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63
영어 수업 시간.
선생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마커슨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제이든. 마커슨 힐한테 무슨 일 있는 거니?”
“모르겠어요. 연락해 봤는데 연락이 안돼요. 홈베이스 선생님은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글쎄다. 나는 따로 연락을 받은 게 없는데. 혹시 숙제랑 워크시트(worksheet, 수업 시간에 나눠주는 쪽지.) 좀 가져다줄 수 있겠니?”
“네. 안 그래도 오늘쯤 들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오디하고 알렉스랑 같이 갔다 올게요.”
“그래. 고맙다.”
다른 수업시간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마커슨이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로 책임감 없지는 않잖아?”
“근데 큰일이었으면 지난번처럼 제이든에게 오지 않았겠어? 그냥 학교 오기 싫어서 짼 걸 수도 있지.”
“일단 가 보면 알겠지. 학교 끝나고 집에 도착하는 대로 바로 자전거타고 너네 집 갈 테니까 그때 봐.”
“그래.”
방과 후 트랙 클럽 활동은 지난 달에 끝났다.
당연히 무슨 대회에 나갈 정도의 성적은 되지 않았기에 별다른 일 없이 끝났다.
정규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 예전처럼 오후 3시 30분쯤 된다.
가방을 풀고 잠시 기다리자 알렉스가 자전거를 끌고 왔다.
집에 가자마자 가방만 던지고 튀어나온 모양이다.
급하게 싼 샌드위치 하나를 던져 줬다.
“오~ 예~”
“가자.”
“먹고 가자아~”
“그러자.”
알렉스 성격상 분명 먹으면서 자전거 탈 거다.
아무리 차가 별로 없는 길거리라고 해도 위험하다.
마커슨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10분 정도는 괜찮겠지.
그래도 집 안에서 먹으면 퍼질 것 같아 집 현관문 앞에 앉아 대충 입에 구겨 넣었다.
― 부아앙.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차 한 대가 집 앞에 섰다.
“어? 마커슨 엄마 차 아냐? 저 차 잘 안 탄다더니 이제 잘 타나 봐?”
“…무슨 일이지?”
차에 마커슨은 보이지 않았다.
마커슨의 엄마만 우리 집에 올 일은 없을 텐데.
불길한 느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정신없이 내리던 마커슨의 엄마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미세스 힐. 마커슨은요?”
“저희가 지금 마커슨에게 가려던 길이었거든요. 학교 선생님들이 마커슨 숙제랑 워크시트 가져다 주라고 해서요. 근데 마커슨은 어디 있어요?”
“…저기. 애들아. 나 좀 도와 줄 수 있을까?”
“마커슨에게 무슨 일 있어요?”
“그게 마커슨이 아니고 마커슨 외사촌 형에게 일이 일어나긴 했는데. 마커슨이 너무 충격을 받아서… 가면서 이야기해 줄게. 차 탈래?”
“음. 아니요. 저희는 자전거 타고 갈게요. 부모님 허락 없이 남의 차 타면 안 돼요. 그게 아줌마라도요.”
“그. 그래. 그게 맞지.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네. 혹시 우리 집 오는 길은 아니?”
“네. 알아요.”
“그런데 마커슨이 무슨 충격을 받았는데요?”
“후… 아직 중학생들이라 소식을 못 들은 모양이구나. 그게 사실은…5일 전에 도미니크가 죽었어. 경찰 말로는 자살 같다는구나. 죽은 도미니크를 처음 발견한 게 마커슨이야.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있어.”
― 흐흡!
― 허억!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마커슨에겐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전에 한번 전 세계 삶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하긴 했었다.
일반적인 중2 감성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마커슨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놀라서 잠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커슨의 엄마가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본다.
들어보니 본인도 보통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던데.
마음을 가라앉혔다.
일단 마커슨이 죽은 건 아니니까.
“마커슨이 그… 도미니크 발견했을 때 상황이 어땠나요? 처참했어요? 자세하게 말씀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마커슨에게 실수하지 않게요.”
“음. 도미니크는 그냥 침대에 자는 듯 누워 있었어. 평소엔 둘이 말도 안 섞는데…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마커슨이 도미니크를 깨우러 갔었지. 너희도 알다시피 도미니크가 총상을 입은 데다 청소년 보호소에 가야 했잖니.”
“그랬었죠. 그때 수술이 잘 안됐다고는 들었는데.”
“그랬지. 총을 맞은 곳이 좀 까다로운 곳이었다 하더라고. 수술 후유증이 너무 심해서 소년원에 가는 날짜가 좀 미뤄졌었어. 땡스기빙때 그랬으니 벌써 6개월이 다 되었지. 그날은…보호소에 가야 하는 날이었어.”
“마음이 힘들었겠군요.”
“후우. 그랬겠지. 경찰이 오전에 올 거라는 소식을 듣고, 가족이 다 같이 아침을 먹기로 했어. 시간은 금방 가니까 괜찮을 거라고. 전날 밤에도 그렇게 위로를 하고 잤는데….”
“마커슨이 많이 놀랐겠네요. 심리 치료 같은 거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 일단 예약은 잡았는데…시간이 너무 걸려서. 경찰들도 크게 신경을 안 써주고. 마커슨이 너희에게는 마음을 털어놓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와 본거야. 너희를 보면… 후우. 그래. 너희를 보면 마음을 좀 움직이지 않을까 해서.”
“가요.”
“그래. 고맙구나. 그럼 먼저 가 있으마.”
“네.”
마커슨의 엄마가 차에 타다말고 우리 옆옆집 마당에 걸려있는 부동산 간판을 유심히 본다.
“저 집 나온 거니?”
“네. 집주인이 1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마커슨이 말 안했어요?”
“아. 그러고보니 지나가는 말로 한 것 같기도 하네. 도미니크가 집에 온 후로 집 분위기가 무척 안 좋았거든….”
마커슨의 집까지는 자전거로 20분.
차로도 10분은 걸린다.
가는 길에 Stop 사인이 많아서 자전거로 가나, 차로 가나 크게 차이는 없다.
가는 길에 오디에게도 전화를 했다.
이어폰을 가지고 있는 알렉스가 쌕쌕거리면서 마커슨에게 일어난 일들을 전했다.
오디 역시 깜짝 놀라며 곧바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도착하니 마커슨의 집 골목 입구에 오디가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왜? 먼저 들어가지?”
“좀 무서워서. 혼자 들어갈 용기까지는 안 나네.”
“그럴 수 있지. 들어가자.”
“어.”
마커슨의 집 앞에 자전거를 두고, 벨을 눌렀다.
마커슨의 엄마가 바로 튀어나왔다.
“방에 있어.”
“네.”
― 똑똑.
반응이 없다.
“마커슨! 우리 왔어. 문 열어 봐.”
“야! 선생님이 너 숙제해 오래. 우리가 이런 것까지 가져와야겠냐?”
“문 안 열면 이번 시험 F 받아도 모르는 척 한다아! 이번 주에 진짜 중요한 거 배웠는데. 우리 엄마가 큰 돈 들여 과외시킨 거 내가 너한테 공짜로 풀어 준다.”
“너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하이아너(3.5 이상)롤 받았잖아. 이번에도 받아야지. 설마 사나이가 한번으로 족한 거?”
― 쾅쾅쾅쾅.
“셋 셀 때까지 안 열면, 문 부숴 버린다.”
“진짜야아!”
― 하나아!
― 두울!
― 둘에 반! 야!!!
.
.
.
― 딸깍.
“미친 새끼들. 여기 우리 집 아니고 할머니 집이거든? 문 부서지면 니들이 책임질 거야?”
“새끼. 이제야 문을 여네. 아우. 손목 나갈 뻔했잖아!”
“세수는 하고 처박혀 있는 거냐? 어우. 냄새. 창문 좀 열어!”
“어우. 이 자식. 눈꼽 낀 거 봐라. 가서 세수하고 와 인마!”
셋이 쳐들어가면서 닫혀있던 블라인드를 열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5월이다.
아직도 살짝 추운감은 있지만 이만하면 좋은 날씨다.
우리가 하는 짓을 멍하니 보고 서 있는 마커슨.
― 뚝.뚝.뚝.
그대로 선 채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 모습에 알렉스가 코를 벌름거리더니 눈물을 흘린다.
우리 공부방 놈들 중 제일 감성적인 놈들 둘이 붙으니 절로 눈물바다다.
오디까지 눈이 젖는다.
“으이구. 이리들 와!”
― 으아아앙.
팔을 벌리자 셋이 달려든다.
덩치가 산만 해진 우리 청소년 넷은 그렇게 뒤엉켜 울었다.
제이든으로 빙의한 후 나는 한 번도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
냉랭했던 지난 삶에 비해 너무 행복했으니까.
지금은…
나도 찔끔 눈물이 났다.
마커슨의 삶이 너무 고단해 보여서.
― 또르르.
잠시간의 눈물 폭풍 후 우리는 후다닥 떨어졌다.
엉겨 붙을 때는 좋았는데 떨어지려니 부끄러웠다.
“그. 큼. 암튼! 숙제해!”
“마. 맞아. 수. 숙제를 도와야지. 일루 와 봐. 다른 건 몰라도 너 영어는 엉망이잖아.”
“헤헤. 자식들. 부끄러워하기는. 원래 남자는 서로 안고 눈물도 흘리고 그러는 거야. 격정의 시간들을 부끄러워하면 남자가 아니지. 그 옛날 에피쿠로스는 말했지. 우정은 가장 필요하면서도….”
“시끄러!”
“가장 귀중한 재산이다. 오디. 사람 말 중간에 끊고 그러는 거 아니다.”
“…….”
“수. 숙제 어디를 해야 한다고?”
“여기. 이거 봐라. 너 4일이나 학교를 안 나와서 숙제만 10페이지에 워크시트가 15장이다. 이거 어쩔 거냐고오.”
“수학이랑 과학도 있어. 밤새워도 모자라겠는데.”
“도와 주면 안 될까… 요들?”
“큼. 하는 거 봐서. 우리가 학교에서 막 온 참이라 배가 좀 고프려고 하는데 말야.”
“짜잔! 여기 스파게티와 콜라, 샌드위치, 치킨윙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아!”
― 히익! 흐억!
마커슨의 엄마가 갑자기 음식을 들이민다.
밖에서 다 듣고,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커슨 엄마의 눈가가 젖어 있다.
큼. 좀 부끄럽네.
다른 놈들은 나 정도의 눈치는 없다.
알렉스와 오디가 음식들을 보고는 침을 흘린다.
한창 성장할 나이이기는 하다.
이해한다.
부끄럽지만 나도 코가 벌름거리니까.
“와.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그래. 많이 먹어라. 먹고 모자라면 또 말하고.”
“네에!”
신이 나서 음식을 더는 놈들.
놈들을 보다가 마커슨의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젖은 눈을 끔벅거리며 고맙다고 인사를 해 온다.
알아들었다는 듯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나도 음식 앞으로 앉았다.
* * *
마커슨의 엄마가 음식을 제공한 건 빅픽쳐였다.
마커슨이 이렇게 공부에 집착하는 줄은 몰랐다.
평소에도 막히는 걸 자주 물어보긴 했었지만 귀찮아서 대충대충 설명했었다.
매번 다음번엔 하이이스트(4.0)아너에 도전하겠다고 했지만 대부분 아너롤이었고, 지난 학기에 처음으로 하이아너롤을 받았던 거다.
알고 보니 진짜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몰라서 못 풀었던 거네.
오디와 나, 알렉스까지 학군 점수 6점인 곳에서 공부 좀 한다는 놈 셋이 작정하고 달라붙으니 아주 뽕을 뽑는다.
숙제만이 아니라 평소 궁금했던 것까지 다 물어보는 통에 아주 진이 빠질 정도.
“으아악. 나 집에 갈래!”
결국 알렉스가 노성을 터트렸다.
본인 공부도 이 정도로 해 본 적은 없을 거다.
시간은 이미 9시를 가리키고 있다.
각자 부모님들께 허락을 받아 두어 다행이다.
오디 역시 학교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는 거였기에 부모님께 다른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자전거는 내일 가져가기로 하고, 마커슨의 엄마가 태워 주는 차를 탔다.
오디부터 알렉스의 집을 지나 우리 집까지.
각자의 집에 도착할 때마다 마커슨의 엄마는 친히 차에서 내려 우리 부모님들께 한참을 고마움을 전했다.
우리 집에선 아예 차를 세우고, 집에 들어와 앉았다.
엄마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모르겠다.
둘이 맥주를 까는 걸 보고는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정신적으로 힘든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