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186)
186화 템빨 (1)
드워프는 말했다.
나만 없으면 자기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이제 보니 아예 허튼소리를 한 건 아니었다.
파바바바바밧-!
공기 저항을 받으며 대포알처럼 쏘아지는 육신.
높은 곳에서 보니 한눈에 전황이 들어온다.
“얀델 씨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지만, 동료들은 고난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벽 역할을 하던 내가 빠지자 동료들의 부담이 몇 배로 증가한 상황.
웅이는 소환 해제가 된 반면, 카루이 사제가 소환한 언데드들이 사방에서 휘몰아친다.
“어?”
그때 미샤와 눈이 마주쳤다.
“어, 어?”
“칼스타인 씨! 지금 어딜 보시는…… 어?”
추가로 레이븐과도 눈이 마주쳤다.
상당한 거리가 있지만, 입이 떡 벌어진 것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왜 바바리안이 날고 있지?
한 가지 정정하자면, 나는 건 아니다.
떨어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지.
이름하여 바바리안 메테오.
콰아아아아아아앙-!
허리에 힘을 빡 주고서 균형을 잡아 두 발로 착지한 순간, 크레이터란 표현이 더 어울리는 족적이 지면 깊숙이 새겨진다.
그리고…….
지지짓.
다리에서 전기가 통하는 감각이 피어났다.
이거, 골강도를 맞춰 둔 게 아니었으면 뼈가 박살났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확인했다.
후우우웅-!
착지 지점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링 형태의 먼지.
이동기로 쓰이는 도약의 부가적 효과다.
「단발적으로 도약력 수치가 10배 상승하며 착지 시 주변에 강한 충격을 입힙니다.」
주변에 입히는 범위 데미지.
물론, 그 피해량은 미미한 정도다.
괜히 내가 이동기라 분류했겠어?
내가 깔아뭉갠 좁은 범위라면 모를까, 광범위 피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솨아아아아아-!
풍압에 밀쳐지듯 나가떨어지는 언데드 군단.
드워프 잔당들은 갑작스러운 난입에 당황했을 뿐,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멀쩡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캐릭터의 총중량이 500kg 이상입니다.」
「특수 지형 효과 [반동]이 피해 범위에 추가로 적용됩니다.」
미안, 내가 [거대화] 상태라서 말이지.
쿠웅-!
번개가 치고서야 천둥소리가 들려오듯.
풍압이 사라지기 무섭게 땅이 꿀렁이며 그 위에 서 있던 모든 것을 튕겨낸다.
“꺄악!”
“뭣……!”
허공에 떠오른 수백의 언데드들과 드워프 잔당.
그 압도적인 뽕맛에 입꼬리가 길게 휘어졌다.
‘다행히 무게가 됐나 보네.’
내심 걱정했었다.
[합일]로 장비들도 [거대화]가 적용됐지만, 아직 맞추지 못한 파츠의 장비가 많으니까.뭐, 이게 아니어도 [도약] 스킬 최대 장점은 따로 있겠다마는.
「일시적으로 위협 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착지 후 잠시간 부여되는 위협 수치 보너스.
이것이 내게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
[거대화]에 이어 위협 수치의 고정 값을 올릴 수 있는 기술이 하나 추가됐단 뜻이니까.“저, 저놈이 여기 있다는 건…….”
“나, 난쟁이 새끼! 그 새끼는…… 죽은 거야?!”
“버티는 건 할 수 있다면서!!”
내 등장에 이미 전의가 꺾인 듯한 드워프 잔당을 보며 나는 소리쳤다.
“베헬—라아아아아아아!!!”
[야성분출]의 발동 조건이기도 하니까.「일시적으로 캐릭터의 위협 수치가 3배 상승하며, 그 수치에 비례해 육체 수치가 증가합니다.」
위협 수치와 비례하는 육체 보너스.
그래, 이거거든.
내가 정말로 오우거라도 된 듯한 기분.
[그륵!]몬스터 판정을 받는 소환수들이 미친놈처럼 내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반면, 지성인들은 달랐다.
“후, 후퇴! 후퇴해라!”
“도, 도망쳐!”
상태이상 ‘공포’에 걸린 것처럼 진형을 버리고 도망치는 녀석들.
음, 이건 위협 수치라기보다는 그냥 합리적인 판단이려나?
콰앙! 콰앙! 후우웅! 퍼억-!
초거대 메이스와 방패.
그리고 이미 인간 병기나 다름없는 두 다리로 언데드 소환수들을 짓이기고 쳐내며 드워프 잔당을 추격했다.
쿠웅! 쿠웅! 쿠웅!
달릴 때마다 대형 괴수의 발소리가 들린 것은 덤.
“막아요! 막으라고! 네가 전사잖아!!”
“미친, 저걸 무슨 수로 막—”
튀던 요정 궁수가 수인 검사의 허벅지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아악! 망할 년이……!”
관성에 의해 바닥을 구르는 수인 검사.
“어, 어……?”
이내 놈이 내 손에 쥐어졌다.
사람 머리를 한 손으로 쥐고도 넉넉한 손아귀.
“……하, 항복. 항복하겠—”
천천히 힘을 불어넣었다.
근데 [야성분출] 때문인가?
얘도 물리 내성이나 그런 걸 찍었을 텐데.
콰직-!
체감상 수박보다 물렁한 거 같다.
‘그럼 다음.’
머지않아 [야성분출]이 끝나며 미친 듯이 들끓던 활력도 사라졌지만, 추격엔 문제없었다.
애초에 아직 세 번째 챕터도 안 끝났으니까.
반경 500m가 결계로 가로막힌 상황.
게다가 이제 이동기도 생겨서 말이지.
콰아아앙-!
[도약]을 써서 놈들의 앞을 가로막자 드워프 잔당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무기를 버리고 투항했다.차라리 자비에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뭐, 나름의 근거도 있었다.
“사, 살려 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수, 수호자를 잡으려면 우리가 피, 필요할 거예요. 그렇죠?”
이 부분은 좀 고민해 봐야겠는데.
일단 뒤따라 도착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잔당 무리를 무장 해제 시켰다.
그럼, 이제 [거대화]는 꺼도 되겠고.
“비요른! 아까 그건 대체 뭐냐!! 나도! 나도 하고 싶다!!!”
바바리안의 본능일까?
[도약]을 목도한 아이나르의 눈에 강한 탐욕이 어렸다. 솜사탕을 보던 눈빛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탐욕.나는 흐뭇함을 감추지 않으며 약속했다.
“후후, 나중에 비슷한 걸 찾아주겠다.”
“정말인가!! 약속한 거다!!”
“그래, 약속이다.”
아이나르의 육성 트리에는 [도약]과 비슷한 게 있다. 3등급 정수라서, 구하는 데 몇 년은 걸릴 테지만.
암, 바바리안이면 점프 정도는 해야지.
“저, 저기! 도, 도와주세요!”
응?
드워프 잔당의 장비를 벗겨내고 있던 때 들린 말이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한 여자가 보였다.
‘아, 얘도 살아 있었지…….’
한스G 팀의 신입 인도자.
그러니까 이름이…….
물어보긴 귀찮으니 인도녀로 하자.
“포션! 제발, 포션 좀 빌려주세요. 일단 제가 갖고 있는 걸 먹이기는 했는데…….”
인도녀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자, 바닥에 쓰러진 둔기 전사가 보였다.
“살아 있는 건가?”
“네, 네!”
희망을 엿본 듯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인도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살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포션을 쓰는 건 낭비일지도 모른다는 고민.
이윽고 나는 카루이의 사제를 손에 쥐었다.
“히, 히익!”
거, 쫄기는.
누가 죽인대?
사제를 쥐고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긴 나는 놈을 둔기 전사 앞에 내려놨다.
“치료해라.”
“예, 예!”
악신을 모시기는 하지만, 카루이의 사제는 일반적인 신성력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긴, 이것도 못하면 위장 자체가 불가할 터.
솨아아아.
신성력이 깃들자, 둔기 전사의 몸에 가득하던 화상이 천천히 지워졌다.
어느샌가 훨씬 안정적으로 변한 숨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그보다 마법사는 어떻게 됐나?”
“도, 돌아가셨어요.”
“확실한 건가?”
“네. 제, 제가 확인했을 땐 이미 심장이…….”
“그렇군. 저쪽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깰 때까지 옆에 있어 줘라. 이놈도 혼란스러울 테니.”
“네, 네! 감사합니다……!”
동료가 있는 장소로 돌아오니, 어느덧 드워프 잔당의 포로화 작업이 끝나 모두 속옷 정도만 걸쳐 입고 있는 상태였다.
“……재갈은 어디서 나서 물려 둔 거지?”
“제가 갖고 다니던 건데요?”
뭐? 재갈을 왜?
정말 순수 호기심으로 이유를 묻자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왔다.
“제가 이쪽에도 관심이 있어서요.”
“어…… 그, 그렇군?”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이 레이븐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터.
“그래. 그런 것도……. 나, 나쁘지는 않지?”
오해 없도록 부정적 의견이 없음을 피력했다.
근데 이건 또 뭘까.
“나쁘지 않다뇨? 얀델 씨도, 마물학에 관심이 있어요?”
“마물학?”
고개를 갸웃하자 레이븐도 고개를 갸웃했다.
문득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혹시…… 재갈이 마물용이냐?”
“네, 그런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마리쯤 생포해서 연구해 볼 생각이었는데. 아니, 잠깐만 그럼 얀델 씨는 이걸 누구한테 쓴다고…….”
말꼬리를 흐리던 레이븐의 얼굴이 한순간에 확 붉어졌다.
“……앞으로 가까이 오지 마요.”
“얼마나?”
“1m.”
“……알겠다.”
그렇게 반농담식의 거리두기 합의가 끝나고, 나는 포로 무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한스G의 재갈을 풀었다.
궁금했던 게 있거든.
“묻고 싶은 게 있다.”
“예? 아, 예! 뭐, 뭐든지요!”
“드워프에게는 어쩌다 악령인 걸 들켰지?”
“……네?”
한스G는 이상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 나를 보았다. 다만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서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그 진실은 실로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 그 사람도 프, 플레이어……. 아니, 아, 악령이었습니다.”
드워프도 지구 출신이었다.
그래서 한스G의 행동만 보고서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둘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번 말해 봐라.”
나는 좀 더 자세한 정황을 들었다.
자꾸 말을 더듬는 것만 빼면 그리 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드워프는 불침번 때 마도구를 통해 한스G에게 대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구 출신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얘기를 하며 커밍아웃했다.
반가운 마음에 이를 인정한 한스G.
그러나 이는 함정이었다.
드워프가 쓴 것은 대화가 기록되는 마도구.
이를 약점으로 잡힌 한스G는 수호자를 잡고 나서 크게 한탕 하자는 협박성 제안을 잡았다.
참고로 채찍 말고 당근도 있었다.
공평하게 전리품을 나누고, 일이 잘못되면 책임지고 노아르크로 데려다주겠다던가?
“저, 저는 거, 거절했습니다. 그, 그런데…… 으, 읍!”
구차한 변명이 이어질 게 뻔했던지라, 대화를 끝내고 재갈을 입에 물렸다.
어차피 궁금한 건 다 풀렸으니까.
‘무슨 열다섯 명 중에 플레이어가 넷이야?’
요정 궁수, 한스G, 드워프, 그리고 나까지.
기도 차지 않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나였다.
……아직 최후의 전투가 남긴 했겠다마는.
그런 의미에서, 어서 새 안건으로 넘어갔다.
일단 팀 보이스부터 킨 다음에.
“너희 의견을 물어보고 싶군.”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지 말이죠?”
“그래.”
다수결을 하겠다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내가 결정을 내리면 팀원은 모두 내 의견을 따라줄 테고.
하지만, 그 전에 의견을 듣고 싶다.
“우리를 공격한 놈들이다! 당연히 죽여야 한다!”
“으음, 나는 모르겠당. 우리만으로 균열을 깰 수 있으면 당연히 죽이는 게 맞기는 한데…….”
“저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협력을 할까요?”
의견은 대부분 비슷했다.
신뢰하기가 어렵다는 것.
“믿을 수 없는 아군은 오우거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도 있지.”
같이 싸운다 쳐도 놈들의 배신을 우려해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면 본말전도일 터.
“그래도 노아르크 쪽은 그나마 나아요.”
“낫다니?”
“균열에서 나가는 순간, 우리랑은 다시 마주칠 일이 없잖아요? 목숨은 살려 준다고 하면 차라리 그쪽에 걸어 보려 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에요.”
레이븐의 시선이 요정 궁수와 한스G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저 둘은 달라요.”
악령.
어찌 보면 지하 도시의 탐험가들보다도 더욱 사악하고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그 존재.
“맞다! 족장도 그랬다! 악령은 발견한 즉시 죽여야만 한다고!”
“응…… 예전에는 몰랐는데, 오늘 일을 겪으니 확실히 알겠당. 왜 사람들이 악령을 믿지 말라고 했는지…….”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들이지. 기회가 왔을 때 처치하는 게 현명하다. 악령을 믿었던 자가 어떻게 됐는지, 그 결과가 바로 저기 있으니까.”
한마디, 한마디 들을 때마다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기분이었다.
만약 내 정체가 들킨다면, 얘네는 어떨까.
그때는 나도 이런 눈빛으로 볼까?
“그래서 얀델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는데요?”
의미 없는 상념을 털어내며 내가 내린 결론을 얘기했다.
“지금 죽이는 게 나을 거 같다.”
애초에 살려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지금 죽이냐, 아니면 수호자를 처치한 다음에 죽이느냐의 고민이었을 뿐.
나는 이미 이 세상에 훌륭하게 적응했다.
“우리끼리 수호자를 처치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해 봐야지.”
대책 없는 말처럼도 들리지만, 아주 근거 없이 한 말은 아니다.
우선 둔기 전사가 살았지 않나.
전력이 여섯 명으로 늘었다.
또한, 이번에 획득한 수호병단의 징표처럼 전리품 중에서 당장 쓸 만한 것들도 더 있을 터.
무엇보다, 내 예상이 맞다면 마법사도 한 명 더 늘어날 테고.
“그럼 이제 도플갱어만 찾으면 되겠군.”
“네. 진실의 돌이 나오려면 멀었고, 협력도 안 하기로 했으니 전부 죽이면 될 거 같아요. 제단에 바친 상태가 되면 나중에 풀려나잖아요?”
“음성 제어 마법을 꺼줘라.”
레이븐에게 부탁해 팀 보이스 마법을 끈 다음, 포로 무리에게로 다가갔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묘한 열기가 감도는 침묵.
“…….”
희망과 불안이 공존한 의문의 눈빛이 내게로 주목됐다.
하긴, 지들도 눈치가 있으면 알겠지.
회의가 끝나고 결정이 났다는걸.
긴 말은 필요 없었다.
“아프진 않을 거다.”
아마도.
“읍, 으읍! 으읍!!”
내 입이 열리길 기다리던 포로들이 몸부림치며 뭐라 말을 해댔다.
삶을 갈구하며 흔들리는 촛불처럼.
나는, 주저 없이 메이스를 휘둘렀다.
일단 시작은 맨 끝에 자리한 카루이의 사제.
콰직-!
그다음은 술법사.
콰직-!
한스G.
콰직!
그리고 요정 궁수까지.
도플갱어가 깃들었어도 즉사를 할 만큼 힘껏 머리를 내리쳤다.
콰직.
이 모든 과정에 소요된 시간은 고작 5초 안팎.
그 이전까지만 하여도 어느 누구보다 격하게 몸부림치던 이들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짓이겨진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네 구의 시신.
이를 보며 나는 딱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재갈, 채워두길 잘했네.
“얀델 씨! 그냥 그렇게 후려치면 어떡해요!”
응?
“아무리 마물용이라고 해도 그렇지, 자칫하면 망가진다고요!”
아…….
근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않나?
“침착하군.”
“네? 그게 무슨…….”
“이제 도플갱어 후보가 너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지.”
검증 마법이 통하지 않았던 아홉 명.
그중에 멀쩡히 서 있는 건 나와 레이븐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진실의 돌을 썼으니까 제외.
뒤늦게 현 상황을 깨달았을까?
“아……!”
레이븐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전 아니에요! 내가 왜 도플갱어! 아니,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착오가…….”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레이븐이 도플갱어다. 다들 물러나라!”
내 외침에 레이븐 곁에 있던 삼인방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떨어졌다.
“서, 설마 네가 도플갱어일 줄이야……. 정말 꿈에도 몰랐당.”
“아루루를 돌려줘라!! 인간에 마법사지만! 그래도 소중한 내 동료란 말이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근딜 자매.
그리고…….
“지, 진짜 아니라고요. 믿어 줘요. 내일 진실의 돌이 생성되면 바로 써서 확인할 테니까! 네?”
“모든 게 끝난 와중에도 진실의 돌을 소모하게 만들려 하다니, 정말 영악한 몬스터군.”
조용히 석궁을 들어 올리며 경계 태세에 들어간 곰아저씨. 레이븐은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 아니에요…….”
얘가 이런 얼굴을 할 수도 있구나.
“지, 진짜 아니란 말이야!!!”
그러고 보면 이렇게 크게 소리 지르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건…… 귀하군.’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닌지라, 왠지 욕심이 생기지만…….
더 했다가는 진짜 울지도 모른다.
그러니 장난은 이쯤에서 끝.
“이제 남은 건 너뿐이다. 근데 네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이지?”
“그, 그건……!”
“제단에 바치지 않아도 숙주가 사망할 시, 도플갱어가 풀려난다고 한 건 너였을 텐데?”
몰아세우는 척 넌지시 힌트를 주었다.
우리 마법사라면 이것만으로도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리라는 판단.
“어, 어쩌면!! 누군가 살아 있을 수도 있어요!! 도플갱어는 죽은 척하는 게 특기라 했으니까!”
기다렸던 대사였다.
“누군가 살아 있다라…….”
“어, 어딜 가는 거죠?”
내가 걸음을 옮기자 당황하며 외치는 레이븐.
터벅.
이내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드워프에게 어깻죽지가 날아간 비운의 마법사.
파르테이안이 몸을 뉘인 그 자리였다.
일단 몸을 굽혀 맥을 잡아 보았다.
“……사, 살아 있나요?”
“조용히 해 봐라.”
심장이 뛰지 않았다.
호흡도 멈춰 있는 상태였고.
툭툭.
나는 일어나 발로 상처 부위를 찼다.
“…….”
미동도 없었다.
음, 이 정도는 참는 건가?
포션 한 병을 꺼내 부었다.
치이이이이이익.
부글부글 기포가 끓으며 아무는 상처.
“끼예에에에에엑—!!”
그래, 너도 포션은 못 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