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56)
“두렵나? 왜 거리를 벌리지?”
-우득!
일순간 목간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분신이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 번째 눈을 통해 서로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원래 육신이 가지고 있는 인격과 성향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험악한 인상의 이 분신은 사십여 년 전 목간이 얻은 육신이다.
동명사검(懂鳴死劍) 인섭.
활동 기간이 짧고 남만 출신이었기에 금방 무림인들의 기억 속에 지워졌지만 당시 전 무림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절세고수였다.
남만과 그 일대에서는 적수가 없었던 이 절세고수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오만하였다.
“역량이 상승했다고 시건방을 떠는군.”
-고오오오오!
목간이 기세를 드러내자 엄청난 풍압과 함께 부러진 대나무들이 흔들거렸다.
‘······이 정도였다니.’
그의 엄청난 기세에 진예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여력을 남겼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힘을 조절했다고?
이미 벽의 벽을 넘어선 수준이다.
-팟!
잘린 팔이 완전히 재생하지 않았지만 목간이 피부가 형성되지도 않은 손을 뻗었다.
“그때와 다르다는 걸 보여주마.”
-우우우웅!
목간이 손을 뻗자 공기가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예기와 진기가 모여들며 투명하기 그지없는 무형의 검이 생겨났다.
‘무형검(無形劍)!’
진예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검극(劍極)이라 할 수 있는 진기로 검을 이루는 단계인 무형검의 경지였다.
육신을 지배하면 그 육신의 잠재능력까지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목간이었다.
하나 천지회주의 대제자 나율량의 육신은 막 차지한 상태였고, 아직까지 재능에 비해 육신이 개화되지 않았기에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육신은 다르다.
자그마치 사십여 년이나 다뤄서 완전히 동화되었고 육신의 모든 잠재력을 개화시킨 상태였다.
-슥!
목간이 목경운을 향해 찌르기를 하듯 검을 잡아당기는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무형검의 검 전체에서 엄청난 기운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은 역량을 한 점에 모으는 것처럼 보였다.
-쿠르르르르르!
심지어 바닥마저 진동하며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퍼져 나오는 날카로운 기운은 마치 과녁을 겨누는 것처럼 예리하게 목경운을 향해 집중되어갔다.
‘안 돼. 이건······.’
기수식에서 풍기는 죽음의 전조를 목경운이 읽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왜 저리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정면에서 저 검초를 받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역량이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상승한 그라고 해도 이건 너무 위험했다.
극도의 불길함을 느낀 진예린이 황급히 소리쳤다.
“목 공자 정면으로 받아치면 안······.”
그녀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천맥(天脈)의 검식(劍式). 무형검식 제 이 식(二式) 검폭아(劍暴牙)!’
-파아아아아아앙!
고막이 뚫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날카로운 예기가 폭발적인 역량과 함께 증폭되어 이내 공간 전체를 뒤덮었다.
마치 태산과도 같은 거인이 검을 찌르는 것과 같은 기세였다.
가늠할 수도 없는 엄청난 공력이 실린 무형검의 검초는 그대로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려 했다.
‘미련한 놈.’
찰나의 순간 목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역량이 상승했다고 이걸 정면으로 받을 생각을 하다니.
네놈과 다르게 오랜 세월 수많은 무공을 탐구하며 무형검에 어울리는 검초마저 창안한 자신이었다.
동일한 수준의 위력을 지닌 검초가 아니라면 이건 정면에서······.
-촤아아아아아아아악!
‘!!!!!!!!’
순간 목간의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눈앞의 모든 것을 파괴할 기세로 뻗어나가던 역량을 하나로 모은 무형검식 검폭아의 검초가 반으로 갈라졌다.
마치 그 광경은 거대한 폭포수가 갈라지는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반으로 갈라진 사이로 검을 위로 긋고 있는 목경운이 보였다.
‘갈랐······어.’
이를 보며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진예린 또한 어찌나 놀랐는지 비틀거리다 결국 엉덩방아를 찧을 정도였다.
무형검을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분신이라 해도 공력이 극에 달한 목간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여겼던 그녀였다.
그런데 아주 일순간, 그 찰나,
-오싹!
그녀는 목경운에게서 느껴지는 초월적인 역량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단 한 순간에 불과했지만 목경운의 역량이 목간을 완전히 압도했다.
대체 방금 그건 뭐지?
의아해하던 찰나였다.
-저벅!
목간의 무형검초를 단 일 검에 가른 목경운이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고작 한 발자국 걸었을 뿐인데 몰려오는 기묘한 위압감.
이에 초식이 파훼되어 일순간 당혹감을 금치 못했던 목간이 이성을 되찾았는지 황급히 무형검으로 또 다른 검초를 펼치려 했다.
‘천맥(天脈)의 검식(劍式). 무형검식 제 사 식(四式) 검파섬각(劍波殲却)!’
-촤촤촤촤촤!
목간이 검을 휘두르자 수많은 검의 잔영들이 생겨나며 그것들이 일제히 패도적인 기세를 일으키며 파도처럼 목경운을 휩쓸어버리려 했다.
그러자,
-촥!
목경운이 이번엔 그 검세의 파도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그와 함께 검은 잔영들로 이루어진 파도가 갈라지며 또 다시 무형검식이 허무하리만큼 파훼되고 말았다.
이 광경에 목간은 이마에 있던 눈의 초점이 흔들렸다.
그 세 번째 눈은 기운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는데, 목경운이 검을 휘두르는 순간 역량이 온통 주변이 검게 물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다른 분신이었다고는 하나 목경운과 겨뤘던 그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새로운 육신에게마저 공력에서는 미치지 못했었다.
그런데 방금 전 사방을 뒤덮을 만큼 역량이 치솟았다.
그것은 이 육신마저 상회할 정도였다.
-저벅저벅!
다가오는 목경운을 바라보며 목간이 입을 열었다.
“네놈······. 설마 영물의 진원이라도 섭취한 것이냐?”
“진원?”
“그렇지 않고서야 역량이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치솟을 리가 없다. 그래. 그랬군. 힘을 되찾기 위해 영물의 진원을 섭취하고 있구나!”
삼대 괴서(怪書)라 불리는 세 권의 책이 있다.
그중 하나인 선백진경(仙白眞經)에 이르길 대자연의 기운이 모여들어 탄생한 영물들이 있다고 한다.
유교의 경전인 오경(五經)의 예기(禮記) 예운편에서도 이 오령 중 넷이 거론되는데, 린봉귀용의 사령이다.
응룡, 기린, 봉황, 용귀.
예전부터 중원에서는 이 사령들의 존재를 상서로운 길조로 여겼다.
하나 선백진경에서 이르는 오령(五靈)은 다소 다르다.
사령이 환상 속의 존재라면 이 오령은 실재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대붕(大鵬), 이무기, 불기린, 풍백호(風白虎), 용귀(龍龜)로 이 다섯 영물은 오행의 기운이 모여 탄생한 존재들로 대자연과도 같다고 했다.
여기서 선백진경에 중요한 것들이 서술되어 있는데, 대자연의 기운이 모여들어 탄생한 오령의 피나 진원을 섭취하게 되면 장생(長生)을 하거나 불로(不老)에 이를 만큼 평생을 쓰고도 남을 원기를 얻게 된다는 것이었다.
‘영물······. 진원······.’
선백진경을 보진 못했지만 목경운 역시도 오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구혈교의 혈성 담백하나 진예린으로부터 용귀와 불기린에 대해 들었고, 죽간 속 진운휘의 의념에게서도 얼핏 이 오령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오행의 진수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일 기회라고 했던가.
하나 목경운은 이 영물들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그딴 건 네놈이나 취해라.”
“뭐?”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팟!
목경운의 신형이 순식간에 목간의 앞에 도달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던 목간이 황급히 무형검으로 나타난 목경운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했는데,
-채아아아앙!
‘!?’
그런데 그런 그의 무형검이 튕겨 나가고 말았다.
‘무형검을?’
같은 무형검도 아니고 아무리 요검이라고 하나 그냥 검으로 튕겨냈다고?
-팟!
목간이 자신의 목을 노려오는 요검 악즉을 피해 뒤로 신형을 날리며 왼손의 검결지를 밑으로 그었다.
-우우우웅!
그러자 허공에서 커다란 무형검이 생겨나 철퇴처럼 목경운을 짓누르려 했다.
그러나,
-채아아아아앙!
목경운은 앞으로 나아가며 이를 쳐내버렸다.
아니 그냥 쳐낸 정도가 아니었다.
목경운의 검과 부딪친 거대한 무형검이 흩어지며 부서지고 있었다.
목간의 세 번째 눈동자의 동공이 흔들리며 실핏줄이 돋아났다.
그제야 목간은 알 수 있었다.
‘검을 휘두르는 순간 역량이 극도로 치솟고 있다. 이건······. 놈의 기운이 아니야.’
목간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 되었다.
놈이 만약 모든 오령의 진원을 전부 섭취했다면 오행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게 되고 대자연과 통하게 되면서 그 기운을 끌어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만약 그러했다면 벌써 그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런데 놈은 영물의 진원을 섭취했다거나 그런 게 아니었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아직 모자라군.”
-고오오오오오오!
-흠칫!
목경운이 자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자세를 취하는 순간, 검에서 흘러나오는 날카로움이 극도로 벼려지고 있었다.
‘큭!’
목간이 황급히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을 막아냈다.
-채아앙!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채아앙! 채앙! 채앙!
목간은 연이어 날아드는 목경운의 검을 전력을 다해 막았다.
그런데 막을 때마다 압도하는 역량에 오장육부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반격을 하려고 해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채아아앙!
“크헉!”
이어지는 목경운의 검과 부딪치는 순간, 손바닥이 찢겨나가고 입에서 선혈이 솟구치는 것과 함께 그의 신형이 파죽지세로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르!
타고 들어오는 검력을 이화접목의 수로 흘려보내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체내를 미친 듯이 휘저어놓고 있어서 운기조식이라도 하지 않는 한 이를 내보낼 방도가 없었다.
목경운을 바라보는 목간의 세 번째 눈동자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본체······. 본체가 아니면 놈을 상대할 수 없다.’
금술도 걸려 있었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 분신을 셋이나 보낸 것이기는 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겨서 분신 둘을 어처구니없게 잃었다.
해서 놈과 겨룰지 아니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우선 물러나는 것이 옳을지를 가늠하다 천지회에서 겨뤘던 기억이 있기에 완전히 동화된 분신이라면 전력을 다한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지금의 이놈은 본체가 아니면 도저히 승산이 없다.
“쿨럭쿨럭······.”
흐르는 피를 닦아내던 목간이 주변을 살폈다.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예린과 겨우 숨만 붙어 있는 귀검이 보였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자신이 할 것은 하나였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로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고 놈에게 조금이나마 부상을 입히는 것이었다.
-고오오오오오!
목간의 이마에 있는 눈동자에서 핏줄이 울룩불룩 돋아나며 기운이 솟구쳤다.
요력과 진기를 폭증시켜 한 번에 폭사시킬 작정이었다.
목간이 목경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게 끝이라······.”
-스르르륵!
그 순간 목간은 세상이 옆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느꼈다.
‘!?’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하는데 그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목이 잘려 나가면서 머리통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쿵!
머리가 부딪치며 바닥을 머리통이 뒹굴었는데, 그런 와중에 그의 눈에 끝없는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가르고 있는 날카로운 예기가 보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그것은 검기도 검강도 무형검도 아니었다.
마치 검세에 헤아릴 수 없는 역량이 실려 있었는데 이건 마치······.
-꽉!
그때 목경운이 바닥을 뒹굴던 그의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감사하지. 덕분에 무상(無上)의 검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