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 Shounen Manga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나도 믿는 게 하나 있는데
***
호오.
눈앞에 펼쳐진 건, 기대 이상의 전경이었다.
원작에서도 마도공학자들의 마탑 내부는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이는 나 또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와······그때 얼음여왕의 마탑과는 많이 다른 걸?”
“여기가 마탑······?”
코코아와 도로시의 말 그대로였다.
기껏해야 기다란 원형계단과 곳곳에 설치된 얼음장식이 전부였던 그곳과는 달리, 여긴 그냥 신비와 과학이 뒤섞인 별천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중앙의 원형계단을 중심으로 층마다 수십 개의 방이 빙 둘러져 있었고, 그 안에선 온갖 종류의 기계와 마도구 따위가 제작되고 있었다.
허공엔 수십 기에 달하는 엘리베이터가 아래위로 이동하고 있었고, 자그마한 비행선 같은 것도 두어 기 날아다녔다.
또한 여기저기서 자그마한 기계드론들이 둥둥 떠다니며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그것들 모두에게 요정의 날개처럼 생긴 뭔가가 양쪽에 부착된 상태였다.
사실 저러한 모습이 바로 코미어가 마도공학에 대하여 극도로 혐오하는 부분이었다. 그냥 기계에 불과한 것을 괜히 마법 느낌을 내겠다며 효능도 없는 액세서리를 부착했다고.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솔직히 ‘힙’한 느낌이 없잖아 있긴 했다.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게다가 이는 나만의 느낌만은 아니었다. 지금 여기 이 영한 여자애들 또한,
“기계요정인가 봐!”
“살아 있는 건 아니겠죠?”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기존의 마탑과는 굉장히 다른 모습이었다.
흡사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기지본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그보다는 훨씬 더 어둡고, 우중충하며, 퀘퀘한 느낌이 나긴 했지만.
그때였다.
“저기 봐!”
코코아가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녀석이 가리킨 건 1층의 웬 문 없이 텅 빈 방이었다.
그 안엔 무슨 마귀의 눈알처럼 생긴 수정구들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는데, 대부분의 것들은 눈을 감고 있었으나 몇몇 수정구가 눈을 부릅뜬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확실히 뭔가 요사스럽고, 마도(魔道)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기물이었다.
“저게 뭘까?”
“글쎼······.”
물론 짐작건대, 별 거 아니긴 할 것이다. 수정구는 대개 관찰용 도구이니······ 그냥 CCTV 모니터를 저런 식으로 만들어둔 게 아닐까.
그때였다.
“나 저거 갖고 싶어!”
“공주님, 저도요!”
둘이 마음이라도 통했다는 듯, 거의 동시에 눈알에 대한 탐욕을 드러냈다.
이때 나는 도로시와 코코아의 차이점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욕망추구에 대한 실행력에 있어 둘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도로시는 말뿐이었지만, 코코아는 이미 본인의 가죽주머니를 활짝 펼친 다음이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야야! 멈춰! 뭔 일이 있을 줄 알고!”
“저긴 아무도 없어! 딱 하나만!”
살금살금 움직이기까지.
하필 도깨비은막을 같이 두르고 있던 상태였기에, 별 수 없이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요 녀석으로!”
코코아가 눈을 감고 있던 것들 중 하나에다, 그것도 가장 크고 섬뜩하게 생긴 녀석에다 손을 딱 갖다 대었다.
그러자,
삐빅-.
-침입자 감지. 1층 D동 제4 수정구실
-침입자 감지. 1층 D동 제4 수정구실
웨에엥-.
갑작스레 실시간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또한 천장 부근에서 웬 레이저 같은 빛 무리가 새어나왔는데, 탐지 시스템의 일종인 듯 은막을 두르고 있던 우리에게로 곧장 뻗어져왔다.
팟-.
“······하.”
내 이럴 줄 알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키는 이가 없는 데엔 이유가 있는 법인데.”
그즈음 나는 도깨비 은막을 치워버렸다. 어차피 이젠 딱히 쓸모도 없을 듯했으니.
“이런!”
“들킨 건가!?”
하지만 물론, 코코아에게서 반성의 기색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외려 그러거나 말거나,
“에잇, 이왕 이렇게 된 거······.”
주변에 있던 걸 죄다 쓸어 담기 시작했다.
방 안엔 섬뜩하게 생긴 눈알 모양 수정구들뿐 아니라, 예의 요정 날개를 단 드론들 몇 기와 당최 용도를 알 수 없는 마도구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는데, 그 모두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집어다 때려 넣기 시작했던 것이다.
코코아 본인도 주머니를 잘 활용하려면 일단 뭐라도 많이 채워놔야 한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행한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그 뿐만이 아니었다.
“도로시 거기 그것도!”
“네! 그냥 몽땅 다 담을게요!”
도로시는 마법까지 써가며 방 안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한 곳으로 모은 뒤, 코코아의 주머니 속으로 죄 박아버렸다.
그렇게,
“히힛, 청소 끝!”
“수고했어!”
방 하나가 말끔히 비어졌다.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이었다.
또한,
“······나름 깔끔하긴 하네.”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 무렵,
-삐빅. 누구냐.
-삐빅. 정체를 밝혀라.
-삐빅.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뒤쪽에서 심상찮은 내용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돌아보니, 셀 수 없이 많은 난쟁이 휴머노이드들이 우리의 뒤를 꽉 막아선 상태였다.
녀석들은 이마에 예의 눈알 같은 작은 수정구를 하나씩 박고 있었는데, 껌벅껌벅 하고 있는 걸 보니 어째 소악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났다.
이 마도공학자 녀석들······ 확실히 디자인에 진심인 게 틀림없었다.
-삐빅.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카운트를 세겠다.
-10, 9, 8······.
“주걱턱, 이제 어떡할 거야?”
“쓸어버릴까? 쓸어버릴까요, 공주님?”
“······쓸긴 뭘 쓸어.”
사실 이 같은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또 그게 그렇게까지 걱정되었다면, 코코아의 폭주를 더욱 진심으로 제지했을 것이고.
실제로 나는 ‘아마도 이러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었고, 또한 현재의 상황이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탑의 주인인 지무스를 만나는 것이고, 그러려면 녀석의 거처를 파악해 곧장 잠입하든가, 아니면 그냥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대화를 시도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뭐······ 손님으로서의 첫인상이 그리 썩 좋게 박히진 않겠지만.
나는 내 옆의 둘에게 가만있으라고 말한 뒤,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나는 주걱턱 모험단 단장인데, 여기 탑의 주인 좀 만나러 왔거든? 전달해야 할 정보가 좀 있어서.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그러자,
-삐빅. 건방진 침입자.
-삐빅. 탑의 주인은 바쁜 몸.
-삐빅. 무기가 있으면 무기부터 버려라.
단박에 거절당했다.
“무기는 따로 없어. 일단 내 말부터 전달을 좀 해줘. 여기 탑의 주인이 마도병기 지무스 맞지? 그 녀석도 나를 알아. 일단 물어나 봐달라고.”
그러다 문득,
“아니지······ 혹시 같이 보고 있나?”
이미 지무스가 나를 보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부재중만 아니라면, 이렇게 첨단화 되어 있는 곳에서 주인장이 이 상황을 모를 수가 없을 테니.
이어 나는 잠시간 고민한 뒤,
“그래······ 그냥 쉽게 가지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노빠꾸 직진하기로 결정했다.
“어이, 지무스! 지금 나 보고 있지? 지금 바로 대화를 좀 했으면 하거든? 만약 나타나지 않거나, 반응이 없으면 여기 이 휴머노이드들을 시작으로 이 마탑······ 죄다 부숴버릴 거야. 나 누군지 알지? 딱 3초 센다.”
이어 손가락 세 개를 핀 채 손을 들었다.
“자, 3, 2, 1······.”
바로 그때,
-삐빅. 올라와라. 꼭대기 층이다.
뒤쪽에 있던 휴머노이드 하나가 말했다.
지무스 녀석인 듯 싶었다.
“그래, 그래야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어, 우리는 난쟁이 휴머노이드들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이동했다.
*
마탑, 최상층.
지무스의 개인 방은 희한하게도, 이곳에 들어와서 본 장소 중 가장 평범(?)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냥 별 게 없었다. 개인 책상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었고, 중앙에 원목 테이블과 소파가 놓여 있었으며, 바닥에는 진한 적색의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게 다였다.
희한하게도 마법과 관련된 물품은커녕, 기계조차도 없었다.
마탑주의 공간이라기보다는, 그냥 모험가 협회의 사무실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냥 약간 더 고급스러운 사무실?
그나마 딱 하나, 손에 쥔 지팡이만이 유일하게 그의 존재를 이 탑과 연관 짓고 있었다.
지무스는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무슨 일이지?”
“나 기억하지? 잘 지냈어?”
“정보가 있다고 들었다. 용건만 말하도록.”
뭐, 나 또한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네 적이 이곳, 노스랜드에 나타났다.”
순간, 녀석이 쫑긋 귀를 세우는 게 느껴졌다.
“내 적?”
“레오라고, 알지?”
지무스는 이 이름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기 때문에.
원작에서 마도공학계의 전 간부들을 이끌고 레오를 공격한 게 바로 이 녀석이었다.
심지어 원작에선 한 번뿐이라지만, 지금은 무려 두 차례나 패배한 상태이지 않는가.
물론 레오는 1:1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녀석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레오로 변신한 내게 패퇴한 적이 있으니.
헌데,
“내게 이를 전달하는 이유는?”
녀석의 반응이 예상과 조금 달랐다.
희한하리만치 침착했다. 그럴 녀석이 아닌데.
“뭐······ 그 녀석이랑 감정이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맞아. 하지만 그건 너 또한 마찬가지지. 네 놈은 내가 약해진 틈을 타, 내 지팡이까지 강탈해가지 않았더냐.”
“에이, 그래도 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
“어쨌거나 아직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내게 이를 전달하는 이유는?”
“······그냥 네 쪽에서 녀석들을 쳐줬으면 싶어서. 나도 녀석들과 그리 사이가 좋진 않거든.”
“직접 치지 않는 이유는?”
“다른 할 일이 있으니까. 녀석들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은.”
“······.”
다행히 지무스는 그 이상 묻진 않았다.
대신,
“황당한 녀석이군. 내가 네 뜻대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하는가 보지? 감히 제까짓 게 뭐라고······.”
내게 적의를 드러냈다.
흐음.
‘지팡이를 뺏어간 게 그렇게 열이 받았나?’
내가 자기를 쫓아낸 장본인이란 걸 알게 되면······ 화병이 나 죽을지도.
그즈음 나는 슬쩍 코코아와 도로시에게 눈치를 줬다. 갈 준비 하라고.
어차피 이 녀석은 움직일 것이다. 내 목적은 이미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달성했다. 굳이 녀석에게 확답을 얻어낼 필요까진 없으리라.
즉, 이제 떠날 시간이었다.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나는 그저 전달만 하려 했을 뿐이니.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게.”
바로 그때였다.
녀석이 지팡이를 치켜든 채 나를 겨눴다.
“누구 마음대로 가겠다는 거지?”
“어······ 진심?”
이는 굉장히 의외의 행동이었다.
“아니, 너 자신 있냐? 나 싸우는 거 안 봤어?”
지브란테에서 나와 그로니얀의 전투를 본 이 녀석이 감히 내게 덤벼들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적의를 드러낼 순 있겠지만······ 그냥 가겠다는 나를 잡아 세운다고? 심지어 원수지간도 아닌데?
“정말로 나를 바보로 아는가보군.”
“응?”
“다 죽어가던 녀석이 갑작스레 말짱해져 나타났을 때부터 이상했었지. 헬파이어를 정통으로 맞았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웃으며 등장했으니. 그런데 또 다시 만났을 땐 나를 몰아냈다는 사실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외려 내게 갚아줄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지.”
“오호······.”
“더군다나 그즈음엔 모습을 마음대로 바꾸는 녀석이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오던 참이었으니······ 제아무리 바보라도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하, 알고 있었어?”
어쩐지······ 새삼 뚜렷한 적의가 의아하던 참이었다.
녀석은 내가 레오로 변신해 자기를 몰아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건 좀 변수였다.
“물론, 네 놈이 꽤나 강적이라는 것 정도는 인정하는 바다. 그 정체 모를 로봇병기에 탑승한다면······ 그래, 꽤나 힘들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지금이 나올 타이밍 맞지?”
“저 녀석도 참······ 왜 하필 오늘을 골랐느냐는 말이야. 간부들의 회동 날을.”
“흘흘, 다 듣고 있었다네.”
“저자가 바로 그 소문의 주걱턱이란 녀석인가?”
난데없이 지무스 옆의 공간이 찢어지며, 네 명의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모두 낯이 익은 얼굴들이었다.
스피엘라, 테일러, 자이로, 사이먼.
지무스와 더불어, 마도공학계를 지탱하는 네 명의 간부들이었다.
“믿고 있는 게 있었거든.”
지무스는 그러곤 얼굴 한 가득 미소를 내비쳤다.
“······친구들끼리 숨바꼭질이라도 하고 있었나 보지?”
“뭐, 그런 셈이지.”
“······.”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이 같은 상황까지 가정했었던 건 아니니까.
이 녀석······ 믿고 있는 게 있었구나.
하지만 물론, 그렇다고 내가 겁을 집어먹었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어쩌지?”
“······응?”
나도 믿는 게 하나 있는데.
이어, 나는 곧장 옆을 돌아봤다.
“도로시.”
“응?”
“슬슬 보여줘.”
“뭘?”
저 녀석들이 평생 숙원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
저들의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인 바로 그것.
“뭐긴 뭐야, 진짜 마법이지.”
*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B-13층.
“그, 그만······ 그만 둬!”
세일즈는 고민 끝에 외쳤다.
물론 어느 것 하나 명백히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 자신이 저들을 제지하는 게 맞는 건지.
제지를 한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지.
저들이 적인지, 아니면······ 구원자인지조차도.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었다.
지금 저 ‘시험관 속 괴물들’을 세상에 풀어놓아선 안 된다는 것.
“젠장! 멈추라고!”
세일즈는 거대한 시험관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던 빨강머리에게 재차 외쳤다.
그러나,
“뭐래.”
빨강머리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방아쇠를 당겼다.
탕-!
그렇게 세일즈의 눈앞이 까맣게 물들었다.
*
시작은 그 주걱턱 녀석이 다녀간 뒤였다.
후속조치를 위해 뻥 뚫린 지하로 내려간 세일즈는 그곳에서 ‘감히 상상해본 적도 없는 끔찍한 무언가’를 목격하게 되었다.
“이, 이게 대체······.”
물론 회사에서 무언가를 비밀리에 만들고 있다는 건 알았다. 판매부처이긴 해도, 세일즈 쯤 되는 직위이라면 어느 정도 귀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으니.
헌데 그 결과물이 바로 저런 괴물일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허······.”
세일즈는 재빨리 지상으로 올라온 뒤, 현재 외부에 나가 있는 윗선에게 보고를 했다.
이를 봤다는 이유로 혹 자신이 제거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함께 본 이들도 여럿이고, 무엇보다도 빌딩이 거의 반쯤 파괴되었는데 이를 모른 척 넘어간다는 것도 웃긴 일이니.
이어 도착한 답신의 내용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간단했다.
-덮어 두도록.
궁금한 게 많았지만, 일단은 지시를 이행하는 것 외엔 달리 할 게 없었다.
하여 그러고 대충 철판을 놓고 카펫으로 덮어만 둔 차에,
“여기 맞지?”
딱 하루가 지났을 즈음, 녀석들이 찾아왔던 것이다.
레오 모험단.
자신들을 그렇게 소개한 그들은 모험가 협회의 의뢰로 왔다고 말하고선,
“얀, 타냐. 보이는 거 있어?”
“······아무래도 아래?”
“맞아, 지하야.”
“지하?”
“응, 거기 뭔가 있어.”
“아, 이건가 보네. 여기 구멍이 뚫려 있어.”
대뜸 카펫과 철판을 치우고 지하로 내려가 버렸다.
어찌나 막무가내였는지, 신원확인이고 뭐고 할 시간도 없었다.
게다가 주걱턱 일당에게 당한지 하루밖에 안 된 상태라, 녀석들을 막을 인력조차 부족한 상태였다.
하여,
“제길······ 여기 있는 녀석들 다 따라와!”
별 수 없이 녀석들을 따라 또 한 번 지하로 내려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괴물들, 그냥 여기서 다 제거해버릴까?”
“아냐, 데려가야지.”
“어, 어떻게 데려가죠?”
“뭐······ 일단은 꺼내야겠지?”
저들이 냅다 시험관을 폭파시키려 하고 있었다.
저······ 저 괴물의 위험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세일즈가 이를 말리려 할 즈음엔 이미 늦은 뒤였다.
와장창-!
세일즈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정면을 응시했다.
시험관 하나가 깨지며 나온 ‘그것’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뭐야, 죽은 건가?”
세일즈 또한 제발 그러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냐, 기다려. 위험하니까 접근하지 말고.”
이는 부질없는 희망에 불과했다.
곧이어,
그어어어-.
‘그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세일즈는 곧장 고개를 돌렸다. 그 표정 하나하나, 움직임 하나하나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역했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야 돼.’
당장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세일즈는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았다.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무슨 큰일이 벌어지기 전에.
그러나 세일즈는 그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갑작스레,
“웬 봉변인가 싶어 급히 와봤더니······ 또 다른 손님이 있었을 줄이야.”
누군가가 자신의 앞을 막아섰던 것이다.
세일즈는 새로이 등장한 인간을 보곤 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두 눈동자.
그의 두 눈은 기이하게도, 조금 전까지 시험관에 들어 있던 ‘저 역한 것’과 꼭 닮아 있었다.
공허와 절망, 그리고 살의로 가득 차 있는 것.
그것은 분명, 인간의 그것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세일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 사장님······.”
바이오위저드 코퍼레이션의 사장이자, 저 괴물들을 만든 당사자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