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187)
187화 템빨 (2)
그림자 제단.
이 챕터에서 도플갱어는 철저하게 두 가지 목표만을 위해 행동한다.
원정대가 진실의 돌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
그게 안 된다면, 원정대원의 숫자가 줄도록 계속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유력 용의자가 한 명 있었다.
[자네는 어느 도시에서 왔는가?]카일먼 파르테이안.
말 한마디로 원정대를 반쪽 내버린 한스G 팀의 마법사.
나도 처음엔 우연히 지뢰를 밟은 줄 알았다.
한스G를 포함해 마법사 팀은 드워프 무리가 노아르크 출신인 걸 모르는 눈치였으니까.
하지만…….
[드워프, 혹시 네가 도플갱어인가?]나는 드워프 무리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배낭에 있던 장비들은 어디서 얻었는지.
인식표를 받을 때 공무원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었는지 등, 놈이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수없이 날리며 수상하게 보이도록 유도했다.
다만. 그땐 미처 한 가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도플갱어가 보기에, 저 쉬운 질문에 쩔쩔매는 드워프가 어떻게 보였을까?
‘이상해 보였겠지. 그다음엔 왜 그런가 의문을 품었을 테고.’
모처럼 들어간 똑똑한 마법사의 몸.
도플갱어는 드워프가 답하지 못했던 질문을 통해 노아르크라는 진실에 도달했을 것이다.
아마 욕심도 났겠지.
때마침 숙주로 삼은 몸에 적당한 아이템도 있었을뿐더러…….
잘만 이용하면 정체를 숨기기도 쉬워지니까.
[도, 돌아가셨어요.]도플갱어 새끼는 죽은 척을 할 줄 안다.
게임에서도 몇 번이나 당했다.
확실하게 즉사시키는 게 아니라면, 이 망할 새끼는 동면 상태로 돌입해 생명 유지를 하며 플레이어를 농락했다.
바로 이렇게.
“끼예에에에에엑—!!”
포션이 퍼부어지기 무섭게 발작하는 도플갱어.
아마 내가 이 요소를 몰랐다면 남은 후보를 다 때려죽이고서도 레이븐에게 진실의 돌을 쓰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플갱어예요!!!”
마침내 누명을 벗게 된 레이븐이 어느 때보다 기쁜 목소리로 외쳤고, 도플갱어 놈은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일단 부정하고 봤다.
“아, 아니! 야! 나, 는! 끼예에엑!!”
대체 사람을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거지?
어처구니가 없지만, 몬스터에게 따지는 것도 우스운 일일 터.
그냥 모가지를 잡고 제단으로 걸어갔다.
제단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몸부림이 심해졌다.
“어, 떻, 게……!!”
마침내 변명을 포기하고 의문을 내비치는 놈.
나는 피식 웃었다.
사실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연기라도 똑바로 하던가.’
마법사의 최대 약점은 근접전이다.
그런데 놈은 머리를 쪼갤 기세던 드워프의 도끼를 피해 어깨로 받아 냈다.
기습을 예측한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애초에 그걸 맞고 즉사했다는 것도 웃기다.
과다 출혈로 죽은 거면 모르겠는데, 인도녀가 포션을 먹이기도 전에 숨이 멎었다고?
「원정대원의 몸에 깃든 강탈자를 발견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내 도플갱어의 머리를 제단에 박아넣자, 새하얀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진이라도 난 듯 진동하는 숲.
“끼예에에에엑-!!”
정수리에서부터 뽑혀져 나온 그림자 형태의 무언가가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나무 사이를 쏘다녔다.
그리고…….
“어! 도망간다!!”
한쪽 방향으로 사라졌다.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어느덧 세 번째 챕터가 끝났단 뜻이니까.
「사용된 진실의 돌은 1개입니다.」
「봉인 해제율 10%.」
「강탈자가 봉인된 힘을 되찾기 전에 서둘러 추격해 처치하십시오.」
이제 마지막 보스전을 치르러 갈 차례.
“비요른, 어서 따라가자!!”
“멈춰라. 그 전에 할 게 있다.”
일단 아이나르를 진정시키고 파르테이안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아, 물론 내가 아니라 레이븐이.
“어떻지?”
“부상은 얼추 나았으니, 곧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요?”
“그렇군.”
내가 부르자마자 쪼르르 달려와 파르테이안을 살펴본 레이븐이 그제야 축 늘어졌다.
가출했던 멘탈이 돌아오며 힘이 풀린 모양.
“후아…….”
근딜 자매와 곰아저씨가 멋쩍은 얼굴로 다가와 제각기 한마디씩 읊조렸다.
“우와, 정말 이 사람이 도플갱어였구낭…….”
“그러니까 말했잖아요. 전 아니라고!”
“크흠, 그래도 마법사는 마법사군? 그 상황에 누가 살아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다니.”
“하, 진짜 제가 아니면 어쨌으려고…….”
“아루루! 알지? 난 널 믿고 있었다!”
“믿기는 무슨…… 아니, 그보다 아루루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건데요?”
“어엇?! 설마 아루루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상처받은 것처럼 낙심하는 아이나르.
물론, 그런 게 통할 레이븐이 아니었다.
“그럼 그게 마음에 들겠어요? 아루아 레이븐! 성이든 이름이든 제발 똑바로 불러주세요. 제가 이런 건 딱 질색—”
“이,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만 발음이 어려워서 그랬던 건데…….”
아이나르가 고개를 푹 숙이자, 신경질을 내던 레이븐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넌 인간에 마법사지만, 소중한 동료니까.”
바바리안답게 낯부끄러운 말을 표정 하나 안 바꾸고 내뱉는 아이나르.
“하, 진짜 그놈의 발음…….”
레이븐은 기도 안 찬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됐어요. 알아서 불러요.”
“그게 정말인가!!”
“네. 어차피 학파에서도 비슷하게 불리는데 괜히 화내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고맙다! 아루루!”
한 번의 역경을 이겨 내며 동료 간의 우정이 돈독해지는 훈훈한 광경.
이 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얘,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런 쪽에 약하구나.
‘나도 나중에 뭔가 잘못했을 때 써먹어야지.’
머리에 메모를 해 둔 뒤, 짧은 대화를 끝내고서 정비 시간을 가졌다.
보스전을 하려면 할 게 산더미니까.
“둘 다 그러고 있지 말고 이리 와라.”
우선 인도녀와 의식을 회복한 둔기 전사를 불렀다.
“상황은 들었겠지?”
“……그렇소.”
한스G와 요정 궁수가 악령이었단 것에 충격이 컸는지 눈빛이 멍하다.
“정신 차려라. 남은 건 살아나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
“뭘 하면 되오?”
“뭘 할 수 있는지부터 말해라.”
나는 둔기 전사의 전투력부터 확인했다.
무슨 정수를 먹었고, 어떤 형태의 전투가 가능한지 등등.
원래라면 외부인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을 개인 정보들이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둔기 전사는 아주 저자세로 내게 협력해 왔다.
“그렇군, 그럼 너는?”
“저, 저는 길을 찾는 걸 빼면 전투에는 도움이 안 될 거예요. 죄송해요.”
6등급 전사 하나에 무등급 인도자 하나.
“그래도 파르테이안 님은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오. 무려 5등급 마법사시거든.”
“뭐? 5등급?”
“그렇소. 공격 마법보다는 다른 쪽에 특화됐긴 하지만. 평소 팀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하시던 분이시지. 자세한 건 깨어나면 직접 듣는 게 좋을 듯하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그야 레이븐이 아직 6등급 마법사이니까.
한스 새끼는 대체 어떻게 구슬렸기에 이런 고급 인재를 데리고 다니던 거지?
‘그럼 5등급 마법사까지 해서 총 일곱 명으로 수호자를 잡아야 된다는 건데…….’
아직은 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원하는 걸 그려 넣기엔 물감이 부족하다.
따라서 파르테이안이 의식을 회복하는 동안 드워프 잔당이 남긴 전리품을 샅샅이 뒤졌다.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해라. 뭔가 눈에 띄는 게 있으면 레이븐한테 검사를 맡고. 쓸 수 있는 게 있으면 전부 써야 하니까.”
한스G, 요정 궁수, 수인 검사, 드워프, 술법사, 카루이의 사제.
제단에 바쳐진 궁수는 영혼 상태로 변해 버려서 균열을 클리어한 다음에나 깔 수 있을 테니 패스.
“아루룽! 이건 어떠냥?”
“마력이 느껴져요. 하지만 술식을 읽을 수는 없으니 마도구는 아닐 테고……. 넘버스 아이템일 가능성이 높아요.”
“오오! 이 신발! 나한테 딱 맞는다!”
“하프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부츠네요. ‘가속’ 마법 부여도 돼 있고요. 비싼 거니까 조심해서 신으세요. 나중에 정산할 때 넣어야 하니까.”
하나하나가 중견 탐험가에 접어든 자들답게 가방 하나를 열 때마다 쓸 만한 것들이 나왔다.
무슨 보물창고라도 연 듯한 기분.
“레이븐, 이것도 한번 확인해 줄 수 있겠나? 라이티늄제인 건 알겠는데, 왜 이걸로 목걸이를 만든 거지?”
“마력 전도성 때문에 그래요. 똑같은 마법을 부여해도 효율이 달라지거든요. 그러니까 어디 보자, 이 목걸이는…….”
레이븐은 제 적성을 찾은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각종 아이템의 가치를 판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어느샌가 파르테이안도 깨어났다.
“어, 어…….”
동료들의 시체, 그리고 각종 장비로 가득한 숲을 보며 혼란에 빠진 중년 마법사.
둔기 전사를 보내 설명을 대신하게 했다.
“내, 내 몸에 도플갱어가 들어왔었단 말인가?”
“노아르크……. 그래, 어쩐지 가방에 안 쓰는 장비들로 가득한 게 수상하더라니. 그곳에서 온 자들이라면 납득이 되는군.”
“크리센 군과 메이린 양이 악령……?”
설명이 이어질수록 안색이 창백하게 질리는 마법사. 한데 마법사의 기질인지, 그 상황에서도 그는 내게 다가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걸세.”
“고마우면 가서 레이븐을 도와라. 느긋하게 여유 부릴 때가 아니니까.”
“그러겠네.”
파르테이안이 합류한 다음에는 속도가 확 붙었다.
의외로 그가 이런 류의 전문가였던 덕이다.
“……감정 마법? 나르망 학파 출신이셨어요?”
“그러고 보니 서로 소개도 하지 않았군. 맞네.”
“알테미온 학파 소속의 아루아 레이븐이라고 합니다.”
“하하, 알고 있네. 로브에 그런 멋진 문양을 새겨놓는 곳은 한 곳뿐이니까.”
“마스터가 좀 주책이라서요…….”
특수 감정이 가능한 나르망 학파의 마법사.
파르테이안이 합류하며 넘버스 아이템은 물론이고,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물품들도 분류가 가능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쓸 만한 건 다 나온 거 같으니, 이제 그만하고 다들 모여라.”
분류 작업을 끝마친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임시 정산을 시작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지금 가져간 물건은 전부 적어 놨다가 나중에 제대로 정산을 할 거다. 계속 쓰고 싶으면 그때 값을 내고 사야 한다. 알겠나?”
“알겠다!”
“그럼 아이나르, 이리 와라.”
나는 정리된 목록을 보며 획득한 물품을 한 명 한 명에게 양도했다.
판단 기준은 오직 하나.
누가 썼을 때 가장 좋은 효율이 나오는가였다.
“신발, 벗어서 미샤에게 줘라.”
“그, 그럴 수가! 어차피 발에 맞지도 않을 거다!!”
“걱정 마라. 치수 조절 마법이 부여 되어 있단 걸 확인했으니까.”
다소 독단적일 수도 있는 결정에 군소리가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리더의 권위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일 터.
“아이나르.”
“알겠다. 주면 되지 않냐…….”
아이나르를 필두로 나머지 동료들도 쓸 만한 장비들을 챙겨갔다.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네다섯 개까지.
저걸 다 팔면 얼마야?
탐험가와 싸운 다음이면 항상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느끼고 만다.
왜 그렇게 다들 약탈을 하고 사는지.
“그럼 됐군.”
남은 전리품들은 나와 레이븐의 아공간에 나누어서 보관했다.
안전상의 이유만은 아니었다.
양이 하도 많았어야지.
씨익.
새롭게 추가된 나의 장비들을 보고 있으면 도무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과연, 이게 바로 한스 반작용의 법칙인가?
「캐릭터가 No. 2988 수호병단의 징표를 착용했습니다.」
「종합 아이템 레벨이 +1,485 상승합니다.」
「캐릭터가 No. 8667 황야의 무법자를 착용했습니다.」
「종합 아이템 레벨이 +315 상승합니다.」
「캐릭터가 아이디움제 각반을 착용했습니다.」
「종합 아이템 레벨이 +400 상승합니다.」
도플갱어 새끼, 뒈졌다 진짜.
***
「비요른 얀델」
레벨: 5
육체: 555(New +5) / 정신: 198(New +15) / 이능: 191
아이템 레벨: 3,068(New +2,200)
종합 전투 지수: 1,731 (New +570)
획득 정수: 시체골렘 – Rank 7 / 오크 히어로 – Rank 5 / 오우거 – Rank 3 / 만티코어 – Rank 5(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