성(八星)에 견줄 수 있는 고수라 해도 상관없었다.
-파르르르!
이광의 몸이 떨려왔다.
찰나에 수많은 고민을 했던 그는 이내 힘겹게 결론을 내렸다.
“죽여라.”
지조를 지키기로 말이다.
당장에 목숨을 부지한다고 해도 조직에 쫓기며 죽음을 맞이할 바에는 충성의 맹세를 끝까지 지키는 편이 나았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제가 어떤 제안을 해도 제 말에 답변하진 않겠군요.”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죽여라.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면 이 목을 확실히 베는 것이 좋을 거다.”
“네. 물론 그래야겠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좀 더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어보이는군요.”
“무슨 소릴 지껄이든 소용없다. 죽…..”
“제가 그쪽에 합류하는 건 어떨까요?”
“……..뭐?”
이광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지금 이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까 전에 보니까 저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 걸 보면 나름 인력이 필요한 것 같은데.”
“네놈……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이광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의 귓가로 청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생. 너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무슨 짓이라뇨?
-저놈들에게 합류하겠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이런 그녀의 물음에 목경운이 대답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뜨렸던 이광의 잘린 오른팔을 허공섭물로 빨아들였다.
-팍!
그렇게 잘린 팔을 쥔 목경운이 이광에게 다가갔다.
움직일 수 없는 그로서는 움찔거리며 경계심만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그의 팔을 잘린 부위에 갖다댔다.
“흠.”
목경운이 잘린 부위로 손바닥을 갖다댔다.
그러자 잘린 부위에 남아있던 잔류 마기(魔氣)가 목경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러기가 무섭게 잘린 부위에서 실핏줄이 마구 움직이며 꿈틀거렸다.
-촤르르르르!
이윽고 팔의 잘린 단면끼리 서로 붙기 시작했다.
이 놀라운 광경에 당사자인 이광의 눈에도 이채가 띨 수밖에 없었다.
팔이 접합되고 있자 이어서 그의 가슴으로 손바닥을 갖다댔다.
-슈우우우우우!
손바닥을 통해서 그의 난도질이 난 상반신의 상처 부위를 독처럼 파고들던 마기가 서서히 해소되며 사라져갔다.
그러자 숨을 쉬는 것도 편안해졌고 상처들이 빠르게 수복되어갔다.
이에 구양소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지?’
구양소의 입장에서는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팔을 잃는 것도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렵기에 조직을 배신하는 것을 감수해가면서 굴복한 것이었다.
그런데 놈이 지조를 지킨다면 고문을 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알아낼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무슨 짓이란 말인가?
‘하아.’
제대로 난처해졌다.
이러면 굴복한 자신은 어떡하란 말인가?
그가 어찌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던 차였다.
“자. 이제 하반신의 마기만 해소시키면 완전히 회복되겠군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광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네놈 지금 당근을 주고서 나를 속이려는 것이냐?”
“아뇨. 말씀드렸을 텐데요. 나름 융통성을 발휘하는 거라고요.”
“융통성?”
“네. 그쪽 조직 사람들과 몇 번이나 대화를 해봤지만 제대로 된 것을 얻지 못해서요.”
“……..”
“그쪽도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하나 같이….”
-툭툭!
목경운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금제가 되어있더군요.”
‘금제…….’
이광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조직의 일원들 중에는 제 이계(二界)에 속했으면서도 이 진실을 모르는 자들이 있었지만 두 세대에 걸쳐 그분께 충성을 한 자신은 금제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 역시도 금제가 되어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을 말하려 한다면 머리가 퍽하고 터질지도 모른다.
“해서 표식이나 일계, 이계와 같은 계층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알아낼 길이 없더군요. 한데 저는 사실 그런 정보는 필요 없거든요.”
“…….네놈이 대체 무엇을 노리는 것이냐?”
“별 건 아니에요. 사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만 내놓는다면 그쪽 조직과 크게 대립할 필요가 없을 것 같거든요.”
“원하는 것?”
“네. 사실 저는 그쪽 조직의 수장이 누군지 무엇을 하려는지 관심이 없거든요.”
“관심이 없다고?”
“네. 뭘 하든 상관없어요. 그쪽 조직이 중원인들을 전부 죽인다고 해도 말이죠.”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광이 눈빛이 흔들렸다.
정파의 위선자들이나 다른 이들이 이런 말을 한다면 크게 와닿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은 절대 선한 유형의 인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겸살귀라 불릴 만큼 악(惡) 그 자체에 가까웠다.
‘그분이 원하는 인재일지도.’
명이 떨어진다면 군말 없이 살육을 벌일 수 있는 그런 존재.
게다가 이놈의 무위는 대종사 급이라 할 수 있는 육천에 도달해 있었다.
적이라면 반드시 죽여야 할 존재였지만 확실히 아군으로서는 이런 괴물 같은 무재는 큰 힘이 된다.
-힐끔!
이광이 이내 구양소를 쳐다보았다.
이런 그와 눈이 마주친 구양소가 자신도 모르게 긴장된 눈빛으로 마른 침을 삼켰다.
그 모습에 이광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
차라리 저 여우같은 늙은이보다 이놈의 가치가 훨씬 높아보이긴 했다.
아니 비교가 될 수 있나.
‘그래. 그분께서도 제 목숨이 아까워 조직을 배신한 저 늙은이보다는 이 괴물 같은 녀석을 더 바라실 거다.’
오히려 대단한 인재를 데려왔다고 자신을 더 중용할 지도 몰랐다.
머릿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이광이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확실한 것이냐? 원하는 것을 주면 조직에 합류하겠다는 게.”
“네.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지금까지 그쪽 조직을 추적했던 것도 그걸 위해서였거든요.”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저 배신자 늙은이보다 너 정도 되는 괴, 아니 대단한 무재를 지닌 인재라면 그분께서도 충분한 대가를 주고서라도 데려오길 원하실 거다.”
이광의 말에 구양소의 표정이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꼬여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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