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00)
200화 마스터 키 (5)
닉네임 ‘Elfnunalove’.
공적으로는 ‘Ghost master’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하는, 그 정체에 대해 소문만 무성한 플레이어.
그가 천천히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다.
“…….”
딱 자정을 넘긴 시각.
장소는 마탑 상층부에 위치한 개인 연구실.
늘 그랬듯 그는 잠시간 의자에 앉아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그자는 어떻게 나오려나?’
오늘 그는 커뮤니티에 입장하자마자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영구 출입 금지 제한을 걸었다.
그 대상은 ‘Sergeant Lee’.
이병장이라는 특이한 닉네임을 쓰는 한국 출신의 유저였다.
‘지금쯤 분명 날 찾아 죽이겠다고 길길이 날뛰고 있을 텐데.’
그 역시 ‘이병장’과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이병장’은 가장 ‘열쇠’에 근접한 자일뿐더러, 누구보다 강한 무력을 소유한 플레이어이기도 하니까.
……지구 출신 중에서는 말이다.
‘……말로 해서 들어먹지 않은 건 그쪽이니까.’
잠자던 호랑이의 코털을 뽑은 건 아닌지, 조금 걱정은 됐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영구 벤을 때리기 전에 했던 마지막 회유.
이를 거절한 건 이병장 쪽 아니던가.
물론 그쪽 사정을 이해하기에 지금까지는 그냥 내버려 두었지만, 언제까지고 배려해 줄 수만은 없는 법.
이제 그 역시 선택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래도 그 사람한텐 좀 미안하게 됐네.’
상념을 이어가던 그의 사고가 자연스레 한 사내에게로 이어졌다.
‘Elfnunna’란 닉네임을 쓰던 한국인 유저.
‘그 사람도 그분의 팬인 거 같던데.’
지금까지 많은 한국인 유저와 마주쳐 본 그는 알고 있다.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적은지.
플레이어 중 한국인의 비율은 1%도 안 된다.
동향 사람을 애타게 찾던 ‘이병장’이 마지막에 제발 몇 마디 말이라도 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하던 것도 괜한 일은 아닌 셈.
‘이렇게 생각하면 참 웃긴 사람이란 말이야. 그렇게 동향이 그리우면 다 같이 협력해서 게임을 깨고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사내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그의 수정구가 진동이 울리며 연락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시간에 먼저 연락이라니, 뭔가 그쪽에서도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소울퀸즈 님.”
[네. 슬슬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한 접속 기록이 발견돼서요.]“이상한 접속 기록?”
사내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자신만큼이나 이 공간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그녀의 말이니, 분명 시답잖은 이현상은 아닐 터.
[접속 기록은 있는데 누구인지도 나와 있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접속 시간이 3시경으로 나와 있어요.]“중간에 커뮤니티에 입장했다는 뜻이군요.”
[네. 그래서 저도 그게 너무 이상해서…….]“잠시, 생각할 시간 좀 주시겠습니까?”
사내는 통화를 유지한 채 마법을 스스로에게 걸었다. ‘사고가속’에 몇 가지 술식을 덧붙여서 만든 그만의 조합 마법 ‘명상’.
금방 한 사람이 떠올랐다.
“원탁의 감시자.”
[아! 1년 전에 벤 처분을 내린 그 수상한 사람!]닉네임 ‘0720’.
그의 존재를 알게 된 건 1년 전이었다.
신입의 커뮤니티 입장을 돕는 안내역 모두에게서 입장을 도왔던 기억이 없다는 말을 들었고, 추후 그의 내면에 들어섰다가 이곳 복장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수상해서 벤을 때렸다.
보통은 현대의 옷을 입고 있으니까.
어디서 알약을 구해 몰래 이곳에 침입한 왕가의 스파이라 판단했다. 그도 아니면, 지구가 아닌 다른 곳 출신의 플레이어든가.
‘……무엇보다 노인의 모습이었고.’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젊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이런 변태 같은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 아닌가.
아무래도 70이 넘는 고령의 노인이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모습은 쉬이 연상이 되질 않는다.
“어쩌면 원탁의 감시자가 우리 눈을 피하기 위해 만든 그들의 모임 같은 걸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때 남은 회원들은 정상이라고 판단하시지 않았어요?]“예. 그때는 그랬죠. 하지만 혹시 모르니 소울퀸즈 님이 저 대신 들어가서 한번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거기는 비공개 채팅방일 텐데요.]“초대 코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몇 달쯤 걸리긴 하겠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네, 그렇다면야…….]이내 소울퀸즈가 그러겠노라 대답하였고, 이를 끝으로 사내 역시 통화를 끝내려 했다.
더 자세한 건 다음 달에 들어가서 재차 확인을 해봐야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니까.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소울퀸즈 님, ‘Elfnunna’라는 플레이어를 기억하십니까?”
왠지 그 닉네임이 떠오른 사내는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아, 그분요? 몇 달 전에 들어오신 분인데, 특이해서 확실하게 기억해요. 닉네임도 그렇고, 무엇보다 다른 쪽도 굉장히 인상 깊었거든요.]“인상 깊었다면?”
[내면세계의 공간이 하나도 안 보였거든요. 이 일을 하면서 그렇게까지 정신방벽이 두터운 사람은 난생처음이었죠.]“……그렇군요.”
사내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정신방벽이 유난히 두텁다는 거야 개인에 따른 편차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소울퀸즈는 안내역으로 활동한 기간이 짧기도 했고.
하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명상’ 상태에서는 ‘직감’ 수치도 상승하기에 사내는 그 감정을 기분 탓으로만 치부하지 않았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사내는 양해를 구한 뒤 머릿속에 기록한 활자를 확인했다
정확히는 소울퀸즈가 말한 엘프눈나의 입장 시기에 편지를 발송했던 자들의 내역이었다.
‘전부 뉴비들이군.’
혹시 알약을 나중에 먹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에 3개월 단위로 확대를 해 봤지만, 그럼에도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5층 이상까지 간 플레이어도 없었다.
근데 그렇게까지 정신방벽이 높을 수가 있나?
“……비요른 얀델?”
범위를 더 넓혀 확인을 해가던 사내의 눈에 한 이름이 유난히 크게 들어왔다.
드물게도 방패를 고른 바바리안.
그래서 혹시나 ‘그분’일까 봐 편지를 보냈지만,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의심을 거뒀던 탐험가.
“소울퀸즈 님.”
사내가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엘프눈나라는 유저에 대해서 조사해 보세요. 게시글은 뭘 남겼고, GP는 얼마이며 어떤 정보를 구매했는지. 삭제된 걸 전부 복원을 해서라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
커뮤니티가 열린 다음 날 아침.
아멜리아가 나를 깨웠다.
“……무슨 일이냐? 아침부터.”
“아침? 이미 정오는 됐다마는.”
거, 바바리안이 늦게 일어날 수도 있지.
텁텁한 목에 물 한 컵을 털어 넣으며 물었다.
“그래서 용건은?”
보통 아멜리아가 출몰하는 시간은 저녁이었다.
어제 헤어질 때도 그 시간쯤에 보기로 했고.
그런데 왜 이런 대낮에 날 찾아온 걸까?
아멜리아의 입에서 나온 답변은 실로 간단했다.
“왠지, 말은 하고 가야 할 거 같아서.”
“떠난다는 뜻이군.”
“그래, 그러니 수색은 이제 그만해도 좋다.”
말투를 보아하니 ‘아우릴 가비스’를 찾았기에 떠난다는 건 아닌 듯한데…….
나는 자연스럽게 떠보았다.
“뭔가 할 일이 생겼나 보군.”
아멜리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내게는 충분했다.
매일 도시에 가서 뭔가 바쁘게 움직이던 여자 아닌가.
[노아르크에서 봉쇄 직전에 몇 명을 지상으로 올려다 보냈습니다. 목표는 한 명의 탐험가를 죽이기 위해서라는군요! 놀랍죠?]어쩌면 광대가 말했던, 암살 작전이 오늘 시작되려는 걸지도 모르지.
괜히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나중에 또 와서 그를 찾을 건가? 필요하면 이쪽에 말을 해 둘 수도 있는데.”
나는 선의의 제안을 꺼냈다.
그야 얘는 은원에 민감한 타입이었으니까.
일단 빚을 지워두면 도움이 되리란 판단.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런 방식으로 그를 찾아내는 건 어려울 거 같으니.”
“그렇군.”
아멜리아의 거절에 굳이 다시 제안을 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끝난 대화.
“그럼 다음에 또 보지.”
나는 짧게 작별의 말을 던졌고, 아멜리아는 그런 나를 조용히 응시했다.
“다음에 또 보자니, 그건 무슨 뜻이지?”
아, 그게 궁금했던 거구나.
하긴, 제발 앞으로 얽히는 일이 없게 하자며 학을 떼던 게 나니까. 얘로선 조금 의미심장하게 들렸을 거다.
나는 솔직하게 대답해 주었다.
“왠지 너와는 또 만날 거 같아서.”
우연히 마주친 게 벌써 몇 번째인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분명 한 번은 더 마주칠 일이 있을 것이다.
“……이상한 녀석.”
아멜리아는 그 말을 끝으로 평소처럼 눈앞에서 쓱 사라졌다.
그럼 이제 나도 오늘 하루를 시작할 차례.
띠잉-!!
우선 침대 옆에 만든 호출벨부터 세게 눌렀다.
“부르셨습니까.”
오른팔답게 1분도 되지 않아서 등장한 징징이.
일단 수색 중지 명령부터 내린 뒤, 점심 식사만 간단히 하고서 함께 외출했다.
매일 하던 식후 산책이다.
비프론에선 달리 할 게 없거든.
“배급소로 가지.”
“배급소…… 말입니까?”
“문제라도 있나?”
“아닙니다. 가까운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오늘 산책의 목표지는 비프론에 총 12개 있는 배급소 중 하나.
도착하니 길게 선 줄이 보였다.
매일 아침 도시에서 지원하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한 줄.
며칠 전만 해도 보기 어렵던 모습이었다.
원래는 각 세력들이 배급소를 점거하고서 이를 독점했었거든.
“말씀대로 적어도 미성년자들은 아무런 조건 없이 하는 대로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좋아, 계속 이렇게만 하도록.”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줄을 흐뭇하게 보던 나는 이내 등을 돌렸다. 그리고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이며 도시를 둘러봤다.
그러던 중 낯익은 꼬마가 보였다.
비프론에 도착한 첫날 길안내를 해준다며 그 여관으로 데려갔던 바로 그 꼬마.
“이리 와라.”
“옙!”
눈이 마주치자마자 슬그머니 뒷걸음질 치던 꼬마가 내 앞에 다가와 차렷 자세로 섰다.
“어딜 가는 길이지?”
“배, 배급소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그때보다 조금 더 살이 쪘군.”
“네에…….”
사실상 비프론의 1인자가 되어서일까?
그날은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뭔가 해코지를 한 적 없건만 꼬마는 몸을 벌벌 떨었다.
쩝, 그냥 반가워서 불렀던 건데.
이게 바로 절대자의 고독함인가?
“요즘은 어떻게 지내지?”
“나, 남는 시간엔 책을 읽어요. 야, 얀델 님이 만들어 주신 그 도서관에서…….”
내가 만든 도서관은 아니고, 먼지만 쌓여 가던 도서관을 다시 활성화시킨 것에 가깝다.
불쏘시개로 쓰인 책이 하도 많아서 아직 빈 책장이 훨씬 많기는 하다마는. 책이란 책은 다 모아서 채워 넣으란 지시를 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다.
“매, 맹세코 그때 같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노역소에 등록을 해서 착실하게 벌고 있고요!”
내가 가만히 쳐다보자 불안해졌는지,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변명을 시작한 꼬마.
“그러고 보면 꿈이 학자랬지.”
“네, 네!”
나는 피식 웃으며 조언을 하나 해주었다.
“계속 그렇게만 살아라. 남들 뒤통수치면서 돈을 벌다 머리에 문제가 생기고, 그럼 언젠가 없어지는 날이 오고야 마니까.”
“……네?”
“머리가 없으면 학자는 못하지 않나.”
“네? 아, 네에…….”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나는 구태여 길게 말을 잇지 않았다.
꼰대 바바리안이 되는 건 사양이니까.
“가지.”
이후 징징이와 함께 산책을 마저 이어갔다.
배급소, 도서관, 주거 시설, 노역소 등.
아우릴 가비스를 찾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어서 이것저것 불합리한 부분들을 손댔더니, 확실히 처음 왔을 때보다는 도시에 활기가 돌았다.
각 세력의 횡포가 사라진 게 가장 컸다.
‘뭐, 내가 없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징징이를 이끌고 하수도로 향했다.
“저, 여기는 왜…….”
묘한 목소리로 몸을 떨며 나를 보는 징징이.
거, 누가 보면 내가 널 죽이고 여기다 묻으려는 줄 알겠네.
“잠시 도시에 다녀올 건데, 뭐 필요한 거라도 있나?”
“……예?”
어지간하면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할 일이 없던 징징이가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
“도, 도, 도시에 다녀온다니요……?”
“아, 말하지 않았나? 도시와 이어진 통로가 있다.”
“그, 그, 그, 그, 그, 그, 그…… 그럴 리가?”
“왜 말을 더듬나?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건가?”
“아닙… 니다.”
며칠 뒤면 해방된다는 생각뿐이었을 징징이가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다만 뒤늦게 블러핑이란 생각이 들었을까?
“아무튼 필요한 게 없다니—”
“아뇨! 있습니다!”
“그래? 말해 봐라.”
징징이는 도시로 간다는 내게 한 가지를 요구했다.
9구역에 있는 어느 가게의 꼬치였다.
“갖고 왔을 때쯤이면 다 식어 있을 텐데?”
“그건 괜찮습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얘가 뭔 생각을 하는지야 빤했다.
정말 도시에 다녀올 수단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겠다는 거겠지.
“그럼 너는 이만 돌아가 봐라.”
“예, 알겠습니다.”
이후 나는 징징이를 보낸 후 하수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아멜리아가 알려 준 비밀 통로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던 차였다.
지이이잉.
혹시 몰라 아공간이 아니라 늘 품에 갖고 있던 메시지스톤이 울렸다.
용아저씨에게 받았던 그것이었다.
지난날, 용살검을 대가로 요구한 ‘용의 축복’을 내게 해 줘도 될지 결정이 나면 연락을 하기로 했었다.
‘한두 달쯤 걸릴 거라더니, 딱 두 달이 걸렸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하단부에 튀어나온 버튼을 누르자, 그 너머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때 줬던 종이를 찢게.].“그보다 어떻게 됐는지가 궁금한데.”
[장로들이 자네를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했네.]“그렇군.”
나는 지시대로 아공간에 쑤셔 박아 뒀던 종이를 찢었다.
‘직접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라…….’
기대했던 ‘YES’는 아니었지만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설령 안 된다고 해도 되게 만드는 것.
그것이 K-바바리안의 정신이니까.
Any updates? I know it’s on a break but still some more chapters r out!